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신형 스마트 포투를 탄 글쓴이는 시승 내내 남녀 노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대형 마트 주차장부터 범어네거리와 동성로, 수성못, 월드컵
경기장 산책로 등 대구 시내 곳곳을 누볐다. 간혹 신호 대기로 정차해 있는 동안
옆 차선의 운전자, 버스 기사도 차 창을 열어 물끄러미 관찰하다 신호를 놓치기도
했다.
여태 수많은 차를 시승하면서 이토록 관심어린 시선을 받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신형 스마트 포투가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보기 드문 특별한 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글쓴이는 이 차로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약 650 km를 운행했다.
신형 스마트 포투에서 주목할 내용은 무엇일까?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포투는 경차인가요? 소형차인가요?
신형 스마트 포투를 들어봤다 싶은 운전자들은 이 내용을 가장
먼저 묻는다.
차종이 경차에 속하는지, 소형차에 속하는지를 말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리법 제3조에 따르면, 배기량이 1,000 cc 이하면서 전장 3.6 m, 전폭 1.6
m, 전고 2 m 이하인 승용차 및 승합자동차를 경차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만족하는 경차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한국지엠 라보와
다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1.0 3기통 가솔린 엔진(71 마력 / 9.3 kg.m
토크, RR), 전장 2.72 m, 전고
1.55 m를 나머지 기준을 만족하고 있으나, 전폭이 1.66 m로 법적 기준의 6 cm를 초과해
아쉽게도 소형차로 분류되고 있다. 기존 2세대 스마트 포투는 전장 2.695 m, 전고
1.54 m, 전폭 1.56 m로 경차의 법적 기준을 만족했다.
단순히 전폭이 6 cm 넘었단 이유로 경차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법적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자동차 취등록세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 주차장 50 % 할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80 % 요금 할인, 자동차 종합 보험료
10 % 할인 등 경차에 적용되는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 소형차였다면 위 요금이 나왔을까? 스마트 포투는 경차로
취급하는 게 맞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 이천 IC에서 서대구 IC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했더니 6종 경차로 분류돼 4,950원의 통행료가 찍혔다. 일반 소형차로 이
구간을 다녔다면 1종으로 분류돼 9,900원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게 맞다. 마찬가지로
서대구 IC에서 출발해 서울 요금소에 도착했더니 단말기에 6종 6,250원(소형차 기준은
1종 1만 2,500원)이 표시됐다.
법적 기준이 소형차라서 실제로 소형차 기준 요금을 내는 것은
아니였다. 차종을 잘 몰랐던 직원은 차량 이름을 일러두니 "아~ 그럼 경차네요"
라면서 위와 같은 주차 요금을 찍기도 했다.
■ 경차 전용 구역에 주차할 수 없다?
▲ 후방 카메라는 조향이 연동되는 타입이다. 경차 구역에
쉽게 주차할 수 있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전장과 전고, 전폭이 조금씩 커졌지만 여전히
경차 전용 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
위 사진은 글쓴이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표시된 경차 전용
구역에 주차한 모습이다. 일반 소형차였다면 벽에 바짝 붙이는 개구리 주차를 한다해도
전폭 때문에 모자랐을 것이다. 기존 2세대 스마트 포투보다 전폭이 10 cm 늘었으나
주차한 상태로 어렵지 않게 운전석 승하차가 가능했다.
일반 소형차를 시승했을 때는 빈 자리가 없어 외부 주차가 가능한
구역까지 멀리 나가 주차해야 하는 불편이 따랐지만, 신형 스마트 포투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경차로 표시된 구역이 빈 자리로 항상 남아 언제든 주차가 가능했다.
글쓴이가 이날 신형 스마트 포투를 경차 전용 구역에 처음 주차한
시각은 9일 새벽 3시 15분이다. 전날 밤 10시에 학교 수업을 마쳐서 일을 간단히 보고,
11시 반에서야 성남서 집으로 출발했으니 대략 네 시간 안팎이 걸렸다고 보면 된다.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면 걸어서 5~6분 거리의 기차역까지 나가 주차했을테니
말이다.
일반 주차 구역에 이 차를 주차했다면 음... 같은 곳에 이 차를
한 대 더 넣고 싶어질 것이다.
■ 불편한 옵션을 용서했던 차, 그럴 일 없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기존 2세대 포투보다 옵션이 비교적 풍부하다.
다기능 스티어링 휠, 전동식 열선 사이드 미러, 오토 에어컨,
윈드실드 디포그, 크루즈 컨트롤 및 스피드 리미터 등 각종 편의 사양이 적용됐다.
2세대 포투는 스티어링 휠 자체에 버튼도 없었고, 심지어 사이드 미러는 다마스처럼
레버를 잡아당기는 수동식이었다.
시동 키를 넣는 위치도 달라졌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스티어링
컬럼 우측 하단에 꽂으면 된다, 기존 2세대 포투는 사브(SAAB)처럼 기어 노브 뒤편에
위치했다. 차량 외부에선 시동 키로 도어 잠금과 열림, 트렁크 열림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운전자 입장에서 무엇보다 가장 편해진 건 변속기다. 대형 트럭에서나
볼 법한 시퀀셜 타입의 5단 자동 변속기에서 트위나믹 6단 DCT 자동 변속기로 바뀌었다.
일반 차량들처럼 P-R-N-D순으로 배치돼, 기어 노브를 앞뒤로만 움직여주면 차량을
제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동 변속은 D레인지 상태서 좌측으로
위치를 옮기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포투의 패들 시프트가 빠졌다는 점이
되겠다. 기존엔 시퀀셜 타입의 기어 변속이 불편하다는 점을 인지해 자동 변속용
기어 노브 토글 스위치, 수동 변속에 대응한 패들 시프트가 적용됐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기어 노브를 상황에 따라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전부다.
▲ 신형 스마트 포투는 트렁크 개폐가 정말 편해졌다.
이 외에도 보닛 탈거용 레버가 길어져 차량 속을 보기 쉬워졌다는 점,
글로브 박스 안쪽 깊은 곳에 설치됐던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돼 차량 정비하기
좋아진 점, 트렁크 개페 방식이 개선된 점 등 여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궁금했던 트립 정보, 한 눈에 살핀다
▲ 2세대 포투에선 지원하지 않았던 트립 정보다.
신형 스마트 포투에서 트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변화다.
2세대 포투는 예전 차량들처럼 누적 주행 거리계, 기어 변속
위치와 차량에 주유된 연료의 양을 대략 표시한 것이 전부였다. 주행 거리에
따른 연비와 주행 시간, 평균 속도를 비롯한 주요 내용들이 나타나지 않아서 운전자가
얼만큼 효율적으로 운행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이 부분에서 확실한 지원이 이뤄졌다. 트립
기록을 리셋한 시점 혹은 차량 출발 시점부터 기록된 주행 정보, 친환경 운전 지수,
주행 시간대 별 연비 분포, 냉각수 온도, 차량 점검 주기 등 다수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7년 전 출시된 포투엔 이런 기능이 없었다.
인포테인먼트 구성도 좋아졌다.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블루투스
핸즈프리, 음악 재생 기능도 문제 없다. 한글로 된 제목과 가수가 섞여도 깨짐 현상
없이 깔끔하게 나온다.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항목과 센터 디스플레이의 메뉴 자체가
한글화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대시보드 한가운데 독립 구성됐던 엔진 회전 수 표시계와 아날로그
시계는 운전석 좌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전 시야를 가리지 않게 엑세서리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 연비는 얼만큼? 흔한 경차보다 좋아
신형 스마트 포투의 연비는 얼만큼일까? 트립상 시내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로 나누어 알아봤다.
시내 연비는 대구를 대표적인 달구벌대로를 50 km
주행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당시 주행에 나선 시각은 토요일 오후 1시 경부터 오후
3시까지로 주말 교통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범어네거리,
반월당네거리를 거쳐 감삼네거리에서 U턴해 돌아오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다.
주행을 마친 후 연비는 13.5 km/l를 가리켰다. 처음 25 km까지는
일부 구간에서 약간의 지체만 있어 평균 연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U턴하고
돌아오는 구간에선 범어네거리에 이르기까지 약 10 km 구간에 걸쳐 정체가 있었다.
확인된 평균 속도는 23 km/h에 불과했다. 섭씨 23도로 에어컨이 계속해서 동작했던
점을 고려하면 연비 기록이 비교적 괜찮다.
고속도로 연비는 지난 목요일 밤 11시 반부터 성남시 분당구에서
출발해 글쓴이 자택까지 270 km, 월요일 새벽 5시 경 자택서 출발해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까지 290 km를 주행한 기록을 나타냈다.
집으로 내려갈 때는 20.4 km/l, 서울로 돌아갈 때의 평균 연비는
19.2 km/l을 보였다. 두 기록을 합산한 고속도로 평균 연비는 19.7 km/l다. 평균
주행 속도는 각각 77 km/h와 81 km/h로 비슷한 수준이며, 크루즈 컨트롤을 간헐적으로
사용해 주행 환경을 비슷하게 맞췄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일반 경차처럼 고속 주행보다 시내 주행을
지향한 차량이라 배기량 1,600 cc 이하의 소형 디젤 차량과 단순 비교하면 연비
조건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다. 속도계상 110 km/h를 유지할 때 요구되는 엔진 회전
수는 2,700~2,800 rpm에 이른다. 가솔린 엔진이란 점과 고속 주행 시 엔진 회전 수를
고려하면 꽤 훌륭한 연비다. 연료 탱크가 작아 경우에 따라 추가로 주유를 하고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차량에 남은 연료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완화된 소음 진동(NVH), 여전히 재밌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소음 진동(NVH)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기존 2세대 포투는 스티어링 컬럼과 시트까지 진동이 지속적으로
전달됐지만, 이번에 달라진 포투는 진동의 규모가 확실히 줄었다. 도어 트림과 시트로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으나 운전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청각과 촉각이
예민한 운전자가 아닌 그 누구라도 두 모델을 교차해 타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 신형 스마트 포투 도심 주행 영상.
주행 감각은 발전된 부분이 많이 보인다. 2세대 포투는 토글
스위치로 동작하는 5단 자동 변속기의 D레인지 변속 질감이 매끄럽지 않아서 시퀀셜
혹은 패들 시프트를 조작해 기어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이보다 클러치가 그럭저럭 빨리 붙어서 운전자가 변속 시점을 예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특징도, 재미도 없는 자동 변속기보다는 낫고
르노삼성 QM3의 6단 DCT와 현대 기아차 디젤 차량의 7단 DCT보다는 변속 시점이 다소
늦다. 변속 시점에 다다르면 가속 페달을 살짝 깊이 밟아 엔진 회전 수를 띄워주는
식으로 변속을 유도하는 것이 한결 자연스럽다.
▲ 과속 방지턱을 넘으며 서스펜션 셋팅을 느껴봤다.
아,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하체 셋팅이 유연해져 30~40
km/h의 속도로 과속 방지턱을 넘어도 부드럽게 넘긴다. 방지턱을 넘은 뒤의 반발력은
억제하면서 착 가라앉는다. 기존 포투는 동승객이 탑승한 경우 배려하기 위해서
10 km/h 내외의 매우 느린 속도로 방지턱을 넘어야 했다. 지금의 포투는 꼭 이럴
필요가 없다.
■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차가 됐다
신형 스마트 포투는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준비가 된 차다.
기존의 포투는 운전자로서 감당할 퀘스트가 너무 많아서 매니아들의
좁은 세계에서만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의 스마트 포투는 새롭게 달라졌다. 운전자와
친해지려고 각종 편의 장비를 달고 하체 셋팅과 변속기도 바꿨다.
신형 스마트 포투를 시승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트위나믹 6단 DCT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 감도가 기존 모델보다 다소 가벼워졌으면서
여러 기능이 들어간 것도 좋았지만, 경차라면 무엇보다 도심에서 편안하고 쉽게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상품 구성 자체엔 분명 만족한다.
아쉬운 게 있다면 경차에 관한 우리나라의 법률 해석이 애매해서
신형 스마트 포투를 경차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 상황이 그렇다. 사랑받으려고 이것저것
원하던 것을 모두 고쳤는데 정작 스마트 포투 고유의 가장 큰 매력점이 빠져버린
것이다.
이번 시승에선 별다른 의심 없이 고속도로 통행료와 주차비 모두
경차로 인정받아 그에 준하는 혜택을 받았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단지 전폭이 조금 넓다고 해서 소형차로 받아들인다면 운전자 입장에선 차량 구매를
잠시 고민하게 될수도 있다.
물론 신형 스마트 포투는 이름 모를 남의 시선을 즐기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절세를 목적으로 타는 경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나 기아차 모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차가 아니란 의미다. 엔진도 뒤에, 뒷
바퀴로 힘을 실어 굴리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차다. 특성상 회전 반경이 매우 짧아서
U턴하기도 매우 좋다.
지난 8월 국내 출시를 알린 신형 스마트 포투는 이제 막 일반
고객을 상대로 출고되기 시작했다. 패션과 패션 미디어 패키지, 에디션#1(스포츠
패키지 구성), 프라임 등 네 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있으며, 판매 가격은 패션 2,790만 원, 패션 미덩 패키지, 에디션#1 2,990만 원, 프라임 3,390만
원이다. 글쓴이가 시승한 차량은 패션 미디어 패키지로, 현재 포투를 찾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는 트림이기도 하다. 구매 계약 후 차량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은 2주
내외다.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차, 신형 스마트 포투는 바로 그런
차다. 관심 있는 운전자라면 스마트코리아를 방문해 차량을 시승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