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60은 볼보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프리미엄 세단 중 하나다. 국내선 디젤 라인업인 S60 D2와 D4, 가솔린 라인업으로 S60 T5가 판매돼 왔는데,
지난 10월부터는 아예 스포티한 모습의 R-디자인으로 볼보가 한층 멋을 부렸다.
그래서 이번에 국내에 새롭게 출시된 차량이 볼보 S60 T5 R-디자인이다.
정면의 R-디자인 뱃지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S60보다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모습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런 차라면 조건에 맞게 와인딩 로드를 적당히 달려주는 것이
어울렸겠지만, 이렇게 탈 차라면 누가 봐도 뻔한 이야기라 재미가 없다.
글쓴이는 이 차를 시승하면서 특별한 모험을 준비했다. 이미
경기도 지역을 위주로 2백여 km를 주행한 상태서 바로 성남에서 대구까지 3백 km 이내의 장거리 밤샘 운전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래는 조금 일찍 출발하려 했지만,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도 직접 바래다 줄 겸 오가다
보니 어느새 토요일 새벽 한 시 반이 됐다.
■ 01:30 - 도착 예상 시각은 새벽 다섯 시, 캔커피로 피곤을 달랜다 |

크리스마스를 갓 넘긴 고요한 밤, 모두들 바래다 주고서 따뜻하게
데워진 편의점 캔커피를 마시며 지니 맵을 켰다. 목적지로 가는 추천 경로를 누르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대략 3백 km 언저리다. 차라리 이 모험을 접고
편하게 자다 나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었지만, 그러기엔 대구서 보낼 남은
주말이 아까웠다. 그냥 속절없이 내려가기로 했다.

도착 예상 시각은 새벽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어차피
급하게 내려갈 게 아니니 계기판 디자인을 에코(Eco)로 바꿨다. 참고로 볼보의 S60
T5 R-디자인은 방향 지시등 레버 끝의 OK 버튼과 안쪽의 돌림 레버, 리셋
버튼을 이용해 계기판 테마를 바꿀 수 있다. 기본값은 푸른 컬러의 엘레강스, 아래의
퍼포먼스는 엔진의 rpm을 강조한 디지털 속도계가 나타나는 셋업이다.
테마를 에코로 바꿨으니 차량 주행 모드 역시 에코로 바꿨다.
우측 공조 장치 사이에 있는 Eco+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계기판에 ECO가 표시되며
연비 주행 모드로 전환됐음을 알린다. 글쓴이는 기존에 트립으로 기록된 연비와 주행
거리를 초기화하고 시트 열선을 켠 상태서 곧바로 깜깜한 고속도로 여정에 올랐다.
■ 02:30 - 서두를 필요 없다, 찬 바람 맞으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

아무도 달리지 않는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보고 있으면 과속을
하고픈 충동이 생기겠지만, 이번 시승의 목표는 이런 게 아니다. 어둠이 짙은 고속도로를
뚫고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쓴이는 서울 요금소에서 고속도로 통행증을 받고서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켰다. 스티어링 휠을 손에서 떼지 않고도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는 것으로 활성화된다. 당시 경부선을 주행하고 있던 중이었으니 제한
속도는 바로 아래의 +/- 버튼을 이용해 100 km/h로 맞췄다.
차량 통행이 드물 수 밖에 없는 시각이라 전방의 안전 거리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도 맞이할 수 있으니 최대한 멀리
잡아뒀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같은 차선의 저속 주행 차량 혹은 후미등이 들어오지 않는 화물 차량 등을 감지해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졸음 운전에 대비하기 위해 히터는 따로 틀지 않았다. 오히려
운전석
창문을 살짝 열거나 썬루프를 개방하는 것으로 차량의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도록
했다. 사탕과 껌류를 비롯한 단 것을 먹는다해도 따뜻한 히터와 편안한 시트 앞에선
장사가 없다. 틈틈이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것으로 운전의 무료함을 달랬다.
■ 03:00 - 잠깐의 무의식, 차선 이탈 경고가 켜지며 운전대가
잡힌다 |

영동선 여주 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중부내륙선에
합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환기를 위해 내렸던 창문을 올려 닫고 열선 온도를
하나 더 올렸더니 찬 바람에 시리던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터널을 지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운전대가 푸르르 진동을 일으키며 알아서 위치를 보정하기 시작했다.
계기판상에 차량의 앞바퀴가 우측 차선에 걸쳐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차는 분명 제 차선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경고 메시지가 뜨자 얼른 정신을 차려 올렸던 창문을 다시
살짝 내렸다.

지난 번 볼보 XC70 D4를 시승했을 적엔 단순히 차선 이탈 경고
개념의 신호음이 나타나고 이게 누적되면 운전자에게 휴식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띄웠는데, 이번에 시승하게 된 S60 T5 R-디자인은 그렇지 않았다.
S60의 필수 안전 기능 중 하나인 차선 유지 기능(Lane Keeping Aid)이 작동한 것이다.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을 넘어가면 이런 안전 기능이 금방 동작해
운전자가 제 주행 차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방향 지시등을 점등한 방향으로 차선을
넘어가면 이 기능의 동작이 일시적으로 해제되고 차선 변경 완료 후 점멸하면 다시
차선 유지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가 된다.
■ 04:00 - 선산휴게소까지 2백여 km 달렸더니, 중간 연비는
13.9 km/l |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중부내륙선 제한 최고 속도인 110 km/h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걸고서 부지런히 내려가니 금방 고속버스 환승 센터가
위치한 선산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으로 목적지까지 딱 100 km 정도만 남은
상태다.

이만한 거리를 과속 한 번 없이 거의 균일한 속도로 주행했으니
고속도로 연비로 10 km 중후반대는 나오지 않았을까 기대했다. 헌데 막상 확인해
본 평균 기록은 13.9 km/l였다. 이 차의 복합 연비가 11.7 km/l, 그 중에 고속도로
연비가 15 km/l로 표시된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아주 일부 구간만 최대 20 km/l에 이르는 연비가 나왔고 대체로
13~15 km/l 분포에 걸쳐 있었다. 2.0 리터의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기어트로닉
자동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이 구성된 차량으로선 무난한 결과다.
그럼에도 일부러 연비 주행 모드로 ECO+와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했다는
점에선 글쓴이 입장에서 아쉽게 평가된다. 영하 5~10도 범주의 환경에서 주행했던
것이라 이런 연비 주행 조건이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상쇄됐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05:22 - 끝이 보인다,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를 했더니... |
선산 휴게소에서 20~30분 가량을 쉬고서 경부선과 대구부산선
순으로 합류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속도를 다시 100 km/h로 맞추고 50여분을
달리니 마침내 수성IC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약 5 km가 남은 상태였다.

수성IC 요금소에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정산하고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해 바로 한 컷을 담았다. 평소 시간대라면 고속도로 진출입 차량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겠지만, 토요일 새벽 다섯 시 반을 가리키던 이 날만은 한적했다.


집 앞에 도착해 트립상 기록된 주행 거리를 확인해 보니
성남에서 대구까지 286 km, 누적된 주행 거리는 5백 km로 표시됐다. 평균 연비는
성남에서 대구까지가 14.1 km/l, 앞서 2백 km를 합친 내용으론 11.4 km/l로 나타났다.
선산 휴게소보다 연비가 일부 높아진 것은 크루즈 컨트롤 목표 속도가 110 km/h에서
100 km/h로 낮아진 것에 따른 영향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 절차로 후방 카메라 이미지와 주차 센서에 의존해 안전하게
주차를 했다. 이 차엔 자동 주차 기능도 내장돼 있었는데 평행 주차만 가능했다.
T자형 주차도 지원했더라면 이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가 됐을텐데 아쉬운대로 주차를
진행했다. 이때 관찰할 수 있는 후방 카메라 이미지는 기존 차량들보다 광각으로
표현돼 눈으로 보이는 왜곡이 다소 심하다.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니 좌우를 꼼꼼히 살피길
바란다.
■ (일) 15:42 - 다시 성남으로... 셀프 주유를 하고서 친구를
태웠다 |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성남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러기 전에 시내를 40 km 정도 주행하고서 근처의 셀프 주유소를 찾아가 기름을
넣기로 했다. 좌측 하단의 주유구 버튼을 누르면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우측 뒤의
주유구가 열린다.
주유 캡은 분실 방지용 고리가 주유구에 연결된 구조를 이룬다.
주유가 끝나는대로 캡을 잘 닫고서 주유구를 원 위치시키면 되는데, 캡을 헐겁게
고정한 경우 차량 자체의 진단 장치에서 엔진 점검 경고등이 점등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운전자 입장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성남으로 차량을 가져가 반납할 만큼의 연료(25.6 리터)를 채운
뒤,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친구를 태우러 경산역에 들렀다. 혼자 올라가면 심심하니
이왕이면 네 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같이 보낼 말동무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윽고
수성IC와 대구부산선 대구 요금소를 거쳐 다시 280 km에 이르는 머나먼 여정이 시작됐다.
■ (일) 16:56 - 차가 밀려 거북이 걸음, 페달은 떼고 운전대만
붙잡았다 |

막날이라 고속도로엔 많은 차량들이 몰려도 경부선의 상황은
그나마 괜찮았다. 문제는 구미서 합류를 시작한 중부내륙선이었다. 왕복 4차선 구조의
도로라서 낮시간대 주말이면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 많다. 서울 방향으로 돌아가는
차량이 어찌나 많던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목표 속도를 110 km/h에 맞춰도 그만큼
달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차가 밀릴 땐 운전자의 발목이 뻐근해지기 쉽상인데,
스스로 전방 차량을 감지하고서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덕에
운전자가 할 일은 그저 운전대를 붙잡는 일 뿐이다. 페달에 굳이 발을 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가속과 브레이크를 조절한다.
완전히 정차했다 출발하는 경우라면 S60 T5 R-디자인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서 지원하는 큐 어시스트(Queue Assist) 기능으로 3초 후 자동
출발이 진행되는데, 이 때는 운전자가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줘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의 동작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단,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대기 상태로 전환된다.
■ (일) 21:00 - 총 850 km의 장거리 운전, 시트가 편해서인지
덜 피곤해 |


어차피 차가 밀려 천천히 가게 될 것을 생각해 내려갈 때보다
느긋하게 운전했더니 성남에 도착해 최종적으로 주차한 시각은 오후 아홉 시를 가리켰다.
총 주행 거리만 850 km에 이르는 장거리 운전이었는데도 목이
뻐근하거나 일부 관절이 저리는 현상이 없었다. 긴장하면서 운전할 상황 자체가 그다지
없기도 했고 천공 기법으로 제작된 스포츠형 가죽 시트의 착석감이 좋아 장거리 시승
중에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차량 특성에 따른 서스펜션의 영향으로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나거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면 살짝 출렁이지만, 이로 인한 차체의 반동은 상당히 억제돼
있다. 보통 스포츠 셋업을 한 세단을 타면 승차감에서 타협이 되다 만 듯 어중간한
느낌 때문에 익숙지 않은데, 운전자와 동승객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스포츠형 가죽 시트가
이를 어느정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 겉으론 스포츠형 세단, 타 보면 장거리도 편한 차 |

이처럼 볼보 S60 R-디자인 T5는 겉으로 보면 눈에 띄는
스포츠형 세단인데, 막상 타 보면 편안하게 느껴지는 프리미엄 세단이다. 스포츠형으로
모습을 꾸미느라 외장과 실내 구성에서 세련된 장식이 더해져 기존의 S60 보다도
고급스레 다듬어졌다.
하지만 착각해서 안 될 내용이 있다면 이 차가 바라는 지향점이다.
겉으론 이런 셋업을 보고서 보여주기용으로 속도를 내고픈 충동이 생기지만, 짧은
거리의 와인딩 로드를 달려본 글쓴이 입장에선 어딘가를 향해 쏠 차는 아니였다.
볼보의 S60을 상징하는 대표 색상인 레벨 블루와 간드러지는
19 인치형 다이아몬드 컷팅 휠, 고급스런 알루미늄 장식은 한 번쯤 일탈을 꿈꾸는
운전자들의 기분내기에 어울린다. 수치상 동력 성능은 기존의 S60 T5나 BMW 528i를
비롯한 일반 가솔린 세단과 크게 다를 게 없어서다.
이 차의 판매 가격은 5,250만 원으로 기존의 S60 T5과는 5백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다른 길을 걷는 말그대로 프리미엄 모델이기에 경쟁 대상을
대놓고 언급할 수 있는 차량은 아니다. 안전에 대한 신뢰,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색다른 스타일을 원했던 운전자라면 이 차를 한 번 고려해 볼 수는 있겠다.
스포츠형 모델치곤 시트도 무척 편하니 이 차를 접할 기회가 온다면 많은 시간을
들여 타 보길 바란다.
연비도 나쁘지 않고 시트도 편하면서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에코 모드 등 장거리 운행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네요.
가성비, 안정성, 스포츠 세단, 장거리 주행 등 고전적인 스타일과 색다른 스타일을 원한다면 이 모델 괜찮을듯 싶네요.
얼리어답터 볼보 S60 T5 R-디자인 시승기
http://www.earlyadopter.co.kr/9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