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미 국내 진출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식 서비스 개시를 알리는 소식이 CES 2016에서 전해졌고 넷플릭스에 대한 기대감에 하루 종일 실검
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필자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기다려온 온 입장에서 너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월 정액제 방식으로 최신 해외 영화와 미드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개별 구매 방식의 IPTV 사업자 보다 훨씬 매력적인
조건이고 다양한 4K UH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가입했다.
가입은 UHD 화질이 제공되는 월 11.99달러짜리 프리미엄을 선택했다. 1개월은 무료에다 무료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지하면 공짜나 다름
없으니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라는 말이 딱 맞았다. 지금의 넷플릭스는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일단, 제공하는 타이틀 수가 너무 적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미드 몇 가지를 빼면 볼만한 타이틀이 없다.
영화 쪽은 2013년 개봉한 월드워Z와 2007년 개봉한 300이 전면에 나와 있을 만큼 볼만한 해외 영화가 없다. 국내 영화들은 그나마
근래에 개봉한 영화들로 채워졌지만 대작이라 불렸던 인기 영화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넷플릭스의 강점으로 알려진 미드도 마찬가지다. 마르코 폴로와 마블 데어데블은 있지만 브레이킹 배드, 워킹 데드, 하우스 어브 카드는 없다.
이를 보면 국내 IPTV에서 방영중인 중인 미드만 제외된 것이 아닐까 하는데 추가 비용 없이 무제한 재생이 가능하다 해도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국내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화질도 기대 이하다. 일단 UHD는 제외하더라도 1080P 수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차라리 유투브에 올라온 1080P 영화 예고편이 더 선명할
정도였는데 재생 구간을 변경 할때도 화질 변경에 걸리는 시간이 다른 VOD 서비스 보다 훨씬
느렸다.
기가 수준의 ISP 회선이라면 느리다는 느낌이 거의 없겠지만 100Mbps 기반의 일반 광랜이라면 구간 변경 때마다 짜증이 솓구칠 수
있으니 가급적 처음부터 그냥 그대로 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UHD 화질에 대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별도의 UHD 콘텐츠를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 검색 메뉴에서 UHD를 검색하면 UHD
화질로 재생 가능한 타이틀이 보여질 뿐이다. 그리고 이들 UHD 타이틀을 선택한다 해도 UHD 화질은 경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가입 시 나타나는 기본 안내에는 UHD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넷플릭스에서 UHD 화질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넷플릭스가 인증한 기기를 사용하는 것 뿐이다. 넷플릭스는 스마트 기능이 내장된 UHD TV와 엔비디아 쉴드 안드로이드 TV, Roku 4, Tivo Bolt, 아마존 파이어 TV(신버전)
등에서만 UHD 화질을 제공한다.
국내는 삼성과 LG의 UHD TV에서 넷플릭스 앱을 통해 UHD 화질을 경험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모든 기기에선 사실 상 UHD 화질을
경험할 수 없다.

4K UHD 모니터를 갖춘 PC가 있어도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지포스 GTX 960이나 950 또는 HDMI 2.0
출력이 가능한 일부 Z170 메인보드에서 HDCP 2.2를 지원하고 모니터 또한 HDCP 2.2를 지원해 봤자 부질 없는 짓이다.
넷플릭스가 웹 브라우저 기반으로 재생 되는 방식이어서 웹 브라우저가 지원 가능한 최대 해상도가 UHD를
지원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방법으론 PC에서 UHD 화질을 경험할 순 없다.
크롬의 경우 최대 720P, 인터넷익스플로러와 엣지의 경우 최대 1080p까지만 재생을 허락하고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서비스 시작 첫날부터 너무 안 좋은 모습만 부각한 것이 아니냐고 불만일 수 있겠지만 여로 모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역에 따라 제공되는 콘텐츠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지만 지금 수준 만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국내 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아직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한 달의 무료 체험 기회를 날리지 말고 일단은 가입을 보류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가입 전에는 어떤
콘텐츠가 서비스 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