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래픽카드와 관련한 한 통의 소비자 제보를 접했다.
가짜 그래픽카드가 부활했다는 내용이었다. 가짜 그래픽카드는
그래픽카드의 GPU 칩 제작사가 밝힌 공식 제원에 못 미쳐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제품을 말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영화 타짜에서 말하는 '밑장 빼기'다.
기사 링크 1 : 소비자를
기만했다, PC 시장에 출현한 '가짜 그래픽카드' 주의보
기사 링크 2 : 급속도로
번지는 '리마킹 GPU', 몰랐던 가짜 그래픽카드의 진실은 더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에도 케이벤치는 보드나라와 공동으로
일부 판매사의 지포스 GT 630부터 시작해서 GT 610, GTX 550 Ti, GTX 650에 이르기까지
가짜 그래픽카드로 추정되는 제품을 검증해 문제를 확인한바 있다. 칩 제작사 엔비디아를
대리한 한국 지사인 엔비디아코리아와 직접 인터뷰도 하고, 당시 예상치 못했던
가짜 그래픽카드 유통에 관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다시 벌어졌다.
제보로 확인된 그래픽카드는 엠탑코리아가 판매 중인 지포스
GT 730 D3 1GB LP다. 지난 2월에 출시된 제품이고 현재 국내의 PC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다. 이미 모 블로그의 게시글로 가짜 그래픽카드 의혹을 접한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서 못 팔게 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을 남긴 상태다.
글쓴이는 이 제품의 상품 정보를 살폈다. 그래픽카드에 사용된
GPU 칩의 쿠다코어가 48 개, 코어 클럭은 810 MHz다. 벌써부터 냄새가 난다. 국내엔
세 가지 버전으로 GT 730 그래픽카드의 GPU 칩이 공급되는데, 엔비디아가 밝힌 공식
제원엔 이 내용과 같은 GT 730이 없다.
본래 지포스 GT 730은 초기형 모델인 페르미와 후기형 모델인
케플러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제품에 따른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페르미
GPU를 쓴 제품이라면 쿠다코어가 96 개에 코어 클럭이 700 MHz, 케플러 GPU를
이용했다면 쿠다코어가 384 개에 코어 클럭이 902 MHz 이상으로 표시돼야 한다.
이 기준대로면 문제의 그래픽카드는 페르미 지포스 GT 730의
딱 절반 수준이다.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이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 문제의 GT 730, 실제 제원 확인해 보니 |
케이벤치는 해당 제품을 직접 공수해 GPU-Z로 제품 정보를 확인했다.
표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품 정보대로 쿠다코어가 48 개,
코어 클럭은 810 MHz로 표시됐다. 일반 소비자였다면 이런 확인 절차 없이 지포스
GT 730이라 인식해 해당 제품을 사용했을 것이다. 제원상 지포스 GT 730으로 시장에
팔리면 안 될 제품을 말이다.
문제된 그래픽카드 GPU는 오히려 아랫급인 지포스 GT 610의 공식
제원에 가깝다. 쿠다코어 갯수와 코어 클럭이 정확히 일치한다. 메모리도 원래는
1,800 MHz(실 클럭 900 MHz) 로 동작해야 맞지만, 이 그래픽카드의 메모리는
더 낮은 클럭인 1,333 MHz(실 클럭 667 MHz)로 표시돼 있었다.
위 제원대로 공급될 제품이었다면 지포스 GT 730이 아닌 GT 610으로
판매됐어야 할 제품이다.
■ 정상 그래픽카드와 비교한 성능, 그 차이는? |
▲ 조텍코리아(좌)와 엠탑코리아(우)의 지포스 GT 730 D3 1GB
LP. 겉보기엔 거의 비슷하다.
정상 그래픽카드로 판매되고 있는 조텍코리아의 지포스 GT 730
D3 1GB LP를 가져와 성능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사진상으론 엠탑코리아의 GT 739
D3 1GB LP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벤치마크로 비교한 결과는 어땠을까?
최신 버전의 그래픽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마크로 성능을 쟀다.
스카이 다이버와 클라우드 게이트 등 두 가지 항목으로 성능을 알아보니 조텍의
GT
730보다 절반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스카이 다이버의 경우 약 2.5 배, 클라우드
게이트는 약 1.7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보다 재미있는 것은 웹 페이지로 표시된 결과다. 조텍의 GT 730
그래픽카드로 확인한 결과는 울트라북보다는 낫고 게이밍 노트북보다는 성능이 낮은
것으로 나왔는데, 문제의 GT 730 그래픽카드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울트라북보다도
낮은 수준의 게이밍 성능이라 표시한 것이다.
게임에서도 성능 차이를 관찰할 수 있다. GTA 5에서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행한 결과, 조텍의 GT 730 그래픽카드가 문제의 제품보다 약 1.5 배
평균 프레임이 높았다.
도무지 같은 그래픽카드로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 지포스 GT 730의 GPU(좌)와 GT 730으로 위장한 GPU 칩(우).
이같은 가짜 그래픽카드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비공식 루트로 일부 그래픽카드 제작사에 공급되는 리마킹
GPU가 문제라 할 수 있다. 리마킹 GPU는 원래 있던 GPU 칩의 코드를 지우고 다른
GPU 코드를 인쇄하는 수법이다. 엔비디아코리아도 리마킹 GPU가 일부 제작사에 공급돼
그래픽카드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바 있다.
문제의 제품은 GT 730의 GPU 코드 GF108-400-A1이 표시돼 있지만,
원래는 GF119-300-A1 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포스 GT 610 그래픽카드의 GPU
코드다. 코드 세탁으로 정상 그래픽카드로 위장해 판매된 것이다.
엠탑코리아가 최저가에 GT 730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리마킹
GPU가 사용된 저가의 그래픽카드를 수입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전에 문제로
제기했던 지포스 GT 630 D3 1GB LP, 지포스 GT 610 D3 1GB LP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는 제품의 기본 제원이 포함되지도 않은 중고 그래픽카드를
저가에 판매하고 있기까지 하다.
아직도 이런 가짜 그래픽카드가 판매되고 있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과거 A사 등 유명 유통사가 판매했던 가짜 그래픽카드는 보도
이후 리콜 조치하여 정상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엠탑코리아는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가짜 그래픽카드 유통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업계 입장에서 상도덕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엔비디아코리아는 지난 인터뷰 직후 리마킹 GPU가 사용된 그래픽카드를
조심하라면서 공식 파트너들이 유통하고 있는 제품들을 구매하란 내용을 공지했다.
그렇지만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홈페이지서
엔비디아 코리아의 채널 파트너 링크를 누르면 엉뚱하게도 해외 지사의 채널
파트너가 나온다. 약속대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같은 가짜 그래픽카드는
국내서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 상황이 이러니 소비자들은 엔비디아코리아에 의지하기보다
제품 구매 시 피할 제품을 알아서 걸러내는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이 의심가는 부분이
있으면 실제 제품의 공식 제원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
케이벤치와 보드나라는 리마킹 GPU를 이용한 가짜 그래픽카드의
유통 실태를 처음 보도한 매체로서 이를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만약 국내 유통되는
그래픽카드 중 엠탑코리아처럼 의심되는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제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