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3일), 한국지엠이 준비한 쉐보레 신형 말리부 미디어 시승회에
참여했다.
글쓴이가 잠시 경험한 신형 말리부는 고성능 모델인 2.0 터보
LTZ 프리미엄이다. 파노라마 썬루프, 2.0 내비게이션 팩, HID 헤드램프, 스마트 드라이빙
팩 등 모든 옵션 품목이 포함됐다. 왕복 120 km 구간의 중미산 천문대를 다녀오면서
말리부의 이것저것을 경험하려 했지만, 비가 많이 와 안전상 제대로 된 시승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신형 말리부 단박시승기는 미디어 시승회장에서
공식 발표되지 않은 내용을 몇 가지 간추려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그냥 에피타이저라
생각하고 읽어보길 바란다. 자세한 시승기는 사전 요정한 시승 차량이 배정된 후
진행할 계획이다.
■ 1.5 터보 & 2.0 터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세요

쉐보레 신형 말리부 관련 질의 응답 세션 중 적용되는 파워트레인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 기자가 있었다. 엔진과 변속기가 어디서 개발되고
공급되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한국지엠 파워트레인 부문 황준하 전무는 "GM파워트레인서
글로벌로 개발 및 공급되고 있다"면서 "2.0 터보 엔진은 후륜 구동
대응 모델인 캐딜락 CTS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션에 앞서
가솔린 엔진의 터보차저가 동작하는 일련의 과정과 개선점을 요약해 설명했지만,
말리부에 적용된 파워트레인에 관해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파 보고 싶었다.
글쓴이는 시승 직후, GM파워트레인 글로벌 웹 사이트에 접속해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 신형 말리부에 적용된 파워트레인 구성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면 2016 파워트레인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살피면 된다.

첫 페이지에 2016 Car Engine Applications로 표시된 내용을
따라 내려가면 말리부(Malibu)로 표시된 내용을 볼 수 있다. 하단의 리미티드를 제외한
LFV - 6T40 Accum(MNH) FWD, LTG - AF50-8(MRC) FWD, LKN - 5ET50(MKE) FWD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는 엔진과 변속기 식별 코드를 집어넣은 것이다. 별도의 수동 변속기
모델은 없다. 제시된 코드는 정확히 어떤 모델을 의미한 걸까?

▲ 2016 GM파워트레인 승용 엔진 리스트(이미지 선택 시 확대).

▲ 쉐보레 신형 말리부에 적용되는 1.5 터보 & 2.0 터보
엔진(이미지 선택 시 확대).
2페이지에 나타나 있다. 엔진은 2016 Passenger Car Engines,
변속기는 2016 Passenger Car Transaxle/Transmission - Automatic 목록에 분명히
표시돼 있다.
엔진 코드명 LFV는 말리부 1.5 터보에 공급되는 1.5 4기통 에코텍
VVT(가변 밸브 타이밍) 직분사(DI) 터보차저 엔진으로 최고 출력이 163 마력(@ 5,700
rpm), 최대 토크는 25.5 kg.m 토크(@ 2,500~3,000 rpm)로 셋팅된다.
LTG는 말리부 2.0 터보에 적용된 2.0 4기통 에코텍 VVT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으로 최고 출력이 250 마력(@ 5,300 rpm), 최대 토크는 36 kg.m 토크(@
2,000~5,000 rpm)를 내도로 설정됐다. 자세히 보면 캐딜락 ATS와 CTS, CT6, 뷰익
리갈, 쉐보레 카마로 등의 주요 차종에 이 엔진이 서로 다른 출력과 토크로 대응된
모습을 볼 수 있다.
LKN은 국내 8~9월 경 출시 예정으로 알려진 말리부 1.8 하이브리드
대응 엔진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 동력원인 1.8 에코텍 엔진으로 122 마력(@ 5,000 rpm)과 17.9
kg.m 토크(@ 4,750 rpm)를 낸다. 보조 동력원인 두 개의 전기 모터는 우측의 2016
Passenger Car Electric Drive Units 목록 중 5ET50 MKE로 표시된 내용서 찾을 수
있다. 하나(변속기용)는 74 마력과 9.7 kg.m 토크, 나머지(주행용)는 102 마력과
31.2 kg.m 토크를 낸다. 원 시스템 출력 및 토크는 182 마력에 38.2 kg.m 토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신형 말리부 1.5 터보 & 2.0 터보 대응 자동 변속기(6T40
& 6T50)
변속기도 엔진 식별 코드 뒷 부분에 표시된 내용을 참조해 확인하면
된다.
말리부 1.5 터보의 6T40 ATSS accum MNH는 엔진 대응 최고 출력이
180 마력, 대응 토크는 24.48 kg.m 토크, 변속기 대응 최대 토크는 최대 38.2
kg.m 수준이다.
미국판 2.0 터보는 원래 아이신 8단(AF50-8) 자동 변속기가 대응돼
있지만, 국내판 2.0 터보는 6T50(MHK로 추정)로 엔진 대응 최고 출력이 260 마력,
대응 토크는 35.7 kg.m 토크, 변속기 대응 최대 토크는 43.3 kg.m 수준이다.
■ 배기량 대비 성능 좋은 터보? 실 주행은 '연비 위주'

신형 말리부 2.0 터보로 중미산 인근 오르막 차로를 등판할 때였다.
일정한 범위로 속도 유지를 하는 중인데 기어 위치가 4단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5단으로 오르는 현상이 몇 번 있었다. 의도치 않은 기어 변속이었다. 고속도로선
100~110 km/h 범위로 정속 주행 중인 상태선 계기판 바늘이 육안상 1,700 rpm 내외를
가리켰다.
글쓴이는 이 현상을 기억해 뒀다가 미디어 시승회장 현장에 대기
중이던 한국지엠 중대형 성능개발팀 김재일 팀장에게 혹시 신형 말리부가 연비 위주로
셋팅되지는 않았는지를 물었다.


질의를 받은 김 팀장은 "연비 위주로 셋팅된 것이 맞다.
2.0 중형 세단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을 고려해 평소엔 효율 위주로 조기 변속되다가,
주행 중 운전자가 유도한 가속 페달의 답력에 따라 응답성이 달라진다."고
답했다.
2.0 터보의 힘찬 가속감을 즐기는 운전자에겐 이 점을 다소
답답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
정속 주행 중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내려 밟으면(킥
다운) 한 박자 반을 쉬었다가 가속된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진입로를 지나려 30 km/h
수준으로 속도를 줄였다가 점차적으로 높이는 과정 자체는 별 문제될 게 없지만,
도전적인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편안한 승차감, 여유로운 운전 스타일을 지향하는 패밀리 세단
운전자에게 어울린다.

이번 신형 말리부 미디어 시승회 회차점을 중미산 천문대로 정한
건 보쉬(BOSCH) 프리미엄 랙 타입 스티어링 시스템, 듀러라이프(Duralife) 브레이크
로터의 제동력을 경험해보란 의미에서 정한 것 같은데, 편도 60 km 구간 중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주행 구간이 40 km나 되고, 우천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점 등
당시 주행 여건이 좋지 않아 큰 의미가 없었다.
■ 오토 스탑은 배터리 축 내는 기능 아닌가요?


쉐보레 신형 말리부 1.5 터보는 오토
스탑(Auto stop) 기능이 들어 있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억제해 오염 물질 배출량과 연료 소모량을
줄인다는 점으로는 취지가 좋다 하겠으나,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생각하는 오토
스탑은 있으나 마나한 기능으로 각인된 경우가 많다. 금전적으로 값 비싼 배터리를
써야 하고, 배터리 수명 단축을 자초하는 기능으로 간주돼 있다.
신형 말리부도 매한가지 아닐까? 현장에 있던 한국지엠의 다른
엔지니어에게 이 내용을 질문했다.
엔지니어는 "신형 말리부의 오토 스탑은 다른 차량 제작사의
오토 스탑보다 부드럽게 감응하며 동작한다. 오토 스탑이 배터리를 축 내는 것으로
인식된 것은 요구되는 기술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위 답변대로면 신형 말리부에서 배터리 수명과 승차감 저하를
우려해 오토 스탑을 일부러 끄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알아둘 점이 있다면 오토 스탑이 항시 작동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토 스탑으로 대기 중 안전 벨트를 풀면 차량 시동이 완전히 꺼지기 때문에
이럴 땐 운전자가 직접 기어 노브를 주차 위치(P)로 옮겨 시동 버튼을 눌러야 한다.
냉각수 및 엔진 오일 온도, 차량 외부 온도, 경사로 정차 등 주행 상태와 기후 조건에
따라선 오토 스탑이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이건 르노삼성 SM6에서도 말이 많았던 기능이기도 하다. 앉은
자리가 불편해 안전 벨트를 맨 상태로 엉덩이를 들어 자세 교정했을 뿐인데 차량
시동이 완전히 꺼져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운전자도 있었다.
신형 말리부를 몰 운전자라면 오토 스탑이 개입되지 않거나,
오토 스탑 작동 상태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매뉴얼로 숙지하는 것이 좋겠다.
■ 신형 말리부에서 보완이 필요한 점은 무엇?
이번에 쉐보레 신형 말리부 2.0 터보를 시승한 날씨 상황이 좋았다면
지난 닛산 알티마 2.5처럼 성능과 상품성 위주로 내용을 정리했을텐데, 여건상 그럴
수 없어 다른 방향으로 기사가 정리됐다. 이 점은 차후 깊은 시승기로 보강할 예정이다.
이 외에 신형 말리부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없었을까?

기자들 사이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내용은 기어 노브 디자인과
위치다. 기어 변속 시 암레스트에 얹은 팔을 밑으로 기울이지 않으면 변속 진행이
어렵다. 일부 기자는 디자인을 새로 하라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글쓴이가 보기엔
암레스트 높이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보완은 가능하다고 본다. 조작성만 놓고 보면
센터페시아 방향으로 배치된 SM6가 낫다.

두 번쨰는 트립 컴퓨터 속 개별 타이어 공기압 표기법이다. 타이어
공기압 수치 확인 시 보편적으로 PSI 단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임팔라가
그랬던 것처럼 kPa(킬로파스칼) 단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른 차량은 bar 내지 PSI
등 다른 단위로 변경할 수 있도록 반영됐지만, 신형 말리부는 이 부분에 관한 사항을
요청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 번째는 타이어 리페어킷(공기 주입기 및 실런트) 대신
트렁크 하단에 템포러리 타이어(교체용 임시 타이어)가 장착된 점이다. 공차 중량을
줄이기 위함이라면 이 부분도 충분히 고려됐을텐데 굳이 그렇지 않았다. 이 차를
우리나라서만 판매하는 모델이 아니라서 글로벌 표준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번호판 가드의 위치다. 기존 말리부의 경우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에 번호판을 배치했지만, 이번 신형 말리부는 크롬 바 라디에이터를
다 가리는 방향으로 디자인됐다. 이 위치에 가로형 번호판 가드를 달려고 기존에
없던 금형이 추가됐다.
굳이 왜 그렇게 한 것인지 한국지엠 관계자에게 물어 보니,
"국내 자동차 안전 법규를 만족시키기 위함이었다. 기술적으론 차량 하부에서
찬 공기가 쉽게 유입돼 터보차저의 효율적인 냉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면 좋았을 텐데, 크롬 바 라디에이터
그릴을 다 가리는 이 디자인이 소비자 입장에서 아쉽다.
차후 글쓴이는 쉐보레 신형 말리부를 깊숙이 알아볼 예정이다.
다음 시승 편에서 주행 성능과 연비, 편의 사양, 운전 팁을 정리할 계획이니,
조금 기다려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