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쉐보레 임팔라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더
나은 보증 조건, 경쟁 차종보다 우수한 안전 사양, 한국형 편의 사양을 앞세운 대형
세단이다. 사전 계약 단 4일 만에 국내서 7백 대 넘게 판매됐다는 점만으로도 국내서
이 차를 향한 관심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다.
국내 발표된 쉐보레 임팔라의 라인업은 2.5 가솔린과 3.6 V6
가솔린으로 나뉜다. 이 중에 글쓴이는 3.6 V6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모델을 시승했다.
남해군 일대를 다니며 경험한 임팔라의 주요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파트
별 동영상을 먼저 확인하며 시승기를 살피길 바란다.
■ 벨트 타입 R-EPS 스티어링, 제네시스보다 가볍다
▲ 쉐보레 임팔라 - 주행 영상. 스티어링 휠과 차체 반응을
확인해 보자.
쉐보레 임팔라 3.6 V6 가솔린은 벨트 타입 R-EPS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벨트 타입 R-EPS는 전기 모터 피니언이 축 내부에, 조향 축 피니언이
외부에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이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도 구조상으론 같은 방식이
채택됐다. 그렇지만 스티어링 시스템이 같다하여 주행 질감까지 같을 수는 없다.
구동 방식도 다르고 공차 중량의 차이도 크다(제네시스가 약 200 kg 무거움).
스티어링 휠의 감도를 비교하면 임팔라는 제네시스보다 상대적으로
조작감이 가볍다. 차량의 주행 속도에 따른 조향 특성, 직결감은 서로 비슷하나,
운전자가 방향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틀기 시작하면 왜 다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임팔라의 스티어링 시스템이 여성 운전자까지 수용할 수 있는 셋팅이라면, 제네시스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의 질감을 선호하는 남성 운전자에게 어울린다.
물론 임팔라 2.5 가솔린은 3.6 V6 가솔린의 스티어링 시스템과
약간 다르다. 전기 모터 피니언과 조향 축 피니언이 한데 물려 돌아가는 DP-EPS(듀얼
피니언) 방식이라 스티어링 반응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방식의 스티어링은
현대차 신형 쏘나타 터보에 적용된 것과 같다.
임팔라의 경쟁 차종인 현대차 그랜저와 아슬란, 기아차 K7 등
준대형 세단엔 C-EPS(컬럼 구동형) 방식의 스티어링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티어링에
따른 주행 질감은 비교가 되지 못한다.
■ 지능형 ACC, 주행 속도에 따라 거리가 달라진다
▲ 쉐보레 임팔라 - 지능형 ACC 주행 영상. 상황에 따른 동작
방식을 살펴보자.
쉐보레 임팔라의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3.6
V6 가솔린의 어드밴스드 세이프티 팩을 옵션으로 선택했을 때 포함되는 기능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에 부착된 레이저 센서, 윈드 쉴드 상단에
부착된 카메라로 선행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주행 속도를 조절한다는
기본 개념은 같다.
하지만 임팔라의 지능형 ACC의 매커니즘은 현대 기아차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볼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과는 다르다.
임팔라는 주행 속도에 따라 선행 차량과 벌리는 거리(갭,
gap)가 달라진다. 똑같은 거리 기준이라도 30~40 km/h 이하의 속도로 서행 중일 때와
60~70 km/h 이상의 속도로 달리고 있을 때의 갭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대 기아차의
ASCC, 볼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주행 속도와 관계 없이 운전자가 설정한
갭에 따라 달라지기만 한다.
임팔라에서 정차 후 자동 출발은 지원하지 않는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볼보 S60(큐 어시스트) 등을 비롯한 차종엔 3초 후 자동 출발이 되지만,
쉐보레선 이 정도는 운전자가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출발 시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누르거나 가속 페달을 살짝 밟는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런 반자동 방식의 ACC는 임팔라 말고도 싼타페 더 프라임,
2016년형 쏘렌토, 신형 쏘나타 등에 구성돼 있다.
■ 실용 구간에서의 급제동, 예상 거리보다 짧다
▲ 쉐보레 임팔라 - 고속 브레이킹 및 급제동 영상. 비상등은
점멸되지 않았다.
임팔라같은 대형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동 성능이다.
차량 특성상 무거울수록 제동 거리가 길어지므로, 임팔라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60 km/h 내외의 속도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100 % 비율로 꾹 밟았다.
정확히 몇 m라 말할 수는 없지만, 운전자가 예상한 위치보다 이른 위치에 차가 멈춘다.
같은 기준으로 두 번 더 진행해도 육안상 차이가 없었다. 대신 급제동 정차 시 비상등은
자동으로 점멸되지 않았다.
임의적으로 속도를 높였다가 저속으로 확 줄이는 상황은 여유롭다.
해안 도로를 따라 나오는 연속된 급커브, 경사율 10 % 내외인 도로에서의 제동 성능도
문제될 게 없었다. 단순히 제동 후 스티어링 휠을 트는 것만으로도 커브를 쉽게 돌아나간다.
전륜 구동 차체서 경험할 수 있는 언더스티어 현상도 억제됐다.
임팔라의 이만한 제동력과 주행 특성은 운전자의 드라이빙에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다.
■ 합류 차로에서의 급가속, 배기음이 마음에 든다
▲ 쉐보레 임팔라 - 30~80 km/h 급가속 영상. 엔진 반응을
확인해 보자.
임팔라에서 제로백을 확인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가속력 내지 일반 도로에서 주 도로 합류를 위한 가속력이 얼만큼인지만 알면
된다.
얕은 오르막 경사가 있는 합류 차로에서 주 도로 합류를 위해 급가속을
진행했다. 잔잔했던 엔진의 배기음이 달라지면서 순식간에 속도를 높인다. 30 km/h
내외서 80 km/h까지 대략 5초가 걸렸다. 경사율이 적은 차로라면 좀 더 여유롭고
안전하게 주 도로로 진입할 수 있다.
경사율 10 % 이상의 오르막은 힘들이지 않고 오른다. 정차 후
진행해야 하는 경사 심한 오르막 교차로도 밀림 현상 없이 안전하게 올라 주 도로로
진입할 수 있었다.
남성 운전자로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3.6 V6 SIDI 가솔린
엔진의 배기음이다. 신형 제네시스의 람다2 3.3 GDI, 3.8 GDi보다 또렷하게 들린다.
2.5 가솔린 모델은 추가로 보스(BOSE)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이
적용된다. 100~200
Hz 범위에서 발생되는 잡음을 차량 내 설치된 마이크로 채집하고, 이를 감쇄시키는
주파수를 도어 스피커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해 엔진 사운드를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올해 국내 출시된 인피니티 더 뉴 Q70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사양이다.
■ 임팔라
전용 스마트 내비게이션, 만족할 수 있다
임팔라에 설치된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기존 쉐보레 차량에서
볼 수 있던 형태의 내비게이션이 아니다.
대성엘텍이 제작한 새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다.
정확한 모델명은 알 수 없었으나 깔끔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경로 안내 시 회전 구간 위치 등 비교적 상세하게 안내되며, 명칭 검색 시 어순에
따라 자동 정렬해 보여주기도 한다. 해당 내비게이션의 디자인은 캐딜락
일부 차종과 매우 흡사하다.
기사 정정 안내
쉐보레 임팔라의 내비게이션은 SK플래닛의 T맵과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제작사인 대성엘텍과 연락한 결과, 한국지엠이 판매 중인 쉐보레 임팔라에
자체 제작한 내비게이션을 납품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자 분들께 혼란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한 가지 차별화된 내용이 있다면 손가락 제스처를 이용한 기능들이다.
아이나비 최신 내비게이션의 경우, 손가락으로 화면에 V를 그리면 사전 설정된
목적지로 경로가 자동 안내된다. 시승 시간이 짧은 관계로 임팔라에서 해당 기능을
실제로 이용하지는 못했으나, 운전자 입장에선 분명 사용하기 편한 인터페이스다.
▲ 쉐보레 임팔라 - 시크릿 큐브 영상. 갤럭시노트4보다 작은
스마트폰을 넣기 알맞다.
시크릿 큐브는 디스플레이 하단 정중앙의 버튼을 누르면 동작한다.
슬라이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가 팝업되는 방식이며, 다시 누르면 원위치로 돌아온다.
팝업된 상태선 화면이 뜨지 않는다. 캐딜락 ATS에서 본 시크릿 큐브보다는 위쪽에 위치해
있어 다루기 편하다.
내부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글쓴이가 사용하는 갤럭시노트4
S-LTE 스마트폰을 집어 넣어봤다. 지갑형 케이스를 씌운 상태선 들어가지 않았고,
케이스를 벗겨낸 상태서 대각선으로 집어넣어야 했다. 이곳엔 간이 영수증을 보관하거나
스마트폰보다 작은 전자 기기를 충전시켜야 할 때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액티브 쿨링을 지원하는 무선 충전 기능은 갤럭시S6 및 S6
엣지처럼 특정 스마트폰에 딱 맞게 디자인돼 있다. 무선 충전 시 반드시 케이스를
벗겨야 한다. 갤럭시노트4만큼 큰 스마트폰은 패드 면적과 맞지 않아 밀착되지 않는다.
최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이를 참고해야 한다.
■ 노이즈가 수두룩한 후방 카메라, 보완 필요
쉐보레 임팔라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후방
카메라 화잘이다.
사방이 밝은 주간에 시승을 진행했는데도 노이즈(열화 현상)가
수두룩했다. 말리부에서 확인했던 후방 카메라의 화질과 육안상 별 차이가 없었다.
어라운드 뷰를 선택할 수 없는 조건의 대형 세단이라면 적어도 후방 카메라의 화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상품 구성이 됐어야 하는데, 이 점이 운전자로서 아쉽다.
대신에 스티어링 휠 방향에 따라 예상 진로가 바뀐다는 점, 주의할
사물의 위치를 경고 표시해 알려준다는 점, 다운 릴레이를 지원하는 사이드
미러는 주차를 어려워하는 운전자들에겐 참 고마운 기능이다. 향후엔 좁은 길목 통과에도
유용한 어라운드 뷰 기능이 한국형 임팔라에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동 주차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솔직히 자동 주차 기능은 원하는
위치 사이에 주차된 차량 혹은 사물이 없으면 제 구실을 못하고 방황한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공통적인 사항이다. 이만큼 길이가 긴 대형 세단을 몰 운전자라면 주차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말하지만 임팔라는 말리부의 전폭과 비슷해서
좁은 길목을 통과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면 주차는 운전자 입장에서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후면 주차해서 빠져나가는 것이 편하다.
앞 좌석 통풍 시트는 현대 기아차의 3단 통풍 시트보다 풍량이
많고, 르노삼성의 SM5 및 SM7 노바보다는 적다. 통풍 시트 동작 시 처음엔 시트에서
팬 쿨러 동작에 따른 진동이 일시적으로 전달된다. 발생된 진동은 1분 내 줄어든다.
통풍 시트 사용 시 이런 특성을 인지하는 것이 좋겠다.
■ 카마로를 닮은 듯한 대형 세단, 구매 가치 높아
▲ 미국 현지선 적용되지 않는 한국형 편의 사양들.
한국형 쉐보레 임팔라는 정말 구매 가치가 높은 대형 세단이다.
한국 시장에 특화된 편의 사양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전동식
사이드 미러, 하이패스 단말기, 연료 캡 잠금 장치, 우적 감지 와이퍼, 한국형
내비게이션, 220V 인버터, 뒷 좌석 열선 및 오디오 컨트롤 기능 등 일곱 가지다.
차량 구매 시 보증 조건도 한국은 5년 / 10만 km, 미국은 3년 / 6만 km 수준으로
더 우수하다.
글쓴이가 미국인이라면 한국 시장에 특화된 쉐보레 임팔라의
마케팅 전략에 불만을 털어 놨을 것이다. 임팔라의 본 고장인 미국보다 상품 가치가
오히려 더 훌륭한 차를 같은 값에 한국 시장에 내다 팔겠다니 말이다.
글쓴이는 이 내용에 관해 GM의 판매 서비스 및 마케팅 부문 마크
코모 부사장에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질문에 매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GM은
한국지엠과의 긴밀한 공조로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임팔라의 마케팅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면서 "향후 한국형 임팔라에 어떤 옵션을 추가할
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쉐보레 임팔라의 하체. 주요 부위에 언더 커버가 적용됐다.
휠 하우스 커버는 흡음재를 부착했다.
동석한 GM의 파워트레인 개발 부문 칩 엔지니어 니콜
크라츠도 새롭게 개발된 임팔라의 엔진과 서스펜션, 방음 솔루션 등에 관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5 mm 두께의 이중 접합 차음 유리, 3중 도어 실링,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흡차음재 구성 등 방음에 상당한 신경을 썼고,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전륜 서스펜션에 유압식 리바운드 스프링을 추가해 차량의 자세 복원력을 높이면서
안정된 승차감을 유지하는 등 생각보다 많은 매커니즘이 반영됐다.
디자인도 이전 9세대 임팔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
흡사 카마로의 모습처럼 강인하고 야무져 보인다. 날카로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차량을 선호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팔리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가로로 넓고 우직한 포드 토러스보다 부담이 적다. 그에 반해 후면 디자인이
심심해 보인다. 미려한 디자인의 대형 세단을 선호하는 운전자 입장에선 기품이
조금 모자란 것이 약간 아쉬울 수는 있겠다.
쉐보레 임팔라의 허물은 따져봐야 아주 자잘하다. 이런 작은
단점이 있어야 장점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일종의 대비 효과를 바란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등과 같은 준대형 세단보다는 존재감이 있다. 확실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엔 딱 맞는 차다. 합리적인 가격과 한국형 편의 사양,
우수한 보증 조건과 안전 사양은 차를 구매할 운전자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6년형 쉐보레의 카마로/말리부/스파크/크루즈에서 시작된 새로운 패밀리룩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미국보다 저렴히 공급되고도 옵션도 더 많이 제공된다니 관심이 가는군요.
그동안 수출형 차에 비해서 역차별을 당하는 내수 차량에 불만을 가지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예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