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에이... 이제 출발하면 어떡해요. 일단 마트에서 장부터 보고 있을게요."
여행의 시작이다. 지난 주 토요일(25일), 한 달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대학 MT를 떠나기로
했다. 처음엔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도 삼척을 다녀올까 했지만, 여행을 가기로 한
우리들 중엔 직장 혹은 주간 아르바이트로 바쁜 이들이 많아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가평을 택했다.
물론 가평으로 가기 전까지는 편하게 갈 수 있을 수단이 필요해
쥬크를 빌렸다. 여기서 운전 면허가 있는 사람은 글쓴이를 포함해 네 명
뿐이다. 그런데 하나는 면허를 딴 지 얼마되지 않았고, 나머지 두 분이서 차를
따로 끌고 오신다 해서 꼼짝 없이 글쓴이가 운전대를 잡았다.
■ 안 보여도 괜찮아, 카메라가 있으니까
가평을 가기 전에 먼저 들린 곳은 당연히 대형 마트다. 보통은
가평에서 가까운 마트를 찾아서 장을 보는 게 순서였겠지만, 예산을 아껴야
하는 우리들로선 가평보다 씀씀이를 아낄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아야 했다. 그래서
먼저 찾아간 곳이 야탑역에 있는 홈플러스다.


▲ 충분히 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꽉 차 버렸다.
1박 2일로 가는 데 무엇이 많이 필요하랴. 현장에서 고기와
술, 야채, 양념류와 김치, 간식 거리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20분 안에 초고속으로
장보기를 마쳤다. 날렵히 박스 포장을 하고서 우리들 가방과 짐을 옮겨 싣는데, 금새
후방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뒤가 차 버렸다.
육안으로 보이는 후방 시야가 충분했다면 오른손은 조수석 헤드레스트,
왼손은 운전대를 붙잡고서 시선은 뒤를 향하며 멋있게 후진을 할 텐데, 있는대로
짐을 싣으니 허사가 돼버렸다. 하는 수 없이 멋있어 보일 괜한 폼은 관두고서
사이드 미러와 후방 카메라 화면을 연신 봐가며 후진해야 했다.

▲ 잔혹한 시야로 한계를 만날 때, 후방 카메라의 능력이 시작된다.
■ 펜션이 어디라고? 내비게이션, 너만 믿는다

▲ 주말 아니랄까봐 가평 가는 길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쥬크에 짐을 이렇게 한가득 싣고서 다섯 명이 옹기종기 앉아
도로를 달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울을 벗어나는 길목마다 지체와 정체를 반복해서
겪었다. 뭐 당시 가족끼리 나들이가기도 정말 좋은 날씨기도 했고 주말이니 가평
가는 길이 밀릴 게 당연했다.

▲ 아침부터 신경써서 블루투스 셋팅을 했더니만...
이럴 때면 블루투스로 연결해 듣는 신나는 음악이 차로 가는
적적함을 달래는 수단이 된다. 아침에 출발할 때부터 미리 블루투스 셋팅을 하고서
어떤 노래로 골라다 놓을까 목록을 정리했는데, 막상 길을 떠나니 노래 선정이 꼭
중요하진 않았다. 차로 가는 내내 조수석이며 뒷자리서 야간 수업 때 미처
못했던 수다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 TPEG을 쓰는 내비게이션 덕에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다.
운전대를 잡은 글쓴이도 가끔 여유가 있을 때만 수다판에
꼈고 시선은 언제나 전방과 내비게이션을 향했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차가 밀리는 와중엔 더욱 신경써서 전방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사실, 가평은 글쓴이 입장에서 초행길이 아니지만 한 번
가본 길이라도 도로 상황에 따라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차가 많이 밀렸던 서울-춘천
고속도로 대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펜션에 도착하는
시간을 30분 가량 줄일 수 있었다.
■ 협상의 시작, 가평 나들이도 먹거리부터


▲ 자, 주인 아주머니와 게임을 시작하지.
펜션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건 이 장면이다. 방울
둘러 보고 하루 숙식비로 얼마를 낼 지 결정하는 순간이다. 우리들 중엔 협상에 능한
전문가(?) 덕에 주인 아주머니께서 인심 좋게 깎아 주셨다. 얼마를 깎았는지는
비밀이다. 문명에서 '옥수수를 줄 테니 다이아몬드를 가져오시오'라는 간디의 야박함
정도는 아니였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
대형 마트에서 사온 먹거리와 가방을 방 안에 풀어 헤쳐 정리하는
김에 개별로 온 일행과 같이 청평 댐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았다. 오후 한 시
반을 넘긴 시점이기도 했고 구석진 데라서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해서도
20분 정도 기다려서 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 겉은 바삭, 속은 사르르 녹는 감자전은 먹어 봐야 그 맛을
안다.
이 곳에서 먹어야 할 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직접 빚은 만두를
담가 얼큰하게 한소끔 끓인 만두 전골, 치즈 놀어나듯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감자전,
삼삼하고 향긋한 도토리묵에 목 넘김이 좋은 달큰한 동동주다. 이 정도면 임금님
수라상이 전혀 부럽지 않다.
■ 청평 댐의 여유, 저녁의 주인공은 술과 고기


▲ 적적한 청평 댐을 끼고 도로를 달리는 멋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고픈 속도 두둑히 달랬겠다. 적적한 청평 댐의 운치를
뒤로 하고 차를 몰기 시작한다. 차로 곧장 10 여분 거리에 위치한 쁘띠프랑스를 찾아가기
위함인데, 이 청평 댐 주변을 따라 나 있는 도로는 그야말로 드라이브하기 딱 괜찮은 코스다.
적당한 와인딩에 차선을 끼고 달리는 멋이 있어 쥬크의 핸들링을
시험하기 좋다. 그렇다해서 과속을 하란 말은 아니다. 굳이 시속 50 Km 이상
속도를 내지 않아도 차창 사이로 느껴지는 산들한 바람이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지럽히고 천정에 활짝 열린 선루프로 불어오는 바람마저 상쾌하다.


▲ 가평은 인파로 북적이는 곳보다 산처럼 다니기 조용한 곳이
좋다.
그런데 막상 쁘띠프랑스에 도착하면 이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1인당 입장료가 8천 원인 건 익히 잘 알려진 관광지니까 그리 나쁘지 않은데,
주차가 난관이다.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 쥬크를 굴곡이 심한 경사로에 밀착시켜 차를
붙여댔을 정도다. 입장해 들어가면 제2의 명동을 보는 것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여
도무지 여유를 즐길 수가 없었다. 차라리 가평에서 가까운 산을 갈 걸 그랬다.

그나마 우리에겐 저녁을 즐겁게 보낼 소주와 맥주, 고기가 있어
위안이 됐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사온 앞다리살과 같이 곁들일 새송이버섯을 잘게
잘라 구워내고 즉석에서 끓인 칼칼한 김치찌개와 라면, 가평의 맑고 차가운 공기는
우리의 좋은 안주 거리가 된다.
■ 아... 하루만 더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하룻 밤을 지새고 라면으로 간단히 해장을 하곤 짐을 꾸린다. 오전 열 한 시가 되기
전에 숙소에서 짐을 꾸려 차에 실어 넣는데, 곳곳에서 좀처럼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아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 춘천 방향으로 기분도 낼 겸 드라이브 하다가 먹기 좋은
닭갈비 식당을 찾으려 했지만, 차가 밀려 어쩔 수 없었다.
좌측의 좁은 길목에서 u턴을 하고 남양주 방향으로 되돌아가다
해장국 집을 들러 점심을 먹곤 각자의 방향으로 팀을 나눠 헤어지기 시작했다. 골프는
서울 방면, 스포티지는 성남 방면, 글쓴이의 쥬크는 강일과 과천을 경유해 성남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 가평을 다녀온 쥬크의 주행 거리는 221 km였다.
그렇게 강일엔 오후 한 시, 과천은 한 시 반, 최종적으로 도착한
성남엔 오후 두 시를 가리켰다. 혹시 연료는 얼마나 썼나 싶어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내용을 봤더니 4분의 1이 남아 있었다. 맨 처음 가평으로 출발한 시점이 4분의 3이었으니
대략 절반 정도 썼다고 보면 된다.
쥬크의 연료 탱크가 50 리터인 점을 고려해 소모한 연료를 대강
나타내면 25 리터로 볼 수 있겠다. 수치적인 연비는 약 9 Km 대로 판단할 수 있는데,
짐을 가득 싣고서 5인이 승차한 상황과 정체와 지체를 반복했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복합 연비(12.1 km/l) 대비 75 % 정도라 보면 된다. 어차피 쥬크는 연비보다
주행 성능을 생각하고서 탈 차라, 이 정도면 딱히 나쁘지 않다.
■ 여행가기 좋은 날, 놓치면 후회한다

이제 어느덧 11월이다. 절정을 지나는 중인 가을 단풍은
조금만 더 있으면 그냥 물 건너고 만다. 글쓴이 일행이 여행을 갔던 10월 말 당시엔
아침엔 자켓을 걸칠 만큼 쌀쌀했고, 한낮엔 입은 자켓을 벗어도 될 정도로 따뜻해
가을의 여유를 즐길 만했다.
다만 큰 일교차에 미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학생은
감기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당장은 춥지 않더라도 여러 벌 껴입을 수 있는
옷을 준비하거나 두터운 패딩, 무릎 담요 정도는 꼭 챙겨가야 한다. 가평과
같은 청정 지역은 밤이면 산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카메라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 기기를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그럼 단체로 놀러갈 때 교통 수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가평의 경우,
수도권 지하철 및 전철로 대성리역에서 내렸다가 시내 버스를
갈아타는 것으로 찾아갈 수도 있지만, 가져갈 짐이 많거나 대중 교통 이용이 쉽지
않다면 글쓴이처럼 쥬크와 같은 소형 SUV나 차를 빌려가는 방법도 괜찮다.
고기와 채소류 같은 식자재 구매 시 비용을 최소화하려 한다면
가평이 아닌 다른 지역의 대형 마트를 이용하고, 간단한 생활 용품 및 안주
거리, 폭죽을 비롯한 액세서리는 펜션 인근의 매점을 방문하면 된다. 고기 구울 때
쓰는 토치와 부탄 가스, 석쇠 같은 장비류는 펜션 차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장비를
요청해 쓰는 것이 편하며, 이와 같은 내용은 사전 연락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제라도 여행 갈 준비가 돼 있다면
올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위와 같은 가을 여행을 준비해 보길 바란다. 삭막하고 춥기만
한 빌딩 숲에 살면서 갑갑했던 이들이라면 가평이든 그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