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3일), 르노삼성이 2016년 첫 기자간담회로 SM6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르노삼성 SM6는 르노가 유럽서 판매하고 있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 '탈리스만(Talisman)'의 한국형 모델이다. 지난 해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 차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유럽 중형 세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 SM6로 차명이 확정돼 국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박동훈 영업본부 부사장은 "SM6가 중형 세단의
새 기준을 정의할 트렌드리더(Trend-leader)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오직 연비
밖에 모르는 소형 SUV 'QM3', 다운사이징 엔진의 선두 주자 'SM5 TCE' 등을 국내
출시해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말이다.
아울러 박 부사장은 질의 응답 세션에서 SM6는 쏘나타, K5 같은
모델과 경쟁할 국내 중형 세단이 아니며, 폭스바겐 파사트만큼 특징을 고루
갖춘 수입 중형 세단에 견줄 차라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SM6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형 세단인 쏘나타, K5와 비교할 클래스가 아니라는 의미다.
정말 이 말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글쓴이는 르노삼성이 처음으로
공개한 SM6에 관해 딱 세 가지 단락으로 나눠 정리했다. 읽어봐야 보도자료인 뻔한 내용은 쓰지 않았다. SM6의
국내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라면 이 내용에 주목해 보자.
지난 해 11월의 일이다. 르노삼성이 분당 오리점에서 전시장
꽃단장 행사를 차렸을 때였다.
글쓴이는 당시 행사 직후 르노디자인아시아 성주완 디자이너(SM6
디자인 프로젝트 담당)와 간단하게 말을 주고 받은적 있다. 오는 3월 국내 출시될
탈리스만이 유럽서 판매되는 모델과 전혀 다를 게 없는지 알아본 것이었다. 성 팀장은
"로고 외에 속까지 똑같은 차로 나올 것"이라며 짧게 답했다.
정말 똑같을까? 외관상으론 성 팀장의 언급대로 르노삼성을 상징하는
태풍의 눈 로고 말곤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레터링 위치는 달랐다. 유럽의 탈리스만은
로고 하단 정중앙에, 우리나라의 SM6는 LED 리어 램프 하단에 배치됐다. 이날 쇼케이스로
선보인 석 대의 2.0 가솔린 모델은 전부 우측 하단에 'GDe'가 붙었다.
실내 구성은 어떨까? 전반적인 윤곽은 탈리스만과 다르지 않다.
디테일로 접근하면 도어 트림과 패널의 리얼 스티치 장식, 윙 아웃 헤드레스트, 다이아몬드
패턴 스티치가 반영된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가 다르다 할 수 있는데, 트림 별 상품
구성이 최종 발표된 자리는 아니여서 속단하기는 이르다.
참고로 유럽의 탈리스만은 다섯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다.
기본형 모델인 라이프(life)는 직물 시트에 블랙 대시보드, 가죽
스티어링 휠, 젠(Zen)은 라이프보다 밝은 톤의 인테리어와 시트, 비즈니스(Business)는
일부 편의 사양이 추가된다. 인텐스(Intens)는 가죽과 직물이 섞인 하프레더 시트,
옵션으로 다크 브라운 혹은 리베라 가죽 시트와 대시보드, 초콜릿 브라운 탑 스티칭,
최상급인 이니셜 파리(Initiale Paris)엔 블랙 혹은 샌드 그레이 대시보드,
다크 차콜 혹은 실버 탑 스티칭, 그레이 패턴 나파 가죽 시트 및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
어제 선보인 르노삼성의 SM6는 탈리스만의 다섯 가지 트림
중 이니셜 파리에 해당되는 모델로 볼 수 있다. 국내서 차별화된 사양으로 소개한
19 인치형 휠도 사실은 이니셜 파리를 상징하는 전용 옵션 중 하나에 속한다. 이니셜
파리엔 앞 좌석 마사지 기능도 포함돼 있는데, SM6는 이것도 적용한 것인지 판단이
안 선다.
그나마 소비자로서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세미 버킷 타입
시트, R-EPS(랙 타입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가 기본 적용된다는 점이 되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멀티 센스, S-링크 시스템(8.7 인치형
R-링크2에서 한글화 디스플레이 반영), 12-채널 스피커 및 서브우퍼가 포함된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기본형은 8-채널), 액티브 댐핑 컨트롤, 커스텀 엔진 사운드, 올 어라운드 파킹 센서,
ADAS(긴급 제동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간 거리 경보 시스템, 오토 하이빔,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등 주요 기능은 트림에
따라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르노삼성 SM6는 정식으로 국내 선보이기 직전, 후륜 서스펜션
구성 때문에 말이 많았다.
유럽의 탈리스만은 후륜 서스펜션이 토션 빔, 한국형 SM6는
AM(Adaptive Motion) 링크가 적용됐다는 얘기였다. 르노삼성이 주장한 AM 링크는
토션 빔에 유압식 부싱, 진폭 감응형 댐퍼를 추가해 토션 빔과 멀티링크의 특성을
결합한 독자적인 구조의 서스펜션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됐던 건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형
세단에 왜 토션 빔이냐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토션 빔은 아반떼와 K3 같은 준중형
세단에 적용되는 서스펜션으로 인식돼 있어서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에 기존 CTBA
토션 빔의 트레일링 암 위치만 일부 조정한 튜블러 빔, 쉐보레는 크루즈에 Z형
크랭크 축을 결합시켜(Z-링크) 주행 안정성을 보강하기도 했다.
SM6 연구 및 개발을 도맡은 권기갑 이사는 질의 응답 세션에서
AM 링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형 SM6에 AM 링크가 적용된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배경은 뻔했다.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평균적으로 도로 상태가 열악하고,
연속된 급커브와 좁은 도로가 많고, 우리나라는 유럽의 지역적 특성에 비교적 관리가 잘 된 도로서 고속 주행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고려돼, 토션 빔과 멀티링크의 장점을 둘 다 살리고 싶었다는
얘기다.
권 이사는 "3년에 걸쳐 AM 링크를 개발했고, 현재 르노
그룹 차원에서 특허 출원해 상표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까다로운
한국 운전자들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서스펜션 기술"이라면서 "2월 초
준비된 시승회서 경험해 보라"고 자신했다.
의미 없는 썰전(?) 보다는 무엇보다 SM6를 직접 타 보고 판단하라는
말이었다. 정말로 그런지는 SM6를 시승해 보고서 판단해 보겠다.
박 부사장은 SM6의 수치상 동력 성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표면적으론 AM 링크 이후 또다른 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위험을
배제시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SM6에서 주력 모델로 간주되는 2.0 직분사
가솔린(GDi) 엔진은 아직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도 제원 자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어서 함부로 발설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부사장이 위와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QM3와 연관성을 짚어볼수도
있는 내용이다. QM3의 1.5 dCi 90 디젤 엔진은 90 마력과 22.4 kg.m 토크의 동력
성능을 발생시킨다. 절대 수치로만 보면 경차만큼이나 낮아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운전자가 체감하는 동력 성능은 그렇지 않았다.
이건 SM6의 동력 성능을 숫자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쩌면 르노삼성에서 믿고 보는(?) 독일 게트락사의 듀얼 클러치
자동 변속기에 무한한 신뢰를 보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SM6는 위와 같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된다. 엔진은 2.0 직분사
가솔린, 1.6 터보 가솔린, 2.0 LPLI, 1.5 dCi 디젤 등 네 가지다. 트랜스미션은 가솔린
모델이 7단 EDC, 2.0 LPLI는 기존의 자트코 엑스트로닉 CVT(무단 변속기), 디젤 모델은
6단 EDC 자동 변속기가 적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음... 이 중에 1.5 dCi는 뻔해 보인다. 유로6에 대응된 1.5 dCi
110 디젤 엔진을 투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5 dCi 110 엔진은 110 마력(@ 4,000
rpm)과 26.5 kg.m 토크(@ 1,750~2,750 rpm)를 발생시킨다. 이는 SM3 dCi(110 마력
/ 25.5 kg.m 토크)로 발표한 것과 다르지 않은 사양이다.
SM6의 출시 시기는 가솔린 및 LPLi 모델이 3월, 디젤 모델은
오는 6월로 예정돼 있다.
르노삼성은 절치부심하며 SM6의 출격을 준비했다.
관건은 '가격'과 '마케팅'이다. 2013년 12월 말 출시된 QM3는
초기에 유럽과 거의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가격, 표시 연비보다 잘 나오는 연비로
운전자의 구매 만족도가 높은 차로 조명 받았으나, 이후 출시된 경쟁사의 소형 디젤
SUV에 밀렸다.
언제는 연비를 테마로 한 '미니야 한 판 붙자' 슬로건 마케팅도
진행했던 것 같은데 어느 샌가 시들해졌다. QM3는 여전히 르노삼성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로 분류돼 있지만, 현재는 쌍용차가 절치부심해 만든 티볼리
디젤에 자리를 내준 상태나 다름 없다. 트렌더리더로 지속 성장할 모델이 도리어
경쟁 모델을 따라가게 됐다.
이 시점에서 르노삼성은 SM6를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유럽서 인기도 좋고 잘 팔리니까 국내서도 잘 팔릴 것이라
긍정적인 마인드로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대차 더 뉴 i40, i30를 봐라.
아무리 완성도가 좋은 차라도 가격과 마케팅이 잘못되면 흐지부지된다.
박 부사장은 초장부터 SM6를 가리켜 중형 세단의 새 기준이자,
트렌드리더가 될 것이라 밝혔다. 지난 QM3에 이어 르노삼성의 기를 살리는 또다른
먹거리가 될 것이란 의미다. 현대 기아차의 놀이터가 된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에 르노삼성이 의도한 신선한 충격을 전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알 듯하다.
그래서 글쓴이는 마지막 질문으로 SM6의 마케팅을 어떤 방향으로
기획할 것인지 박 부사장을 상대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기존 중형 세단에
없었던 국내 최초, 동급 최고, 최초의 기술을 언급하는 '감성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SM6는 지난 QM3처럼 부디 반짝하고 마는 차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션빔은 글쎄요.. SM3에서나..
안정성은 어느정도 될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국내 안정성 평가에서 좋은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브랜드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