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8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특히 부팅 속도 만큼은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운영체제보다 빨라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키보드를 누를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했었다. 너무나 빨라서 200밀리 초 안에 키보드를 눌러야 부팅이 중지될 정도라니 신이
아닌 인간이라면 도저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윈도우 8이 출시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윈도우 8의 부팅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필자도 빨라졌다고 생각은 했지만
신의 손이 필요하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부터 신의 손이 필요한 이유와 윈도우 8 부팅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 윈도우 8 부팅 속도의 비밀, 최대 절전 모드와 UEFI
지난 여름, 마이크로소프트가 신의 손이 필요하다며 윈도우 8의 빠른 부팅속도를 강조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200밀리 초라 시간은 부팅의
여러 단계 중 윈도우가 실제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PC의 부팅 단계에서 키보드 사용이 필요한 바이오스 진입 기능이 아니라
그 이후 단계에서 F8 키를 눌러 여러 가지 부팅 옵션을 선택하는 메뉴에 진입하기 위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했던 DEL 키를 누르는 시간은 아니어서 아쉬웠는데 이 부분도 분명 개선이 있었다. 이 내용은 윈도우 8 자체의 부팅속도 개선에
대해 설명한 이후에 설명하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8의 부팅 속도를 크게 개선한 방식은 바로 최대 절전 모드의 활용에 있다.
절전모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PC 화면이 꺼지고 PC의 전원이 차단된 것 같지만 종료 직전까지 처리하던 작업이 그대로
화면에 다시 나타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전원이 차단되면 지워지는 메모리의 데이터를 PC에 저장해두고 PC가 켜질 때 그 데이터를 로드 해서
이전 상태와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을 부팅 작업에 활용하면 부팅 단계에서 필요한 작업들을 다시 로드 하지 않아도 이미 처리했던 프로세서를 메모리에 로드 해 드라이버
처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을 부팅 단계에 포함시켜 매번 시스템을 초기화했던 기존 방식보다 부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여기에 더해 윈도우 8에서도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를 지원하기 때문에 포스트
단계에서 윈도우 로딩 단계로 넘어가는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UEFI 지원은 기존 윈도우 7에서도 지원해 왔던 것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윈도우 8의 부팅속도를 최적화 시키려면 꼭 이 방식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료에 따르면 UEFI 방식은 한번에 1MB의 데이터를 읽을 수 있지만 기존 바이오스 시스템은 겨우 64KB만 가능하다.
프로토콜 자체의 속도 차이 때문에 UEFI 방식이 빠를 수 밖에 없다.
■ 윈도우 8에서 UEFI 지원 방법
윈도우 8에서 UEFI를 지원하도록 하려면 윈도우 8 설치부터 UEFI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중인 윈도우 버전에서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윈도우 8을 설치하면 UEFI를 지원하지 못하니 오직 클린 설치와 UEFI 방식으로 설치 디바이스를 선택해야만 UEFI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UEFI는 윈도우 8 64비트에서만 지원할 수 있다.
▲ 설치 소스도 꼭 UEFI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설치 방법은 일반적인 윈도우 설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윈도우 8 64비트 버전 DVD가 있다면 DVD롬에 디스크를 넣고 PC 바이오스에서
UEFI로 표시된 DVD로 부팅해서 윈도우 8을 설치하면 된다. 설치 단계에서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클린 설치를 선택해야 하니 이전의 데이터는
미리 백업해두는 것이 좋다.
▲ UEFI 지원 모드로 설치하게 되면 3개의 숨은 파티션이 추가로 생성된다
윈도우 8 64비트 버전이 UEFI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치되면 시스템 디스크의 파티션은 GPT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내부의 숨겨진
파티션도 3개가 더 있는데 UEFI를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 MBR 방식의 파티션이 생성되고 숨겨진 파티션도 하나 뿐이다.
필자는 ISO 이미지 파일을 가상 CD로 인식시킬 수 있는 iodd로 윈도우 8 체험판을 설치했다.
일단 설치가 마무리 되면 UEFI와 기존 방식의 차이를 크게 느끼진 못할 텐데 필자처럼 SSD 사용자라면 더더욱 그 차이는 미묘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도 빠르긴 빠르니 UEFI 방식으로 윈도우 8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위의 영상은 윈도우 8을 지원하는 ASUS P8H61-M 메인보드에서 UEFI 방식과 기존 방식과의 속도 차이를 비교한 영상이다. 보면
알겠지만 대력 1초 내외 정도의 부팅 시간 차이가 있다. 테스트에는 고성능 SSD를 사용하였으니 일반 HDD 사용자라면 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 포스트 단계를 더욱 빠르게
포스트 단계란 PC가 켜지고 PC 정보가 나오는 단계를 말한다. DEL이나 F2를 눌러 바이오스 화면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까지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이 단계는 PC가 켜지고 윈도우 로그인 화면이 나오는 모든 단계 중 절반을 차지할 만큼 길다.
바이오스 메뉴의 포스트 딜레이 시간도 대부분 3초에서 5초 정도로 설정되어 있으니 2~3초 만에 윈도우에 진입하려면 포스트 단계도 빨라져야
한다.
그래서 UEFI 방식의 바이오스를 사용하는 신형 메인보드들에는 이 단계를 빠르게 하기 위한 기능이 추가됐다. ASUS 메인보드의 경우
바이오스 화면에 들어가서 Advanced Mode로 진입한 후 부팅 옵션에 가면 'Fast Boot'이란 메뉴가 있는데 이 메뉴를 활성화 시키면
포스트 단계에서 처리되는 PS/2 키보드와 마우스, USB 포트와 네트워크 드라이버 로드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불필요한 기능을 쓰지 않고 인식조차 하지 않게 해서 이 처리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포스트 단계도 단축되서 전체적인 부팅 시간이 개선될 수 있는데 어차피 바이오스 진입이 필요하지 않다면 모든 기능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해서 부팅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할 수도 있다. 바이오스 화면 진입을 위한 지연 시간인 '포스트 딜레이 시간'도 0초로 바꾸면
윈도우 8의 속도는 진짜 확 바뀌게 된다.
위의 영상은 ASUS P8H61-M 메인보드에서 UEFI 지원 모드로 부팅한 것과 'Fast Boot' 기능을 활성화 시킨 상태, 여기에
더해 'Fast Boot'의 모든 설정을 Disabled로 바꾸고 포스트 딜레이 시간도 0초로 설정해서 부팅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ASUS 메인보드의 'Fast Boot' 옵션은 윈도우 8을 기존 방식으로 설치했더라도 적용이 된다. 처음에는 UEFI 지원 모드에서만
적용이 가능한 것을 생각했는데 부팅 시간을 측정해본 결과 굳이 UEFI 모드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Fast Boot'을 사용하면 윈도우 8의
부팅 시간이 단축됐다.
포스트 단계의 처리 시간도 동일하게 변경됐고 모든 설정을 Disabled로 바꾸면 포스트 단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가 전혀 인식되지 않았다.
이미 윈도우 8을 일반 모드로 설치했다면 Fast Boot 기능만 활성화 시켜도 부팅 시간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너무 빠른 부팅, 바이오스 진입이 필요하다면
앞서 설명했듯이 포스트 단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 조차 인식되지 않게 해서 부팅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이럴 경우 포스트
단계에서 바이오스 메뉴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PC에 전원을 넣자마자 DEL 키를 계속 눌러도 포스트 단계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인식되지 않고
윈도우 8 로그인 화면에 진입할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EFI 지원 모드로 윈도우 8 64비트를 설치하면 시프트 키를 누르고 '다시 시작' 선택 시
재부팅 후 바이오스 화면으로 진입되는 기능을 넣어 놨다.
방법은 설정->전원->시프트 키를 누르고 다시 시작->문제 해결->고급 옵션->UEFI 펌웨어 설정 순으로 선택해서 다시 시작하면 바이오스
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도 동작한다.
이 방법이 불편하다면 ASUS가 제공하는 'ASUS Boot Setting' 소프트웨어로 윈도우 8 상태에서 바이오스의 'Fast
Boot' 기능을 제어하거나 재시작과 함께 바이오스 메뉴로 진입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도 불편하다면 메인보드의 Direct Key 버튼을 누르면 PC가 시작되면서 바이오스 메뉴에 진입할 수 있게 키보드가 활성화 되는데
PC 케이스를 열고 버튼을 누르는 것이 더 불편할 테니 Direct Key 점퍼 부분을 PC 케이스의 Reset 스위치와 연결해 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ASUS Boot Setting' 소프트웨어나 Direct Key 버튼은 윈도우 8의 UEFI 지원 모드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