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2016년형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가 출시됐다.
현대차의 그랜드 스타렉스는 지난 2007년 5월 최초 출시된
이래로 9년 째를 맞았다. 같은 급의 미니 밴 카니발은 지난 해 5월 신형 카니발로
출시돼 완전히 바뀌었고, 대형 SUV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모하비도 최근 생산을
중단해 신형 모델로 컴백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차는 오래도록 바뀌지 않았다. 상용차 특성상 영업용
판매 비중이 높다곤 하나, 일반 소비자들도 적잖게 구매를 결정하는 차종이다. 해외
수출용으론 국내보다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어 구매 심사가 까다롭다는 특성도
있다. 그만큼 인기가 좋은데 정작 신형 모델로 준비할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 그랜드 스타렉스는 신형 모델 없이도 판매량은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타고 있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는 7월 말까지 올해만 벌써 3만 여대가
팔렸다. 매달 4천 대 정도는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 7월 판매량만
따지면 4,802 대다. 신형 투싼보다 약 600 대 넘게 판매됐다. 지난 해 월 평균 3,800
여대가 팔렸던 것과 비교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추세를 보면 현대차 입장에선 신차 개발에 급할 게 전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몇 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차 개발에 힘을 쏟기 보다 유로6
대응 엔진(2.5 WGT / 2.5 VGT)을 탑재하고 일부 상품성을 개선하는 것이 투자
부담이 적고, 회사 차원에서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이익을 늘리는데 효과적이다.
물론 의미 없는 연식 변경 모델만 출시한다면, 소비자로서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민하게 된다. 신형 투싼과 신형 쏘나타 같은 차종은
가장 잘 팔리는 주력 모델이면서 소비자 유행을 선도해야 할 모델이라 모델 변경
시점이 이르다. 싼타페의 경우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상품성 강화 모델 싼타페
더 프라임으로 기존 5, 6천 대 수준에서 9천 내지 1만 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신형 싼타페 출시 일정도 2017년으로 언급된 상태다.
그렇지만 그랜드 스타렉스는 소비자 유행에 민감한 차종이 아니다.
주력 판매 모델이 11인승 및 12인승 디젤 왜건보다 3인승 및 5인승 디젤 밴이
더 많다. 승객을 실어 나르기보다 경량급 화물 운송 등 특장차로 활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일반 소비자들은 11인승 및 12인승 디젤 왜건을 구매하기
힘들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는 디젤 왜건보다 디젤 밴들이 더 많이
팔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디젤 왜건은 차량 구매자 심사 조건이 까다로운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가 선택한 트림 구성이 좋을수록, 가격적으로
더 비쌀수록 차량을 인수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
과거에 현대차를 몇 대 이상 샀던 운전자라도 때아닌 신차 수출
의심을 받아 지점 혹은 센터 차원에서 출고 거부를 하는 경우가 생기기까지 한다.
해외 수출용으로 차를 되팔지 않을 확실히 보증된 운전자만이 최고급 사양의 그랜드
스타렉스를 가질 수 있다. 국내보다 해외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차종이라,
해외 수출 시 영업망에 막대한 지장이 갈 수 있다는 논리다.
해서 일반 소비자들보다는 국내서 공인된 렌터카 운영 업체나
캐피탈 할부, 리스 계약으로 차를 운영하는 법인들이 차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일반 소비자들이 그랜드 스타렉스를 사 가려면 다분히 디젤 밴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구매층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행에 맞는 옵션은 점차
배제될 수 밖에 없다. 미니 밴이 요하는 편안한 승차감도 기대하기 힘들다.

▲ 2016년형 그랜드 스타렉스.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를
고를 수가 없다.
단적으로 서민 트럭인 포터2의 경우 선택 사양으로 후방
카메라와 지상파 DMB, TPEG 기능이 포함된 TUIX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고를 수
있지만, 그랜드 스타렉스는 이런 구성을 최고급 사양에서도 선택할 수가 없다.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면 이미 반영될 가능성도 있었을 옵션이다.

2016년형 그랜드 스타렉스엔 유로6 2.5 WGT와 2.5 VGT 엔진이
탑재됐다.
그러나 엔진 출력과 토크 등 바뀐 내용은 없다. 전륜 구동
플랫폼에 대응한 유로6 디젤 엔진인 R2.0과 R2.2 e-VGT 디젤 엔진은 이보다 배기량이
더 작으면서 효율이 월등한데, 후륜 구동으로 준비된 이 파워트레인의 궁합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됐다.
현재 유로6 R2.2 e-VGT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이 202 마력(@
3,800 rpm), 최대 토크는 45 kg.m(@ 1,750~2,750 rpm)에 이르지만, 2016년형 그랜드
스타렉스의 유로6 2.5 VGT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이 175 마력(@ 3,600 rpm), 최대
토크는 46 kg.m(@ 2,000~2,250 rpm)이다. 기존 유로5 엔진과 비교해 수치상 달라진
게 없을 뿐더러, R엔진과 비교해 효율이 좋지도 않다.
다행히 후륜 구동 플랫폼 모델인 신형 제네시스에 지금의 R엔진을
개량하는 방향으로 파워트레인을 수용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긴 하나, 향후 그랜드
스타렉스에 동일하게 적용할지는 미지수다. 참고로 현대차 그랜저 디젤과 기아차
신형 카니발은 같은 사양의 유로6 R2.2 e-VGT 디젤 엔진을 공유하고 있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는 올해로 9년 째를 맞았다.
시장 동향을 타지 않는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해 그동안 현대차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이를 지켜 본 소비자로서 무엇보다 바라는 건 신형 모델
내지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다.
기아차에서 인기 좋은 미니 밴 카니발도 신형 모델로 출시돼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변치 않은 믿음으로 판매됐던 모하비도 신형 모델로
시장에 다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하던 차종은 이렇게 과감히 투자하면서,
정작 이 자리의 터줏대감 그랜드 스타렉스는 왜 연식 변경 모델로 명을 이어가는
걸까?
비용 대비 편익을 떠나 현대차에서 진지하게 새 모델 출시를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세대에 맞는 효자 상품 답게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
서스펜션 재구성 등 만족스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도 나왔으면 한다.
풀모델 체인지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