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XC90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T8 AWD를 포함해 총
12대가 운영됐다. 이날 글쓴이가 교차 시승한 차량은 T6 AWD R-디자인과 D5 AWD R-디자인이다.
평균 20~30 km씩 주행하면서 2회에 걸쳐 타 보는 것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주행 성능 파악은 어려웠다. 해당 내용은 향후 시승용 차량 대여 시 몇 개의 파트로
나누어 알아볼 예정이다.
글쓴이는 이번 시간에 신형 XC90의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주행 중 어떤 기능을 활용하면 좋을지 이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정리했다.
이미 신형 XC90은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럭셔리 대형 SUV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운전자 입장에서 걸러내야만 하는 내용도 가감 없이 보탰다.
볼보 신형 XC90을 사전 계약한 운전자들은 아래 내용에 주목하길
바란다.
■ 전방 추돌 경고 기능, 과연 믿을 만한가?
▲ 볼보 신형 XC90 전방 추돌 경고 기능 재현한 주행 영상.
신형 XC90을 타면서 가장 먼저 시험한 첨단 기능은
'전방 추돌 경고 기능(FCWS)'이다.
기존 XC90을 포함해 국내 시판 중인 볼보의 전 차량은 적색
LED를 윈드실드에 점멸하며 경고음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위험 요소를
분명히 인지시켰다. 전방 차량을 뒤따르며 주행할 때는 LED 거리
표시계를 나타내 운전자가 충분한 안전 거리를 띄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신형 XC90은 어떨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12.3 인치형
운전자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에 차간 거리 경고(Distance Alert)가 점등되나,
전방 주행 차량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레이더와 윈드실드 카메라로
감지된 전방 차량과의 주행 시간 차를 명확히 표시해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는
점을 알렸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생긴다.
전방 추돌 경고 기능은 1차적으로 적색 LED 대신 HUD에 추돌
경고 아이콘이 표시되고, 2차적으로 프리 세이프티 브레이크(pre-safety brake)가
작동돼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럼에도 브레이크 페달을 작동하지
않으면 긴급 제동이 걸리는 방식으로 연동된다.
글쓴이는 몇 가지 주행 상황을 설정해 신형 XC90의 전방 추돌
경고 기능을 체험했다. 영상과 같이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에선 대부분 정상 동작했으나,
좌우로 살짝 굽은 커브 구간은 동작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기존 세대의 전방 추돌
경고 기능보다 알림 시점이 늦고, 경고음 재생 음량이 낮아 실제 위험 상황에선
2차 경고 내지 긴급 제동까지 진행된 경우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넉넉한 안전 거리로 여유롭게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위 상황을
겪을 일이 드물겠지만, 안전 거리를 잘 띄우지 않고 조급히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시티 세이프티를 3단계(미리)로 설정하고 차간 거리 경고를 활성화시켜 전방의 돌발
상황에 항상 대비할 수 있는 주행 습관을 길러야 하겠다.
글쓴이는 주행 중에 한 가지 특이 상황을 겪기도 했다. 갓길에
정차한 트레일러를 짧은 간격으로 스치듯 지날 때 주행로 이탈 보조 기능인
Run-off Mitigation이 함께 동작했다. 만약의 추돌 사고를 대비해 벨트 프리텐셔너(belt-pretensioner)
기능으로 탑승객의 상체를 바짝 잡아당긴 것이다.
전방 추돌 경고 기능만 놓고 보면 기존 모델의 추돌 경고
알림 방식이 인지성에서 더 나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선택 시 부가적으로 동작되는
Run-off Mitigation은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능으로
볼 수 있다.
■ 인텔리세이프, 내 차를 안전하게
모는 방법
신형 XC90의 인텔리세이프(InteliSafe)는 운전자의 주행 안전과 관련된
기능들이 포함된 설정 탭이다.
센터 디스플레이 상단의 Status bar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려 좌상단의 '설정'울
터치하고 My Car 탭을 고르면, 두 번째에 인텔리세이프로 표시된 정보 창을 볼 수
있다. 이를 터치하면 윗 단락에서 언급한 차간 거리 경고, 씨티 세이프티를 포함한
세부 설정을 살필 수 있다.
씨티 세이프티는 저속 주행 시 활성화되는 긴급 제동 시스템과
관계가 깊다. 늦게-보통-미리 순으로 총 3단계 구성인데, 기본 값은 '보통'으로
설정돼 있다.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 단계 격상된 '미리'로
변경해도 무방하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 사용 시엔 인텔리세이프 탭에서 활성화 표시를
해 주어야 한다. BLIS라 불렀던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은 Blind Spot Information
Systems로 명칭이 바뀌었다. 참고로 좌측 사이드미러는 평면 거울에서 오목 거울로
개선돼 시야가 넓어졌고, BSIS 경고등은 미러 외곽에 엣지 라인(edge-line)을 표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차선 유지 보조 기능(LKAS)은 운전자가 활성화 유무를 결정하거나,
차량이 차선 가까이 접근했을 때의 반응 패턴(스티어링 휠-모두-경고), 방향 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넘었을 떄(LDWS)의 반응 패턴(경고음 재생-스티어링 휠 진동), Run-off Mitigation의
동작 유무를 정할 수 있다.
운전자 경고 컨트롤(Driver Alert Control)은 운전자 부주의
경고(예. 운전자의 조향 응답이 없는 경우 조향 지시 메시지 출력)과 운전자 휴식
권장(2시간 이상 연속 운전 시 휴식 안내) 기능이 포함됐다. 도로 표지 정보(RSI)
기능엔 도로상 표지판을 HUD와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에 출력해 보여주는 것은 물론,
경고음 재생 여부 및 지정 제한 속도 경고 등 세부 설정이 안내된다.
인텔리세이프로 정리된 첨단 주행 안전 기능만 잘 확인해도 운전자가
의도한 안전 운전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부가적으로 엔진 정지 및 정차 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자동 작동(오토 홀드) 설정을 해 놓으면 대형마트 주차장과
같은 환경(주차 및 경사로 일시 정차 등)에서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운전할 수
있다.
■ 반자율주행? '파일럿 어시스트2'의 올바른 사용법
▲ 볼보 신형 XC90 파일럿 어시스트2 주행 영상
신형 XC90이 반자율주행 가능한 수준의 차량으로 조명된 것은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2'에 있다.
파일럿 어시스트2는 전방 차량의 유무에 관계 없이 작동 가능한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다. 주행 차로 좌우가 윈드실드 카메라로 확실히 인식된다는
환경 내에서 전방 차량이 없을 때는 15 km/h, 전방 차량이 있을 땐 정차 시부터 설정
가능하고, 최고 140 km/h의 주행 속도 구간까지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전자가 파일럿 어시스트2를 이용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스티어링 휠 좌측의 방향 키패드를 누르면 운전자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한
쪽은 Adaptive Cruise Control, 다른 쪽은 Pilot Assist로 모드 타입이 출력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Pilot Assist 모드 전환 상태서 계기판 모양의 가운데 키패드를
누르면 옥색으로 표시된 스티어링 휠 아이콘이 주행 속도 계기판 아래에 출력되면서
파일럿 어시스트2가 동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일럿 어시스트2가 활성화되면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 양 손을
걸치는 것으로 동작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다. 주행 중인 차로의 중심을 항상 유지하려
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보타가 필요하지 않다. 스티어링 컬럼 안 쪽에 설계된
TAS(Torque Angle Sensor)로 스티어링 휠에 가해진 힘과 조향각을 판독해 주행 상황에
따른 최적의 토크를 가져온다. 운전자가 조향하지 않을 경우 TAS가 반응해 파일럿
어시스트2를 대기 상태로 전환시킨다.
실제로 파일럿 어시스트2가 작동 도중 대기 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은 많다. 주행 차로가 희미하거나 한 쪽 차선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경우,
운전자가 안전 벨트를 푼 경우, 브레이크가 과열된 경우, Off-Road 주행 모드 선택
시, 윈드실드 카메라 혹은 레이더에 이물질이 묻은 경우가 해당된다.
신형 XC90에 적용된 파일럿 어시스트2에서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면
항상 주행 차로의 가운데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ACC와 LKAS를 조합한 형태의
다른 기능은 주행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려 할 때 전기 모터가 구동해 보타되는 방식이어서
안정적인 주행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존 파일럿 어시스트는 주행 가능 속도가 최고 50 km/h, 전방
주행 중인 차량이 반드시 확인되어야만 이용 가능했던 한계가 있었다. 파일럿 어시스트2는
이보다 개선된 점이 많아 일부 전자 기능에 차를 맡겨도 될 정도로 나아지기는 했다.
가볍게 양 손만 대고 있어도 동작 상태를 항시 유지한다.
파일럿 어시스트2를 일반 도로에서 사용한다면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의
출퇴근 지정체 구간에 가장 어룰린다 하겠다. 신호등이 연속된 시내 교차로, 연속된
커브가 많은 구간은 안전상 파일럿 어시스트2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 센터 디스플레이, 아이패드처럼 센시티브한가?
신형 XC90의 9 인치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적외선 방식의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적외선 방식은 열 감지 후 반응하는 방식이라서 운전자가 장갑을
낀 상태라도 터치 기능 제어가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정전식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반응 지연, 터치 정확도는 체감상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볼보자동차의 프리젠테이션에선 신형 XC90의 터치 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처럼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다. 흔히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비슷하다. 안티글래어(Anti-glare) 타입의 디스플레이 패널에
기본 밝기를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기능 제어 편의성은 수긍할 만하다.
스와이프(swipe) 동작, 핀치 투 줌(pinch-to-zoom) 동작이 비교적 매끄럽게 반응한다.
상태 바를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 설정 탭으로 이동하는 장면, 가로 방향으로 화면을
넘기는 장면, 홈 버튼 동작 패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장면 등 태블릿 사용자
경험을 반영한 점이 인상적이다.
공조 장치는 소프트웨어 버튼으로 처리된 모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홈 버튼 바로 위의 공조 아이콘을 터치하면 실내 온도
조절 화면으로 넘어간다. 풍향과 풍량, 온도 조절 및 습기 제거 등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조작성이 좋다.
르노삼성 SM6의 세로형 터치 디스플레이 보다는 완성도, 단순화된
접근성, 디스플레이 터치 반응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비교 우위로 평가된다.
BMW처럼 운전자를 향해 약간 기울어진 형태의 대시보드를 지향하고 있다.
■ 한글화는 완벽한가? 한국어
사용
설명서는 '아직'
신형 XC90에서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한글화 되지 못한
사용 설명서다.
현장의 볼보자동차 관계자는 신형 XC90 프리젠테이션에서 별도의
사용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차량의 주요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밝힌바 있다. 사용 설명서를 볼 필요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글화된 사용 설명서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볼보는 전 차종의 사용 설명서를 모바일 앱으로 내려 받아 볼
수 있는 볼보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아시아권으론 중국어와 일본어로
번역된 내용들까지 온전히 배포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어로 번역 정리된 볼보 매뉴얼은
배포되고 있지 않고 있다. 차량 내 사용 설명서도 주요 기능에 관한 내용은 영문으로
정리돼 있었다.
볼보자동차 관계자에게 이 내용을 물었더니 "한글화된 사용
설명서를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운전자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와 센터 디스플레이의 주요 기능은
한글화 처리해 놓고, 막상 사용 설명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만들지 않은 점은 이상하다.
필요한 운전자가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누군가는 사용 설명서를 보게 돼 있다.
윗 단락에서 설명한 일부 첨단 기능도 충분히 한글화된 설명
없이는 사용 방법을 이해하기 어려운 운전자도 있다. 진정 국내서 많이 팔고 싶은
차라면 국내 운전자를 위한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 신형 XC90의 첨단 기능 학습은 선택 아닌 필수
볼보 신형 XC90에 반영된 첨단 기능은 알아두면 운전자에게 도움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방 추돌 경고 기능과 인텔리세이프에 수록된 주행 안전 기능,
반자율주행 수준으로 조율된 파일럿 어시스트2, 직관적으로 디자인된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 등은 전보다 편하고 쉽게, 안전한 운전을 가능케한다.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살려 간단하면서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성한 점도 인정한다.
짧은 시승 탓에 신형 XC90의 주행 성능에 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진 못했지만, 인천 영종도 일대에 불과 20~30 km씩 나눠 타면서 이를 파악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작사에서도 해당 시승 코스를 구성하면서 차량
전반의 주행 성능보다는 반영된 첨단 기능에 조금 더 집중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볼보의 신형 XC90을 선택할 운전자라면 해당 기능들은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주행 성능은 짚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추후 차량
대여 시 진행할 계획이니, 주행 성능을 바라는 독자 분들이라면 조금 기다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