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시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입 대형 SUV는 포드 익스플로러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듬직한 외형, 강한 존재감으로 국내서 인기 몰이를 해 왔다. 최근엔
남성적인 이미지가 반영된 부분 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해 상품성을 보완했다.
이런 포드 익스플로러에 견줄 SUV로 어떤 모델이 있을까?
글쓴이는 지난 달 사전 계약에 돌입한 혼다 신형 파일럿을 언급해야겠다.
이번에 출시될 혼다 파일럿은 속까지 바꾼 풀체인지 모델이다. 깍뚜기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달라진 디자인, 개선된 파워트레인, 강화된 안전성으로 익스플로러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의 삼품성을 갖췄다.
2016년형 대형 SUV로 두 모델 중에 무엇이 괜찮을까? 2016년형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을 아래 기준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 안전성 - 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안전하다 |


안전성은 차종을 떠나 가장 중요하게 봐라봐야 하는 항목이다.
이 부문에선 혼다 파일럿이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美 IIHS(고속도로 안전 보험 협회)서 주관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 따르면, 혼다 파일럿은 스몰 오버랩(부분 정면 충돌)을 포함한 기본 5종 충돌
테스트서 모두 '우수(Good)' 판정, 전방 충돌 방지 기능에서도 '최우수(Superior)'
수준을 인정 받아 최고의 자동차 안전도 등급을 인정하는 2015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선정됐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스몰 오버랩에서 '미흡(Marginal)' 판정을
받았고 일부 충돌 테스트가 제외돼 파일럿과 같은 수준의 자동차 안전도를 인정받지
못했다. 정면 충돌과 측면 충돌, 루프 강성 부문에선 '우수' 판정을 받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혼다 파일럿은 차량 플랫폼까지 바꾼
풀체인지 모델, 포드 익스플로는 겉모습만 바뀐 상품성 강화 모델이다. 3-bone 하부
프레임과 고장력강을 이용한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바디로
차량을 설계해 충돌 안전성을 높였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2005년에 개발된 전륜 구동형 D4 플랫폼을
그대로 적용했다. 2015년형 F-150 픽업처럼 알루미늄 바디로 차체가 전보다 가벼워질
것이란 얘기도 있었고 포드 엣지를 연장한 플랫폼으로 만들어질 것이란 얘기도 일부
있었지만, 특별히 안전성 부문에서 보강된 내용은 없었다. 2015년형 모델과 부분
변경된 2016년형 포드 익스플로러의 공차 중량을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3.5 V6
Ti-VCT 모델 기준 2015년형은 2,230 kg, 2016년형은 2,195 kg다.
기존 모델 대비 개선된 점이 없어도 파일럿보다 괜찮다 싶은
내용이 있다면 포드 익스플로러의 안전 벨트 에어백이다. 일반적인 안전 벨트는 충돌
시 탑승객의 자세를 유지시켜 상해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포드 익스플로러는
같은 상황일 때 안전 벨트 사이에 매립된 에어백이 전개돼 상체의 상해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파워트레인 - 성능은 익스플로러, 연료 효율성은 파일럿 |

대형 SUV는 차를 몰아붙이는 엔진의 힘과 토크가 좋아야 한다.
파워트레인 구성을 놓고 보면 엔진 성능은 포드 익스플로러, 연료 효율성에선 혼다
파일럿이 앞선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서 판매 중인 포드 익스플로러는 2.3 에코부스트와 3.5 자연흡기(V6
Ti-VCT) 모델이다. 포드 머스탱과 공유하는 2.3 i4 에코부스트 엔진은 이번
포드 익스플로러에 새롭게 적용된 엔진이다. 274 마력(@ 5,500 rpm)의 최고 출력과
41.5 kg.m(@ 2,500 rpm)의 최대 토크를 발생시킨다.
3.5 자연흡기 모델은 294 마력(@ 6,500 rpm), 35.3 kg.m(@ 4,000
rpm)으로 기존 2015년형 모델과 차이가 없다. 절대적 수치상으론 2.3 에코부스트
모델의 수치가 다소 낮지만, 3.5 자연흡기 대비 더 적은 엔진 회전 수로 출력과 토크를
끌어내기 유리하기 때문에 실용 가속 성능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혼다 파일럿은 포드 익스플로러 3.5 자연흡기 모델과 배기량이
같은 3.5 V6 i-VTEC 직분사 엔진을 올렸다. 이 영향으로 기존 파일럿 대비 출력이
257 마력(@ 5,700 rpm)에서 284 마력(@ 6,000 rpm)으로, 최대 토크 역시 35.4 kg.m(@
4,800 rpm)에서 36.3 kg.m(@ 4,700 rpm)로 개선됐다.
수치상 엔진 성능은 포드 익스플로러
주력 라인업인 3.5 자연흡기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엔진만 놓고 따지면 가속 성능이
익스플로러가 상대적으로 낫다고 볼 수 있지만, 파일럿보다 약 200 kg 무거운 익스플로러가
더 잘 나갈지는 직접 몰아봐야 답이 나올 듯하다. 트레일러 최대 견인 하중은 파일럿과
포드 익스플로러 3.5 모델이 모두 5,000 파운드(약 2,267 kg)로 동일하다.
단,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 모델은 2,000 파운드(약 907 kg)로 한계치가 낮다.

연료 효율성은 혼다 파일럿이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월등하다.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복합 연비를 보면, 혼다 파일럿은 8.9 km/l인데
반해,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가 7.9 km/l, 3.5 자연흡기 모델은 7.7 km/l에
불과하다. 어차피 이만한 배기량의 가솔린 대형 SUV를 몰 운전자라면 연비를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유지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내용은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 상품성 - 파일럿과 익스플로러의 상품성은 비슷해 |

파일럿과 익스플로러의 상품성은 비슷한 수준이다. 있어야 할
건 다 갖춰져 있다.
오토라이트를 지원하는 LED 헤드 램프, 주간 전조등, LED 테일
램프, 우적 감지 와이퍼를 비롯한 외장 사양, 전동 시트와 버튼 시동 스마트키 시스템,
전동식 테일 게이트, 열선 지원형 가죽 스티어링 휠, 앰비언트 라이팅 등의 내장
사양을 두루 갖췄다. SUV를 모는 운전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기능은 다 들어있다.
세부적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혼다 파일럿은 1열과 2열 좌석
모두 열선 기능이 내장돼 있지만, 포드 익스플로러는 기존처럼 운전석과 조수석만
지원한다. 현재 익스플로러에서 지원하지 않는 한글화 인포테인먼트(8 인치형 안드로이드
디스플레이 오디오)를 지원한다는 점, 멀티 앵글 후방 카메라가 좋다. 기존 파일럿에선
한글화돼 있지 않아 기능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모델은 언어적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익스플로러에서 좋은 점을 몇 가지 짚는다면 전동식 틸트 및
텔레스코픽 기능(파일럿은 수동식), 220V 인버터(기존 모델은 110V 인버터), 전동식으로
3열 좌석을 안전하게 접는 3열 파워 폴드 시트(기존), 전방 180도 카메라(추가),
핸즈 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기존), 시큐리티 코드 키리스 키패드(기존), 자동
주차 기능인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기존)를 지원한다는 점이 좋다.
첨단 사양의 지원 규모는 비슷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HSA),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지능형 전자식 구동 제어 시스템, 지형 관리 시스템, 원격 시동 시스템 등 대형 SUV로
갖출 수 있는 프리미엄 기능을 모두 갖췄다.
■ 구매 가치 -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형 SUV, 가격이 변수 |

2016년형 혼다 파일럿과 포드 익스플로러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형 SUV다.
절대적으로 평가된 차량 자체의 안전성은 혼다 파일럿이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익스플로러만의 특수 기능인 안전 벨트 에어백 기능이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익스플로러에서 주목할 독특한 내용이 있다면 안전 벨트를
반드시 착용하지 않아도 알람을 개별적으로 끌 수 있다는 점, 고속 코너링 시 자동
감속되는 비율이 꽤 크다는 점이다. 이건 운전자 성향에 따라 답이 나뉠
듯하다.
주차 난이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익스플로러의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를 배제한 일반적인 주차 상황이라면 후방 주차 시 파일럿, 전방 주차
시엔 익스플로러가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운전자가 선호하는 주차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장 5 m 내외의 대형 SUV를 모는 운전자들은 후방 주차를 더 선호한다. 참고로 파일럿의
전장은 4.94 m, 익스플로러는 5.04 m다.
두 차종의 파워트레인 성능, 연료 효율성, 상품성 등 면면을
따지면 따질수록 운전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격이 변수가
될 것이란 의미다.

현재 2016년형 포드 익스플로러는 2.3 에코부스트 리미티드가
5,600만 원, 3.5 리미티드는 5,4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혼다 파일럿이 익스플로러의
주력 라인업인 3.5 모델과 경쟁한다고 했을 때 최대한 이와 비슷한 가격에 나와야
한다. 자동 주차 기능을 비롯한 몇 가지 센서 장비 부문에선 익스플로러보다 가짓
수가 적어 더 낮게 나올 가능성도 있겠지만, 몰라보게 달라진 풀체인지 모델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혼다 파일럿은 아직 포드 익스플로러가 지원하지 않는 한글화된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한다는 점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는 있겠다. 만약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나와 실망하게 된다면 익스플로러 3.5 리미티드로 조용히 눈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 보증 조건이 포드코리아는 ESP 선택 시 5년 / 10만 km(기본 3년 / 6만), 혼다코리아는
3년 / 10만 km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입 대형 가솔린 SUV를 바라보고 있던 운전자라면 위 내용을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