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 시즌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고민이 있다.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무언가로 어떤 디지털 기기를 가져가냐는 것이다.
필자도 이번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그 동안 애용해 왔던 미러리스 디카를 가져가야 할지 아니면 더 뽀대나고 화질도 좋은 DSLR을 찾아봐야
할지 한동안 답을 찾지 못했는데 결국 선택한 것은 미러리스 디카도 DSLR도 아닌 액션캠 이었다.
좀 생뚱 맞아 보이겠지만 액션캠은 액티비티에만 쓴다는 선입견만 버리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액션캠인데
오늘은 액션캠을 선택한 이유와 필자가 사용했던 고프로 히어로4 블랙에디션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한다.
■ 무더운 여름, 가족과 함께라서 선택한 액션캠 |
여행을 혼자 떠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주가 되고 간혹 혼자 떠나는 여행은 추억 보다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많다.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목적 보다 어디든 떠나 그 곳에서 심적 평화를 느끼려는 목적이 많은데 필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과 이를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액션캠을 선택했다.

▲ 야외 활동 자제하라는 폭염 속에 DSLR이 어울릴까?
액션캠을 메인 디카(?)로 결정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땀이 많은 필자 개인 특성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일단 무더운 여름이란 환경적 요인 때문에 무거운 짐을 휴대하기 싫었다.
미러리스가 DSLR 보다 작고 가볍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 보다 작고 가볍지 않은데 스마트폰은 꼭 있어야 겠고 그렇다고 사진을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도 다닐 엄두는 나지 않았다.
20대 같으면 미러리스가 아닌 DSLR도 거뜬했겠지만 주말만 되면 몸이 천근 만근인 지금의 나는 미러리스 조차 부담스런 나이가 됐다.
지금은 아무런 짐 없이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고 사진사 처럼 가족들 사진만 찍어주는 대신 나를 포함한 모든 가족을 한 장의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내린 결정은 스마트폰 였다. 주광에서는 나름 괜찮은 화질과 색감을 보여주고 동영상 촬영도 크게 문제 없을 만큼 발전해 있기
때문에 미러리스와 DSLR을 대체할 아주 훌륭한 메인 디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을 찍어갈 수록 급속도로 소모되는 배터리에 뜨거운 발열, 가족과 나의 모습을 한 장에 담아내기 어려운 화각 등을 생각하니
다른 기기를 찾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액션캠 이었다.

▲ 무더운 여름, 액션캠 하나로 모든 걸 해결
액션캠은 다른 촬영 기기에 비해 상당히 소형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보다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어안 형태의 광각 촬영도 가능해 일반적인 가족 모두가 모인 상태로도 주변 모습까지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고 영상 촬영에 특화된 제품이라서
여행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고화질 영상으로 남길 수도 있다.
사실, 4K 영상 촬영 기능이 없었더라면 액션캠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도 버거운 이 기능을 4K UHD 30P까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액션캠이 진화되면서 필자의 최종 선택은 액션캠으로 결정 나게 된 것이다.

▲ 액션캠의 사진 품질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 (고프로 히어로4 블랙)
액션캠을 선택하면서 가장 고민된 부분은 사진 촬영 기능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카 기능이 개선을 거듭하면서 비약적인 화질 개선이 있어 왔지만 아직 대형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미러리스나 DSLR
카메라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소형으로 제작된 액션캠들도 크기라는 제약을 무시할 수 없어 스마트폰과 별반 다르지 않은 화질을 보여 주리라 생각했는데 솔직히
사진만 보면 액션캠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액션캠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고프로 히어로4 블랙 에디션도 스마트폰 보다 나은 사진 품질은 보여주지 못했다.
화질만 보면 액션캠은 잘못된 선택이다.

▲ 미러리스와 DSLR을 뛰어 넘는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 표현
사진 품질이 아닌 액션캠 본연의 기능에 좀 더 충실해 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고프로 히어로4 블랙 에디션 처럼 영상에 특화된 장비 특성 상 일반 스마트폰은 물론 미러리스나 DSLR로도 범접하지 못할 다이나믹
레인지 표현이 가능하다.
해를 바라보고 촬영한 장면에서도 원하는 피사체가 암흑으로 표현되는 일도 없고 실내 외 밝기 차이가 심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어안 형태로 촬영 가능한 초 광각이란 특성 때문에 주변 경치를 더욱 시원하게 담아내는 것도 액션캠만의 자랑이자 특징이며 스마트폰처럼 포커스
이동이 불안정하지도 않아 영상 촬영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사진 품질만 포기한다면 액션캠에 대한 만족을 넘어 예찬론자로도 변신이 가능할 텐데 필자가 딱 그런 케이스다.

액션캠 시장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고프로다.
후발 주자인 소니가 좀 더 일반 소비자에 친숙한 브랜드고 기술 격차를 쉽게 좁힐 수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액티비티나 방송 촬영에는 고프로
제품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소니의 최신 액션캠들이 광학식 손 떨림 보정을 탑재하고 색감이나 화질에서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래 전
부터 이 분야에 진출한 고프로 시리즈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액션캠에 없어선 안될 마운트 종류에서도 고프로가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다 못해 중국 쪽 저가 마운트들도 고프로 버전이 훨씬 많다.

현재 고프로를 대표하는 최고의 제품은 '히어로4 블랙'이다.
히어로4 시리즈 중 유일하게 4K 2160P 해상도에서 30 프레임 촬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720P 해상도 기준으로 8배속 고속
촬영(240 프레임)도 가능해 초고화질과 슬로우모션 촬영 모두에 대응할 수 있다.
자동 저조도 기능도 추가돼서 어두운 조건에서 자동으로 최적의 촬영 셋팅을 사용할 수 있으며 WiFi를 이용한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사실, 화질을 제외한 스펙만 보면 소니의 4K 액션캠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가격에서 좀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히어로4 블랙은 40m
잠수가 가능한 표준 하우징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수중에서도 정상적인 포커스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손 떨림 보정을 생각하면 소니 4K 액션캠이 답이겠지만 4K 촬영에선 무용 지물이다.

참고로, 히어로4 블랙에서 4K 촬영을 원한다면 32GB 이상의 마이크로SD 카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4K 촬영에 적합한 UHS-I
속도 등급3 (U3) 마이크로SD가 있어야 되는데 필자는 믿을 수 있는 품질과 호환성이 보장되는 샌디스크 익스트림 64GB U3 마이크로SD를
사용했다.
64GB 마이크로SD 사용시 4K 촬영 가능 시간은 2시간 정도인데 장시간 촬영이 필요치 않다면 일주일 촬영도 문제 없을 것이다. 필자는
잠깐 잠깐 촬영해 3박 4일간의 여름 휴가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왔다.
64GB로 불안하다면 2개 정도 챙겨가는 것이 괜찮겠지만 너무 많은 촬영은 편집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지 않기 바란다.

액션캠은 기기 특성 상 직접 들고 찍기에 적합한 제품은 아니다. 일반적인 디카나 스마트폰처럼 양손에 파지하고 촬영하기 보다는 소형 촬영
장비가 요구되는 다양한 장소에 맞게 별도의 마운트를 사용해 촬영하는 것이 어울린다.
그렇다고 머리나 가슴에 붙여 쓸 필요는 없는데 얼짱 각도 촬영에 없어선 안될 셀카봉만 있으면 액션캠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고프로는 액션캠 사용자를 위해 전용 셀카봉(?)을 판매하고 있다.
셀카봉 하면 흔히 스마트폰용으로 판매되는 1~2만원 짜리 싸구려 제품을 생각할 것인데 고프로가 판매하는 전용 셀카봉, 3-Way 마운트는
고프로 전용 마운트에 3단으로 접혀지는 익스텐션 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3단으로 펴지면서 다양한 각도로 조절이 가능하고 가장 높은 위치에서 얼짱 각도에 맞게 촬영도 가능하다.

핸들 내부에는 접이식 삼각대도 내장되어 있어 어느 위치에서나 고정된 상태로 사진 및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플라스틱 셀카봉 보다 조금
무거운 것이 흠이지만 다양한 액티비티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 졌다.

필자가 사용한 고프로 히어로4 블랙은 4K 30프레임 촬영이 가능하다. 필자는 이번 여름 휴가를 4K 영상으로 담아 냈는데 촬영한 영상을 그냥 보는 건 문제 되지 않지만 이 영상들을 하나로 모아 편집하려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1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순간의 기록만 남기다 보니 촬영된 영상 개수만 해도 30~40개 이상이고 어안 형태로 촬영된 화면을 일반
화각으로 변경하기 위한 컨버팅 작업까지 거쳐야 하다 보니 컨버팅만 해도 수시간이 소요됐다.
아직은 쓸만하다 생각해 왔던 5~6년전 최고 사양 PC가 버겁게 느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한장 한장을 추억하면 끝나는 사진과 달리
하나의 영상으로 완성해야 만 감동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영상은 절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1080p 정도라면 버벅임 없이 쉽게 자르고 붙여 하나의 영상을 뚝딱 만들어 냈겠지만 4K 영상은 욕심만으론 부족했다.
컨버팅도 문제지만 일단 편집에서도 버벅임이 심하니 구형 PC 사용자라면 편집과 컨버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프로는 초보자들도 쉽게 멋진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고프로 스튜디오와 모바일 기기용 앱을 제공한다.
촬영한 영상을 쉽게 자르고 이어 붙일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순간적인 속도 전환도 가능하다. 미리 준비된 템플릿을 이용하면 BGM 걱정도
없지만 4K로 촬영한 영상은 그만큼의 버벅임이 따라오니 꼭 고사양 PC에서 작업하기 바란다.

여행의 추억은 혼자만의 사진은 아니다. 나는 찍사가 되고 나의 가족들만 사진에 남는 다면 훗날 누군가의 추억 속에선 나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가족 여행은 나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함께 하는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기기가 우선시 되야 하며 보다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면서도 모든 가족을 한 화면에 담아 낼 수 있는 액션캠을 이제는 고려해 볼 때가 됐다.
영상이 아닌 사진에서의 만족감은 그리 높지 않겠지만 넓은 화각에 담겨지는 가족들과 멋진 경치, 방송에서나 보던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의
수준급 화질을 생각하면 액션캠에 대한 불만을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물론, 모든 액션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필자가 사용했던 고프로 히어로4 블랙 처럼 충분히 인정 받은 제품들만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기어가 토이로 전락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