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니로 하이브리드를 시승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기아차 동대구 시승센터와 5월 초 어린이날 연휴를 겸한 2박 3일 시승, 그린카에서
막바지 진행 중인 니로 하이브리드 5시간 무료 시승 이벤트 순이다. 원 계획상으론
2박 3일 시승한 내용을 기사로 정리하면서 연비 주행 팁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번에 참여한 시승으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트립상 68.6 km를 주행해 확인한 니로의 평균 연비는 24.1
km/l였으나, 풀투풀(Fuel-to-Fuel) 주유법으로 확인한 실 주행 연비가 약 18.98
km/l로 계산돼 트립 연비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트립 연비의 약 78.4
% 수준이다. 같은 주유소에 같은 주유기, 같은 방법으로 주유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예상한 10 % 이내의 측정 오차를 우습게 넘겼다.
뭘 잘못한 걸까?
■ 트립 정보 리셋, 주유법은 문제 없었나?


글쓴이가 니로를 8호선 석촌역 인근 카쉐어링 존에서 픽업(pick-up)한
시각은 9일 밤 12시 자정이다. 주변 골목을 1 km 정도 예비 주행하면서 가까운 셀프주유소
내 주유기 앞에 차량을 세우고 시동을 껐다. 가솔린 주유건을 차량 주유구에 넣고
잡아당겨서 1차로 고리가 튕기는 시점에 바로 주유건을 제자리에 걸어뒀다.
니로에 주유된 가솔린은 25.152 리터였다. 제원상 연료 탱크
용량이 45 리터인 점을 고려하면 주유 직전 19.848 리터의 가솔린이 연료 탱크에
남아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주유를 끝낸 글쓴이는 EV 모드로 시동을 걸어 주유를 끝내고
출발 준비를 마친 뒷 차를 배려해 약 10 m 이동해 사전 기록된 (B)주행 정보와
평균 연비를 초기화시켰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우측의 OK 버튼을 길게 누르면 알아서
초기화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평균연비 자동 초기화 설정(운행할 때마다 혹은 주유할
때마다)이 돼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되겠다. 그렇지 않으면 운전자가
수시로 체크하고 관리했던 연비 내용이 훅 날아간다.

풀투풀 주유법으로 확인할 때는 처음 가솔린을 가득 넣었던
주유소를 다시 들러 같은 주유건으로 가솔린을 넣었다. 사전 결제 금액 설정도 똑같이
하고 체감상 거의 비슷한 세기로 주유건 고리를 잡아당겼다가 튕기면 바로 제자리에
걸었다.
니로의 풀투풀 주유 검증 과정 중 주유된 가솔린은 3.614
리터로 표시됐다. 트립상 (B)주행 거리 68.6 km에 평균 연비 24.1 km/l 표시됐다면
실 연비 확인 시 3 리터를 넘지 않는 선(22.89 km/l - 측정 오차 ±5 % 허용
가정 내)에서 주유 고리가 튕겼어야 하는데 0.6 리터 가량 더 주유됐다. 이
상황에서 확인된 풀투풀 주유 연비가 약 18.98 km/l였다.
일단 이번 주행서 확인한 기아차 니로의 실 연비는 트립상 표시된
24.1 km/l의 약 78.4 % 수준이다.
■ 시승한 68.6 km, 구간 별 트립 연비 분포는?

글쓴이는 니로를 통행이 적은 새벽에 시승하면서
뻔하게 연비 코스 위주로 평범하게 시승하고 싶지는 않았다. 도심 구간을 바탕으로
하면서 때론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고 경사율이 제각각인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것으로 실 연비 측정 대용 코스를 잡아봤다.

석촌역에서 복정역(약 5 km 지점)까지는 무난한 시내 주행 패턴,
가천대학교 앞에서 시작되는 태평고개와 모란고개를 넘어(약 10 km 지점), 모란역
사거리에서 남한산성 방면으로 좌회전해 을지대학교까지(약 15 km) 완만한 오르막을
탄다. 남한산성유원지 앞 삼거리에서 서울 방면으로 좌회전해 고가차로에 합류했다가
산악 도로를 주행하게 된다.
남한산성 남문주차장 앞 로터리(약 20 km 지점)를 지나 나타나는
남한산성 입구 삼거리에서 광주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중앙 분리대가 설치된 왕복
4차로 국도를 만난다(약 30 km 지점). 직진하다 광주시청을 끼고 성남 회덕동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오르막 차로가 펼쳐진다. 이배재고개로 향하는 길이다.
이후 삼거리에서 목현동(338번 지방도) 방면으로 우회전(35 km
지점)하면 10 여개의 과속방지턱이 불연속적으로 출현한다. 예고 없이 등장하는 구간도
있고 이배재고개 오르막차로(40 klm 지점)는 최대 경사율 10 %, 내리막차로는
짧고 굵게 10 % 내외에 급커브가 섞여서 대형 차량의 브레이크 파열 사고가 빈번한
위험 구간이기도 하다.
중원구청사거리 방면으로 따라 주행하다 우회전하면 모란역(약
45 km 지점)으로 복귀하게 된다. 태평고개를 넘어가 가천대역 2번 출구를 끼고 태평동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또다른 오르막차로를 만날 수 있다. 힘겹게 넘어가는 모란고개보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율의 편차가 크다. 직진해서 똑바로 넘어가면 희망대공원으로
향하는 삼거리를 만난다.
희망대공원으로 좌회전(약 50 km 지점)해서 한 바퀴 돌고 내려와
하대원동 방면으로 직진해 경사율 8 % 수준의 사기막골길을 거쳐 성남중원경찰서(약
55 km 지점), 희망로, 산성동 삼거리, 성남이마트순으로 차례로 돌고나면 태평역을
끼고서 석촌역 방면으로 계속해서 직진해 복귀하는 구간으로 보면 된다. 어디 하나도
연비 주행을 위한 구간은 없다.
오토 에어컨을 섭씨 23도로(운전자만) 상시 가동시켜서 나온
트립상 평균 연비는 좋았지만, 풀투풀 연비 측정으로 계산된 실 연비는 그렇지 못했다.
■ 실 연비 덜 나온 건 시승 구간의 고저차 탓?

니로의 실 연비가 트립상 평균 연비보다 덜 나온 건 글쓴이가
다녀온 시승 코스 구성 때문일수도 있다.
30 km/l 대를 웃도는 연비를 기록한 니로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살피면 주로 관성 주행(내리막차로 타력 주행 포함)을 유도하거나, EV 모드를 최대한
유도해 연료 소모를 억제하도록 운전하는 듯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차량을
가능한 부드럽게 가속시키고 정속 주행을 해서 가능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남은 연료가 보존된다.
글쓴이는 규정 속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평소 스타일로 운전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하여 특별히 발끝 신공을 유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연비
주행에 불리하고 고저차가 큰 거점 위주로 시승 코스를 잡았기 때문에 도로 기울기와
급커브, 경사율에 따라 연료 탱크 내의 연료가 한 쪽으로 몰려서 분산된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연료 탱크에 남아있어야 할 양보다 조금 적은
가솔린이 남아, 풀투풀 연비 측정 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가솔린이 주유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원래 제대로 의도된 연비 측정이라면 가능한 먼 거리를 주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측정 오차를 줄일 수 있어 실 연비를 확인하기 더 좋다고 볼 수는
있지만, 주어진 시간 내로 주행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300 km 내외의 장거리 시승
검증 연비는 기록하지 못했다.
다음에 니로를 다시 시승하게 된다면 장거리 시승 연비도 재차
확인해 볼 계획이다.
■ 관성 주행 안내 기능은 별 도움 안 된다


니로에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관성 주행 안내
기능이다. 관성 주행 안내 기능은 내비게이션상의 지리 정보와 연동해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리막 주행할 때 가속 페달을 발에서 떼도록 유도하는 등 운전자의
연료 소모를 줄이는데 도움 받도록 해 준다.
글쓴이는 앞서 2박 3일 간 니로를 시승할 때도, 이번에 그린카로
진행 중인 니로 무료 시승 이벤트서도 관성 주행 안내 기능을 경험하지 못했다. 관성
주행 안내 주기를 '빠르게'로 변경해도 일반 패턴대로 운전하는 중에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내리막 차로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간헐적으로 관성
주행 안내 메시지를 볼 수는 있는데, 아주 잠시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져서 운전자가
무슨 의미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성 주행 알림 표시가 되면 운전자가 여유 있게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메시지 표시 주기를 길게, 더 분명한 문구로 전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리막 차로 주행 시 가속 페달을 떼면 연료가 얼마나 절약되는지,
다음 오르막 차로 주행에 대비해 미리 주행 속도를 높이면 얼만큼 효과적인지를 나타내는
등 적극 알리는 방향으로 보완됐으면 한다.
차량용 순정 내비게이션 적용 시 단순 출력되는 하이브리드 주행
연비 그래프와 에코 레벨 표시는 큰 의미가 없다. 에코 레벨 업을 위한 운전 팁을
표시해 어떻게 하면 더 친환경적으로 운전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 니로 하이브리드, 더 타봐야 하나...

기아차 니로는 디젤 소형 SUV와 비교해 연비 면에서 분명 효율적인
차는 맞다. 현대차 아이오닉의 단점을 극복한 모델로 보여질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거주성, 승차감, 주행 성능 기본적인 면을 두루 만족시키려 한 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글쓴이가 납득하기 어려운 건 트립 연비와 실 주행
연비의 차이가 다소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트립상 연비보다 실 주행 연비가 더
잘 나오는 QM3의 경우라면 모를까, 이번에 시승한 니로는 실 주행 연비가 트립
연비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석촌역 인근에 배차된 니로만 그런 것인지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 니로의 트립 연비와 관련해 실 주행 연비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이슈화된
적은 없었기에 말을 아낀다. 차라리 지난 번 2박 3일 간 니로를 시승했을 때 장거리
주행 연비를 검증했다면 이 내용에 관해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선
이게 한계다.


다음에 니로를 300 km 이상 장거리 시승하게 된다면 트립 연비와
실 주행 연비를 비교하는 식으로 기획을 준비할 예정이다.
실제 니로를 소유한 운전자라면 한 번 트립 연비와 실 주행 연비를
위와 같이 비교해 보길 바란다. 글쓴이처럼 트립 연비와 실 주행 연비가 큰 차이가
벌어지는 사례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진정 연비 좋은 차라는 점을 믿고서 산 운전자라면
더욱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렇게 차이가 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