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28 GB 용량의 SSD라 해도 10만 원을 채 넘지 않는다. 한
때 12~13만 원을 호가했던 이 정도 용량의 SSD가 지금에선 10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40 GB 용량의 SSD도 20만 원 언저리 수준으로 내려갔다.
구매 가격이 저렴해지면 보다 넉넉한 용량의 SSD를 마련할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SSD를 이미 쓰고 있는 사용자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 이 참에 같은
제품을 하나 더 구매하는 것으로 두 배의 용량과 속도를 누릴 고성능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기 위해선 RAID 0(스트라이프 방식의 RAID)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데 과연 얼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글쓴이는 인텔의 730
시리즈 SSD 두 장을 이용해 알아보기로 했다.
■ 인텔이 만든 최신 컨트롤러와 메모리를 담았다
730 시리즈는 인텔이 국내에 출시한 SSD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이다.
이미 인텔 335 시리즈로 빠른 성능과 전용 유틸리티 제공, 합리적인
가격 을 내세워 상당한 인기를 누린바 있다. 지금은 530 시리즈로 하여금 비슷한
성능에 소모 전력이 적다는 점을 들어 판매되고 있는데 730 시리즈만은 추구하는
방향이 약간 다르다 할 수 있다.
530 시리즈가 80 GB와 120 GB, 180 GB, 240 GB 등으로 라인업을
세분화시켰다면, 730 시리즈는 240 GB와 480 GB로 단 두 개의 라인업만 구성돼 있다.
이는 제품 자체의 특성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335 시리즈와 530 시리즈의 경우 가격과 성능을
절충하고자 샌드포스 컨트롤러 칩을 선택했지만, 730 시리즈는 안정성과 성능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인텔 자체적으로 설계한 3세대 컨트롤러 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메모리는 530 시리즈처럼 20 nm 공정으로 제작된 MLC를 쓴다.
예전에 나왔던 710과 520, 330 시리즈가 25 nm MLC를 사용했으니 이전보다는
소모 전력과 발열이 줄었음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 RAID 0, 어떻게 구축하는 걸까?
글쓴이는 730 시리즈 가운데 240 GB 용량의 제품을 선택해 RAID
0을 구축해 보기로 했다.
480 GB 대신 240 GB를 선택한 것은 간단하다. 730 시리즈 240
GB 제품의 두 배인 가격에 480 GB 제품이 판매되고 있기도 하고 쓰기 성능의 차이도
커서다. 비단 730 시리즈만 그런 게 아니라 나머지 제품도 비슷한 분포를 이룬다.
RAID 0을 구축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테스트용 PC에
사용된 인텔 Z87 칩셋 메인보드의 경우, SATA 포트에 SSD를 연결하고 초기 부팅 시
HDD 인터페이스를 설정하는 UEFI 바이소스 화면상에서 RAID를 선택한다. 그런 다음
컨트롤(CTRL) 키와 I키를 눌러 안내 표시에 따라 RAID 0을 구축하면 된다.
▲ 정상적으로 RAID 0이 설정되면 위와 같이 표시된다.
이 상태로 RAID 0 볼륨 위에 윈도우 8.1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도
있기에 그저 대용량 SSD 하나를 통짜로 쓴다고 생각하고서 이용하면 된다. 인텔 빠른
스토리지 기술(iRST) 기능은 해당 시스템상에서 하드웨어적으로 자동 감지가
되므로 추가적인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
■ 성능은 얼마나? 초당 전송 속도 알아보니...
RAID 0로 묶은 SSD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실행했다.
기본 값으로 설정된 상태서 테스트를 진행하니 순차 읽기 속도는
초당 803.4 MB, 쓰기 속도는 초당 579.2 MB가 나왔다. 0fill 모드라도 초당 읽기가
764 MB, 쓰기는 573.3 MB가 나온다.
480 GB 용량의 730 시리즈 제원상 속도가 읽기가 초당 550 MB,
쓰기가 초당 470 MB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잘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용량을 갖춘 다른 SSD와 마찬가지로 제원상 속도를 놓고 비교해 보면 읽기는 약 300
MB, 쓰기는 100 MB 정도 더 낫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AS-SSD 벤치마크에서도 전송 속도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측정
결과 순차 읽기는 초당 913 MB, 쓰기는 초당 551 MB 수준으로 측정됐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다소 높은 수치로 나왔는데 이 역시 대용량
SSD 한 장을 쓰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 IOMETER 2010에서 잰 랜덤 4K 읽기와 쓰기 성능은?
랜덤 4K 읽기와 쓰기 성능은 어떨까? IOMETER 2010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히 확인해 봤다.
▲ 8 GB 용량의 샘플링 파일을 만들어 랜덤 4K 읽기와 쓰기를
테스트했다.
측정한 결과, 랜덤 4K 읽기로 테스트 시 12만 IOPS, 4K 쓰기로는
10만 IOPS가 넘는 수치가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730 시리즈 중 480 GB 모델의 랜덤
4K 읽기가 8만 9천 IOPS, 4K 쓰기가 7만 4천 IOPS 임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좋은
수준의 성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수치화된 비율로 표시하면 읽기는 약 38 %,
쓰기는 약 45 % 수준이다.
이와 비슷한 용량을 가진 SSD와 비교한다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480 GB 내지 512 GB 용량의 랜덤 4K 읽기 성능이 제원상으로 8만에서 많아야 9만 IOPS
수준이다. 실제 측정한 자료에서 십 만 단위의 IOPS 성능을 드러낸 RAID 0 구성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 비슷한 가격에 누리는 두 배의 속도, 할 만하다
이처럼 두 배로 확장한 용량에 성능을 두 배 가까이 개선해
주는 RAID 0 설정이었기에 SSD라면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금전적 부담을 안고 대용량 SSD로 한 방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린다는 점에서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SSD를 처분하고 대용량 SSD로 넘어가는 선택을
하더라도 실제 사용 시간에 따른 감가 상각이 있을 수도 있기에 RAID 0 구성을 위한
비용과 비교한다면 다분히 투자가 더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추가적인 장비 없이도
메인보드 자체적으로 RAID 0을 지원하므로 사용자 입장에선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방금 전 테스트한 730 시리즈만 해도 두 장의 240 GB로
480 GB 모델의 제원상 성능을 뛰어 넘었다. 초당 전송 속도로 보나 랜덤 4K 읽기
및 쓰기 성능을 보더라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늘어난 두
배의 용량 만큼 딱 두 배의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더라도 이 정도의 성능은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충분치 않을까 한다.
물론 구축한 RAID가 깨질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인텔 730 시리즈의 경우라면 애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인텔 자체적으로 설계한
컨트롤러와 메모리, 안정성 평가서도 인정을 받은바 있다. 인텔 자체서도 730 시리즈를
기반으로 RAID를 권장하는 듯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기에 직접 RAID 0을 구축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240 GB 모델의 기본 가격이 약 25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는 점에
관해선 사용자에 따라 부담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