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 부품 중 그래픽카드를 살 때는 가끔은 이런 고민을 겪는 경우가
있다. 어떤 제품을 사야 주위에서 잘 샀다는 소릴 들을지, 어느 제품이 가장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 등에 관한 것이다.
주머니 사정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소비자라면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인기 제품 중 하나를 고른다거나 평소 생각해왔던 제품 하나를 냅다
고르면 되는데, 예산의 범위가 한정된 소비자들의 경우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져 고민의 깊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깊어진다.
보통 그래픽카드를 산다고 했을 때 10만 원 밑으로는 무언가
성능이 부족할 것만 같고 20만 원 가까이 비용을 들이는 것은 부담을 느낀다. 해서
가격 비교 사이트 내에 정렬된 인기 제품 리스트를 보면 10만 원대에 분포한 그래픽카드를
종종 볼 수 있다. 요즘엔 이런 가격대에서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게 낫다할 수 있을까?
■ 10만 원대의 가격에 선택할 최신 그래픽카드 추려
보니...

▲ 엔비디아 지포스 GTX 750.
이만한 가격에 고를 수 있는 제품은 아마도 지포스 GTX 750 시리즈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가격 비교 사이트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카드다.
이 GTX 750 시리즈는 750 Ti와 750 이 두 가지 모델로 나뉘는데, 이
중에 가격적으로 조금 더 저렴한 모델인 '지포스 GTX 750'이 10만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비교적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맥스웰 세대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로서 이전 제품인
GTX 650보다 더 많이 팔리는 제품이기도 하다.

▲ AMD 라데온 R7 260X.
이와 비슷한 가격대에 속한 그래픽카드로는 AMD의 '라데온 R7
260X'를 말할 수 있는데, 사실 예전에는 성능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 책정돼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작년 10월 중에 나온 AMD의 제품으로선 새로운 그래픽카드가 맞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제품의 이름을 바꿔 출시했다는 '리브랜딩'이 얽히기도 했다.
출시 당시 가격도 10만 원 중후반에 이를 정도로, 제품 본연의
성능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비평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후에 나온 지포스 GTX 750의 영향 탓인지, 17~18만 원을 맴돌던 그 때 그 가격이 출시 직후 8개월이 지나선 이와
비슷한 수준인 12~13만 원선까지 내려왔다.
이제 10만 원 초반대의 그래픽카드로 지포스 GTX 750 말고도
AMD의
라데온 R7 260X가 소비자들의 가시선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 비슷한 값이라면 성능은 조금이라도 나은 게 좋지 않을까?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 1차적인 기준인 가격이 서로 비슷하다면,
분명 소비자 입장에선 그 다음 기준인 성능을 가리려 할 것이다. GTX 750이 나을까,
아니면 라데온 R7 260X가 더 좋을까? 아래와 같이 동일한 시스템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정리해 봤다.

▲ 라데온 R7 260X는 지포스 GTX 750 대비 약 10 % 정도 빠르다.
최신 버전의 3D마크로 잰 그래픽 성능에선 보다시피 라데온 R7
260X가 지포스 GTX 750보다 낫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포스 GTX 750의 성능을 100 % 비율로 잡는다면, 라데온 R7
260X는 110.7 %로 나타낼 수 있다. 다이렉트X 10 환경의 성능을 재는 클라우드 게이트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나머지 다이렉트X 9와 다이렉트X 11 환경에서의 성능은 눈에
보일 만큼의 차이를 기록했다.

▲ 게이밍 성능도 10 % 이내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위와 같이 몇 가지 게임을 테스트한 결과서도 드러난다. 배틀필드4와
툼레이더, 그리드2를 비롯한 게임에서 지포스 GTX 750을 능가하는 결과 값이 나왔다.
배틀필드4에선 GTX 750 대비 5.7 %, 툼레이더는 11.1 %, 그리드2는
10.1 % 정도 라데온 R7 260X가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테스트한 게임들이 모두 다이렉트X
11 환경을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성향의 게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3D마크에서 다이렉트X 11 부문을 테스트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특정 그래픽카드를 대상으로 한 최적화 설정 여부에 따라서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테스트한 대상 게임 내에선 라데온 R7 260X의
결과가 조금 더 좋게 나왔다.
■ 성능은 괜찮은데 소비 전력은 '어머나'
이런 라데온 R7 260X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함정이 있다면
'소비 전력'이다.

▲ 최대 부하 시 소비 전력은 지포스 GTX 750 보다 40 W 가량
더 많다.
아이들링 시 소비 전력은 지포스 GTX 750이나 라데온 R7 260X는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최대 부하 상태로 돌입했을 때는 확연히 달라진다.
GTX 750이 120 W 정도였다면 R7 260X는 이보다 40 W 더 많은 160 W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만한 소비 전력 차이는 두 그래픽카드의 TDP 수치에서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GTX 750이 55 W 인데, R7 260X는 115 W로 표시돼 있다.
GTX 750의 두 배에 달하는 열 설계 전력 수치다. 실제 최대 부하 상태서 확인한
소비 전력으론 이 차이가 조금 줄어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런 특성의 차이로 지포스 GTX 750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때는 보조 전원 커넥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슬롯에 장착하는 것으로 최대
75 W 정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라데온 R7 260X는 이 범위를 초과한
소비 전력 수준을 나타내므로, 이를 장착할 때는 보조 전원을 필히 연결해야
한다.
그야말로 라데온 R7 260X는 GTX 750 대비 성능으론 만족할 수
있어도, 소비 전력을 비중 있게 보는 소비자로선 만족키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 효율이 중요한 그래픽카드,'소비 전력' 너무 많으면
퇴물?
하지만 그렇다해서 성능에 비해 소비 전력이 높은 제품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으리란 법은 없다.
객관적으로 볼 때 라데온 R7 260X는 지포스 GTX 750 대비 좋은
성능과 착한 소비 전력을 겸비한 제품은 아니지만,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적의 성능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을 줄 수는 있어서다. 이를 짧게 줄이면 '가격
대비 성능'으로 요약할 수 있다.
R7 260X는 이런 가격 대비 성능에서 선택하기 괜찮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1 GB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라데온 R7 260X와 케이벤치는 앞서
성능 차트로 다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점수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다.

GTX 750의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100 %로 잡는다면, 라데온
R7 260X는 110 %로 나타낼 수 있다. 대상 제품인 R7 260X 1 GB 모델이 몇 종 없었기에,
상위 네 개씩 묶어서 평균가를 매겨 계산한 결과를 냈다. 이 수치는 이전에
성능 테스트로 언급했던 차이와 같다 할 수 있다.

물론 단위 전력 당 성능으로 나타냈을 때 GTX 750이 100 %, R7
260X가 83 % 수준으로 효율적인 부분에서는 좋지 않지만, 순전히 가격 대비 성능으로는
이를 앞서고 있다. 꼭 소비 전력으로 좋다 나쁘다를 가릴 제품은 아닌 것이다.
■ 그래픽카드에 원하는 게임을 덤으로 얹을 수 있다면...
이 외에도 성능과 소비 전력만으로 따지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면
아마도 공짜로 주는 게임일 것이다. 이만한 그래픽카드를 산다는 것은 위와 같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는 사용의 목적이 분명해서다. 그렇기에 이 분야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그래픽카드 선택의 조건에 포함될 수 있다.

▲ 지포스 GTX 750 구매자에겐 이 두 가지 게임의 아이템을
준다고 한다.
우선 지포스 GTX 750의 경우, 해외의 MMORPG 게임인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 AOS 장르의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Heroes of Newerth)에서
각 50 달러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주는 Free-to-play 프로모션을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해외선 이들 게임을 인기 게임으로 간주하고서 프로모션을 진행키로
결정한 모양인 듯한데, 정작 국내선 몇 번 들어보지도 못했던 게임이라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낯설다. 게임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행해왔던 특정 게임의 아이템
쿠폰을 덤으로 받은 것이라 봐야 한다.

▲ 라데온 R7 260X를 선택한다면 위의 게임 중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라데온 R7 260X의 경우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2와 툼레이더를 비롯해, 최근에 나온 작품인 씨프와
머더드 : 소울 서스펙트, 곧 출시될 스나이퍼 엘리트 3에 이르기까지 이십 여가지의 타이틀 중 두 가지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이는 AMD의 네버 세틀 포에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준비된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게임보다는 여러 게임들 가운데 소비자 취향에 맞는 게임
몇 가지를 고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소비 전력은 높지만, 라데온 R7 260X도 선택 받을 가치는
있다

그러므로 라데온 R7 260X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을 만큼
구매 가치가 어느 정도 올랐다고 정리할 수 있다.
지포스 GTX 750이 갓 나온 시기엔 라데온 R7 260X가 가격이든
소비 전력이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치 못해 구매 가치가 낮았다. 750보다
성능이 좋았다해도 무엇보다 구매로 이어지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인 '가격 대비
성능'을 만족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데온 R7 260X는 그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애초에
750과의 경쟁을 이룰 그래픽카드가 아니였는데, 같은 수준으로 가격으로 내렸다.
적당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750 대비 부족했던 가격 대비 성능을 보완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GTX 750보다 높은 소비 전력을 기록한 것은 제품 자체의 특성이라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에, 이 점이 아무래도 거슬린다면 라데온 R7 260X보다는
지포스 GTX 750을 고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만약 이 부분을 감수해서라도 라데온 R7 260X를 고르겠다면 이엠텍의
사파이어 라데온 R7 260X OC D5 1GB 제품과 같은 1 GB 용량의 제품을 선택해 보길
바란다. GTX 750을 고를 때보다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은 비좁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평소 바라던 가격 대비 성능 만은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