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미국의 고속도로 보험 안전 협회(IIHS)가 중형 SUV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몰 오버랩(국소 부위 충돌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글쓴이는
IIHS의 평가 자료를 토대로 어떤 차가 얼만큼 안전한지, 등급 별로 나누어
정리했다.
■ 우수(Good) - 닛산 무라노 & 지프 랭글러 |



닛산 무라노는 IIHS가 언급한 SUV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고
인정한 차다. 스몰 오버랩 말고도 정면과 측면 충돌, 루프 강성과 헤드레스트 및
시트 부문에 이르는 기본 항목과 추가 항목인 전면 추돌 방지 부문도 '우수(Superior)한
수준'이라 판단했다.
위 성적을 토대로 닛산 무라노는 2015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로 선정됐다. 스몰 오버랩과 기본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했던 기아차의
올 뉴 쏘렌토가 이보다 낮은 2015 탑 세이프티 픽으로 선정된 점을 고려하면 얼만큼
안전한 것인지 짐작 가능하다.




▲ 같은 차라도 스몰 오버랩에서 4도어는 우수, 2도어 모델은
미흡으로 평가됐다.
지프 랭글러는 스몰 오버랩과 정면 충돌 부문에서 '우수'했으나, 나머지
기본 항목인 측면 충돌, 헤드레스트 및 시트 부문에선 '미흡' 판정을 받았다. 랭글러
2도어 모델의 경우 스몰 오버랩이 '미흡', 측면 충돌은 '최악'으로 평가되기까지
했다. 전면 추돌 방지 기능은 옵션으로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스몰 오버랩이 곧 차량 전체의 안전도로 확대 해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몰
오버랩에서 두 차량 모두 우수 판정을 받았더라도 나머지 부문도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 양호(Acceptable) - 포드 플렉스 |


포드 플렉스는 스몰 오버랩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정면과
측면 충돌을 포함한 기본 부문에선 모두 만점을 기록하고 전면 충돌 방지 부문은
'기본(basic)' 수준이지만, 올 뉴 쏘렌토와 같은 등급의 2015 탑 세이프티 픽으로
선정됐다.
이 차는 스몰 오버랩에서 왜 양호 판정을 받았을까? IIHS는 스몰
오버랩 세부 항목에서 머리와 목, 가슴, 엉덩이와 대퇴부, 무릎 아래와 발목
등 신체 주요 부위의 상해 위험도는 낮지만, 차체와 운전자의 생존 공간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드 플렉스의 스몰 오버랩 영상을 보면 충돌 시 운전자를 향해
스티어링 휠과 내장 패널이 밀려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충돌 직후 커튼 에어백의
전개 시점도 다소 늦어 운전자의 두부가 A필러로 향했다. 더미로 확인된
상해 위험은 낮았지만, 밀려난 프레임 탓에 운전자가 탈출하기 빠듯하다.
■ 미흡(Marginal) - 현대차
맥스크루즈(싼타페), 지프 체로키, 닷지 듀랑고 |



미국 현지서 싼타페로 판매 중인 현대차 맥스크루즈는 기본 항목에서
우수 판정을 받았지만, 스몰 오버랩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그 이유가 뭘까? 스몰 오버랩 세부 항목표를 보면 포드 플렉스보다
심하다. 충돌 시 차체와 운전자의 생존 공간은 최악, 신체 주요 부위 중 무릎 아래와
발목에서 미흡 수준의 상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충돌 테스트 후 더미의 무릎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무릎 에어백이 있어도 내장 패널이 밀려나
제 역할을 못한다. 시트와 패널이 꽉 끼어 움직이기 어렵다.



지프 체로키는 어떨까? 맥스크루즈처럼 스몰 오버랩만 '미흡'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더미가 받을 충격량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맥스크루즈는 커튼
에어백으로 충격량을 어느정도 상쇄했지만, 체로키는 안전벨트의 장력이 약했고 커튼
에어백도 전개되지 않아 충격량을 충분히 저감시키지 못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두부
및 팔목과 어깨에 심각한 상해를 일으킬 수 있다. 하채 상해 위험은 맥스크루즈보다
낮은 수준이다.


닷지 듀랑고도 스몰 오버랩만 미흡 판정을 받은 차다. 맥스크루즈와
더불어 차체와 운전자의 생존 공간은 최악, 신체 주요 부위 중 무릎 아래와 발목의
상해 안전도 역시 최악이라 평가했다. 무릎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한 눈에
봐도 맥스크루즈보다 심하다. 제 역할을 못하는 무릎 에어백은 고사하고 발목은 아예
위로 꺾였다. 실제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 고통에 겨워 주변 도움 없이는 탈출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닷지 저니는 언급한 차량 중 스몰 오버랩에서만 최악으로 평가됐다.
나머지 기본 부문은 스몰 오버랩에서 우수 판정을 받은 4인승 랭글러보다도 낫다.
유독 스몰 오버랩에서 낙제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은 왜 일까?
IIHS는 세부 항목에서 차체와 운전자의 생존 공간은 최악, 신체
주요 부위 중 엉덩이와 대퇴부, 무릎 아래와 발목 상해 안전도는 미흡 수준으로 판단했다.
영상 및 사진으로 볼 수 있듯, 지프 체로키처럼 충돌 시 커튼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아 더미에 더 큰 상해를 입혔다. A필러도 테스트 전과는 다르게 심하게 휘어진
모습이다. 하체 상해는 듀랑고보다는 덜하지만 골반과 좌측 무릎 부위에 부상 위험이
크다.



비단 이 차만 마녀사냥 해야 할까? 우습게 넘길 얘기가
아니다. 올 뉴 투싼 이전에 판매됐던 현대차 투싼 ix, 기아차 스포티지R도 이를 빗겨갈
수 없었다. 두 차량 모두 스몰 오버랩에서 최악을 면치 못했다. 차체와 운전자의
생존 공간, 더미가 입은 충격량은 최악 수준이었다. 새 모델 출시를 앞둔 스포티지R은
투싼 ix로 평가한 내용을 그대로 적용했다.
올 뉴 투싼은 초고장력 강판 51 %로 이뤄진 차체에 핫 스탬핑
공법으로 제작된 부품, 구조 접착제 사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투싼 신차 발표회 당시, 현대차는 자체 테스트 검증을
거쳐 IIHS의 스몰오버랩에서 우수 등급을 만족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몰 오버랩에서 최악으로 평가됐던 기아차 쏘렌토R이 올 뉴 쏘렌토에서 우수
판정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도 그럴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 외에 자신의 차량이 얼만큼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은 운전자는 'IIHS
홈페이지(www.iihs.org) - Ratings'로
접속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차종에 따라 구성이 다를 수 있어 절대 신뢰할
수 있다고 단언키는 어렵지만, 내 차가 얼만큼 안전한지 판단할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