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속도는 CPU가 결정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CPU 성능이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점진적 발전에 머물러
있는 동안 많은 PC 게이머들은 SSD의 놀라운 속도과 체감 성능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 이제는 CPU, 메모리 보다 SSD를
사는 것이 낫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SSD를 빼놓고 고성능 PC를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SSD라서 가능했던 체감 성능도 벌써 과거의 이야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구형 SSD로 짜릿한
경험을 느꼈던 소비자들은 아무리 빠른 신형 SSD로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과거 만큼의 짜릿한 전율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형 SSD 속도가 구형 보다 2배 빨라도 HDD와 SSD의 특성 차이 만큼 강한 임팩트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상의 강한 충격과 체감 성능을 위해 현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제품들이 요구되고 있고 이를 해결한 차세대 SSD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차세대 SSD의 첫 주자, 삼성 PCIe SSD XP941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SSD, 지금의 속도 싸움은 의미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의 SSD는 과거의 기억 만큼 짜릿한 전율을 전해주지 않는다. 처음 SSD를 써본
사람이라면 경험하게 될 그런 느낌보다는 CPU 속도가 향상되듯 그냥 빠르긴 빠르다는 정도? 버튼만 누르면 뚝 하고 튀어나오는 경험을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는데 여기엔 다 그럴 이유가 있다.
현재의 SSD가 사용하는 Serial ATA 인터페이스는 최대 6Gbps를 지원한다. 실제 Byte 단위로
계산하면 600MB/s의 속도만을 제공해 최신 SSD들이 지원하는 550MB/s 이상의 속도를 제공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SSD 내부 구조를
좀 더 병렬화 해 더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게 할 수 있어도 외부와의 데이터 전송이 600MB/s라는 제약에 걸려있어 더 이상의 발전이 힘든
것이다.
그래서 최근 많은 SSD 메이커들이 순차 읽기,쓰기 속도 보다는 랜덤 읽기와 쓰기 성능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터페이스 속도에 제약이 있는 순차 속도로는 사실상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 랜덤 속도를 향상시켜 이를 통한 경쟁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낳은 결과이지 이런 발전이 꼭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50MB/s 더 빠르다고 그 수치 만큼 체감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는 많다.
지금 같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면 소비자들도 너무 속도에만 집착하기 보다 가격과 A/S 같은 부분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며 SSD 업체들은 어서 다음 세대로의 진화로 이끌어야 한다.
■ PCI Express와 NVMe로 신세계 경험할 SSD
SSD의 한계가 SATA 때문이라 말하지만 SATA에서는 1200MB/s의 전송속도를 제공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서버에 사용되고 있는 SAS 인터페이스로 이 기술을 구현할 계획인데 아쉽게도 이 기술은 SATA에 적용되지 않는다.
1200MB/s라는 속도가 현재의 600MB/s 대비 2배나 높은 전송 대역폭이지만 이 또한 금세 SSD
속도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고 전력 소비나 복잡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이보다 쉽고 더 높은 속도 구현할 기술이 선택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PCI Express다.
PCI Express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SSD가 아닌 서버용 SSD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하나의 Lane만으로 1GB/s(PCIe 3.0 기준)의 전송 대역폭을 제공해 SATA3 6Gbps의 600MB/s 보다
1.7배 가까이 대역폭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SATA-IO에서는 SATA Express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인터페이스에 PCI Express를
적용하기로 결정했고 드라이브 제품에 2개의 Lane으로 2GB/s의 대역폭을 제공하기로 했다. 카드 타입 M.2 (NGFF로 알려져 있음)
폼팩터에는 4개의 Lane을 사용해 4GB/s의 대역폭이 제공된다.
여기에 더해 기존 AHCI가 가진 한계를 극복해 SSD의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 NVM Express
(NVMe)가 개발되어 차세대 PCI Express 기반 SSD에 적용된다. NVMe는 HDD용으로 개발되어 순차 처리에 최적화된 AHCI와
달리 큐당 64K의 명령과 64개의 큐를 처리할 수 있어 병렬화된 구조의 SSD에 적합하며 캐싱되지 않은 데이터에 접근할 때도 AHCI는 4개의
명령이 필요하지만 NVMe는 즉시 처리가 가능하다.
지연시간도 크게 줄어들며 이로 인해 기존 AHCI 기반에서 문제가 된 부분이 모두 해결되어 제대로 된 SSD
성능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 양산 시작된 삼성의 PCI Express SSD XP941
PCI Express가 SSD의 다음 단계로 알려진 것은 오래지만 업계의 표준화와 기술 개발 등으로 양산
제품이 등장한 것은 최근 일이다.
공식적으로 양산이 발표된 것은 아니었지만 애플의 신형 맥북 에어에 삼성의 PCI Express SSD가 탑재된
것이 확인됐었고 근래 출시된 소니 바이오 프로에도 PCI Express SSD가 탑재된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 둘 모두 특정 제품만을 위해
생산된 것들이라서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는데 삼성이 지난 6월, PCIe SSD XP941의 양산을 발표해 PC 유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PCIe SSD XP941은 M.2 타입의 카드형 SSD로 PCI Express 2.0 x4
Lane의 2GB/s의 전송 대역폭을 이용하고 최대 읽기 속도가 1400MB/s인 제품이다.
아쉽게도 NVMe가 아닌 AHCI 기반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읽기 속도만 본다면 기존 SATA 기반
SSD의 3배에 가까운 수치라서 또 다시 눈이 번쩍할 성능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기대에 부응할지 바이오 프로 13을 통해 PCIe
SSD XP941의 성능을 확인해 봤다.
■ SATA3 SSD 840 Pro Vs PCIe SSD XP941의 승부
XP941의 성능은 OS가 설치된 상태에서 테스트 됐다. 원래 바이오 프로 13에 내장된 제품이라 이를 분해해
별도로 연결하기도 곤란했고 분해한다 해도 이를 연결할 메인보드가 많지 않아 일단 운영체제가 설치된 기본 상태 그대로에서 성능을 확인해봤다.
기존 SSD와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삼성을 대표하는 가장 빠른 SSD인 840 Pro 256GB를 선택했는데
이를 바이오 프로 13에 직접 연결할 수 없어 바이오 프로 13과 최대한 비슷한 사양의 시스템을 구성해 SATA 기반 SSD와 앞으로 판매될
PCIe 기반 SSD의 성능을 비교했다. 참고로 840 Pro의 시스템은 바이오 프로 13의 사양에 맞추기 위해 CPU 코어를 2개 죽이고 속도
낮추도록 제한했지만 내부 캐쉬 메모리가 더 높아 XP941 보다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테스트 됐으니 이점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 PCIe SSD XP941 (좌) / SATA SSD 840 Pro (우)
PCIe SSD XP941의 크리스탈마크 결과는 메이커 발표 수치인 1400MB/s의 순차 읽기에는 모자란
1044MB/s로 확인됐다. 쓰기에서도 800MB/s로 나타나 기대만큼의 강한 충격은 없었는데 Sisoftware Sandra의 Physical
Disks 테스트에서만 1423.36MB/s의 메이커 수치가 나타났을 뿐 Atto나 기타 모든 벤치마크 결과에서는 대부분 크리스탈마크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결과를 보여줬다.
그래도 기존 SATA기반 SSD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확인됐으니 기쁘긴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PCIe SSD XP941 (좌) / SATA SSD 840 Pro (우)
랜덤 성능은 기대 만큼이 아니라 아예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번 테스트 조건이 운영체제가 설치된
상태라는 한계가 있다지만 840 Pro는 같은 조건에서 98071 iops의 랜덤 읽기와 89570 iops의 랜덤 쓰기 성능을 보여주어 메이커
발표 스펙에 근접한 결과를 나타낸 반면 XP941은 840 Pro에도 못 미친 78704 iops 랜덤 읽기와 57127 iops 랜덤 쓰기로
확인됐다. (LBA Size, 4K, QD32 기준)
▲ PCIe SSD XP941 (좌) / SATA SSD 840 Pro (우)
이 수치대로라면 XP941은 순차 성능만 뛰어날 뿐 랜덤 성능은 기존 SSD 보다 못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AS SSD의 복사 테스트에서도 ISO 파일 처럼 대용량일 경우 840 Pro 보다 높은 결과를 보여줬지만 파일 단위가 적을 수록 차아가
줄어들었고 PCMark8의 각종 게임과 어플레케이션 작업 시간에서는 840 Pro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순차 성능이 중요한 프로그램 설치나 파일 복사 같은 작업에선 빨라진 성능이 체감 될 수 있겠지만 이런 결과라면
게임 로딩이나 실제 작업 환경에서 기존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나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 진정한 PCI Express SSD, NVMe를 기다려라
삼성은 최근 글로벌 SSD 서밋을 통해 PCI Express SSD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었다. 이 로드맵에는
2013년 하반기 부터 PC 클라이언트 시장에 AHCI PCI Express SSD가 투입되고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NVMe PCI
Express SSD가 투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로드맵에 나온 PC 클라이언트 시장이 현재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리테일 시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쨋든 XP941의 실망적인 모습에 또 다른 희망이 될 NVMe PCI Express SSD가 내년에 나온다 하니 차세대 SSD를 기다려온
사람이라면 XP941에 흔들리지 말고 NVMe PCI Express SSD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