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소나타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중형 세단이라 할 수 있다. 온 가족이
이용하는 중산층 패밀리 세단으로 성장해 왔는데 이보다 한 단계 윗급인 그랜저보다
많은 변화를 거친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시된 현대차 LF 소나타는 7세대형 모델로서 정제된 디자인, 기존 YF
소나타에서 상품성을 크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하여 '본질로부터'
라는 슬로건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반응이 통한 것인지 사전 예약을 시작한 한
달여 만에 1만 8천 대를 돌파했다.
글쓴이는 7세대 모델로 출시된 LF 소나타를 직접 시승해 보기로 했다.
■ 현대차 LF 소나타, 정제된 디자인으로 다양한 연령층 노렸다
YF 소나타의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과 날카로운 헤드라이트
형상으로 호불호가 강했다. 20~30 대의 젊은 층에겐 그런 YF 소나타의 모습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40 대 이상의 연령층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LF 소나타는 날카로운 인상이 사라졌다. 싼타페
DM의 헤드라이트 디자인을 차용하고 YF 소나타의 그릴을 부드럽게 깎아낸 듯한 모습이다.
중국형 전략 모델인 미스트라를 보고서 LF 소나타의 모습을 예상하기도 했는데 이보다는
조금 세련된 형태의 디자인이라 하겠다. 대신 안개등 부위의 주간 전조등은 제외됐다.
수출형 모델에 한해 주간 전조등이 우선 적용됐다.
앞 모습에서 그런대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면 뒷 모습은 글쎄다.
어울리는 조합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구형 K5의 디자인을 보는 것처럼 만들다
만 것 같기도 하다. 차라리 테일 램프 사이 간격을 넓히고 좌우 끝으로 최대한 밀착시켜
다른 형태로 디자인을 했더라면 전면에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얼핏 보면 작아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그래도 측면은 전진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된데 이어, 기존
YF 소나타보다 전장과 휠 베이스 길이를 길게 하는 방향으로 차를 설계해 안정감을
높였다. 수치적인 비교를 한다면 YF 소나타는 전장이 4.82 m에 휠 베이스가
2.79 m였는데, LF 소나타는 전장이 4.85 m, 휠 베이스가 2.8 m에 이른다. 전폭도
1.83 m에서 1.86 m로 넓어져 기존 모델보다 커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제네시스와 BMW를 섞은 인테리어, 상당히 넓은 실내 공간
실내로 들어서면 이게 과연 소나타인가 싶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상단은 제네시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내비게이션 아래의 공조
장치 컨트롤러와 버튼 구성을 보면 BMW 3시리즈 내지 5시리즈에서 본 것 같은 구성을
하고 있어서다.
현대차서는 이런 구성을 두고서 기존보다 정제된 모습의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의 결과물로 소개하고 있다. 다분히 인피니티스러웠던 YF 소나타의 실내
디자인을 재구성했다는 점, 운전자를 향해 센터페시아 구성이 5도 정도 틀어진
모습 등을 언급했다. 버튼의 조작성을 개선하면서 직관적으로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고자 한 것이다. 일단 이 부분에서의 노력은 인정한다.
한 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센터페시아 우측 아래서 발견할
수 있는 약간의 단차다. 처음부터 치수가 맞지 않아서 이런 모습이 드러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 외에 스티리어링 휠 자체에 붙은 버튼의 구성, 계기판 내에
표시되는 정보 디스플레이 구성은 부족함이 없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정보와 연동돼 진행 방향 및 교통 정보를 간략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뒷 자리에 착석했을 때의 실내 공간은 흡사 그랜저를 탄 것인
마냥 상당히 넓다. 키 180 cm인 성인 남성이 타도 헤드룸이며 레그룸이며 꽤 넉넉해서
답답하지 않다. 앞 좌석과의 간격이 15 cm는 족히 나올 정도로 여유롭다. 번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면 문이 닫히는 소리다. 이전엔 통통 튀는 소리가 났는데
LF 소나타는 문이 닫히면 퍽하는 소리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조용히 닫힌다.
■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그대로 라던데, 무엇이 달라졌나?
현대차는 이번 LF 소나타서 기존 모델의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비롯한 파워 트레인을 공유한다고 밝힌바 있다. 중저속 구간에서의 토크를 끌어올려
주행 질감을 개선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배기 캠샤프트 프로파일을
바꾸고 흡기 시스템의 유동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그 결과 기본형 모델 2.0 CVVL에 장착되는 누우 2.0 엔진은 최고
출력 168 마력에 최대 토크는 20.5 Kg.m의 성능을 내도록 조정됐다. YF 소나타 2.0
모델과 비교하면 최대 토크는 그대로, 최고 출력은 4 마력 정도 낮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고성능 모델인 2.4 GDI의 최고 출력도 낮아졌다. YF 소나타선
271 마력에 25.2 Kg.m의 성능을 냈는데 이번 LF 소나타 2.4 GDI는 세타 2.4 엔진으로
최고 출력이 193 마력이다. 주요 자동차 매체의 평가서 차체에 비해 오버 출력이란
평가를 고려해 일종의 출력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2.0 LPi 모델도 같은 맥락으로 설계됐다. 20 Kg.m의 최대 토크는
그대로 유지했으면서 최고 출력은 157 마력에서 153 마력으로 조정됐다.
트랜스미션은 6단 자동 변속기가 그대로 적용돼 있다. 적당한
그립감에 변속 시 충격도 적은 편이고 부드럽게 잘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라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 승차감과 주행성 잘 타협했다, 방음 처리도 수준급
세 가지 모델 중 글쓴이는 LF 소나타의 기본형 모델인 2.0 CVVL
풀옵션 차량에 오를 수 있었다. 차를 직접 운전하기 이전에 승차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뒷 자리에 앉아봤다. 거친 노면과 와인딩 로드와 비슷한 좁은 시골길,
요철을 넘었을 때 느껴지는 승차감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노면에서의 충격을 적당히 흡수하면서 차체 쏠림을 줄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의 타협이 비교적 잘 되었다는 의미다.
시속 60~80 Km 사이서의 하부 소음이나 풍절음의 처리 능력도 양호했다. 뒷자리에
적용된 통풍 시트 및 헤드 레스트 역시 불편감이 없어 코너를 돌아나가는 주행 중에도 편히 몸을
기댈 수 있었다.
참고로 현대차는 초고장력 강판의 비중이 51 %나 되고 핫스템핑
공법을 사용해 차체 비틀림과 강성이 크게 개선되었다면서 소개한바 있다. 이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주행 시 진동과 소음이 전달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민첩한 주행
성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뒷 자리에 앉아보니 현대차의 이 말이 빈 말은 아닌 듯했다.
2,000 Rpm대서 전달되는 엔진음도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패밀리 세단으로선 꽤
괜찮다 싶은 정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주행 안정성 강화하느라 가속력은 별 차이 없는 듯
이윽고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글쓴이는 가속 페달을 전개시켜
봤다. 중저속 구간에서의 토크감이 개선됐다면 초기 발진 시부터 이어지는 가속감도
좋아졌으리라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밟아 본 LF 소나타의 가속력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당시 동승했던 YF 소나타 운전자도 가속감은 LF 소나타라 해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할 정도였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밀어 넣어도 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꾸준히 밀어주는 느낌에 가깝다.
공차 중량 자체도 70 Kg 정도 늘고 출력에서 일부 조정된 부분,
당시 3~4인이 탑승했던 환경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속 60 Km인 상태서 가속 페달을 붙였다 똇다하며 반응을 확인해 보니 반응이
재빠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대신에 이런 스트레스 주행 중에 차량이 울컥거리는 불안정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이 부분에서의 주행 질감은 개선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
시속 80~90 Km에서 2분의 1 정도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원하는 거리
만큼의 제동력이 나왔다. 초반 제동력을 유지한다기 보다는 다소 부드럽게 차를 정지시킨다.
중고속에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가 붕 뜨지 않아서
진입 속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다만 코너 탈출 후 시속 40 Km 상태서 재가속
시 차량을 빠르게 밀어준다는 주행감은 느끼지 못했다. 노면과 어느 정도 밀착은
되지만 굼뜬다는 느낌이 더러 있다. 이는 추후 2.4 GDI에서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
될 듯하다.
■ 상품성 좋아진 것은 인정, 가격은 조금 낮춰주면 안 될까?
이렇게 현대차의 LF 소나타는 이전 YF 소나타보다는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으면서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을 기반한 정제된 디자인으로 상품성을 개선하고자
한 모습이 돋보인다.
초고장력 강판과 핫스템핑 공법으로 차체 비틀림을 줄여 잡소리를
줄이고 전륜의 휠 베어링 강성을 높여 스티리어링 휠 조작에 따른 응답성을
개선했다. YF 소나타서는 어느 정도 고속 주행을 하면 휘청이는 듯한 불안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LF 소나타는 안정감 있게 스티리어링 휠을 지지해 준다. 선형성도
좋고 직선 구간에서 잠시 핸들을 손에서 놔도 괜찮다.
실내 공간에서의 만족감도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전장과
전폭, 휠 베이스가 늘어나 어느 정도 공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뒷 자리에
편하게 몸을 기대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인테리어 구성은 제네시스와 BMW를 섞은
듯 소나타의 제 캐릭터를 잡지 못한 듯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많아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만족할 구성이 많다 하곘다. 문을 닫을 때도
가볍게 통통 울리는 것이 아닌 가볍게 퍽하고 달라 붙는다.
이런 구성적인 부분에서 상품성이 개선되고 고급화를 이뤘다는
점은 좋은데 같은 파워 트레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살짝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중저속 구간에서의 토크를 개선했다해서 초기 발진 시부터 누리는 가속감 자체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했는데 기본형 모델인 2.0 CVVL을 타 보니 YF 소나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심으로는 가격도 조금 낮춰줬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이전
소나타에서 볼 수 없었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출차도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주차 조형 보조 시스템, 트렁크에서 3초
이상 자리에 머물면 자동으로 개방되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등
준대형 세단에서나 볼 법한 기능들이 포함됐지만, 2.0 풀옵션으로 3,405만 원을
호가한다는 점은 다른 차로 눈을 돌릴 수도 있는 내용이니 말이다.
그랜저를 더 이상 사장님을 모시는 차로 보지 않는 것처럼, 소나타도
이에 맞춰 이미지 상승을 꾀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할 수 있는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이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17 가지나 되는 옵션을 구성해 놓고 있어 차를
어떻게든 사고 싶게끔 하는 매력은 있는데, 소나타가 벌써 3천만 원을 쉽게
넘보는
패밀리 세단이 되다니 한편으로는 소나타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