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개최된 컴퓨텍스에서 인텔은 그 다지 많은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예전처럼 시장을 변화시킬 새로운
플래폼을 소개하지도 못했고 현재 수준에서 좀 더 나은 제품과 기술만을 몇 가지 선보였을 뿐이다.
그래도 하스웰 리프레시로 대표되는 새로운 4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오버클럭에 특화된 코드명 '데블스 캐년'을
투입해, 신제품에 목 말라 있는 데스크탑 PC 유저들을 잠시 나마 흥분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곧 정식 판매를 앞두고 있는 코드명 '악마의 협곡(데블스 캐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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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협곡! 인텔 최초의 4Ghz 프로세서
앞서 하스웰 리프레시를 소개하며 새롭게 출시된 코어 프로세서의 차이점을 설명한 적이 있다. 기존 4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사실 상 같은 제품이고 오직 동작 속도가 조금 개선된 것이 전부라서 긴 설명도 필요 없는 제품이지만 코드명 '데블스 캐년'은 조금
다르다.
코드명 '데블스 캐년'의 대표 제품인 코어 i7-4790K 프로세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 출시 된
제품들이 3Ghz 대에서 CPU가 동작하지만 코어 i7-4790K 프로세서는 인텔 최초로 4Ghz로 동작한다.
터보부스트가 아닌 기본 속도만으로 4Ghz를 지원하고 터보부스트까지 더하면 최대 4.4Ghz로 동작해 애써
오버클럭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4Ghz로 동작하는 PC를 만들 수 있다. 동작 속도가 높아진 대신 TDP가 4W 정도 상승했지만 4Ghz를 위해
4W를 겁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고로 4Ghz라는 속도는 인텔에겐 최초지만 A사는 이미 4.7Ghz까지 동작하는 프로세서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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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웰 리프레시와 다른, 코어 i7-4790K
지금까지 인텔이 만든 K 시리즈는 일반 모델에 배수 제한만 해제한 제품였다. 베이스 클럭 대신 배율 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원하는 클럭 설정을 쉽게 한 것이 기존 K 시리즈였는데 악마의 협곡인 코어 i7-4790K는 다르다.
코어 i7-4790K는 오버클럭을 위한 배수 조절 외에도 더 높은 클럭 상승을 위해 캐퍼시터를 보강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위 사진은 필자가 입수한 코어 i7-4790K과 4790 그리고 4770K의 전 후면을 비교한 것이다. 같은
소켓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전면의 히트스프레더와 후면 접점 부분 동일하지만 후면부 중앙에 배치된 캐퍼시터 배열과 개수에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보여준 인텔의 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코어 i7-4790K은 더 나은 오버클럭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후면에 더 많은 캐퍼시터가 적용됐다.
전력을 보충하고 전달해 리플을 최소화하고 전력 공급을 안정화 시키는 캐퍼시터가 많아졌다는 것은 실제 다이로
공급되는 전력의 품질이 크게 증가한 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더 높은 클럭을 달성할 수 있다.
코어 i7-4790K의 기본 클럭이 4Ghz 인 것도 캐퍼시터 추가로 인한 전력 품질 향상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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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PTIM 개선, 온도는 낮아졌나?
앞서 소개한 캐퍼시터 부분 자료에는 NGPTIM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Next generation
polymer thermal interface material의 약자인 NGPTIM은 CPU 다이와 히트스프레더와의 접촉면에 바른 열 전달
물질을 말하는 것으로, 코어 i7-4790K에 기존 보다 열 전도율이 향상된 폴리머 계열의 써멀 그리스가 적용됐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래도 하스웰 시리즈의 기본 온도가 꽤 높은 수준이다 보니 4Ghz는 물론 그 이상의 오버클럭을 보장할
악마의 협곡 시리즈의 써멀 그리스를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써멀 그리스의 열 전도 효율이 상승하면 그 만큼 CPU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이에 대한
효과를 확인해 봤다.
필자는 코어 i7-4790K에 적용된 NGPTIM에 따른 온도 차이를 확인해 잘만의 일체형 수냉 쿨러를
사용했다. 히트싱크 두께가 엄지 손가락 정도인 인텔 레퍼런스 쿨러를 사용할 수 도 있었으나 풀로드시 코어 i7-4790K의 온도를 버텨내지 못해
일체형 수냉쿨러를 선택했으며 미묘한 온도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Prime이나 Linx 같은 스트레스 프로그램 대신 실제 작업 환경을 대응하는
POV-Ray를 사용했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하다. 10분 정도 아이들 상태에서 대기해 CPU 온도가 안정화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온도
측정을 시작, 2~3분 후 POV-Ray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시작해 종료되고 나서 다시 온도가 내려간 이후 까지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아이들 상태의 온도와 작업 중 온도, 완료 후 온도까지 한번에 체크할 수 있는데 좀 이상한
결과가 나타났다.
위의 그래프는 이전 세대를 대표하는 코어 i7-4770K와 NGPTIM이 적용된 코어 i7-4790K의 온도를
비교한 것이다. 두 프로세서 모두 정규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어 놨는데 아이들 상태에선 NGPTIM이 적용된 코어 i7-4790K의 온도가 10도
가량 낮았고 POV-Ray 작업에선 20도 가까이 코어 i7-4790K의 온도가 높게 나타났다.
아이들 상태의 온도만 보면 일전에 게재 했던 하스웰 리프레시 기사의 온도 테스트 결과와 비슷하지만
POV-Ray를 이용한 풀로드 상황에선 예상과 너무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풀로드 상황에서 실제 동작하는 속도에 차이가 크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두 제품의 최대 속도를 3.5Ghz로 맞춰서 동일한 테스트를 반복해 봤다.
아래 결과를 보자.
위에서 설명했듯이 코어 i7-4770K와 NGPTIM이 적용된 코어 i7-4790K의 속도를 3.5Ghz로
고정시킨 결과, POV-Ray를 이용한 풀로드 상황에서 코어 i7-4790K의 온도가 약 2~3도 정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 상황에서도 1~2도 정도 코어 i7-4790K의 온도가 낮았는데 충분한 쿨링 능력을 갖춘 일체형 수냉
쿨러를 이용해 측정된 결과이니 NGPTIM에 따른 실질적인 온도 차이는 1~3도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많은 이들이 NGPTIM의
효과에 큰 기대를 걸었겠지만 기대 만큼의 효과는 어려울 듯 하다.
NGPTIM 적용은 악마의 협곡 시리즈에서 처음 언급된 것이지만 이전 기사의 온도 테스트 결과와 비교해 보면
일반 하스웰 리프레시 제품들에도 적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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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협곡! 일단 5Ghz 달성, 안정화 클럭은?
인텔은 악마의 협곡이 오버클럭에 특화된 프로세서라 소개했다. 4Ghz의 기본 속도는 물론이고 4.9Ghz로 오버클럭도 가능하다며 컴퓨텍스
2014 부스에 전시까지 했었다. 메인보드 메이커들도 악마의 협곡인 코어 i7-4790K의 오버클럭 데모 시스템을 전시하며 오버클럭을
강조했었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코어 i7-4790K를 오버클럭 시켰다.
오버클럭에 필요한 메인보드는 전세계 오버클러커가 인정하는 ASUS ROG 시리즈 중 60A 페라이트 초크와
5배 이상 긴 수명과 고온에서의 수명이 20% 향상된 10K 메탈릭 캐퍼시터가 적용된 막시무스 VII 히어로를 선택했으며 오버클럭에 따른 높은
발열을 감당하기 위해 순수 공냉 쿨러가 아닌 잘만의 일체형 수냉 쿨러를 사용했다.
오버클럭은 윈도우 부팅까지는 정상 속도를 사용하고 윈도우 진입 후 인텔이 사용한 것 처럼 인텔 익스트림 튜닝
유틸리티를 이용해 전압과 클럭을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일단 안정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순수하게 일반 동작만 가능한 상태에서 코어 i7-4790K의 최고 클럭을
체크해 본 결과 CPU 코어 전압을 1.5v로 변경시켜 5Ghz 동작에 성공했다. 일부 외신에서 공냉 쿨링으로 5Ghz 동작이 가능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 찾아 봤더니 필자랑 같은 방식으로 5Ghz로 동작시켰다고 한다.
물론, CPU-Z 인증만 올렸을 뿐 필자와 같이 안정화 단계는 거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럼 실사용이 가능한 클럭은 얼마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텔 익스트림 튜닝 유틸리티가 아닌 막시무스 VII
히어로가 제공하는 오버클럭 기능을 사용해 봤는데 CPU 코어 전압을 1.39v로 조절하고 전원부 페이즈 구성을 최대로 고정, 출력 범위를
140%까지 높여 4.7Ghz 안정화에 성공했다.
4.8Ghz까진 가능해 보였으나 더 높은 전압에 따른 발열을 쿨러가 받쳐주지 못해 4.7Ghz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전압만 많이 주면 기본 동작에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LN2 같은 하드 코어 오버클러커들은 기존 보다 훨씬 높은 클럭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버클럭 전 후의 성능 차이는 위의 그래프를 참고하기 바란다. 위 그래프는 안정화 테스트 시 기본 테스트로
사용한 POV-Ray의 벤치마크 결과이며 코어 i7-4790K는 4.7Ghz 오버클럭 후 벤치마크 결과가 5.1% 정도 향상됐다. 기존 코어
i7-4770K와 비교하면 성능이 20% 가까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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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웰 리프레시 K 시리즈, H97 칩셋은 오버클럭 안된다?
인텔은 하스웰 리프레시를 위한 9 시리즈 칩셋을 내놓으며 K 시리즈가 제공하는 배수 조절 기능을 Z97
칩셋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Z97 칩셋 메인보드가 아니라면 터보부스트로 가능한 최대 배율 내에서만 배수를 조절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속도로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이 규칙을 깬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H97 칩셋 메인보드 중 ASUS가 출시한 제품들은 배수 조절이 가능한 기능이 적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H97
칩셋에서도 K 시리즈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ASUS가 판매 중인 H97-PRO 메인보드를 입수, 코어
i7-4790K의 오버클럭이 가능한가를 확인해 봤다.
ASUS H97-PRO 메인보드에 코어 i7-4790K를 장착한 후 자동으로 클럭을 향상시켜주는 EZ 튜닝
마법사 기능을 사용해 봤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자신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속도가 얼마인지, 원하는 작업과 쿨러 종류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를
높여줘 일일이 CPU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필자가 EZ 튜닝 마법사 기능을 사용해 코어 i7-4790K의 클럭을 높인 결과, 정규 속도 보다 13% 높은
속도로 동작시켰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이 메시지대로 적용된다면 4Ghz의 보다 13% 높은 4.5Ghz로 동작해야 하는데 윈도우로 진입해
클럭을 확인한 결과 4.5Ghz가 아닌 4.2Ghz로 동작했다.
CPU-Z에 나타난 최대 배율은 분명 45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속도는 4.2Ghz를 넘지 못해 H97
칩셋에서도 오버클럭이 가능하다는 ASUS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생각됐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EZ 튜닝 마법사 대신 Ai Tweaker를 사용해 직접 클럭을 조절한 결과,
4.5G가 아닌 4.2Ghz로 동작했던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원인은 Ai Tweaker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능 중, K 시리즈의 오버클럭을 가능하게 해주는 'CPU
Ratio Unlock'가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EZ 튜닝 마법사는 클럭 조절할 뿐 'CPU Ratio Unlock'를 활성화 시켜주지
못해 발생한 문제였다.
어쨌든 원인을 확인했으니 'CPU Ratio Unlock'를 활성화 한 후 다시 한번 4.5Ghz 오버클럭에
도전해 봤다.
결과는 H97 칩셋도 K 시리즈 오버클럭을 지원한다는 ASUS의 주장대로 원하는 배율대로 클럭 조절이
가능했으며 4.5Ghz로 정상 작동했다.
최대 클럭까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일단 기능 자체는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며 하드코어 한 오버클럭이
목적이 아니라면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H97 칩셋 메인보드도 괜찮은 선택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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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협곡 보다는 펜티엄 20주년에 기대
오버클럭이 잘 된다는 CPU들이 있다. 이들 CPU 대부분은 정해진 속도 보다 많게는 2배 이상의 속도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 작동이 가능한 제품들이라서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PC를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들이다.
이 기준에 따라 오늘 소개한 악마의 협곡, 코어 i7-4790K를 평가해 보면 오버클럭이 잘 된다는 CPU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 하다.
속도라는 절대 수치만 보면 기존 하스웰 4770K로도 쉽게 달성할 수 없던 속도를 가능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원래 속도와 비교하면 20%도 높이지 못했다. LN2를 이용한 하드코어 오버클러커에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공냉 쿨러나 일체형 쿨러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오버클럭 환경에선 오버클럭이 잘 되는 CPU라 말하긴 부족할 듯 싶다.
그래도 하스웰 4770K 보단 나은 결과들을 보여주니 다행이다 싶지만 자신의 쿨링 환경이 LN2가 아니라면
코어 i7-4790K 보다는 인텔 펜티엄 20주년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듯 싶다.
가격도 저렴할 것이 분명하고 배수락 해제에 기본 클럭도 3.2Ghz라서 1Ghz 이상의 오버클럭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미 정품 쿨러만으로 4.6Ghz까지 가능했다는 소식도 있으니 일체형 수냉 쿨러에 좀 더 높은 전압만 인가시키면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온도면에서도 그다지 나은 결과를 못보인...뭔가 꼼수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