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차'하면 바로 생각나는 차는 뭘까?
막상 떠올리면 아빠차라 부를 만한 차가 몇 없다. 아빠가 가르쳐
준 세상이란 슬로건의 '기아차 카니발', 가족은 기본이라는 '쉐보레 올란도'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같은 미니 밴으로 카렌스나 토요타 시에나를 거론할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많이 불리는 아빠차는 두 모델이 대표적이라 생각한다.
글쓴이는 지난 주말 쉐보레 올란도 1.6 디젤을 시승하고 왔다.
지난 해 9월에 유로6 대응 모델로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리뷰 시점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지적할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리뷰를 위한 시승 차량으로 공수가 어려웠다.
해서 디테일한 차량 소개 보다는 아빠차로서 무엇이 만족스럽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보완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했다.
쉐보레 올란도 1.6 디젤을 알아보던 아빠들이라면 아래 단락을
살피길 바란다.
■ 아빠가 만족하는 것 - 1.6 디젤과 R-EPS 조향 성능
쉐보레 올란도를 모는 아빠가 가장 먼저 만족할 수 있는 점은
뭘까? 평소 대형 SUV를 모는 아버지께 주말 가족 나들이 김에 한 번 몰아보시라 권했다.
대구 팔공산 인근에 저녁 식사할 식당까진 글쓴이가, 팔공산 주변 도로를 거쳐 한티재를
올랐다가 집으로 되돌아오는 구간은 아버지께서 운전대를 잡는 코스였다.
해넘이가 시작될 무렵 팔공산 인근 산악 코스를 주행하며 감각을
느끼더니, 한티재 정상으로 향하는 세 갈래 길을 만난 직후부턴 올란도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의 드라이빙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어느 누가 아빠차는 재미없는 차라고
말했던가.
유로6 트랙스와 크루즈의 1.6 에코텍 디젤 엔진을 공유한다는
점을 망각한 채, 프리미엄 랙 타입 R-EPS(ZF 서보렉트릭 DP-EPS)를 믿고서 과감한
업힐을 시작했다. 3세대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 변속기 말곤 일부러 1.6 디젤 엔진이
들어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의외의 주행 재미를 경험한 모양인지, 반환점인
한티휴게소 직전데 다다라서야 느긋해졌다.
참고로 팔공산 한티재는 겨울철 눈발이 날리면 곧바로 도로 통제가
시작되는 구간이다. 최대 경사율 15 %, 구간 연장은 약 7 km, 고도상 해발 750 m
내외에 위치한 곳이어서 등판 능력이 부족한 차론 엄두를 못 낸다. 휴게소에 주차된
차를 보면 연식이 얼마 안 됐거나, 디젤 SUV가 주차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올란도는 차량 특성상 트랙스보다 공차 중량이 230 kg 더 무겁고(올란도
디젤 : 1,645 kg > 트랙스 디젤 : 1,415 kg), 운전자 포함 4인 가족 탑승으로
2톤에 가깝게 중량이 늘었지만, 업힐을 하는 와중에도 주행 속도를 높이는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기존 유로5 올란도 디젤의 배기량이 2.0, 이번 유로6 모델의
배기량이 1.6으로 다운사이징 되었기 때문에 주행 질감이 2.0보다 못할 것이라 예상했을
운전자가 많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몰아 보면 체감상 큰 차이를 경험하기 어렵다.
오히려 괜한 걱정을 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 차량용 순정 내비게이션보다는 스마트폰 쓰세요
올란도를 여행용 혹은 영업 대용으로 관리할 아빠라면 7 인치형
스마트 내비게이션 옵션 패키지(125만 원 상당, 후방 카메라 포함)는 추천하지 않는다.
길 안내하는 실력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보다 못해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은 클라우드 저장된 최신 버전의 지도 데이터와
교통 정보를 불러와 실제 도착 시각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적의 경로가 안내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월 단위로 정기 업데이트가 요구되는 차량용 순정 내비게이션은 도착
예정 시각을 믿고 실제 주행하면 더 늦어 버린다.
글쓴이가 가장 큰 차이를 확인했던 부분은 지난 금요일이다.
저녁 8시 경, 잔업을 처리하고서 회사 동료를 서울 마포구에서 도봉구까지 차로 데려다
줄 상황이었는데 똑같은 목적지를 입력했음에도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안내된 도착
예정 시각은 오후 9시 42분, 글쓴이가 사용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선 비슷한 수준의
주행 거리임에도 오후 9시 13분으로 표시됐다. 실제 글쓴이가 현장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25분 전후였다.
서울 도봉구에서 경북 경산으로 장거리 주행하는 상황도 별 차이
없었다. 서대구 IC에서 진출하면 고속화도로인 신천대로를 한창 달리다 수성교지하차도에서
진출, 경산 방면 달구벌대로를 주행하는 경로가 안내되어야 최적인데, 순정 내비게이션에선
침산교지하차도에서 진출, 4번 국도로 우회해서 복현고가차도와 효목고가차도, 효목네거리지하차도를
쭉 거쳐서 만촌네거리에서 좌회전하는 것으로 경산 방면 달구벌대로에 합류하는 복잡한
패턴의 주행 경로가 안내됐다.
팔공산으로 가족 나들이를 나갈 때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적극 활용했다. 처음 목적지로 정한 팔공산 인근 식당까지는 대구-부산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래 다니던 주행로는 시내 외곽을
빙 둘러서 가야하고 신호도 많아 50분~1시간 정도는 잡아야 했던 구간이다.
평소 가족 단위로 주말 여행을 즐기거나 영업직 특성상 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많다면 가급적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추천한다. 패키지로 포함된
후방 카메라가 아무래도 걸린다면 뉴 마이링크 패키지(59만 원 상당, 후방 카메라
포함)를 고르는 편이 낫다.
■ 거주성과 공간 활용성, 편의 기능은 좋은가?
올란도는 카니발 못지 않게 거주성과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아빠차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길고, 전고가 높은 차라야만 아빠차의 조건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타밍머신을 타고 온 듯한 옛날 차의 디자인은 아니면서, 겉보기에 튼튼해 보이고
수긍할 만한 실내, 휴가철엔 온 가족이 야영지에서 쓸 짐을 무난히 싣고 다닐 수
있는 차면 그것으로 족하다.
실제로 2열 좌석의 승차 공간은 흔한 소형 SUV보다 비교적 여유롭다.
앞 좌석보다 기본 시트 포지션이 높은데도 착석 지점부터 등받이를 따라 잰 루프까지의
길이는 103.5 cm로 측정됐다. 키 180 cm인 성인 남성이 정 자세로 허리와 엉덩이를
밀착시켜 앉아도 한 주먹 가량의 머리 공간이 남는다.
무릎 공간은 얼마나 남을까? 글쓴이처럼 운전석을 B필러 위치보다
조금 앞으로 당겨 앉는 유형이라면 약 14.5 cm가 남는다. 가운데 좌석에 앉아가도
11.5 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된다. 탑승객의 앉은 자세를 따라 굴곡 처리된 비중이
적어 착석감이 그리 좋지는 않다.
3열 좌석으로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다. 2열 좌석 헤드레스트
측면의 풀(pull) 레버를 앞으로 당기면서 시트 전체를 앞으로 밀면 등받이가 완전히
접히면서 앞으로 기울며 넘어간다. 요구되는 장력이 강하지 않아 성인 여성도 쉽게
접을 수 있다.
3열 좌석의 무릎 공간은 2열 좌석 승객이 리클라이닝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무릎 공간이 일부 남아 잠시 앉아갈 만하다 하겠으나, 성인 기준으론 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 3열 좌석 착석부에서 등받이를 따라 잰 루프 높이가 86 cm다.
아이오닉의 뒷 좌석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르겠다. 키 작은 어린이가 앉아갈 만한
시트다.
트렁크 적재 공간(러기지 룸)은 얼마나 될까? 제원상 올란도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863 리터다. 2열 좌석을 접지 않아도 어지간한 왜건이나
중형 SUV의 트렁크보다 부피 큰 화물을 싣기 좋다.
실제로 부피가 얼만큼인 화물을 실어볼 수 있을까? 줄자로 잰
화물 수하 깊이는 99.5 cm, 폭은 102 cm(트레이 폭 기준은 약 97 cm), 최대 높이는
75 cm로 확인됐다. 3열 좌석을 전개하면 적재 용량이 101 리터 수준까지 상당히 줄어들어
마트카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아빠 입장에서 편의 기능중 아쉬운 것이 있다면 USB 포트가
외부엔 제공되지 않는 점(시크릿 큐브 내엔 USB 메모리 접속 대용으로 내장), 220V 인버터가 구성되지 않은 점이 그렇다. USB 포트 정도야 12V
시거잭 엑세서리로 대체 가능하다 해도, 220V 인버터는 휴대용 전자 기기(노트북,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아빠차에 위와 같은 일부 기능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 풋 레스트와 페달 조작성, 장거리 운전엔 안 맞아
아빠차는 다른 때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는 차다. 여름 휴가철
먼 곳으로 놀러갈 때, 설날과 추석에 친척을 뵈러 어딘가 다녀와야 할 때 아빠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아빠는 올란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 돌아오는 정도의 가벼운 나들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차에서 보내는 아빠라면 이걸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풋 레스트와 페달 조작성이다. 풋 레스트는 발 끝으로 향할수록
폭이 좁아져 비스듬하게 위치시켜야 하고,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의 사이 간격이 조밀해
조금 더 신경써서 조작해야 한다.
실제 서울과 경산을 오가는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체감상 가장
피로를 느꼈던 부위는 발이다. 일반 성인 남성(270~280 mm 수준)보다 더 크고 발
볼이 넓어서 예민하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지만, 여태 많은 시승차를 타면서 이 부위에
불편을 느낀 적은 오랜만이다.
운전석 시트의 착좌감은 요즘의 신차보다 좋지 못해도 불편하다
싶은 구석은 없었다. 불편했다면 주행하는내내 최적의 시트포지션을 찾느라 운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승석에 오랜 시간 앉았던 승객 중 하나는 발을 두는 위치가
어색해 타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대부분은 글쓴이가 이런 불편한 점이 있다고
일러둬야 인식을 하는 정도지, 일반적인 체구의 성인이라면잘 인지하지 못할수도
있다.
■ 깜빡 졸음, 번쩍 저승! LDWS와 FCA는 켜 주세요
요즘 고속도로를 타고 다녔던 아빠들이라면 이 문구를 의식하고
봤을 것이다.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섬뜩한 내용의
문구를 넣어 졸음 운전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올란도를 운전할 아빠라면 혹시 모를 졸음 운전에 대비해 무엇을
알고 있으면 좋을까?
글쓴이는 차선 이탈 경고 기능(LDWS)과 전방 추돌 경고 기능(FCA)을
켜 두길 권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운전자를 인지시킨다는 차원에서 경고음이
재생된다. 사각 지대 경보 기능(SBZA)도 하는 역할은 비슷하다.
이를 언급한 것은 글쓴이가 올란도를 장거리 주행하면서 겪었던
일 때문이다. 금요일 근무를 마쳐서 러시아워를 벗어난 뒤 고속도로를 이용해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밤 깊은 시간이라 통행 차량이 뜸해져서 신경 쓸 거리가 줄자,
졺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에 부릅뜨고 버텨서 졸음 쉼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잠깐을 참지 못해 눈을 감았더니 차선 이탈 위기와 동시에 경고음이 재생됐다. 이후
창문을 모두 열어 차가운 밤 공기를 맞으며 산산휴게소로 차를 몰 수 있었다.
전방 추돌 경고 기능은 주행 중 한눈을 팔고 있을 때 작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저속 주행하거나 정차 중인 전방 차량을 보고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계기판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에 전방 추돌 경고 메시지와 경고음이
함께 출력된다.
사고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최소한 이런 안전 기능을
켜 둬서 운전자가 손해 볼 것은 없다. 차선 이탈 경고 기능과 전방 추돌 경고 기능이
포함된 올란도를 몰고 있다면 해당 기능은 가능한 끄지 않길 바란다.
■ 아빠차로 가장 훌륭한 올란도는 무엇인가?
아빠가 된 내게 쉐보레 올란도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트림에 옵션을 취합해 결정하는 것이 좋을까?
글쓴이가 시승한 올란도 디젤은 최상위 트림인 LTZ세이프티(2,847만
원)에 외장 컬러는 스위치블레이드 실버, 옵션으로 원터치 세이프티 전동 썬루프(59만
원), DMB와 후방 카메라가 포함된 7 인치형 스마트 내비게이션(125만 원)이
포함되 모델이다. 순수 차량 가격만 3,031만 원이 되겠다.
전부 다 필요한 걸까?
현실적인 아빠차로 올란도를 바란다면 LT 컨비니언스(2,602만
원) 내지 디젤 다이내믹(2,688만 원)을 권한다. 2열 좌석 열선 시트, 버튼형 스마트키,
ECM 룸미러와 하이패스 요금 징수 시스템(ETCS)는 필수라 생각했다.
디젤 다이내믹은 컨비니언스에 브라운 가죽 시트, 다이내믹 전용
데칼 장식, 18 인치형 휠타이어, 쉐보레 순정 번호판 액세서리 등 세련된 모습으로
일부 내외장 구성품을 업그레이드한 트림이다. 옵션은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블루투즈
핸즈프리와 후방 카메라를 고려해 마이링크 패키지(59만 원) 정도는 추가하는
것도 괜찮다.
올란도를 타는 내 가족의 안전성, 운전석 6-방향 전동 시트와
윈드실드 솔라 글래스, 우적 감지 와이퍼, 듀얼 풀오토 에어컨 기능 등 운전의 편의성을
바란다면 LTZ 프리미엄 내지 LTZ 세이프티(2,812~2,847만 원)만 선택해도 되겠다.
올란도를 찾는 아빠들 입장에선 이게 최선이라 본다. 퍼펙트
블랙은 가족을 위한다기 보다는 남들에게 잘 보여지기 위함이란 운전자 개인의 취향에
무게가 실리는 모델로 간주된다. 무난함을 지향하는 아빠에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등 일부 장치에서 약간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나, 가족을 위한 미니 밴의 기본은 지키는 차라서 듬직하고 이것저것
많이 실을 수 있는 차를 원하는 운전자에겐 구매력 있는 차라 하겠다.
이상으로 올란도 1.6 디젤 시승기를 마친다.
차량이라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일정 운행거리 또는 2년 한정이라 관리해야되는점이 하나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부분보다는 후면 디자인은 정말 금형 수정하는게 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본문에서 나온 운전석에 앉았을때 다리부분 피로감 부분인데 운전은 하지않고, 착석만 해봤을때는 못느끼는 부분이죠.
제가 저런 형태의 동종 차량인 기아 카렌스를 운전했을때 정말 힘든 포지션이 나오더군요.
승용차나 SUV와는 다른 포지션입니다. 거의 버스나 트럭 비슷합니다.
트림선텍 부분인데 역시 가장 가치있는 트림은 LS 고급형이라 생각되고, 최대 LT세이프티 트림이라고 보입니다.
가격이 매년 올라서 제어가 필요한 시점이죠.
200만원 저렴한 LPGI 버젼이 1.6 디젤보다 더 끌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