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은 소형 SUV로 신차 구매한 소비자들이 급증했던
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소형 SUV만
2014년보다 1.62배 늘어난 8만 6,233 대가 판매됐다. 준중형 SUV는 13.9만 대서 15.2만
대로 약 8.6 %, 대형 SUV가 4만 대서 6.4만 대로 약 58.5 % 판매 증가된 것에 비하면
소형 SUV 판매량의 양적 증가가 매우 돋보인다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준중형 SUV의 판매량 증가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준중형 SUV만의 특징이 소형 SUV로 일부 극복됐고, 변화가 큰 소형 SUV보다 별
다른 차별성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수요 자체가 특정 모델에 편중돼 있다. 이젠
준중형 SUV도 새로운 기준하에 소비자를 위한 진중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 흔하고 평범한 건 싫다
지금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 받고, 존중하는 시대다.
MBC에서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신규 편성된 '능력자들'은
특이 취향을 가진 출연자를 소개하고,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유도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다. 예전만 해도 이런 TV 프로그램을 보기 쉽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특이 취향을 가진 자에 관해 사회가 다소 관대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자동차를 신차 구매할 때도 고려할 것이 많아졌다. 기존엔 관리하기도
쉽고, 그냥 남들이 보기 무난해 보여서 무채색(흰색, 회색, 검정색 등) 위주의 외장
색상만 선택하는 패턴이 많았다. 현재는 원톤 혹은 투톤 구성에 따른 색상
배합, 가짓 수, 전용 액세서리, 휠 타입, 데칼 스티커, 내장 트림 및 시트 색상,
재질 등 많은 것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패턴으로 넘어왔다.
이와 같은 구매 방식이 적극 시도된 분야는 소형 SUV다.
밖은 시각적으로 파격적일수록, 안은 고급스러우면서 편하고 넓을수록 고객 선호도가
높다.
현재 같은 소형 SUV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쌍용차 티볼리다.
티볼리는 지난 해만 4만 5,021 대가 팔렸다. 같은 시기 판매된 르노삼성 QM3(2만
4,560 대)와 한국지엠의 쉐보레 트랙스(1만 2,727 대)의 내수 물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셋 중 가장 늦게 출시된 모델인데도 판매량이 독보적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가장 차별화된 스타일, 합리적 상품성을 제공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티볼리는 고객이 원하면 과감한 커스터마이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발휘됐다. 프론트 및 리어 범퍼가드 세트와 스키드 플레이트,
좌우 사이드 실, 립/윙 스포일러, LED 도어 스커프, 카본 사이드미러 커버,
스포츠 페달, 포그램프 몰딩, 일체형 루프박스 등 선택 가능한 품목의
범위가 12개에 이른다. 한국지엠도 쉐보레 트랙스에 퍼펙트 블랙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일부 외장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 투싼 아니면 스포티지, 과연 만족할 수 있나?
준중형 SUV도 현 소형 SUV와 같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2016년형 투싼의 경우 기존의 내외장 패키지(피버
패키지) 구성을 늘리는 차별화가 진행됐으나, 티볼리처럼 이것저것을 조합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커스터마이징은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 해 10월 출시된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는 아직 이렇다할 변경점이 없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명목상 풀체인지된 신 모델임은 분명하지만,
차량 제작사 차원에서 전용 외장 액세서리가 판매되지 않는 점, 트림 구성에 따른
패키지화된 옵션이 너무 많아 차량 선택 자체를 고민하게 되는 점, 두 모델 간 상품성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 등은 나만의 SUV를 가지기 위한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16년형 투싼 1.7 디젤 모델의 가격표를 보면 트림에 따른 옵션
패키지 구성이 지나쳐 소비자 입장에서 혼란스럽다. 패키지로 기획된 것만 7개다.
스포티지 1.7 디젤은 패키지와 또다른 패키지를 엮는 또다른 옵션 구성이 돼 있어서
두 세 번 이상 교차해서 봐야 한다.
신차 구매 결정할 트림을 정해 놓고도 너무 많은 옵션 패키지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머리가 아프다. 패키지 중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품목도
포함돼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사 입장에선 수익성 향상을
위한 패키지 구성이라 말할수도 있지만, 고객 입장을 생각하면서 차를 팔아야 하는
영업 사원은 이런 복잡한 패키지를 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2015년도엔 준중형 SUV 판매량 중 3분의 2가 신형 투싼
혹은 신형 스포티지로 기록됐다. 과연 소비자가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준중형
SUV라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 수입 준중형 SUV, 좋은 건 아는데 가격이 문제
수입 준중형 SUV는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처럼 복잡한
단계를 거쳐 주문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지만, 소비자는 근본적으로 비싼 가격이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부분 변경 모델 출시가 임박했음에도 잘 팔린다는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3,860~4,880만 원, 유럽에서 태어난 SUV란 이름으로 광고 중인 포드 쿠가는
3,940~4,410만 원,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한다는 닛산의 캐시카이도 3,070~3,800만
원선이다. 차량 판매 가격에 브랜드 가치도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은 이들 가격을 우습게 넘긴다.
투싼 내지 스포티지보다 완성도가 아무리 좋다한들, 예상했던
것보다 판매 가격이 비싸면 구매를 포기하고 국산차 브랜드로 다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운 좋게 프로모션 할인이 붙어서 합리적인 가격에 수입 준중형 SUV를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
설령 좋은 가격에 수입 준중형 SUV를 구매했더라도 가까운 곳에
차량 제작사의 정식 서비스센터가 없다면 차량 정비를 받는데 적잖은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옵션 구성에 따른 상품성, 모델 간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고민된다면, 수입 준중형 SUV를 생각한 소비자는 가격
앞에서 구매 결정을 망설이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 쌍용차가 제시한 대안, 티볼리 에어는 어떤가?
쌍용차는 티볼리 롱바디로 예정했던 티볼리 에어를 3월 초 국내에
출시했다.
티볼리가 같은 소형 SUV에서 차별화된 스타일, 합리적인 상품성으로
두각을 드러냈다면, 티볼리 에어는 투싼 내지 스포티지를 선택하는 과정과 수입
준중형 SUV 구매 결정에 따른 갈증을 해갈하는데 도움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여진다.
우선 생각할 내용은 투싼과 스포티지보다 기본 적재 공간(러기지
룸)이 넓다는 점이다. 티볼리 에어는 제원상 720 리터의 적재 공간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신형 투싼이 513 리터,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가 503 리터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티볼리 에어가 이보다 40~43 % 더 넓다고 판단할 수 있다.
외장 구성은 티볼리보다 더 차별화됐다. 기존 티볼리보다 5도
더 뒤로 눕힐 수 있는 2열 리클라이닝 시트, 220V 인버터, 2단 러기지 보드와 러기지
네트, 투톤 루프에 패션 루프랙까지 기본 적용됐다. 아직 투싼과 스포티지 1.7 디젤에서
선택 불가능한 전자식 상시 4륜 구동 기능도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격도 수입 준중형 SUV는 물론, 투싼 내지 스포티지 1.7 디젤보다도
저렴하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티볼리 에어는 1,949~2,449만 원(수동 변속기 모델
포함), 투싼 1.7 디젤은 2,297~2,739만 원, 스포티지 1.7 디젤은 2,253~2,449만
원이다(건식 7단 DCT 기본).
■ 준중형 SUV, 소비자 트렌드
바뀌나?
소비자는 어느 차종이건 합리적인 가격 대비 상품성, 파격적이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원한다.
현재 출시된 준중형 SUV에 소비자의 이같은 바람이 잘 반영된
모델을 짚으라면 쌍용차의 티볼리 에어를 거론하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파생 기반
모델인 티볼리가 소형 SUV 가운데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점이 그렇다. 티볼리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품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 가격적으로도 디젤 모델과
별 차이를 못 느낀다.
투싼 내지 스포티지 1.7 디젤과 비교했을 때 동급 유일한 전자식
상시 4륜 구동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도 그렇다. 이런 부분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별 차이를 못 느꼈던
투싼과 스포티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다면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간의 간섭으로 결국 제로썸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할수도 있는데 이건 괜한 걱정으로 보여진다. 티볼리가 경쟁하는
대상은 동급의 소형 SUV, 티볼리 에어는 준중형 SUV라서 공략할 세그먼트가 다르다.
간섭이 생길 수가 없다.
쌍용차는 늘 그렇듯 다른 자동차 제작사가 생각지 못한 시장을
파고든다. 좋게 말하면 '소비자 니즈 마켓 공략', 나쁘게 말하면 '쓸데 없이 진중하다'고
표현할수도 있지만, 요즘은 이런 독특함을 존중하고, 또 존중 받는 시대라서 적어도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은 매우 적어 보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티볼리 에어를 단순히 티볼리보다 길어지기만
했던 SUV가 아닌지 생각했던 운전자라면 타 보면 그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나중에
기록될 판매 지표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당분간은 이번에 국내 출시된 티볼리 에어가
티볼리로 기록했던 성공 발판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