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4096개의 스트림 프로세서 그리고 HBM(High Bandwidth Memory)이 조합된 피지XT GPU는
고성능 게이밍 그래픽카드 역사상 전례가 없는 작은 그래픽카드를 만들어 냈다.
50Fps 이상의 진정한 4K UHD 게이밍 성능을 갖추면서도 기존 세대 대비 30% 이상 작은 크기를 실현한 '라데온 R9 퓨리 X'가
대표적인 제품인데 AMD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작고 전력 효율이 뛰어난 '라데온 R9 나노'의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필자는 지난 달 28일, 사전 런칭 행사를 통해 확인된 라데온 R9 나노의 주요 특징과 스펙을 한차례 소개 했는데 그날 예고한 대로
엠바고에 묶여 밝힐 수 없었던 AMD 라데온 R9 나노의 모든 것을 지금부터 소개해 볼까 한다.
■ 미니ITX
메인보드 보다 작은 그래픽카드, AMD 라데온 R9 나노 |

1차 기사에서 다뤘듯이 AMD 라데온 R9 나노의 크기는 정말 작다. 사진으로 보이듯이 17 x 17 cm 규격인 미니ITX 메인보드 보다
작고 라데온 R9 290X 보다 30% 작다는 라데온 R9 퓨리 X 보다도 작다. 290X와 비교하면 라데온 R9 나노는 40%나 작은데 실제
PCB 회로 길이만 재봤더니 15.2 cm로 확인됐다.
두께는 PCB부터 쿨링 커버까지 3.5 cm 였다. 후면 커버는 없는 구조 덕분에 라데온 R9 퓨리 X 보다 조금 얇은 느낌이지만
히트싱크를 고정하는 브라켓 때문에 실제 두께는 거의 동일했다.

라데온 R9 퓨리 X 보다 작은 그래픽카드가 라데온 R9 나노만 있는 건 아니다. 엔비디아 지포스 900 시리즈 중에서도 미니ITX
플래폼에 최적화된 그래픽카드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러한 제품 중 가장 성능이 높은 것은 지포스 GTX 970이다.
필자는 지포스 GTX 970 중에서도 가장 작고 쿨링 효율과 저소음 특성이 뛰어난 'ASUS 지포스 GTX 970 다이렉트CU 미니'와
라데온 R9 나노 그리고 라데온 R9 퓨리 X의 크기를 직접 비교해 봤는데 위 사진들을 보면 라데온 R9 나노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조금은
실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AMD는 라데온 R9 나노의 TDP를 175와트로 낮추면서 발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냉 쿨러만으론 라데온 R9
나노가 투입돼야 할 미니ITX 같은 좁고 열악한 구조를 견뎌내기 힘들고 무지막지한 소음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라데온 R9 나노에는 공냉 쿨러로써의 최상의 솔루션이 적용 됐는데 적은 풍압만으로 높은 쿨링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히트싱크 면적의
90% 가까이를 베이퍼 챔버와 히트파이프가 차지하게 만들었다. 베이퍼 챔버와 히트파이프는 금속이 가지는 고유의 열전도 속도 보다 열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소재이며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CPU 쿨러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AMD는 이러한 구조 덕분에 기존 세대 대비 16dB이나 낮은 저소음을 실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소음 수치는 42dBA인데 이는
발걸음 소리까지 신경 쓰이는 조용한 도서관에 준하는 수치다.

쿨러와 히트싱크를 들어낸 라데온 R9 나노의 속살이다.
TDP가 적은 만큼 전원부 관련 부품들이 확실히 적고 고가 제품 답게 휨방지와 쿨링에도 도움되는 브라켓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휨방지용 브라켓은 크기가 크고 쿨러 무게가 무거운 그래픽카드에 필요한 부품이라서 크기도 작고 그리 무겁지 않은 나노에 굳이 필요한
부품은 아니지만 브라켓 우측에 연결된 전원부 전용 히트 싱크와 히트 파이프에서 전달된 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VRM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스위칭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없어선 안될 부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라데온 R9 나노의 핵심 부품인 피지 GPU는 라데온 R9 퓨리 X의 피지 XT와 외형상 차이는 없다. 내부 구조나 스펙에서도 ACE가
4개로 줄었다는 것을 빼면 사실상 같은 GPU로 봐도 무방하다.
전원 입력은 175와트 TDP로는 조금 넘치는 8핀 PCIe 파워 커넥터가 적용됐다. 8핀 PCIe 파워 커넥터 자체로 150와트를 공급할
수 있어 최대 활용 가능한 전력량은 225와트 지만 설계 용량은 TDP에 맞진 듯 하다.
■ 스펙은 퓨리 X와 비슷, 실제 성능 차이는? |

라데온 R9 나노의 스펙은 표면적으론 퓨리 X와 거의 같다. 최대 클럭에서 50Mhz 빠진 만큼의 스펙이다.
스트림 프로세서 개수나 텍스처 유닛, ROP 그리고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까지 퓨리 X와 동일하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100와트나 차이 나는 TDP가 유일한데 GPU 클럭 50Mhz 차이가 가져다 준 게이밍 성능 차이는 다음과 같다.



라데온 R9 나노의 성능은 라데온 R9 퓨리 X 대비 약 90% 내외의 게이밍 성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스펙 차이가 단지 50Mhz
뿐이라면 프레임 하락이 좀 심한 듯 하지만 TDP가 100와트나 낮춰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와트 당 성능을 계산하면 라데온 R9 나노의 효율이 무려 44%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최고의 게이밍 성능 보다는 전력 효율이 우선인 게이머가 있다면 라데온 R9 나노는 그 이상에 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라데온 R9 나노와 라데온 R9 퓨리 X의 실제 소비전력은 TDP 차이 보다 훨씬 컸다. 같은 조건으로 실험한 결과에서 최대 소비전력이
120와트나 적게 측정 된 것이다.
확인 결과 원인은 클럭과 전압 였는데 아래 그래프를 보며 설명을 이어가겠다.


위 그래프는 3DMARK의 파이어스트라이크 항목에서 Ultra 설정으로 그래픽 테스트1를 진행하면서 GPU 클럭과 전압을 0.5초 단위로
모니터링 한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라데온 R9 퓨리 X의 최대 클럭은 1050Mhz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1.2v 내외의 전압이 유지 됐지만 라데온
R9 나노는 정규 클럭 보다 훨씬 낮은 800Mhz 초반을 넘지 못했다.
GPU 전압도 퓨리 X 보다 훨씬 낮은 1.1v 이하를 유지 하는 모습이 관찰 됐는데 AMD가 TDP 기준에 맞추기 위해 라데온 R9
나노의 GPU 클럭과 동작 전압이 강제한 것으로 판단된다.
AMD는 사전 런칭 행사에서 라데온 R9 나노의 GPU 클럭이 800~1000Mhz 사이에서 변화 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전압까지 차이를
뒀다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었다.

사실, 라데온 R9 퓨리 X와 라데온 R9 나노의 비교는 게이머가 관심 있어할 부분은 아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라고 할까? 스펙
변화는 거의 없는 상태로 TDP만 100와트가 줄었다니 실제 성능 차이와 TDP가 낮아진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지금부터는 진짜 게이머가 알고 싶은 미니ITX 게이밍 PC에서의 AMD 라데온 R9 나노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의 성능 차이를
이야기 할까 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라데온 R9 나노의 성능은 같은 미니ITX 계열인 지포스 GTX 970 대비 20% 이상 높은 프레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2560x1440 해상도를 사용하는 QHD 모니터에선 테스트에 사용한 모든 게임에서 초당 60 프레임 이상의 평균 프레임을 기록했고 궁극의
4K UHD 게이밍 환경에선 35 프레임 이상을 보여줬다.
최저 프레임 기준이라면 30 프레임 이하인 경우도 있었겠지만 20% 이상 프레임이 낮은 지포스 GTX 970 과는 급이 다른 게이밍 성능을
갖춘 건 사실이다.
이 정도라면 지포스 GTX 980을 미니ITX 규격에 맞춰 놨다 해도 넘지 못할 수준이라 생각되는데 과거 지포스 GTX 980 Ti
기사에서 테스트된 지포스 GTX 980의 3DMARK 파이어스트라이크 울트라 결과는 3090점 였다.

라데온 R9 나노가 타겟한 미니 게이밍 PC 시장은 성능 보다 소음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실이라는 공간과 사용 환경 특성에 맞춰 작은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소음은 적고 발열도 낮은 이상적인 PC를 선호하지 소음과 발열을 무시한 괴물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AMD도 이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해 라데온 R9 나노의 특성을 저전력, 저소음에 맞춰 개발했는데 실제 미니ITX 메인보드와 케이스로 구성한
소음과 발열 테스트에서 이러한 특성이 그대로 나타났다.
10분간의 아이들 상황에서 GPU 온도는 35도를 유지했고 케이스 외부 온도도 최대 37도를 넘지 않았다. 실제 게임(GTA 5, 4K
그래픽 옵션 최고)을 30분간 플레이 한 상황에서도 GPU 온도는 75도를 넘지 않았는데 케이스 외부에서 측정된 온도 또한 58도를 넘지
않았다.
손을 가져다 대면 따뜻한 정도라 할까? 케이스 자체에서 느껴지는 발열 수준은 그 어떤 제품 보다 낮았다.
ASUS 지포스 GTX 970 DirectCU 미니를 장착한 테스트에서도 라데온 R9 나노 정도의 저소음과 저발열 특성이 나타났지만 성능이
20% 이상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라데온 R9 나노의 저소음, 저발열 특성이 얼마나 우수한 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테스트에는 한미마이크로닉스가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써멀테이크의 미니ITX 케이스 '코어 V1'과 ASUS가 출시할 Z170 칩셋
6세대 코어 메인보드 Z170I 프로 게이밍을 사용했다.
써멀테이크의 미니ITX 케이스 '코어 V1'은 미니ITX 메인보드를 위한 케이스지만 풀사이즈 그래픽카드 장착이 가능하도록 여유 공간이
넉넉하게 만들어졌다. 파워도 하단에 별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공간 제약이 심한 미니ITX 전용 케이스 보다 쿨링이나 확장성 면에서 훨씬 나은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케이스다.
ASUS Z170I 프로 게이밍 메인보드는 아직 정식 출시된 제품은 아니라서 구체적인 소개는 어렵지만 6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스카이레이크를
위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제품이다. USB 3.1 포트와 2T2R 802.11ac 무선랜도 기본으로 제공되며 ASUS 100 시리즈 메인보드의
특징인 ESD 가드와 헤드폰 앰프 등이 모두 적용됐다.
미니 ITX 규격에 맞춰 확장 슬롯만 줄었을 뿐이지 기본적인 기능이나 스펙은 마이크로ATX나 풀사이즈 제품 못지 않게 만들어졌다.
■ 미니ITX
게이밍 PC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그래픽카드 |

AMD 라데온 R9 나노는 미니ITX 게이밍 PC가 요구하는 이상을 실현한 그래픽카드다.
저전력, 저발열은 기본이고 저소음에 현존 최고의 성능 까지 갖췄으니 라데온 R9 나노 보다 더 이상적인 미니ITX 그래픽카드는 없다고
장담한다. 적어도 16nm나 14nm Finfet 공정으로 GPU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라데온 R9 나노의 아성에 도전할 미니ITX 그래픽카드
없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상적인 그래픽카드를 만들어낸 AMD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라데온 R9 나노의 가격은 649달러다. 10% 이상 성능이 높은 라데온 R9 퓨리 X와 동일한 가격이다. 사실상
같은 GPU고 미니ITX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제품의 가격이 같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게이머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라데온 R9 퓨리 X와 라데온 R9 퓨리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됐더라면 나름 명분도 있고 게이머들을 설득하기 쉬웠을 텐데.. 이번
가격 결정은 영영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