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비나 DTS 같은 대표적인 다채널 오디오 시스템과 고가의 AV 리시버 그리고 최대 13개까지 구성된 스피커들이 다채널 사운드의 기본이자
표준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복잡하고 비싼 AV 장비나 다채널 스피커 하나 없이 헤드폰 하나만으로 생생한 다채널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것은 오늘 소개할 'DTS 헤드폰:X' 기술인데 지금부터 2채널 헤드폰으로 11.1채널을 구현되는 마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 다채널 사운드, 헤드폰으로 가능할까?
다채널 사운드라고 하면 여러 개의 스피커로 재생되는 사운드를 생각하게 된다.
5.1채널 사운드는 전방에 3개, 좌우에 각각 1개씩 2개 그리고 우퍼 1개로 구성된 스피커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11.1 채널 사운드를
재생하려면 11개의 스피커와 1개의 우퍼를 청취자 주변 360도와 상단까지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운드 기술, 특히 영화나 방송에 사용되는 다채널 사운드 기술은 이처럼 물리적인 스피커를 필요로 하지만 스피커가 아닌 헤드폰이나
이어폰 환경에선 바이노럴(binaural) 효과를 이용하면 각각의 방향에 맞는 스피커가 없어도 된다.
바이노럴 효과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개의 귀로 위상차와 음압차를 계산해 방향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양쪽 귀에
장착한 각각의 마이크로 주변 소리를 녹음한 후 헤드폰이나 이어폰에서 듣게 되면 실제 귀로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놀라운 현장감과
방향성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 현상을 응용해 양쪽 귀에서 들려지는 실제 소리를 시물레이션해 재생해 내는 기술이 바로 DTS 헤드폰:X다.
사실, 바이노럴 효과를 응용한 360도 서라운드 오디오는 그렇게 최신 기술은 아니다. 1880년대에 바이노럴 효과가 확인 됐고 마이크 두
개만 있으면 이런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유투브에는 바이노럴 효과를 응용한 영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위 영상이 바이노럴 효과를 경험하기 위한 최적의 영상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binaural audio'로 검색하면
많은 영상에서 바이노럴 효과를 경험해 볼 수 있다.
■ DTS 헤드폰:X는 두 가지, 사전 믹싱과 실시간 처리
앞서 설명한 바이노럴 효과를 이해했다면 DTS 헤드폰:X가 11.1채널을 구현한다는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단락에서는 DTS가 어떻게 바이노럴 효과를 구현했는가를 설명할 것인데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객체지향 오디오 기술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DTS는 지난 4월 객체기반 멀티 채널 오디오 기술 'DTS : X'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정해진 위치에 맞춰 녹음된 사운드를 재현하는 채널 중심의 기존 오디오 기술과 다르게 오브젝트 단위로 사운드를 구분해 각 위치에
따른 사운드를 계산해 재현할 수 있다.
기존 채널 중심 오디오가 단순히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는 것 뿐이라면 객체지향 오디오는 다수의 소리 주체를 인지하고 현장과 상황에 맞는
계산된 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미 객체지향 사운드가 상당히 보편화된 기술이 됐지만 이미 채널 기반으로 산업이 발전한 영화 사운드 분야는 최근에서야
객체지향 방식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DTS 헤드폰:X는 객체지향 오디오 기술을 통해 양쪽 귀에서 들려지는 소리를 실제와 같이 시물레이션하는 기술이다.
양쪽 귀에 마이크를 배치하고 녹음된 사운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브젝트 단위로 인지된 소스들을 장소와 상황에 맞게 계산하고 재현해
바이노럴 효과로 360도 서라운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완벽한 DTS 헤드폰:X를 구현하기 위해 DTS : X가 꼭 필요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DTS : X로 만들어진 타이틀이 전무한
상태다.
현재로는 DTS 헤드폰:X로 사진 믹싱된 트랙이나 기존 채널 기반 DTS나 DTS-HD 트랙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데 삼성의 2015년형
UHD TV에 적용됐다는 DTS 헤드폰:X 기술이 후자에 해당된다.
삼성의 2015년형 UHD TV에 적용된 DTS 헤드폰:X는 DTS 스트림에서 디코딩한 5.1채널 소스를 사용하거나 2채널 소스를 가상의
멀티 채널로 업믹싱해 바이노럴 효과를 구현하도록 되어 있다.
기존 가상 서라운드 효과 보다는 개선된 현장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한 바이노럴 효과를 구현하긴 힘들고 각각의 헤드폰에
최적화된 프로파일이나 공간을 설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DTS 헤드폰:X로 사진 믹싱된 트랙은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현장감과 방향성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TS-HD 디코딩(블루레이 영화 타이틀에 담겨진 DTS 헤드폰:X 트랙은 DTS-HD 스트림으로 저장된다)만 가능하다면 DTS 헤드폰:X로
믹싱된 블루레이 영화 타이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DTS 헤드폰:X로 믹싱된 대표적인 블루레이 영화 타이틀로는 엑스 마키나가 있는데 최근 발매된 명량 국내판에서도 DTS 헤드폰:X로 믹싱된
트랙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DTS 헤드폰:X로 사전 믹싱된 음반을 경험해 볼 수 있는데 한스 짐머가 DTS 헤드폰:X로 믹싱한 슈퍼맨 리턴즈나
스파이더맨2, 인터스텔라 사운드트랙을 유료로 감상할 수 있다.
■ DTS 헤드폰:X 실시간 처리, 삼성 UHD TV로 들어보니
앞서 설명했듯이 삼성의 2015년형 UHD TV에는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라는 메뉴로 DTS 헤드폰:X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과거 모델과 다르게 헤드폰 출력 단자가 없는 관계로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을 사용할 때만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라인 아웃 단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헤드폰 가상 서라운드 메뉴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했을 때만 선택할 수 있어 유선 헤드폰 사용자는
DTS 헤드폰:X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를 활성화 했을 때의 느낌은 어떤 소스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 공중파나 IPTV로 수신된 일반 드라마나
예능, 뉴스 등은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를 활성화 해도 현장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2채널 소스라서 그런지 음성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효과만
있을 뿐 주위를 휘감아 도는 현장감은 느끼기 힘들었다. 오히려 일부 방송에선 음성이 탁해지는 현상도 있어 일반 방송 시청 시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현장감이 크게 확장된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같은 2채널 소스라도 음량이 좀 더 풍성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좌우에 대한 방향성은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를 쓰지 않는 것이 훨씬 좋지만 영화 보는 느낌은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나은 것 같다.
공중파나 IPTV가 아닌 로컬 파일, 그 중에서도 5.1채널 소스가 담겨진 영상 파일은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와 최적의 궁합을 보여줬다. 바이노럴
데모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5.1채널 소스를 다운믹싱한 소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현장감이 느낄 수 있었다.
DTS 데모 디스크에 담겨진 '라이프 오브 파이' 영상을 보면 날치들이 몰려오는 씬이 있는데 이 씬에서 눈을 감고 일반 다운믹싱과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의 차이를 느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다.
다른 영상들도 5.1채널 소스라면 주위를 감싸는 듯한 공간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데 좌우에 대한 방향성은 2채널 소스 그대로 듣거나
5.1채널 소스를 다운믹싱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려지지만 공간감과 현장감은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가 훨씬 나았다.
참고로 헤드폰 가성 서라운드 테스트에는 젠하이저의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 MM 550-X와 DTS 헤드폰:X 프로세싱 유닛과 함께 제공되는
터틀비치의 i60 헤드폰을 사용했으며 두 헤드폰 중 터틀비치 i60 헤드폰이 훨씬 더 나은 현장감을 재현해 냈다.
아무래도 DTS 헤드폰:X 프로세싱 유닛까지 제공하는 최적화 모델이다 보니 일반 블루투스 헤드폰과 차이가 큰 것으로 판단되는데 DTS
헤드폰:X는 헤드폰 마다 최적의 프로파일을 맞출 수 있다고 밝혔지만 2015년형 삼성 UHD TV에서는 그런 상세 설정은 불가능했다.
연결도 블루투스 방식이고 DTS-HD 소스도 코어만 디코딩 할 수 있을 뿐이라서 제대로 된 DTS 헤드폰:X는 AV 리시버에서나 경험이
가능할 듯 하다.
터틀비치 i60 헤드폰은 윈도우 PC나 애플 맥에 USB로 연결하는 리시버(DTS 헤드폰:X 프로세싱 유닛)와 헤드폰이 2.4Ghz
무선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라서 PC 사용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블루투스 연결도 가능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TV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 DTS 헤드폰:X로 믹싱된 타이틀,
'명량'의 현장감은?
사실, DTS 헤드폰:X로 믹싱된 타이틀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앞서 소개했듯이 엑스 마키나, 헝거게임 : 모킹제이 (스페인어), 진격의 거인이 전부 였는데 얼마 전 누적 관객수 1760만 명을 돌파한
'명량'의 블루레이 판이 DTS 헤드폰:X로 믹싱된 트랙을 담아내 주목 받은 바 있다.
필자는 PC와 터틀비치 i60 헤드폰을 이용해 명량에 담긴 DTS 헤드폰:X 트랙을 감상해 봤다.
명량의 DTS 헤드폰:X 트랙은 DTS-HD로 압축된 스트림이라서 DTS-HD 디코딩이 가능한 AV 시스템이나 PC에서 바로 재생이
가능하다.
DTS 헤드폰:X 기능이 없는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삼성 UHD TV에서 5.1채널 소스를 DTS 헤드폰:X(헤드폰 가성
서라운드)로 처리해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현장감과 음질을 느끼게 해줬다.
마치 영화 속에 내가 있는 듯 주위의 사소 한 잡소리 하나까지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 졌다. 전투에 앞서 작전회의를 하는 장면에선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였다.
실제 전투장면에선 BGM이 워낙 크게 들리는 관계로 현장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전투 중 소신기전을 쏘거나 조총 탄환이 날아 갈 때는 다채널
스피커에서만 경험해 왔던 뚜렷한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투 중 이순신 장군이 직접 활을 쏘는 장면의 방향성이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하는데 백병전 중 왜군을 바다쪽으로 밀어낼 때 튀어
오르던 파도 소리도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주변 인물의 대사가 좀 더 많았더라면 방향성이나 현장감이 더 크게 와 닿았을 것 같아 아쉽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미 만들어진 영화 내에서
헤드폰만으로 이 정도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가의 AV 리시버나 TV 없이 놀랄만한 현장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DTS 헤드폰:X는 일반 가정을 위한 최고의 솔루션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실시간 처리 방식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명량 같이 DTS 헤드폰:X로 사전 믹싱된 트랙을 추가하는 타이틀이 더 많아 지고 대중화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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