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까지 TV 업계의 화두는 얼마나 많은 색을 자연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는가 였다.
커브드의 몰입감과 UHD 해상도의 선명함을 강조했던 2014년에 이어 자연색을 강조한 광색역 제품이 TV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삼성이
SUHD라는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이 시기였다.
OLED의 깊은 블랙을 강조했던 LG가 자연색을 강조한 것도 지난해 였고 글로벌 메이커를 쫓아가던 중국 TV 업체들이 퀀텀닷 필름으로 기술
격차를 좁혔다 주장했던 것도 지난해 였다.
올 CES 2016도 지난해 처럼 자연에 가까운 색이 UHD TV의 핵심 중 하나였다. 하지만 DCI-P3 조차도 100%를 커버하지
못하는 제품이 대부분인 관계로 실질적인 색재현율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고 그 결과 모든 TV 메이커들이 HDR(High Dynamic Range)을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들고 나왔다.
오늘은 2015년 색재현율에 이어 2016년 TV 업계의 화두가 된 HDR(High Dynamic Range)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 한다.
▲ CES 2015에서 전시된 삼성 SUHD TV의 HDR 비교 데모
CES 2016의 가장 큰 볼거리였던 최신형 TV와 그 안에 탑재된 HDR 재생 기술은 올해 처음 소개된 기술이 아니다. 지난 행사에서도 HDR 관련 기술 데모가 있었고 2015년 열린 모든 가전 행사에서 빠지지 않고 전시된 것이 바로 HDR 기술과 이를 통해 재생된 영상이었다.
높은 명암을 구현하는 기술 자체만 따진다면 지난해 출시된 모델부터 대응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미국영화TV기술자협회(SMPTE)가 돌비의 PQ(Perceptual Quantizer) 방식을 ST 2084로 받아들인 것이 2014년 말이었고 미국 가전협회(CEA)가 지난해 8월에서야 HDR 기준을 제시하면서 2015년 UHD TV에는 완벽한 HDR 재생 기능을 담아낼 수가 없었다.
UHD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설립된 UHD 얼라이언스도 CES 2016을 코앞에 두고서야 등급 기준을 발표할 정도니 TV 업계의 HDR 대응이 올해로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HDR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삼성은 2015년 SUHD TV 부터 HDR 재생 기능을 탑재시킨 상태여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된 일부 국가에선 HDR로 마스터링된 UH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2014년 이전 모델들도 2015년형 에볼루션키트를 장착하면 HDR 영상을 정상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LG도 일부 UHD OLED TV 모델에 스트리밍 기반 HDR 영상 재생 기능을 탑재시켜 놨지만 양사 모두 HDR 재생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 세부 모델명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 울트라HD 프리미엄 통과해야 HDR 재생? |
UHD 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울트라 HD 프리미엄'은 UHD 생태계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정한 규칙을 말하는 것이다. UHD 영상의 제작부터 편집, 가공, 전송 그리고 재생까지의 모든 단계별 규칙이 정해져 있고 이 기준을 통과한 제품과 영상만이 울트라 HD 프리미엄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준에서 재생 기기에 해당되는 기준은 이미지 해상도가 3840x2160여야 하며 10비트 컬러를 재현할 수 있고 BT.2020 색역 신호를 입력 받을 수 있으며 DCI-P3 기준 90% 이상의 색재현력을 갖춰야 한다고 나와 있다.
HDR 재생을 위한 조건에는 SMPTE ST2084 EOTF를 지원해야 하며 블랙 기준 0.05 니트 부터 최대 밝기 1000니트 이상을 만족하거나 블랙 기준 0.0005 니트 부터 최대 밝기 540니트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기준을 통과한 TV는 UHD 얼라이언스의 '울트라 HD 프리미엄' 로고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삼성은 2016년 출시되는 SUHD TV 전 제품이, LG는 CES 2016에서 선보인 UHD OLED TV 4 종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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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HD 프리미엄 인증을 통과하지 않은 하이센스 저가 UHD TV도 HDR 영상을 지원한다
울트라 HD 프리미엄 인증을 통과하지 않은 UHD TV들도 HDR 재생은 가능하다. UHD 얼라이언스가 제시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을 뿐 HDR 재생 자체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패널이 10비트 컬러를 지원하고 SMPTE ST2084 EOTF 기준 HDR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면 울트라 HD 프리미엄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HDR 만의 느낌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최대 밝기나 색재현율 차이로 정상 화면보다 어둡거나 색이 왜곡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SDR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명한 명암비를 경험할 수 있다.
필자도 HDR 지원이 불가능한 2014년 S사 모델에 2015년 에보킷을 조합해 HDR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HDR로 마스터링 된 영상을 스트리밍 서비스 중인 아마존 또한 삼성과 LG, 소니의 2015년 UHD TV에서 이를 시청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상 제작자의 의도가 100% 표현된 영상은 아닐지라도 HDR 재생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CES 2016에서 발표된 LG전자의 OLED UHD TV와 프리미엄 LCD UHD TV들이 지원하는 돌비 비전은 지금까지 소개한 HDR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미국영화TV기술자협회(SMPTE)가 정한 ST 2084 표준이 돌비가 개발한 PQ(Perceptual Quantizer) 방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표현 가능한 휘도 범위도 10,000 니트까지로 동일하고 최대 지원 가능한 컬러 비트도 12비트로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돌비 비전은 HDR 영상을 SDR 영상에 HDR 데이터를 조합한 듀얼 레이어 방식까지 구현할 수 있어 돌비 비전으로 마스터링 된 HDR 영상은 SDR UHD TV에서도 정상적인 재생이 가능하고 HDR 구현에 12비트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1024단계를 표현하는 10비트 HDR 보다 더 극명한 명암을 표현할 수 있다.
ST 2084 표준에도 12비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CEA와 UHD 얼라이언스는 12비트 패널이 전무한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HDR 호환 디스플레이 기준을 10비트로 정의했다. 이것이 HDR10 미디어 프로파일이다.
실제 돌비 비전과 HDR10 기준 영상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자료는 없지만 원본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최종 출력 단계에서 해당 디스플레이의 최대, 최소 밝기나 색역 등을 인식하고 이에 맞춰 처리해 주는 맵핑 단계도 포함된 것을 보면 HDR 영상의 품질 만큼은 돌비 비전이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한다.

현재 HDR로 만들어진 영상 대부분은 아마존이나 VUDU 같은 OTT 스트리밍 업체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한 상태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도 올해 HDR로 제작된 영상을 서비스 할 계획이고 유투브 또한 HDR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3월에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내놓은 울트라HD 블루레이 타이틀과 이를 재생할 울트라HD 블루레이 플레이어까지 판매될 예정이어서 데모 영상 한 두 개가 전부였던 2015년 보다는 HDR 영상을 접할 기회가 좀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트라HD 블루레이가 본격화 되면 국내 IPTV 업체들 또한 VOD로 HDR 영화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불법복제나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HDCP 2.2 기술이 내장된 HDMI 2.0a 출력을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UHD TV 셋탑을 업데이트 하거나 신형 셋탑을 출시해야 한다.
국내 IPTV 업계가 사용중인 1세대 UHD 셋탑들은 브로드컴의 BCM7252 Soc를 사용해 HDMI 2.0 출력에 HDCP 2.2 조합인 것으로 알고 있고 최근 KT가 새롭게 내놓은 UHD2 셋탑은 12,000 DMIPS의 처리용량을 갖춘 신형 SOC가 사용되어 좀더 나은 대응을 기대할 수 있다.
IPTV 개발에 필요한 SoC 메이커들이 이제 막 HDR 관련 솔루션을 자사 제품에 도입하고 있는 단계라서 HDR 대응이 완벽한 신형 셋탑박스는 2016년 하반기에나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
■ 2016년 UHD TV, HDR 지원 확인 방법 |
올해 출시될 2016년형 UHD TV들 대부분은 울트라 HD 프리미엄 인증은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HDR 재생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메이커들 또한 이점을 제품의 장점으로 적극 홍보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나온 스펙만 보면 해당 제품이 HDR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2~3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에만 이러한 스펙을 표기하고 중저가 제품에는 이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제품 구매 후 직접 해당 영상을 재생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
각 사 지역 대리점이나 하이마트 같은 가전매장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꼭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HDR 재생을 고려하지 않고 이미 구매했다면 HDR 영상을 직접 재생해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 ST 2084 표준 HDR 영상은 http://demo-uhd3d.com/ 에서 구할 수 있으며 USB나 NAS에 다운로드 후 TV 자체 플레이어로 재생하면 HDR 지원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UHD TV가 HDR 영상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전체적으로 뿌연 화면이 나타난다.

HDR에 대한 모든 표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사와 가전 업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주축이 된 UHD 얼라이언스
회원사들만 PQ 기반인 SMPTE ST2084 HDR 표준을 채택했을 뿐 정작 가장 중요한 방송 업계는 다른 표준을 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 BBC와 일본 NHK 주도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Hybrid Log Gamma)가 방송 업계의 HDR 표준으로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표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는 PQ 방식과 전혀 다른 감마 커브와 로그형 커브를 조합한 방식이라서 구현 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시그널 기준에 따라
SDR 영상에 사용하는 감마 커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영상 신호만으로 SDR과 HDR에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HDR과 SDR 영상을 따로 제작할 필요 없이 모든 디지털 TV에 대응이 가능하고 로열티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전파산업협회(ARIB)는 지난해 7월 표준 규격으로 승인한 바 있으며 ITU와 SMPTE에서도 방송 표준으로 승인될 전망이다.
방송 쪽의 HDR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관계로 모든 표준을 지원하는 완벽(?)한 HDR UHD TV는 2017년에나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존 UHD TV에서도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를 지원하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기존 HDR UHD TV 들도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를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LG는 CES 2016에서 진행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