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0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지스타(G-STAR) 2014' 게임쇼가 개최 되었다.
여전히 시행 중인 게임중독법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밸브의 스팀(Steam)을 상대로 한국어 지원 게임 심의를 요구하는 등 정부의 게임 규제 수준이 여느 국가들보다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는 과연 어떻게 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으나 결국 무사히 개최 되어 통산 10회 개최 된 게임쇼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특히 블리자드와 워게이밍,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굵직한 해외 게임사들이 불참한 상황이었는데도 2년만에 참가하는 엔씨소프트와 10년 연속으로 빠지지 않은 넥슨, 여러 게임 기업 및 단체들이 부스를 신청하여 규모는 역대 최대였다.
케이벤치에서는 지스타 2014 개최 첫날 일반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제 1전시장(B2C)을 둘러보고 간단히 현장 분위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 '리니지 이터널'로 화려하게 복귀한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한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점을 만회하기 위함인지 이번 지스타에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와 공동으로 최대 규모인 200부스를 마련해 참관객들을 맞이하였다.
부스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운영 되었는데 한 곳은 오직 신작인 '리니지 이터널'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 되어 한 번에 100명이 게임을 해볼 수 있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은 35분이었으며 진행이 막힐 때는 곁에 있는 엔씨소프트 도우미들이 도움을 주어 금세 해결하고 다시 몰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리니지 이터널은 클라우드 버전으로도 제공 되어 태블릿 PC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스에는 삼성 태블릿 PC가 배치 되어 있어서 이를 통해 직접 게임 체험이 가능했는데 당연히 모든 조작은 손가락 터치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체험 시간이 5분으로 제한 되므로 리니지 이터널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PC 버전만 체험해 보는 것이 좋다. 기대작답게 수많은 참관객들이 몰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스에는 엔트리브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H2 (가제)', '소환사가 되고 싶어', '팡야 모바일(가제)'과 엔씨소프트 '아이온'의 모바일 버전 '아이온 레기온스' 홍보 영상이 시연 되었다. 엔비디아 쉴드(SHIELD) 태블릿이 비치 되어 모바일 게임들을 직접 체험하거나 아이온 레기온스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외에 메카닉 병기를 소재로 다룬 신작 게임 '프로젝트 혼(Project HON)'은 전용 상영관에서 외부에 공개 되지 않게 홍보 영상이 상영 되었다.
■ 체험 부스가 없다고? 참관객들을 당혹케 한 넥슨



엔씨소프트 다음으로 많은 규모인 180부스로 참가한 넥슨은 부스를 세 곳으로 나눠서 운영했는데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방식으로 참관객들을 맞이하였다. 주력인 PC 온라인 게임 부스에서는 시연 PC를 단 하나도 준비하지 않고 홍보 영상만 공개한 것이다.
국내 최대 게임 업체인 것은 물론 지난 9년간 수많은 게임들의 시연 부스를 준비해 왔던 넥슨이 돌연 PC 온라인 게임들을 멀티미디어 감상 전용 부스로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의아한 일이었는데 참관객들 역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구성 때문에 사은품인 게임 쿠폰을 받은 후에는 다시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서든 어택 2'와 '메이플 스토리 2', '공각기동대 온라인', '페리아 연대기' 등 신작들을 직접 체험하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 게임 부스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신작 게임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 되어 차이를 보였다. 시연 된 모바일 게임들은 TCG '마비노기 듀얼'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광개토대왕', 액션 RPG '영웅의 군단: 레이드' 등이며 아이패드를 통해 부스에 마련 된 자리에 앉아 일정 시간 즐겨볼 수 있었다.

나머지 부스에서는 '서든 어택 2'와 '메이플 스토리 2' 등 신작 시연과 게임 대회 및 이벤트 진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대가 비었을 때는 참관객이 없어서 한산한 편이었다.
■ 게임 하나에 올인한 액토즈소프트와 엑스엘게임즈


중견 게임사인 액토즈소프트 부스는 오직 '파이널 판타지 14 온라인 A REALM REBORN (이하 FF 14 온라인)'을 홍보하는 형태로 구성 되었다. 부스는 직접 게임을 접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과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콘텐츠 및 관련 상품이 전시 된 공간, 퀴즈 쇼와 코스츔 플레이 쇼 및 여성 모델들의 공연이 진행 되는 무대로 나뉘어 운영 되었다.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강세인 국내에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MMORPG의 기본 요소를 충분히 갖추었고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 특유의 캐릭터성이 녹아 있기 때문에 체험 공간에는 꾸준히 참관객들이 몰렸고 무대 이벤트도 인기를 끌어서 부스는 붐비는 편이었다.


아키에이지의 제작사 엑스엘게임즈 역시 게임 하나로 지스타에 나섰다. 바로 '문명 온라인'이다. 원작 시리즈와 달리 MMORPG이기 때문에 게임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전략과 자원 요소를 활용하는 점으로 차별화 시키고 유저 진입 장벽을 낮췄기 때문에 많은 참관객들이 방문하여 체험하고 가는 부스 중 하나였다.
부스 내 설치 된 무대에서는 여성 모델들의 게임 캐릭터 코스츔 플레이와 퀴즈 쇼 등이 진행 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 PS4의 강세는 지스타에서도 이어진다, SCEK



마이크로소프트와 지난 해에 참여했던 한국닌텐도마저 불참하면서 비디오 게임은 아예 기대하지 못하는 것인가 생각한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SCEK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참가하여 지스타 2014에서 참관객들은 다양한 비디오 게임들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신작 몇 가지만 체험할 수 있게 준비한 다른 곳들과 달리 SCEK는 총 45개의 게임을 PS4와 PS VITA로 즐길 수 있도록 부스를 구성해 순수하게 게임을 바라고 온 이들을 만족스럽게 해주었다.

SCEK 카와우치 시로 대표(제일 우측)와 국내 PS 플랫폼 게임 개발사 대표들
부스 한켠에 마련 된 무대에서는 지스타 전시장 개장 후 얼마 뒤 개막식이 실시 되었으며 SCEK의 카와구치 시로 대표와 SCEJA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재팬아시아)의 오다 히로유키 부사장이 참석해 유저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또한 PS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 중인 국내 게임사로 블루사이드(BLUESIDE), 조이시티(JOYCITY), 네스토스(Nestoss), 스마일게이트(Smilegate), 콰트로기어(QuattroGear), 자이네스(XINESS) 등이 소개 되었으며 SCEK 부스에서는 네스토스의 '제임스의 유산(James’s Legacy)'과 콰트로기어의 '블랙 위치크래프트(Black Witchcraft)', 자이네스의 '엔더 오브 파이어(Ender of Fire)'가 시연 되었다.
■ 게임 시연보다는 볼거리로 즐겁게 해주는 헝그리앱


게임 커뮤니티 헝그리앱(모나와)은 특정 게임 홍보보다는 부스 내 설치 된 무대를 통해 참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하여 눈길을 끌었다.
지스타 2014 첫날에는 '하스스톤' 리그 결승전와 대정령과 머독 팬 미팅이 개최 되었으며 참관객들이 참여하는 퀴즈 쇼와 게임 대결이 실시 되었다. 11월 22일에는 '게임 오브 워-파이어 에이지' 홍보 모델 케이트 업튼 팬 미팅과 '스타크래프트' 선수들 팬 사인회, 23일에는 걸스데이 멤버 혜리의 팬 사인회가 개최 될
예정이다.
디앱스게임즈, EA KOREA, 네오위즈게임즈, SK네트웍스서비스, 네오아레나의 모바일 게임 신작 체험 부스도 운영 되어 참관객들이 방문하였지만 무대의 메인 이벤트 비중이 훨씬 커서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 엔비디아, 오큘러스VR, ASUS 등 하드웨어 업체도 참가


게임사 외에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지난 해에도 참가했던 엔비디아와 오큘러스VR이 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980이 사용 된 하이엔드 게이밍 PC와 오큘러스 리프트로 최신 PC 게임을 즐기는 체험 부스와 각종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쉴드 태블릿 체험 부스를 마련하였다.

오큘러스VR 부스에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비치 되어 참관객들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최신형인 크레센트 베이가 아니라 DK2 버전이어서 착용자가 머리를 360도 회전해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아직 대중화 되지 않은 가상현실 기술을 많은 이들이 체험해 보기에는 충분했다.

그 외에 엔씨소프트 부스에서는 인텔이 하스웰 리프레시 프로세서와 최신 SSD가 탑재 된 게이밍 PC 및 노트북 등을 시연하였으며, 스틸시리즈의 게이밍 마우스와 헤드셋, MSI 게이밍 노트북도 비치 되어 살펴볼 수 있었다.


액토즈소프트의 FF 14 온라인 체험 공간 한켠에는 ASUS의 Z97 칩셋 기반 세이버투스 및 ROG 메인보드로 구성 된 시스템이 전시 되었으며 소니코리아는 SCEK 부스 내에 디지털 카메라와 엑스페리아 Z3 시리즈 등을 전시하고 현장에서 할인 판매를 실시하였다.
■ 쉬어갈 수 있는 보드 게임, 레트로 게임 부스

주요 게임사들의 부스를 한 번씩 돌고나면 녹초가 되기 마련인데 그럴 때는 보드 게임 부스에 가보는 것도 좋다. PC나 스마트폰 없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다른 일행과 보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의외의 즐거움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한 마치 게임센터에서 볼 수 있는 스티커 사진 촬영관과 뽑기 게임기, 추억의 게임 버블보블, 각종 건담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부스 등에서 많은 참관객들이 방문해 관심을 보이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위기 속에서도 구색을 갖추는 데 성공한 지스타 2014

다른 것은 몰라도 블리자드가 불참한다는 사실로 인해 올해 지스타에 과연 볼거리가 있을까 하고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엔씨소프트가 신작을 준비해 참가하고 PS4를 통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소니가 SCEK로 참가해 다양한 게임을 선보여 게임쇼로서의 가치를 잃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스타 2014 개막일은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국내 출시일이기도 한데 국내 최대 게임쇼에서 그런 대작에 대한 정보를 코빼기도 접할 수 없다는 점은 게이머 입장에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매해 지스타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 역시 첫날부터 사람들이 가장 오랫 동안 붐비는 곳은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은 여성 모델들이 출연하는 포토존이나 이벤트 현장이었기 때문에 남녀노소 방문하는 게임쇼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씁쓸한 기분이 들게 된다.
비록 아쉬움은 있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GAME IS NOT OVER)'라는 슬로건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구색을 갖추었으므로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방문해 여러 가지 게임을 체험하고 즐거움을 만끽해 보기를 바란다.
부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