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한국닛산이 맥시마 국내 출시를 기념해 주요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닛산 맥시마는 지난 2014 북미 오토쇼에서 공개된 '닛산 스포츠
세단 콘셉트'를 바탕으로 설계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다. 이번 8세대 맥시마는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적극 반영하고. 동급 최상의 상품성,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6년 만에 신형 모델로 탈바꿈한 닛산 맥시마, 운전자 입장에서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는지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닛산 맥시마는 임팔라와 경쟁할 차가 아니다 |
8세대 닛산 맥시마와 쉐보레 임팔라는 같은 전륜 구동 세단이지만,
포지셔닝은 엄연히 다른 차다.
맥시마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임팔라는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이다.
쉽게 말하면 운전자 자신을 위한 차인지, 가족을 위한 차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장과 휠베이스로 보면 임팔라(5.11 m / 2.835 m)가 맥시마(4.9 / 2.775 m)보다
훨씬 길면서 전고 역시 맥시마(1.435 m)보다 임팔라(1.495 m)가 더 높다. 전폭은
수치상 맥시마가 오히려 더 넓다.
위 수치를 보면 닛산 맥시마는 어떤 방향의 세단이 되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가로로 넓고 낮은 위치의 차체는 차량의 무게 중심을
낮춰 고속 주행 시 차선 변경, 코너링과 같은 상황에서 주행 안정감을 더한다. 공기
저항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차량 구조 특성상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이 일부 희생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맥시마처럼 운전자 자신을 위한 4도어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라면
별 문제가 안 된다. 온 가족을 위해 차를 산다고 했으면 애초에 임팔라를 권했을
것이다.
한국닛산은 8세대 닛산 맥시마를 가리켜 경쟁 차종 대비 드라이빙과
프리미엄의 정점을 이룬 차라 설명했다. 거의 모든 최신 전자 장비와 편의 사양을
갖춘 전천후 프리미엄 세단이라서 마땅한 적수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이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 설계 변경된 VQ35DE 엔진, 누구나 인정한다 |
맥시마에 탑재된 3.5 V6 VQ35DE 엔진은 어느 운전자라도 탓하기
힘들다.
전통적으로 VQ 엔진은 가속 응답성과 동력 성능, 내구성 및 정숙성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명품 엔진이다. 그 중에서도 맥시마의 VQ35DE 엔진은
전체 부품의 61 %를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해 엔진의 소음 진동(NVH)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닛산의 슈퍼카 GT-R에 적용된 흡기 밸브와 매니폴드, 소듐(Sodium)
봉입 배기 밸브를 설치해 흡배기 성능을 개선하고, 새롭게 디자인된 오일 팬을 걸어
열기가 신속히 빠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운전자가 차량을 극한으로 몰아붙여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 글쓴이는 닛산 맥시마 시승을 마친 직후
차량을 정비하던 미캐닉에게 물어봤다.
지난 13일 오전과 오후 세션으로 120 km씩, 어제도 같은
패턴으로 두 시간 가량 시승이 진행됐다. 담당 미캐닉은 "닛산 맥시마로 시승
행사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엔진 오일이나 냉각수, 케미컬 류를 보충한 사례가 없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타이어 공기압 체크를 비롯한 기본 점검만 진행됐을 뿐이다.
참고로 8세대 닛산 맥시마의 엔진은 최고 출력이 303 마력(@
6,400 rpm), 최대 토크는 36.1 kg.m(@ 4,400 rpm)에 이른다. 일반(Normal) 주행 모드로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부드럽게 가속된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주행 모드를 스포트(Sport)로 바꿔 엔진 회전 수를 최소 5,500 rpm 이상 꾸준히
올려주면 된다. 200 km/h를 넘기는 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저중력 퀼팅 시트와 우드 트림으로 고급감 살렸다 |
8세대 닛산 맥시마의 상품성은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바느질된 저중력 퀼링 가죽 시트,
D컷 가죽 스티어링 휠과 콕핏, 운전석 및 동승석 무릎 패드의 바느질, 마호가니 우드
도어 트림 등 실내 주요 부분의 마감이 섬세하고 고급스럽다. 고급 시계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커맨드 시스템도 온화하고 세련된 분위기 연출을 돕는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콘셉트카로 본 것처럼 화려하지 않다. 포인트
컬러로 화이트를 사용해 깔끔함을 더한다. 센터페시아 전체가 운전자를 향해 7도
기울어져서 멀티미디어 기능 및 공조 장치 컨트롤이 대체로 쉽다.
현대 기아차는 운전자를 향해 센터페시아를 15도나 기울였는데
이건 무슨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닛산 관계자는 이 질의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센터페시아의
기울임 각도가 너무 크면 운전자 시점에서 왜곡이 생길 수 있어 차량 콘셉트에
따라 알맞은 각도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닛산 맥시마는 운전자로서 스포츠카의
감각을 느낄 최적의 센터페시아 기울임 각도를 7도로 맞췄다."
■ 계기판만 완벽한 한글화, 터치 스크린 보완 필요 |
8세대 닛산 맥시마는 완벽한 프리미엄 세단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반 쪽짜리 한글화가 그렇다. 7 인치형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내용만
한글화가 충실했고 멀티미디어 기능을 다루는 8 인치형 터치 스크린엔 한글화가 미처
반영되지 못했다. 기왕 한글화를 진행할 예정이었다면 두 디스플레이에 모두 반영됐어야
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양산 차량을 국내 출시할 시점에 계기판
디스플레이까지만 한글화가 진행됐다."면서 "미디어 재생 시 한글로 표시될
내용이 화면상 깨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고 이를 인정했다. 한글화 지원은
운전자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 맞다. 조금 더 신경써서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연료 주유구 캡은 얇은 철판으로 구성돼 있다. 부식을 대비한
코팅이 처리된 것으로 보였으나, 장기적으론 변형 및 부식을 대비해 플라스틱 연료
주유구 캡을 설치하는 방안이 더 낫다.
어떤 연료를 주유해야 하는지 표현도 명확하지 않다. 표시 내용
중 Unleaded fuel only(무연 가솔린만 주유하시오)의 의미를 아는 운전자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반 운전자들은 어떤 연료를 넣으란 것인지 의미를 혼동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하겠다.
■ 맥시마는 조용한가? 주행 중 화이트 노이즈 두드러져 |
닛산 맥시마는 실내 정숙성 확보를 위한 보스(BOSE)의 사운드
엔지니어링이 반영됐다.
더 뉴 인피니티 Q70처럼 차량 제작사가 개발한 차체를 전달해
차량 외부의 소음은 줄이면서 엔진 및 배기 사운드를 전자식으로 증폭시키는 셋팅이
이뤄진다. 일상 주행에선 조용하게, 스포티한 주행에선 엔진 사운드를 또렷하게 전달해
드라이빙의 만족감을 높인다.
문제는 맥시마 뒷 좌석에서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백색 잡음)다.
라디오 주파수를 잘못 맞췄을 때 나타나는 잡음이 주행 중에 쉴 새 없이 재생됐다.
이는 보스의 ANC(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상시적으로 동작해
나타난 결과다. 차량 외부의 소음을 마이크로 채집해 이를 상쇄시키는 주파수를 역으로
재생시키는 원리로 소음을 감쇄시킨다는 것인데, 오히려 글쓴이에겐 다른 타입의
잡음으로 들렸다. 동승객도 뒷 좌석에서 잡음이 계속해서 들린다고 말했다.
이 현상에 관해 불만을 제기한 사례가 없었는지 질의하자,
한국닛산 관계자는 "청각이 예민한 운전자들이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서
"일반 운전자들은 이를 불만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8세대 닛산 맥시마, 어떤 운전자가 사야 하나? |
한국닛산이 국내 출시한 8세대 닛산 맥시마 플래티넘의 가격은
4,370만 원으로 책정됐다. 맥시마 플래티넘은 모든 사양을 포함한 최상위 트림이다.
기본적으로 LED 헤드 램프와 LED 시그니처 리어 램프부터 시작해서
아틀란 3D 내비게이션과 DMB, 어라운드 뷰 모니터,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
앞 좌석 냉온풍 시트를 비롯한 다양한 편의 사양, 운전자 주의 경보(DAA), 사각지대
및 후측방 경보 시스템(BSW & RCTA), 이동 물체 감지 시스템(MOD),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S), 긴급 제동 시스템(FEB) 등 첨단 사양을 내장하고 있다.
8세대 닛산 맥시마의 안전성은 NHTSA(미국 도로 교통 안전국)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방 충돌 및 측면 충돌, 전복 방지 부문에서 별 다섯 개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7세대 맥시마가 정면 충돌이 별 세 개, 전체 별 네 개로
안전도 등급이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모델은 안전도 측면에서 상당히
강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
장착된 에어백은 모두 6개다. 앞 좌석 어드밴스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운전석 및 동승석 사이드 에어백, 전복 감지 대응 커튼 에어백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릎 에어백은 장착돼 있지 않다.
안전성을 포함한 가격 대비 상품성은 충분한 수준이라서 구매력은
비교적 높다. 미국 현지서 판매 중인 같은 트림의 8세대 맥시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파는 것이라 이 부분은 굳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없다.
평소 전천후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 필요했던 운전자라면 한
번 경험해 보고 구매를 결정해도 괜찮을 차다.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차량으론 굉장히
합리적이다. 일부 보완이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차량 전반의 완성도가 높아 구매를
주저할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