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4인승 패션카라 불리는 '스마트 포포(Forfour)'를 2박 3일 간
시승했다.
포포를 간단히 말할 것 같으면 대략 반 년 전 시승했던 2인승
모델 포투(Fortwo)에서 도어가 두 개 더 늘어난 차로 볼 수 있다. 도심을 활보하는 패션카라서
정차 중 남의 시선을 받는 건 예삿일에 불과하다. 글쓴이는 포포와 출퇴근을
같이 하면서 겪은 포포의 현실적인 면을 아래 기사로 가볍게 정리했다.
■ 23일 오후 6시, 러시아워를 만나다


서울 양재동 스마트코리아에서 포포를 인수해 큰 길을 따라나왔더니
끝도 없이 막힌다. 이날 마포에 있는 사무실로 복귀해야 했는데 퇴근길 차량에 뒤엉켜
좀처럼 가지를 못했다.
5 km 가는데만 25분, 평균 속도는 12 km/h, 연비는 11.2 km/l로
표시됐다. 정차 시 활성화되는 오토 스탑(ISG)이 길게 유지된 상황이어서 연비가 썩 나쁘지
않았다. 10 km 지점을 통과할 때는 그나마 한산한 도로를 만나 12.3 km/l, 15 km
지점은 14.4 km/l로 조금 올랐다.
주행한 지 한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사무실 인근 도로변 주차창에
도착했다. 18.8 km를 달린 평균 주행 연비는 14.7 km/l다. 러시아워 시간대라 지정체
상황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괜찮은 연비다. 에코 점수도 처음 5 km에서 74점으로
시작했던 것이 도착할 땐 86점으로 올랐다.
오토 스탑을 꺼두고 운전했다면 위 연비는 바라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엔진 동작이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다시 시동되는 순간의 소음 진동이
싫어 오토 스탑을 꺼두고 다니는 운전자도 적지 않은데, 연비 운전이 몸에 벤 운전자라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감수하고 탄다.
■ 24일 자정, 야근 후 집으로 가는 길


밀린 일을 부리나케 처리했더니 벌써 자정이다. 포포에 피로
누적된 몸을 실어 집으로 향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성남 모란역까지는 대략 30 km 남짓이다. 잠실대교
방면으로 향하는 강변북로와 청담대교를 분기점으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경유해
돌아가는 코스다. 평소 출퇴근하라고 하면 빨라야 한 시간, 밀려서 늦으면 한
시간 반을 잡아야 하는데, 이 시간대는 단 30분이면 금방이다.
연비는 얼마나 나왔을까? 모란역 노변 공영 주차장에 들어서
주차를 끝내니 평균 연비는 22.2 km/l가 찍혔다. 트립상 평균 62 km/h가
찍힐만큼 규정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달렸다. 도착 당시 기록된 에코 점수는 93점이다.
러시아워 시간대에 끙끙대며 차를 몰았던 것보다 훌륭한 점수다. 실소가 나온다.
주차된 포포를 잠깐 살피면, 바로 옆에 주차된 경차 스파크보다
작아 보이는 착시를 느낄 수 있다. 이미 3세대 포투부터 전폭이 법적 기준(1.6 m)보다 6 cm
초과돼 경차로 인정 받지 못하는 점은 알고 있었다.

제원상 스마트 포포의 전장은 3.53 m로 3세대 포투(2.72 m)보다
81 cm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포포는 2.494 m, 포투는 1.87 m다. 전고는 오히려 포투(1.56
m)보다 1 cm 낮다. 스파크는 전장이 3.595 m로 더 길지만, 전폭(-6.5 cm)과 전고(-3
cm), 휠베이스(-11.9 cm)는 포포에 밀린다.
■ 24일, 출장과 미팅으로 다 간 하루


평소 출근 때보다 늦은 시각에 포포의 시동을 걸었다. 이날 피아트
500X 런칭 행사를 취재하러 갈 겸, 이후에도 업무상 출장이 줄줄이 잡혀 늦은 오후
시각까지 써야 할 판이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오전 10시 반에 다다를 시점이라 눈에 띄는
지체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채 5 km도 못 벗어나서 복정IC부터
지체 현상이 벌어졌다. 수서IC를 막 지났을 10 km 지점도 30~40 km/h 범주로
서행했고, 청담대교를 건널 15 km 지점까지도 잠시 섰다가 다시 출발하기도 했다.
당시 기록된 트립상 평균 연비는 19.2 km/l다. 신호 대기로 인한
정차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 차와의 안전 거리를 충분히 띄운 상태라
제동할 일이 별로 없었다. 물론 20 km를 지날 즈음부턴 꼬리를 무는 지정체가 생겨서
행사장 인근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난 직후 연비는 17.5 km/l로 떨어졌다. 기록된
에코 점수도 75점이었다.


출시 행사가 끝나고 현장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바로 강서로
향했다. 오늘 출시 행사로 나온 차가 인근 지점에서 시승 차량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해 곧바로 이동했다. 약 22 km를 주행한 47 km 지점의 평균 연비는
19.2 km/l로 다시 늘고, 에코 점수도 77점으로 소폭 올랐다. 당시 경유한 김포공항
방면 올림픽대로의 교통 흐름이 좋았던 덕이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시승 직후 청담동에 위치한 또다른 딜러
영업점으로 차를 몰았다. 거리상 23 km 떨어진 지점까지 움직여 3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도착한 70 km 지점 평균 연비는 19.2 km/l가 그대로 유지됐다.
시승을 마치고 5시 경 마포에 있는 사무실로 다시 복귀하려 올림픽대로를
진입하니 눈 앞에 멈춰선 차들이 가득했다. 63빌딩을 경유해 18 km를 내달려 사무실
인근 주차장으로 복귀한 직후 평균 연비는 다시 17.8 km/l로 떨어졌다. 에코 점수는
이날 최초 기록한 75점보다 소폭 오른 79점으로 찍혔다.
트립상 주행 시각이 2시간 43분, 평균 주행 속도는 32 km/h,
주행 거리는 88 km로 표시됐다. 사무실로 복귀했으니 다시 잔업을 처리해야 한다.
잇따른 출장과 미팅으로 도로상에서 하루를 다 보냈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 25일, 흔한 스포츠 모드로 출퇴근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잔업을 처리했더니 자정하고도 20분이
더 지났다. 포포와 함께한 마지막 밤이라 조금은 다르게 주행했다. 찬 바람을 쐬지
않으면 잠이 쏟아질 것 같아서 버튼을 눌러 소프트 탑을 내리고, 수동 모드로 일부러
기어 변속 해 봤다.
출발한 지 30분도 안 걸려서 모란역 노변 주차장에 주차했다.
루프를 열고 주행했음에도 평균 연비는 22.7 km/l로 표시됐다. 평균 주행 속도가
오히려 높았던 상황인데도 조금 더 올랐다. 원래 에코 모드로 자동 변속되는 타이밍보다
조금 이른 시점에서 변속한 영향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고속 주행 위주였기 때문에
별 의미 없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도 이 정도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잠을 청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아침이 밝았다. 오전 8시 반. 포포에서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를 돌려 놓고,
남들 다 나가는 시각에 맞춰 사무실로 출근한다. 이날 교통 흐름은 흔한 월요일 아침보다
매끄러웠다.
50분만에 사무실에 도착한 평균 연비는 17.8 km/l, 에코 점수는
74점으로 표시됐다. 연비를 생각지 않고 처음부터 기어 변속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서
계속 달려왔는데도 이렇다.
사실 포포는 에코보단 스포츠 변속 모드로 주행하는 것이 동력
전달이 매끄러워 운행이 편한데, 가속 페달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개입된다.
30~40 km/h 내외로 서행 중인 상황에선 이 모드로 주행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 감도가 무거워지는 것도 아니라서 뭔가 많은 것을 기대하면 실망할수도
있다.
■ 후방 주차 센서, 없어도 되잖아?

2박 3일 간 글쓴이가 탄 포포는 쿨앤오디오 패키지와 컴포트
패키지만 장착된 '패션(Passion)'이다.
쿨앤오디오 패키지는 오토 에어컨과 블루투스 핸즈프리 및 오디오
스트리밍, USB 및 AUX단자 접속이 가능한 모델로 구성돼 있다. 컴포트 패키지는 수동식
틸트 스티어링 휠, 운전석 높이 조절 장치, 앞 좌석 시트 온도 조절 장치와 전동식으로
조정 가능한 사이드미러, 운전석 및 동승석 높이 조절식 안전 벨트 등이 적용된다.
스마트 포포의 기본형 모델인 패션의 가장 큰 함정이 있다면
후방 주차 센서가 없다는 점이다. 경차보다는 폭이 약간 넓고, 앞뒤 길이가 짧은
정도라서 후방 주차 센서에 별 필요성을 못 느낄수도 있지만, 요즘 운전자들은 후방
주차 센서 없이는 주차가 힘들다. 프라임(쿨앤오디오 패키지, 스포츠
패키지, 컴포트 패키지 적용)도 없다.
뭐, 글쓴이처럼 운전이 익숙한 운전자라면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로
차량 길이를 가늠해 직감으로 주차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경차보다 전장이
짧은 차이기도 하고 회전 반경이 작아서 차를 주차시키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포포의 뒷 좌석은 170 cm 이하의 여성 혹은 청소년이 착석하기
알맞다. 4인승 차량으로 제작된 차라서 가운데 좌석은 누구라도 앉아가기 힘들다.
무릎 공간(레그 룸)은 일반 경차보다 휠베이스가 길어서 운전석 기준 위치로도 1~2
cm 이상 남는다. 기본 트렁크 적재 공간은 포투와 동일한 260 리터 수준이며, 트렁크
리드가 높은 위치로 개방돼 수하물 싣기가 좋다.
이 차를 굴리는 엔진은 트렁크 아래에 위치해 있다. 1.0 3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71 마력(@ 6,000 rpm)과 9.3 kg.m 토크(@ 2,850 rpm)를 내며, 트랜스미션으로
DCT 기반의 6단 트위나믹 자동 변속기가 적용됐다. 뒷 바퀴 굴림에 트렁크에 엔진이
적재된 RR 방식의 차량이라서 기존에 몰던 FF 방식의 경차들과는 주행 질감이 판이하게
다르다. 일상 주행 용도론 별 차이를 못 느낄수도 있다.
■ 스마트 포포, 연비 잘 뽑는 운전법?

원래 스마트 포포의 국내 복합 연비는 24.4 km/l(도심 : 20.4
km/l, 고속도로 : 27 km/l)로 표시돼 있다. 일부 차량은 연비가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포포는 포투가 그랬던 것처럼 좋은 연비를 내기 쉽지 않았다.
글쓴이가 운행한 도심 위주 연비만 좋게 봐야 17.5~19.2 km/l,
고속 운행 연비는 22.2~22.7 km/l 수준이다. 지난 해 10월, 700 km 내외로 장거리
주행했던 포투의 연비도 110 km/h로 고속 주행 시 20.8 km/l, 오토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의 시내 주행 연비는 13.5~14 km/l 수준으로 더 낮아지기도 했다.
스마트 포포에서 좋은 연비를 내려면 어떻게 운전해야 한다는
걸까? 용도상 장거리 주행용으론 권하지 않는다. 짧은 거리의 반복된 시내 주행과
수 십 km 이내의 교외 지역을 타고 다닐 씨티카의 목적에 더 어울린다. 글쓴이처럼
서울 지역 내에서 업체 약속이 있어 바삐 오가면서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그렇다 할 수 있겠다.
좋은 연비를 기록하려면 오토 스탑은 항시 켜 두고, 여유롭게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류 차로에서 다른 차량이 끼어들까봐 바짝 붙어 주행하는
것은 그만큼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더 많이 쓰게 돼, 결코 좋은 연비를 낼
수가 없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안전 거리 미확보에 따른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적어도 스마트 포포를 몰 운전자라면 아무리 바빠도 좋은 운전
습관을 가지고서 운행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남들의 눈에 쉽게 띄는 차라서 어쩌다
지나가다 한 번쯤이라 여기는 작은 행동에 따른 시선도 받아야 한다.
스마트코리아가 국내 수입 판매할 포포는 패션과 프라임 두 가지로
출시될 예정이다. 오디오 패키지가 기본 적용되며,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는 향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순수하게 운전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포포 패션을, 주행 성능과 편의 사양이 중요한 운전자는 포포 프라임을 택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스마트 포투보다는 주행 안정감이 좋아서 운전하기
좋다. 향후 스마트 포투와 포포에 관한 깊은 시승기를 다룰 예정이니, 해당 모델을
구매하기 원한다면 조금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