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하는 제품마다 족족 히트를 치는 애플의 새로운 카테고리인 애플워치가 한국에 출시된지 약 2주가 넘어간다. 필자는 어쨌든 제품 리뷰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핑계로 삼아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애플워치를 구해 약 2주 동안 사용해보았다.
애플워치에 관련된 기사는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도 매일마다 지칠 정도로 나오고 있지만, 웨어러블의 미래니 패션으로서의 가치가 있느니와 같은 좀 뜬금포 터트리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는 빼고, 실제 구입해 착용하여 사용해 본 필자의 경험을 통해 혹시라도 구매를 저울질하고 있는 분들에게 애플워치가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필자의 솔직한 의견을 들려드리고 싶다.
■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의 출시에 대한 호기심 |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필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면, 필자는 아이폰5와 LG G3A를 사용하고 아이패드미니2, 맥북에어 2011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사람들(?)보다는 애플기기가 많은 편이지만 대부분이 구매한지 3~4년이 넘어가는 구닥다리 제품이고, 업그레이드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며, PC하드웨어 출신 기자로서 아무래도 PC사용 비중이 높다는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그렇지만 주변 지인들 중에서는 애플기기가 제일 많은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이로 인해 주변에서 애플빠라며 놀리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애플워치를 구매한 이유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실 요즘처럼 이미 갖고있는 기기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새로 출시되는 제품이 성능 향상 외에 기능적인 메리트가 없어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이폰6가 출시된 와중에서도 3년전 아이폰5를 계속 사용하는 것도, 4년된 맥북에어 2011을 아직 사용하는 것도, Core2 Quad CPU와 P35메인보드가 장착된 PC를 아직도 사용하는 이유 역시 모두 같다. 굳이 바꿀 필요성도 없고 SSD하나 달아주거나 메모리를 더 늘려주거나, 애플와치를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가지고 놀고 만족스러운 사용을 하기에는 더욱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주는 호기심은 그 자체로 덕후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필자 역시 그렇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들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소위 덕후 분들의 애플와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필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플워치를 사용한 이후로 달라진것은 '충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보다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충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해 언제나 항상 10,000mA 보조배터리와 라이트닝/USB 케이블을 휴대하고 다닌다. 게다가 갖고 다니는 기기 수가 많고 와이브로까지 사용하는 것은 함정.
결론적으로 배터리가 40%이하로 떨어지면 안심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애플워치의 충전강박증은 생각보다 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3년된 아이폰5의 작은 배터리 용량이 주는 충전강박보다 애플워치가 주는 압박은 더 심하다. 실제 애플워치가 하루를 가냐 안가냐는 문제를 떠나서.
하루는 퇴근할때 충전케이블을 가지고 가지 않아 밤에 잘 때 충전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계를 벗고 배터리 절전모드로 돌려 다음날 아침까지 둔 후 다시 차고 나왔다. 이 이후에 든 생각은 '케이블을 하나 더 사야하나' 였고, 애플스토어에서 살까말까를 30분을 고민한 끝에 그냥 버텨보기로 하고 버티는 중이다.
충전강박증이 별로 없으신 분들이라면 출근 때부터 퇴근 때까지는 무리없이 사용이 가능하고 특별한 경우에는 자동으로 배터리 절전모드로 들어가 시계 기능만은 유지되는 애플워치의 배터리에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라도 충전을 빼먹으면 먹통이 되어 버리는 40만원짜리 시계의 배터리 용량에 만족할 분은 없다 생각된다. 애플워치는 마음편히 쓰려면 아주 부지런해야 하고 회사와 집에서 언제나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좋으니 충전케이블의 추가구매도 고려해봐야 하겠다. 덤으로 충전할 때마다 시계를 벗어야 하는 귀차니즘도 감수해야 한다.
■ 모든 메세지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 |
어떠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고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애플워치의 강점이다. 스마트폰을 쓰다보면 주머니에 넣어놓고 전화오는 것을 모르고 넘어가거나, 가끔 메시지나 메일을 놓치는 등의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애플워치를 사용한다면 절대로 전화/메시지/메일/일정 등을 놓칠 수가 없다.
사운드로 알려주는 것은 그렇다 치고 햅틱 진동알림이 은근히 효과가 높다. 또한 손목을 약간 들고 쳐다보기만 하면 메시지나 알림이 뜨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것보다 알림 확인이 상당히 쉽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내장된 마이크와 스피커로 하는 전화통화 기능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됐지만 꼭 그렇진 않았다. 특히 운전 중에 오는 전화나 메시지를 받는 것은 지금까지 출시된 어떠한 기기 중에서도 가장 편리했다. 메시지는 쳐다보기만 하면 되고(손목을 얼굴방향을 약간 틀어준다면) 전화도 쉽게 받을 수 있다. 특히 회의중이나 미팅중에 오는 전화 역시 간단히 받고 회의 중이니 바로 연락하겠다고 하고 끊을 수 있다. 상대방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은 덤이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뿐 아니라, 일정 알림이 항상 뜨기 때문에 입력만 해두면 다음 일정을 항상 볼 수 밖에 없어 놓칠 수 없고, 카카오톡, 텔레그램, 라인 등도 애플워치를 지원하기에 모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필자는 출퇴근을 걸어서 한다. 회사와 집이 약 2.6km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걸어서 약 20~2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다, 운동량도 워낙 부족하고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는 겸사겸사의 목적에서다.
그렇다보니 피트니스 기능을 매일 출퇴근 때마다 사용하는데, 기능상으로만 본다면 최근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고 맥박체크기능 역시 Instant Heart Rate 등을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이미 구현된 기능이라 피트니스 기능을 위해 애플워치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의 경우는 샀으니 유용하게 쓰고 있으며, 구입후 스마트폰에 설치되어있는 Instant Heart Rate 앱을 제거해주었다.
그외에 오래 앉아있으면 알려준다는 기능이나 칼로리 소비 등은 '그냥 그런가보다' 수준이었지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거나 하진 못한다. 특히 스탠드 체크 기능은 아직은 오류가 많아, 앉아있는데도 서있는 것으로 체크하는 등 별 쓸모가 없었다. 추가로 무산소운동(웨이트 트레이닝등)을 주로 하는 분들에게는 칼로리 소모 체크 기능이 크게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있다.
아이폰과 음악을 싱크해서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이나, 아이폰과 사진을 동기화해 볼 수 있는 기능, 애플맵을 이용한 지도 보기, 아이폰의 카메라를 컨트롤할 수 있는 카메라앱 등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다.
어차피 애플워치가 폰과 따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 한계상, 굳이 애플워치로 음악을 들어야되는 이유가 별로 없었다. 사진 보기 역시 최대 용량이 75MB 밖에 저장이 되지 않고(물론 리사이징 되어 저장되지만), 굳이 작은 화면으로 봐야될 이유가 없다. 이 기능들은 폰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지도 앱의 경우에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애플맵의 국내지도 수준이 네이버지도나 다음지도에 비해 한참 떨어지기에 실제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업체와 미팅을 위해 처음 지하철을 타고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애플맵으로는 출구위치를 찾을수가 없어 결국 폰을 꺼내 다시 다음지도 앱을 실행해야 했다. 만약 다음지도나 네이버지도에서 애플워치를 지원한다면 애플워치의 활용도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애플워치를 지원하는 앱이 많지 않다. 필자가 아이폰에 설치한 앱 중에서 기본앱을 제외하고 현재 애플워치를 지원하는 앱은 네이버, 원드라이브(Sky Drive), 텔레그램, 카카오톡, 키노트, 원노트 뿐이었다. 이중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은 텔레그램, 카카오톡과 함께 원노트 정도이고, 네이버앱이나 원드라이브, 키노트앱은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필자가 앱 자체를 많이 설치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애플워치 앱스토어에도 국내앱은 네이버, 카카오톡 앱을 빼고는 없고 많이 사용하는 앱들 중에서 애플워치를 지원하는 앱은 아직은 많지 않다.
■ 출시되면 애플워치 구매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앱들 |
대표적으로 SK Syrup, SK T멤버십, KT 멤버십 앱과 같은 멤버십 관리 앱이 생각난다. 폰을 꺼낼 필요 없이 바로 애플워치로 할인이나 적립을 받을 수 있다면 폰을 꺼낼 필요가 없어 편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 앞서 언급했듯이 네이버 지도나 다음지도앱이 나온다면 워치 사용도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 외에도 코레일 앱도 애플워치를 지원하면 아주 편리하겠다는 생각이다. CGV앱이나 롯데시네마 앱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영화표를 검표할 수 있다면 아주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로 구글 Translate 앱도 애플워치로 나오면 유용할 것 같다.
■ 현재까지 워치의 장점은 알람 확인이 쉽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앞서앞서 언급한 애플워치로 인한 편리함을 크게 느꼈던 부분과 필자가 출시되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한 앱들의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모두 빠르고 편리하게 알람이나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었다.
운전 중에 전화가 와서 주머니에 넣어둔 전화를 꺼내려고 엉덩이를 이래저래 흔들어 간신히 빼낸 뒤 통화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편의점에서 할인/적립을 받기 위해 폰을 꺼내서 앱을 켜고 바코드가 출력될 때 까지 기다려서 뒷사람에게 눈치를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영화관에서 앱으로 구매한 영화표를 검표를 하려고 폰을 꺼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코레일 앱으로 예매한 표를 검표원이 검사를 요구할 때 꺼내본 적 있는 분이라면 손목에 찬 시계로 바로 확인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애플워치를 포함한 스마트워치의 현재까지의 한계로 생각된다. 손목에 채워져 있다는 것과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작을 수 밖에 없는 점 때문에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물론 카카오톡으로 오는 문자를 시리를 통해 음성을 인식하여 답장을 보내거나 미리 자주 사용하는 답장문구를 선택해 보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느니 그냥 폰을 꺼내 답장하는게 더 편하다.
전격Z작전의 키트시계를 기억하시는 연세가 좀 되신(?) 독자분들은 바로 이해하시겠지만, 스마트워치가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아마 키트처럼 인공지능으로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새로운 카테고리 상품이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면 질러도 좋겠다. 이런분들께는 40만원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한다. 그러나 굳이 폰을 꺼내서 전화 받으면 되지 전화기 꺼내는것이 불편하다고 40만원을 써야되냐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분들은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사족으로 스포츠 에디션의 기본 밴드는 풀기는 편하지만 차기가 아주 불편하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힘들 정도로(살이 집힌다). 스포츠 에디션을 구입했다면 별도 밴드는 반드시 구입하시기를 추천한다. 액정보호지, 본체보호지나 케이스, 별도 충전 케이블도 혹시 애플워치를 구입하신다면 거의 구입하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애플워치를 차고 다닌다고 주변에서 신기하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필자가 만나본 대부분 사람들은 시계인지 스마트워치인지도 구분하지도 못했다. 물론 아무래도 IT계통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바로 알아봤으며, 이 분들은 보자마자 큰 관심을 보이기는 했었다.
단지, 중/고등학생이라면 스마트폰을 반납한 이후의 수업 중에도 전화/문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친구들의 관심을 처음에 잠깐 정도는 받을 수도 있겠다. 물론, 여러사람이 만지다보면 점심시간 전에 배터리가 모두 닳을 수 있다는 점은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