
오랜만에 오버클럭 메인보드를 집어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한 주에 한 두 번씩은 오버클럭을 걸곤 했는데, 담당 파트가 달라지면서 오버클럭
메인보드엔 한동안 손 댈 일이 없었다.
그러던 찰나, 인텔의 하스웰-E 프로세서와 X99 칩셋을 단 MSI
X99S SLI 크레이트 에디션을 만나게 됐다. 오버클럭의 결론은 순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 오래였지만, 이 보드와 K프로세서를 만나고선 내 태도는 한 순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이번 프리뷰를 보면 알 수 있다.

■ 코어 i7 5820K와 수냉 쿨러, 오버하지 않을 수 없다 |


글쓴이는 사진 촬영에 앞서 이 메인보드의 오버클럭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주어졌던 아이템은 다름 아닌 코어 i7 5820K 프로세서다. 오로지 순정으로
쓸 거라면 살 가치가 없을 K프로세서인데, 평소 오버클럭을 하지 않던 나에게로
왔다.
자고로 오버클럭은 정품 쿨러를 달아서 하는 게 아니다. 지난
번 K프로세서를 주제로 한 내용을 읽은 독자 분들이라면 무엇을 달았을지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남자라면 공냉 쿨러가 아닌 수냉이다. 대신 라디에이터와 같은
보조 기구 설치는 부담스러워서 공냉과 수냉의 장점을 결합한 일체형 수냉 쿨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백플레이트를 달아 워터 블럭의 위치를 고정하고 히트싱크와 팬
쿨러만 외부로 들어내면 되는 구조다.
MSI의 이 X99 메인보드에 CPU와 일체형 수냉 쿨러, DDR4 메모리,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주변 장치를 연결하고서 온보드 전원 버튼을 눌렀다.
■ 투박한 바이오스, OC 지니 4로 간 보고 왔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릭 바이오스 4 화면으로 진입했다. 요즘
메인보드처럼 CUI가 아닌 GUI 방식을 지원해 마우스와 키보드를 모두 쓸 수 있다.
오버클럭만 하던 사용자 입장에선 이 화려한 화면 구성이 어색하지만, 처음 쓰는
사용자라면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이 인터페이스가 반갑다.

바로 오버클럭을 설정하러 OC 탭으로 화면을 바꿨다. 어드밴스드
모드로 설정을 바꾸면 익스트림 OC 셋업을 비롯한 고급 설정이 추가로 표시된다.
K프로세서가 장착된 상황이라 코어 i7 5820K의 기본 값인 33배수를 넘어가는 배수
조정엔 문제가 없었다. 오버클럭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EIST와 터보 모드, C1E 등의
가변 동작 기능은 모두 꺼버렸다.
그 아래 표시된 OC 지니는 오버클럭이 처음인 사용자들을 위해
준비된 자동 오버클럭 기능이다. 예전엔 버튼만 누르면 3초 안에 하드웨어적으로
오버클럭이 된다고 의미를 붙였는데, OC 지니 4로 오면서 기존과 같은 푸시 버튼
스위치를 쓸 것인지, 바이오스 옵션으로 설정된 값을 택할 것인지 고를 수 있게 됐다.

▲ 푸시 버튼과 바이오스 옵션으로 오버클럭이 가능한 OC 지니
4
이 두 가지 방식의 차이는 뭘까? 코어 i7 5820K로 잠시 확인해
봤다. 푸시 버튼 스위치를 누르고 전원을 올릴 땐 3.8 GHz, 바이오스 설정 값으론
2-스테이지 방식으로 각각 3.8 GHz와 3.9 GHz로 오버클럭이 가능했다. 기본 원리는
같아도 올릴 수 있는 클럭의 범위는 설정에 따라 다르다.
알아서 되는 자동 오버클럭이라 재미가 없다면 사용자가 직접
값을 맞춰 줄 수도 있다. 오버클럭을 위해 바꾼 바이오스 설정 값은 첫 화면의 OC
프로파일 탭으로 이동해 최대 6개까지 저장시킬 수 있고, 이것만으로 모자란다면
USB에 따로 저장헀다가 불러와 쓸 수도 있다. 오버클럭에 실패해 설정 값이 초기화돼서
짜증났던 사용자라면 이 옵션이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 가혹한 링스, 배수 조절만으로 4.2 GHz를... |

간단히 진행하는 차원에서 CPU 배수 조절만으로 코어 i7 5820K를
오버클럭시켰다. 기본 클럭은 3.3 GHz인데, 윈도우 화면이 뜨도록 만드는 건 4.9
GHz로도 가능했다. 100 MHz의 베이스 클럭은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CPU 배수를 33배수에서
49배수로 높인 것이다. 전압은 알아서 보정되므로 조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정성 검증 없이 오버클럭만 시도할 요량이었다면 이대로 놔뒀을텐데,
글쓴이는 괜한 욕심이 생겼다. 실제 사용 가능한 클럭인지 검증하기 위해 링스를
켰다. CPU 온도를 감지하는 프로그램과 정보를 표시하는 프로그램도 같이 띄워 상황을
확인했다.
메모리 용량을 최대로 잡고 스무 번 완주하는 것으로 링스를
돌렸는데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시스템이 얼어버렸다. 일체형 수냉 쿨러를 달았다해도
1.43 V의 높은 CPU 전압 탓에 온도가 순식간에 높아져 감당키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의 삽질 끝에 가혹한 링스 테스트에서 살아남은
오버클럭 셋팅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오버클럭된 값은 4.2 GHz였다. 표시된 CPU
전압은 1.176 V, 최대 온도는 87도로 단 한 번의 쓰로틀링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원래 클럭인 3.3 GHz에서 4.2 GHz로 약 27 % 오버클럭 후 안정화 작업에 성공한
것이다.
얼만큼 성능이 개선된 것인지 씨네벤치 R15에서 확인했다. 4.2
GHz로 오버클럭한 결과는 1,138점, 기본 클럭에선 996점으로 나왔다. 차이는 14.2
% 수준이다. 오버클럭된 비율에 비하면 성능 향상 폭이 상대적으로 적으나,
CPU를 적극 활용하는 분야일수록 이 차이는 커질수도 있다.
오버클럭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글쓴이보다 더 높은 클럭으로
셋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듬직한 밀리터리 클래스 4 전원부 구성은 기본 |
오버클럭은 쿨러의 냉각 성능도 중요하나, 메인보드에 구성된
전원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오버클럭의 성공률에는 안정적인 전압과 전륙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CPU 전원부는 12 페이즈 구성의 디지털 전원부로 꾸며졌다.
MSI X99S SLI 크레이트 에디션에는 밀리터리 클래스 4 전원부가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 전원부엔 슈퍼 페라이트 코어 초크(SFC), 닥터모스(DrMOS),
탄탈륨 기반의 Hi-c 캐패시터와 알루미늄 코어로 만들어진 다크 캐패시터가 포함돼,
비교적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드웨어 칩으로 만들어진 OC 엔진 칩도 설치됐다. 배수 조절이
아닌 베이스 클럭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메모리를 비롯한 주변 장치의 클럭을
동기화시킬 수 있는 장치다. 100 MHz와 125 MHz, 167 MHz의 세 가지 타입을 지원하며,
바이오스 화면 자체서 OC 엔진을 이용해 클럭을 보정할 수 있다.
메모리는 DDR4를 사용하며 쿼드채널 구성으로 최대 DDR4-3,333
MHz까지 오버클럭시켜 사용할 수 있다. 로드 메모리 프리셋과 메모리 트라이 잇 기능을
이용해 오버클럭에 최적화된 특정 제조사의 메모리 성능을 대폭 강화시킬 수 있다.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PCI 익스프레스 3.0 슬롯은 4개가
준비됐다. 엔비디아 쿼드 SLI와 AMD 쿼드 크로스파이어를 지원하며, 10 개의 SATA3
포트와 M.2 포트, SATA 익스프레스를 갖췄다. 편의 기능으로 오디오 부스트와 OC
에센셜 등의 기능도 추가됐다.
■ 오버클럭이 귀찮은 하스웰-E 사용자, 한 번 써보길 |

MSI X99S SLI 크레이트 에디션은 평범하고도 특별한 하스웰-E
오버클럭
메인보드라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봐 왔던 MSI 메인보드의 비주얼이 아니라서다. 레드와
블랙이 아닌 화이트와 블랙의 투톤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레이아웃을 한 MSI
메인보드는 보기 드물다. 바이오스 화면으로 사용된 컬러 역시 동일하다. 이래서 크레이트
에디션이란 말이 추가로 붙지 않았나하는 추측이다.
재미있는 것은 충분한 오버클럭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MSI 메인보드
시리즈상에선 오버클럭도, 게이밍도 아닌 SLI 메인보드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M파워처럼 오버클럭에 특화된 콘셉트의 제품이 아니지만, 여러 X99 메인보드
중 특별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책정된 가격은 특별판이란 얘기가 무색하게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38만 원이다. 쿨링 솔루션과 옵션으로 제공되는 액세서리 구성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게 X99 메인보드라지만, 이 제품은 이런 면에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가장 저렴한 X99 메인보드에 10만 원만 더하면 된다.
하스웰-E 사용자로서 꼭 필요하지도 않을 액세서리를 받는 것보다
웬만하면 있을 건 다 있는 X99 메인보드를 바랐다면, 오늘 만난 MSI의 X99S SLI 크레이트
에디션을 여러분께 한 번 제안해 본다.
이젠 더 이상 전문가들의 성역은 아닌거 같습니다.~^^
연휴기간~~집에서 잠자고 있는 K버전 하스웰을 건드려 보아야 겠다는 욕구가 불끈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