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홈쇼핑 채널로 돌리다 보면 화질 좋은 최신형 TV를 파격가에 판매한다는 모습을 보곤한다.
며칠 전에도 2015년형 최신 UHD TV라며 삼성의 보급형 모델을 최고의 화질로 열심히 포장하는 모습을 잠깐 본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가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 처럼 각종 할인을 내세우며 주문 전화를 독촉하는 모습이 왠지 밉상으로 보일 만큼 좋지 않았다.
마감 임박을 외쳤던 한 육류 가공품이 크게 실망한 기억이 남아 있어 그런지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미사여구가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홈쇼핑만 믿고 TV를 구매했다가 크게 실망할지 모를 소비자가 없도록 이번 기사를 준비했다.
홈쇼핑은 판매할 제품을 최대한 좋게 포장해야 한다. 그 제품의 단점을 알려주는 홈쇼핑은 어디에도 없고 오직 그 제품의 좋은 점만
부각할 수 밖에 없다.
최대한 많이 팔아야 남는 장사인 홈쇼핑 입장에서 단점은 금기 시 될 수 밖에 없고 그 단점이 무언지 조차 모르는 쇼핑 호스트들이 많다.
사실, 있는 기능 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것은 기본이고 4K UHD TV라면 Full HD 보다 4배나 선명하다거나 크기가 크고 싸다는 식상한
얘기만 되풀이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메이커가 준비한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화질이 좋은 것 처럼 현혹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홈쇼핑의 상술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한 예로, 2015년형 최신 모델이라며 최고의 화질과 스마트 기능에 가격까지 최저가에 사운드바와 제습기를 껴준다던 모델을 확인해
보니 해당 메이커의 가장 저렴한 보급형 제품였다.
제품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명은 일부 홍보 영상에서만 표시될 뿐이어서 화질 좋은 최신 TV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 처럼 오인될
소지가 많다.
홈쇼핑 주장 처럼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화질에서 최고라는 미사여구는 반듯이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한두 푼도 아니고 일 이백
만원 짜리 TV를 사는 것인데 전적으로 홈쇼핑만 믿고 구매하는 실수는 하지 않기 바란다. 채널을 돌리다 갑자기 꽂힌 제품이 있더라도 최소한 해당 제품의 모델명은 확인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등급에 맞는 제품인지 판단해 보는 것이
좋다.
화질 좋은 TV를 선택하기 위한 최선은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비교한 후 판단하는 것이다.
TV로 보여지는 제품 비교 영상으론 그 차이를 쉽게 구분하기 힘들고 그러한 비교 영상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다.
가장 속 편한 방법은 각 지역에 있는 대형 가전 매장에 직접 찾아가 눈으로 보고 화질을 판단하는 것인데 갈 땐 가더라도 TV에 적용된 화질
개선 기능 몇 가지를 이해하고 간다면 매장 직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판단 기준으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a) 로컬 디밍이 없는 일반 패널 / (b) 로컬 디밍이 적용된 패널 / (c) 로컬 디밍 패널에 픽셀 보상
적용
일단 LCD TV 메이커들이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화질 개선 기술로는 로컬 디밍이라는게 있다. 마케팅 용어에 따라 동일한 기술이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통상 로컬 디밍으로 불린다.
로컬 디밍은 백라이트를 완전히 꺼버리는 기술이다. 과거 CCFL을 이용한 백라이트 방식에선 백라이트를 켜고 끄는 방식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LED로 넘어 오면서 개별 광원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LED 백라이트를 화면 뒤에 배치해 놓고 검은색이 필요한 영역마다 백라이트를 끄면 깊은 블랙을 구현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체감
화질 차이는 상당히 크다. PDP에 이어 OLED 화질이 좋아 보이는 이유도 소자별 전원 컨트롤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완벽한 블랙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ED 백라이트 방식에서 엣지형과 직하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하고 엣지형 보다는 직하형이 훨씬 우수한 블랙을 구현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 LCD TV들은 디밍 기능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삼성은 8 시리즈에 엣지형 로컬 디밍을 9 시리즈 이상에는 직하형 로컬 디밍 기술을 적용해 오고 있으며 마케팅 명칭은
프리시젼 블랙(Precision Black)이라 부른다.
전 모델에 적용된다는 UHD 미밍이나 마이크로 디밍이 로컬 디밍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기술들은 백라이트 전체를 켜고 끄는 수준에
화면에 뿌려주는 프레임을 수백개의 영역으로 쪼개 각 영역별로 밝기와 선명도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로컬 디밍이 없어도 블랙이 뜬 화면을 어느 정도 까지 잡아주지만 로컬 디밍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프리시젼 블랙을 지원하지 않는
삼성 TV들은 로컬 디밍 기술이 빠졌다고 보면 된다.
LG는 스펙에 로컬 디밍 지원 유무를 표시하고 있다. 직하형과 엣지형을 구분해 표시하진 않지만 삼성보다 많은 모델에 로컬 디밍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UDR(Ultra Dynamic Range)로 소개된 화질 알고리즘은 삼성의 UHD 디밍이나 마이크로 디밍과 비슷한
기술이며 삼성과 달리 하위 모델에선 해당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색 보정 기술은 메이커에 따라 그리고 모델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기능이 있고 없고 만으로 화질을 따질 수 없는 부분이고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색감에 차이가 큰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화질 차이는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모션 속도도 실제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같은 메이커라면 수치가 높을 수록 움직임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 적지만 타 메이커와의
비교를 위해선 직접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가전 매장에 가면 대부분 UHD TV를 대거 전시해 놨다. 픽셀 크기가 훨씬 작은 UHD TV에서 재생된 UHD 영상을 보면 풀HD TV
화질이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메이커들도 4K UHD TV 판매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적인 혜택이나 공짜로 껴주는 상품도 4K UHD TV 쪽이 많다.
IPTV나 케이블 업체가 서비스 하는 일부 UHD 채널이 전부인 상황인데도 4K UHD TV를 보면 사고 싶고 앞으로 수년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UHD 시대 대비 하지 않고 풀HD TV를 사기란 쉽지 않다.
4K UHD TV 가격이 100만원 초반까지 내려왔으니 풀HD TV와 4K UHD TV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앞으로 5년을 내다 보고 TV를 구매한다 해도 4K UHD TV는 지금이 구매 적기가 아니다.
이유는 4K UHD TV에 요구되는 기술적인 요소가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슈가 됐던
HDMI 2.0 지원 유무는 2015년형 모델이 등장하면서 완벽하게 해결 됐지만 HDR 재현에 필요한 기술은 아직
표준화 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UHD 방송에 사용될 BT.2020 색역을 만족하는 패널도 전무한 상황이라서 지금은 모든 컨텐츠를 선명하게 보고 싶다면 UHD TV가 아닌 풀HD TV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만족도 높은 선택일
수 있다.
최신 UHD TV에 적용된 화질 개선 기능이 풀HD 영상을 UHD 수준으로 만들어 준다지만 풀HD 화면에서 보는 것 만큼 선명한 디테일을
살려내진 못한다.
비슷한 가격이면 화면이 더 크고 딥 블랙을 실현할 수 있는 로컬 디밍 기능까지 더한 풀HD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풀HD가 아닌 4K UHD TV를 꼭 구입해야 한다면 최소 1~2년은 대비가 가능한 제품을 선택해야 해야 후회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10비트 패널이 가장 중요한데 절대 8비트 패널을 탑재한 제품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10비트 패널이 필요한 이유는 광색역과 HDR로 설명할 수 있다.
일단, UHD 영상의 표준 색역으로 정해진 BT.2020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채널당 1024 단계로 밝기를 구분하면서 10억 7천만개
이상의 색을 조합해 낼 수 있는 10비트 컬러가 있어야 된다. 8비트 컬러로는 1/64 수준인 1677만 컬러만 구현이 가능해 지금의
BT.709 이상을 재현해 낼 수 없다.
물론, 10비트 패널이 BT.2020 색역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색재현력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10비트 컬러에 대응할 수 있어야만 색
왜곡을 최소화 할 수 있다.
10비트 패널은 HDR 재현에도 없어선 안될 핵심 요소다.
지금은 괜찮지만 최대 1000nits 정도를 표현하게 될 HDR 영상을 8비트 패널로 재현한다면 블랙이 심각하게 떠 버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256 단계로 밝기를 표현하는 8비트 패널에 최대 1000 nits 표현한 영상을 표시하니 0에 가까워야 할 암부가 3.9 nits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00 nits에 맞춰진 지금의 영상이라면 256 단계로 구분해도 문제가 없지만 최대 밝기가 10배 이상인 HDR을 정상적으로 재현하려면
밝기 단계도 그에 맞춰 늘어나야 되고 이를 위해 10비트 패널은 꼭 있어야 한다.
사실, 완벽한 HDR 재현에는 12비트 패널이 필요하지만 BT.2020 처럼 10비트 패널로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규격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마존 HDR 인스턴트 비디오(OTT)를 시청할 수 있는 UHD TV 리스트
10비트 패널과 별개로 HDR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가도 UHD TV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조건이다.
패널이 10비트라 해도 HDR 영상을 재생할 기능을 가지지 않고 있다면 8비트 패널에서 재생하듯 블랙이 떠버린 화면이 나타나게 된다.
HDR 구현에 필요한 기술 자체가 완벽하게 표준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라서 HDR 지원은 2016년 모델 부터 본격화 되겠지만 이미 출시된
모델로도 HDR 재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삼성은 이미 싱글 레이어에 대응하는 SMPTE 표준 HDR 영상을 재현할 수 있는 2015년 모델을 출시한 상태고 LG도 4K UHD
OLED 모델에서 HDR 재생 지원이 가능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약속한 바 있다.
전용 앱을 통한 직접 스트리밍이 아니라면 HDMI 2.0a 지원도 꼭 확인해야 한다. 연말부터 등장할 울트라HD 블루레이도 HDR
지원을 포함하고 있어 HDMI 2.0a을 지원하지 않으면 HDR 영상을 인식하지 못해 정상 화면을 재생할 수 없게 된다.
현재로써는 HDMI 2.0a 지원을 공식화 했거나 향후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한 메이커가 없는 상황이라서 소비자들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
실리콘이미지의 Sil9777 프로세서가 탑재된 UHD TV들은 HDMI 2.0a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리콘이미지 측은
Sil9777 프로세서의 상위 모델로 HDR에 딥컬러, BT.2020 광색역, 8K TV에도 대응되는 Sil9779를 발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