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밍 PC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부품들이 여럿이다.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품이라면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메모리를 예로 들겠지만, 결정적으로
이와 같은 부품들이 장착될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골라도 무용지물이다.
바로 '게이밍 메인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통 게이밍 메인보드라
하면 단순히 게이밍 PC에 사용할 메인보드로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엔 게이밍
메인보드란 이 말이 PC 시장에서 제품을 통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성능의 게이밍 PC를 원하는 소비자로선 가격을 떠나, 게이밍을 수식하는 단어가
붙은 이런 제품들에 먼저 손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게이밍 메인보드라는 건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 게이밍
메인보드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이런 부분은 시장이 바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다. 케이벤치는 너도나도 출시되고 있는 이 게이밍 메인보드에 관해 몇 가지 의문을
풀어봤다.
■ 게이밍 메인보드, 넌 어디에서 왔니?
소비자로서 게이밍 메인보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면 우선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이 그 순서다. 비록 게이밍 메인보드로 세계 최초가 된 제품은 명명백백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본격적으로 게이밍 브랜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부터라 말할 수 있다.

당시 메인보드 제조사로는 에이수스가 처음으로 게이밍 메인보드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엔비디아의 다중 그래픽카드 환경 SLI를
최초로 지원했던 에이수스의 A8N32-SLI, 인텔 플랫폼에 대응한 P5N32-SLI
디럭스가 오버클러커 및 전문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에이수스는 게이머와
최신 기술에 민감한 사용자를 사로 잡을 수 있는 브랜드를 구상하게 됐다.
그러단 2006년에 게이머공화국이란 이름의 'ROG(Republic of
Gamers)'라는 독립 브랜드를 내세웠다.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을 기반으로 최상의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브랜드다.
이 때 나온 첫 제품이 엔포스 590 칩셋을 탑재한 M2-크로스헤어였고,
인텔 플랫폼으로 대응하기 위해 P965칩셋을 올린 코만도가 나왔다. 이를 계기로
런칭된 스트라이커와 막시무스, 램페이지, 크로스헤어에 이르는 ROG 라인업들이 9시리즈
메인보드가 출시된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영향을 받은 것인지 기가바이트도 즉각 게이밍 메인보드
개발에 나섰다. 당시 기가바이트는 CES2011에서 에이수스의 ROG에 대응하기 위한
X58 칩셋 기반의 G1 킬러 삼총사를 선보였다. G1 어쌔씬과 G1 게릴라, G1 스나이퍼
순이다. 탄창 모양의 히트싱크와 블랙 PCB, 녹색으로 포인트를 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어, 현재는 게이밍 G1과 GT, 게이밍 3 / 5 / 7, 스나이퍼로 라인업을 포진시킨
상태다.
MSI는 앞선 두 제조사들보다는 게이밍 메인보드 출시가 조금
늦었다. 2013년 4월 경이 되어서야 인텔 7시리즈 기반의 메인보드인 MSI Z77-GD65
게이밍이 나왔고 이를 칩셋 별로 점차 확대시켰다. 퍼포먼스에 준하는 칩셋 메인보드는
일반 게이밍 브랜드로, Z시리즈 칩셋과 같은 고성능 모델은 기가바이트처럼
3 / 5 / 7 넘버링을 시도함으로써 게이밍 제품을 세분화했다.
■ 이들이 게이밍 메인보드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그럼 에이수스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만든 이런 게이밍 메인보드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디자인을 포함해 눈에 보이는 외적인 특징도 마다할 순 없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기술적 요소'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 요소란
남들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내용을 말한다.
에이수스의 경우 일찍이 ROG 시리즈를 통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메인보드에 불어 넣었다. 대표적이라 말할 수 있는 독자 기능이 있다면 소닉 레이더(Sonic
Rader) 2와 키봇(Keybot)이다.

소닉 레이더는 Z87 막시무스 6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기능으로, 게임 속에서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얼만큼 나고 있는 것인지를 모니터
화면상에 레이더 형태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FPS
및 어드벤처, 비행 시뮬레이션을 비롯한 1인칭 슈팅 게임이다. 제거해야 할 적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어, 게임 진행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소닉 레이더 2에선
게임 별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컨트롤 패널을 준비해 놓았다.
키봇은 일종의 키보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역할을 한다. 메인보드
자체에 키봇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배치해 일반 키보드에서 지원할 수 없던 매크로
기능과 멀티미디어 기능, 단축 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게이밍
키보드처럼 키봇 유틸리티 내에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이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가바이트의 G1 게이밍 시리즈에선 하드웨어적으로 교체
가능한 OP-앰프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용자가 원하면 메인보드 패키지 내에
동봉된 OP-앰프로 바꿔 끼울수도 있고, 온라인 혹은 AV를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OP-앰프로 넣을수도 있다. 이는 게이밍 메인보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고급형
내장 오디오 코덱 구성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 올인원 타입의 기가바이트 앱 센터에 포함된 게임 컨트롤러(Game
Controller)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매크로 기능을 설정하는 핫
키와 포인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마우스 감도를 조정하는 스피드 컨트롤을
이용할 수 있다.
MSI는 Z87 게이밍 시리즈를 꺼내면서 '게이밍 디바이스 포트(Gaming
Device Port)'를 강조했다. PS/2 내지 USB 포트로 연결되는 게이밍 키보드와 마우스의
응답성을 최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반 타입의 커넥터보다 세 배 이상의
금을 사용해 접점율을 높이고, 최대 10 배에 이르는 내구성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고장률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했다.
■ 이름만 게이밍, 이런 제품은 문제 되지 않나?
이처럼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게이밍 메인보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게이밍 메인보드가 있기도 하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겉 멋든 메인보드'다.
눈에 보이는 주요 구성은 화려하게 치장했으면서 정작 게이밍 메인보드로서의 실속이
없다고 판단되는 그런 제품들을 말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ECS의 L337 게이밍 에디션을 말할
수 있다. ECS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보급형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만든 일종의 기획
상품이다. 고급형 내장 오디오 코덱에 전원부 모듈, 4K 출력, 다중 그래픽카드
및 디스플레이 지원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기는 하나, 사용자 입장에서 게이밍 메인보드로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다.
일반 메인보드보다 어느 정도 나은 구색을 갖추려 한 모습은
인정할 수는 있지만, 앞선 내용들처럼 기술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 제품이 게이밍
메인보드로 불릴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물론 메이저 제조사들이 출시한 게이밍 메인보드 중에서도 이
자격에 맞다고 보기 어려운 제품도 있다. 게이밍 디바이스 포트가 없는
MSI의 H87-G43 게이밍을 집을 수 있다. 기업을 위한 전략형 모델인 인텔 B85
칩셋을 기반으로 게이밍 메인보드를 만든 것도 어떻게 보면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에이수스는 애초에 게이밍 메인보드로 판매 중인 ROG 시리즈를
모두 Z시리즈 칩셋 이상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기가바이트와 MSI에 비해 선택권이
좁지만, 고사양을 추구할 게이밍 PC의 구성 부품으로선 확실한 비교 우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특징과 목적이 뚜렷한 게이밍 메인보드, 잘 알고 선택해야

위와 같이 제품 이름 자체에 게이밍이 표시돼 있다고 해서 이를
곧이 곧대로 소비자가 게이밍 메인보드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게이밍
메인보드는 그리 부를 만한 기술적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제조사의
메인보드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면서, 게임 플레이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에이수스의 소닉 레이더 2와 키봇, 기가바이트의 업그레이드
가능한 OP-앰프와 게임 컨트롤러, MSI의 게이밍 디바이스 포트가 바로 그렇다 할
수 있을 기술적 요소들이다. 폴링 레이트를 높이는 파탈리티 마우스 포트, 소닉 레이더
2와 유사한 스카우트 모드(Scout Mode)를 갖춘 애즈락의 파탈리티(Fatal1ty) 시리즈도
이런 요소에선 게이밍 메인보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오버클럭과 내구성 높은 전원부, 고급화된 내장
오디오 코덱, 세련된 디자인 구성을 한 메인보드 출시가 늘고 있어서인지, 소비자
입장에서 게이밍 메인보드를 명명백백 가리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돼 버리고
있다.
진정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이밍 메인보드를 선택하길
바란다면, 각 메인보드가 추구하고 있는 특징과 목적 파악이 우선이다. 특이하지만
뭔가 억지스럽거나 게이밍 메인보드치곤 너무 저렴한 게 아닌가 싶다고 여겨질 제품은
과감히 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게이밍 기능을 우선 순위 별로 나눠 정리해
선택해 본다면 여러분은 필시 구매 가치가 가장 높은 게이밍 메인보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