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토부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서 2014년 자동차안전도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국내의 인기 차종인 올 뉴 쏘렌토와 폭스바겐의 골프, 르노삼성의
QM3를 비롯해 총 13종의 국산 및 수입 차량이 테스트됐다. 이 중에 제네시스(96.6점)가
테스트한 차량 중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선정됐으며 그 뒤를 올 뉴 쏘렌토(92.1점),
올 뉴 카니발(91점)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테스트 결과 중 의문이 생긴 일부 차종이 있었다. 그
중 르노삼성의 QM3가 가장 두드러졌다. 분명 유로엔캡에서 테스트한 QM3(르노 캡터)의
결과는 별 다섯 개를 받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평가됐는데, 국내선 QM3가 5등급을
받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글쓴이는 궁금했다.
■ 2014년 자동차안전도 평가, 무엇이 의문스러웠나? |


2013년도 유로엔캡의 QM3 테스트 자료에선 정면
충돌 시 운전자는 거의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나왔는데, KNCAP의 테스트 자료에선
운전자의 심각한 머리(두부) 상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Poor)으로 조사됐던 것이다.
측 기둥 충돌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에서도 두 기관이 표시한
QM3의 결과는 달랐다. 유로엔캡의 경우 측 기둥 충돌 시 상체와 요추 부위에 보통(Marginal)
내지 미흡(Weak) 판정이 나왔는데, KNCAP에선 측 기둥 충돌을 만점(2점)으로 평가했다.
그나마 측면 충돌과 후방 충돌에서만 비슷한 성향의 판정이 나왔을 뿐이다.
당시 국내서 진행된 2014년 자동차안전도 평가는 르노삼성 측
엔지니어가 참관한 자리에서 진행됐고 QM3의 결과에 관해서도 바로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쓴이는 유로엔캡과 KNCAP간 서로 다르게 매겨진
QM3의 평가에 관해 르노삼성 측의 입장을 확인해 봤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QM3는 유럽 지역에서 차량의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된 차량인데, KNCAP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평가 기준과 최종 등급을
산정하는 기준이 달라서 다소 낮은 등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로엔캡은 부문 별 점수를 더한 총점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지만, KNCAP은 2013년 이후 가장 저평가된 내용을 기준삼아 등급을 산정한다.
르노삼성 측의 설명은 부문 별 평가 점수를 합산해 등급을 매기면 3등급에 준하는
등급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론 평균 이상의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르노삼성은 "국내서 안전도가 5등급으로
나왔다하여 QM3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에 판매된 QM3도
충분한 안전성을 입증받은 차량이고, 11월 3월 이후 QM3의 출고분부터 4등급으로
재산정되기도 했다"면서 "QM3 고객들이 이를 아쉬워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면 개선점을 내부적으로 한 번 검토해 볼 것"이라 밝혔다.
같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QM3일텐데 어째서 유로엔캡과
KNCAP이 평가한 결과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을까?
■ 유로엔캡과 KNCAP의 평가 기준, 알고 보면 달라 |


두 기관에서 평가한 항목 중 정면 충돌과 측 기둥 충돌, 측면
충돌의 기준을 비교해 봤다. 먼저 유로엔캡은 정면 충돌 시 기준 속도를 64 km/h,
KNCAP은 시속 56 km/h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로엔캡이 제시한 정면
충돌 기준은 가로 54 cm, 높이 1 m 규격의 장애물을 운전자석으로 40 % 오버랩시킨다는
것이다.
참고로 KNCAP의 정면 충돌은 특이 장애물 없이 정면의 콘크리트
격벽을 그냥 들이받는 것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로엔캡의 정면
충돌과 KNCAP의 부분 정면 충돌은 장애물을 이용해 격벽으로부터의 충격량을 상대적으로
감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KNCAP의 정면 충돌은 충격을 감쇄시켜 줄 수 있는
특이 장애물이 없다. 이런 부분에서 같은 차량이라도 평가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KNCAP의 부분 정면 충돌 기준과 같다(장애물 규격은 별도
표시 없음)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해도 유로엔캡이 평가한 QM3(르노 캡터)는 하체에
아무런 상해가 없다(Good)고 평가한 반면, KNCAP은 좌측 하지에 양호(Adequate),
우측 하지에 보통 판정을 내렸다.


측 기둥 충돌은 어떨까? 29km/h의 속도로 차량을 부분 충돌시킨다는
점은 같은데, 그림에서 묘사한 충돌 위치가 다르다. 유로엔캡에선 기둥이 B필러보다
다소 앞쪽, KNCAP은 정확히 B필러를 충돌시키는 것이다. 다만, 유로엔캡은 이 부분에서의
충돌 영상을 공개했고, KNCAP의 QM3 측 기둥 충돌 영상은 아직 등록되지 않은 상태(예시
영상만 있음)다.


그렇다면 서로 유사성을 보였던 차 대 차 측면 충돌은 어떨까?
유로엔캡에선 50 km/h, KNCAP은 55 km/h의 속도로 구조물을 충돌시킨다는 점에선
비슷한 내용을 보이는데, 유로엔캡은 충돌 차량의 구조물 규격(깊이 50 cm, 폭 1.5
m)과 R-포인트(승차 시 엉덩이와 평행선을 이루는 부분)를 중심으로 가격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웠는데, KNCAP에선 차량 구조물의 규격이 명확히 표시돼 있지 않다. 그림상으론
비슷하게 묘사돼 있지만 말이다.

충돌 시 사용하는 더미가 달라서 이런 평가가 나온 건 아닐까?
유로엔캡에선 정면 충돌의 경우 하이브리드3, 측면 충돌 및 측 기둥 충돌용으론 ES-2,
KNCAP에서도 정면 충돌 시엔 하이브리드3, 측면 충돌 시 ES-2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형은 두 기관 모두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특정 상황에만 대비한 차량 제작사의 문제는 아닐까? |
과거엔 이런 문제로 기사가 오르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현대차의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사양이 같지 않다는 논란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모 매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반떼 MD의 뒷좌석 도어에
들어가는 임팩트 바(Imapct bar)의 수가 내수용은 한 개, 대미 수출용은 두 개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잘 나타나 있다. 임팩트 바는 측면 충돌 시 차량 내 운전자와
승객이 받는 충격량을 감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앞서 충돌 테스트 시 콘크리트 격벽
앞에 설치한 장애물을 임팩트 바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백도 마찬가지다. 수출용 차량엔 4세대 모델인 어드밴스드
에어백(Advanced Airbag), 내수용 차량엔 일부 고급 차종을 제외하곤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장착되지 않거나 아예 두 세대 전 모델이면서 저렴한 디파워드 에어백(de-powered
airbag)이 장착되기도 한다. 본디 자동차의 안전 사양은 판매국과 옵션 여부를 막론하고
공통적이어야 하는데 흡사 현지 기관의 평가 기준을 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차량을 제작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 국내서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저평가된 QM3의 경우는 어떻다고
볼 수 있을까? 일단 스페인 르노 공장에서 양산되는 유럽산 수입차라는 점에선 내수와
수출용의 차별 논란은 접어둘 수 있는데, 차종 특성에 따라 다른 에어백 전개 방식,
유로엔캡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콘크리트 격벽 정면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평가가
엇갈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KNCAP의 정면 충돌 영상을 봐서 알겠지만 QM3는 에어백
전개로 운전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더미의 머리가 뒤로 심하게 젖혀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2등급으로 평가된 기아차의 쏘울은 동일한 평가 항목에서 머리가 뒤로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에어백이 전개되는 모양새도 다르다. QM3는
물방울 모양으로 한 곳에 쏠렸다 펼쳐지는가 하면, 쏘울은 가장자리까지 한 번에
펴지는 확산 형태를 띤다.
이 때문에 서로 비슷한 차급으로 볼 수 있을 쏘울은 KNCAP에서
2등급, QM3는 5등급 판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유로엔캡에서
안전한 차량이라 발표해도 유로엔캡에 없는 KNCAP의 충돌 시나리오로 인해 차량의
최종 안전도가 낮아진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 차량 제작사, 안전 규정만 넘기면 된다는 의식은 버려야 |

유로엔캡과 KNCAP, IIHS 등 공신력이 높은 기관에서 차량이
안전하다고 인정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차량 제작사가 인용해 광고하는 차량의 안전도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일부러 사고를 내지 않는 이상은
운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이들의 테스트를 거의 신뢰한다.
하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이들 기관이 미처 규정하지 못한 충돌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예컨대, 눈길에서 제동력을 잃고 미끄러져 1차 충돌이 있었는데,
후미서 따라오던 차량이 미처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 받아 누적되는 연쇄
충돌, 고가를 건너다 구조물을 충격해 다리 아래로 굴러 떨어져 전복된다던지 이런
상황은 아직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그나마 일반 운전자들이 흔하게 겪는 충돌 패턴과 사고 빈도를
분석해 이를 재연하여 몇 가지 부류로 추려 차량의 안전도를 보기 쉽게 수치화시켜
나타낼 뿐이고, 차량 제작사들은 이 결과를 참조해 조금 더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기관에선 있을 수 있는 사고 패턴에 따라 테스트
항목을 추가하고 차량 제작사에선 사고 예방을 돕는 기능과 차체 재설계를 통해 안전성
확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 차량 제작사가 만약 특정 기관의 안전 기준을 턱걸이
할 목적으로 차를 만든다면 소비자는 기관과 제작사 모두 신뢰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고 만다. 대체 누굴 믿고 안전한 차를 사야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소비자가 겪지
않아도 될 걱정을 만들지 않게끔, 앞으로 차량 제작사들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도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M3오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