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의 SM3 dCi를 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SM3
dCi의 사전 계약이 진행되던 중, 가까운 르노삼성 영업점을 내방해 단박 시승한바
있다. 준중형 디젤 세단치곤 시기상으로 꽤 늦게 나와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바라본
게 많았다.
4개월이 지났다. 일부 유로6 디젤 차량에서 과다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간주되면서 디젤 차량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다. 연비 좋은 디젤 차량을 살 거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다.
글쓴이는 이 의견에 아직 동의할 수 없다. 미세 먼지는 질소산화물
말고도 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워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도 배제할 수 없다.
높은 출력과 토크를 필요로 하는 화물 트럭도 현재로선 다른 연료 타입의 차량으로
현실적으로 대체 불가능하다.
이번 르노삼성 SM3 dCi는 지난 단박시승기로 다뤘던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정리했다.
■ 장거리 주행, 하이브리드보다 연비 좋다

르노삼성 SM3 dCi를 몰면서 운전자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건
'연비'다. 그것도 멀리 지방 출장을 가거나 다가올 여름 휴가철 여행 등을 대비해
장거리 주행해야 할 때는 연비의 이득을 많이 본다.
글쓴이는 매주 금요일 7시마다 퇴근하면 본가로 바로 내려가는
일이 많다.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강변북로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지만 이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느긋한 장거리 주행을 시작한다.
서울 마포구서 경북 경산까지 약 302 km를 주행한 트립상 평균
연비론 24.8 km/l가 표시됐다.

오토 에어컨은 23~24도로 맞춰 성남시 모란역에 도착해 잠시
꺼뒀다가 중부선 문경새재를 넘어가는 구간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다시 가동했다.
이전에 여주휴게소에서 중부선으로 합류하는 구간, 청원-상주 고속도로가 합류하는
상주터널 구간에서 막히고 가다서다를 반복했기 때문에 좋은 연비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같은 구간을 다녔던 기아차 니로 하이브리드의 평균 연비는 21
km/l로 출력됐다. 당시 270 km를 주행한 트립 기록상으론 차량 통행량도 적고 새벽
시간대에 운행한 것이어서 좋은 연비를 기록하기 다소 유리했지만, 막상 장거리
주행 대용으로 좋은 연비가 출력되지는 않았다.
원래 하이브리드 차량은 평소 운행 구간이 짧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 충방전을 거듭하며 운행해야 우수한 효율과 연비를 기대할
수 있는 차다. 해봐야 휴게소 한 두 번 들리는 고속도로 주행 시엔 내리막 타력 주행
말고는 전기 모터를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SM3 dCi는 장거리 출장할 일이 많은 운전자에겐
고마운 존재다. 서울 마포구에서 경북 경산까지 내려가는 동안 연료 게이지는 단
한 칸만 떨어졌다. 분명 이 차의 복합 연비는 현행 구 연비 기준으로 17.7 km/l(도심
: 16.3 km/l, 고속도로 : 19.6 km/l)인데 말이다. 주행을 마치고도 주행 가능한 거리로
1,050 km를 띄웠다.
■ 크루즈 컨트롤보다 '발끝 감각'에 맡긴다

르노삼성의 SM3 dCi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가솔린 모델인 SM3 네오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스피드 리미터(주행 속도 제한 기능)를
지원한다. 많은 운전자들은 장거리 주행할 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는 모델을 선호하지만,
막상 주행에 나서면 크루즈 컨트롤 사용은 드물다.
크루즈 컨트롤은 이 차에서 꼭 필요한 기능일까?
사실 크루즈 컨트롤은 장거리 주행 비중이 높은 운전자에게
주행 편의 기능으로 도움될 수는 있다. 차량 통행이 적은 고속도로라면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써서 내 발을 쉬게 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사방이 통행 중인 차량이 많다면
크루즈 컨트롤은 있어도 쓸모가 없다.
글쓴이도 예전엔 크루즈 컨트롤을 써 가며 장거리 주행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고 있다. 영동선처럼 4차로까지 확장된 고속도로라 해도 통행량
자체가 많아져 가감속하는 일이 늘고, 중부내륙선도 화물 차량의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크루즈 컨트롤을 쓴다는 의미가 희석됐다. 크루즈 컨트롤 대신 '발끝 감각'에 맡기는
주행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발끝 감각 주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뭘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연비다. 크루즈 컨트롤은 주행로의 고저차에 관계 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려 하지만, 발끝 감각에 익숙한 운전자는 내리막 주행로에선 타력 주행하다
오르막 차로가 출현하면 내리막이나 평지 구간에서 조금 더 가속을 부추겨서 주행
속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방향으로 운전한다.

글쓴이는 이런 주행으로 르노삼성 SM5 D(구 연비 기준 복합 연비
: 16.5 km/l)를 탔을 적에 말도 안 되는 연비를 관계자에게 보여준바 있다.
경북 경산에서 영동선 여주 휴게소까지 약 222 km 주행했던 평균 연비는 23.8 km/l였다.
평균 주행 속도 93.6 km/h였고, 중부내륙선 구간에선 110~120 km/h의 속도를
내면서 달렸다. 도착 시 연료도 1/2 이상 남아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은 어디까지나 정속 주행을 보조하는 주행 편의
기능이다. 요즘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혹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라
해서 전방 차량의 이동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주행 속도를 제어하는 첨단 사양이
옵션으로 적용되고는 있지만, 운전자의 발끝 감각 주행보다는 여전히 썩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쓰지를 않는다.
SM3 dCi도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있으면 좋지만,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니다. 좋은 연비를 위해서라면 전자 기능에 의지하는 운전보다는
제 스스로 발끝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단점이라면 크루즈 컨트롤을 쓸 때보다
운전 피로도가 높을 수는 있겠다는 점이 되겠다.
■ 장거리 주행만 좋은가? 도심
주행도 보장되는 연비

르노삼성 SM3 dCi는 주행 속도 변화가 큰 도심 주행을 할 때도
운전자가 기대한 만큼의 연비가 표시된다. 고속도로에서나 유리한 흔한 디젤 세단이
아니다.
글쓴이는 모 매체서 SM3 dCi와 QM3를 1회 주유만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는 연비 시승기를 읽어본 적 있다. QM3는 연료 탱크 용량의 한계로
돌아오는 도중 용인 휴게소로 빠져 추가 주유를 해야 했다는 점, SM3 dCi는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서울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기까지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제대로 된 실 연비 측정 기록은 보지 못했으나, 트립상 그 정도
연비가 표시됐다면 초기의 시승 진행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는 있었겠지만, 부산에서
도심 주행 연비를 따로 다룬 내용은 없어 아쉬웠다. 당시 시승기를 본 일부 댓글
작성자도 고속도로 위주로 연비가 평가된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바라보기까지 했다.
르노삼성 SM3 dCi는 고속도로만 아니라 도심 주행 연비도 괜찮다
할 수 있을까? 글쓴이는 토요일 하루 누적된 장거리 주행 피로를 풀고, 일요일 낮
12시경 간단하게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한 뒤 도심 주행을 나섰다. 외부 기온이 섭씨
31도로 표시될 정도로 온도가 높아, 오토 에어컨은 섭씨 23~24도로 상시 가동했다.
연비는 얼마나 나왔을까?

5 km 지점에서 14.5 km/l로 시작한 평균 연비는 반환점인 대구
지하철 2호선 종점 문양역에서 16.3 km/l, 마천산 방면으로 난 이면도로(문양역5길)을
따라가다 외부 사진 촬영을 하고서 출발지인 경북 경산으로 되돌아갔다. 최종적으로
주행을 마친 때는 오후 4시 정각을 향하고 있었다.
이만큼 주행하면서 다소 춥다고 느낄 정도로 에어컨을 계속
틀어둔 상태였던 점을 생각하면 도심 연비도 꽤 준수하다. 구 연비로 표시된 도심
연비 기준을 만족했다. 남은 연료 게이지는 한 칸이 떨어졌고, 출발지 기준 주행
가능한 거리도 1,050 km에서 반환점에서 800 km. 도착지에서 700 km까지 줄었다.
■ 신호 대기 땐 중립 대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르노삼성 SM3 dCi로 도심 구간을 편하게 주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표적인 예로 일부 운전자들은 신호 대기중일 때 기어 노브를
D(주행)레인지에서 N(중립) 위치로 빼 두고 풋 브레이크를 밟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풋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서 있으면 전자식으로 알아서
바뀐다고 일러줘도 예전의 운전 습관이 몸에 벤 운전자들은 그냥 이게 편하다고 말한다.
글쓴이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가 장착된 차량을 운전할 때는
일반 운전자들과 다른 주행법으로 차를 몰기도 한다. 신호 대기 중일 때는 D레인지
상태서 풋 브레이크로 차량을 멈춘 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걸어서 발을 떼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 신호로 바뀌어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속 페달에 발을 가져다 지그시
누르는 주행법이다.
일부 차량에 구성된 오토 홀드(Auto Hold) 기능도 풋 브레이크로
완전 정차 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잡혔다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특정
깊이 이상으로 밟으면 풀리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어서 동작 원리는 같다. 완전
정차하면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것만 다르지, 출발할
때는 동일하다.
차종에 따라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가속 페달을 밟아도 해제되는
않는 모델이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꼭 필요하다.
르노삼성 SM3 dCi의 경우엔 오토 홀드 기능은 없어도 운전자가
도심 구간 주행 시 상황에 따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이런 방법으로 활용해주면
풋 브레이크를 쓰던 때보다 운전 피로도가 적게 느껴질 것으로 본다. 아파트
혹은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차로 폭이 좁은 골목길을 다닐 때는 안전상 권장하지
않는다.
■ 여름철 대비한 타이어 공기압 체크는 필수


르노삼성 SM3 dCi를 장거리 주행 대용으로 운용하면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은 '타이어 공기압'이다. 차량 제조사가 권장하는 타이어 공기압 정도만
잘 지켜줘도 주행 균형이 유지된다. 표시된 타이어 공기압은 냉간 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장거리 운행 당일 아침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SM3 dCi의 경우엔 SM3 네오와 동일하게 전륜은 32 PSI(2.2 bar),
후륜은 29 PSI(2.0 bar)를 권장하고 있다. 이 수치는 운전석 도어를 열어 B필러 부위를
살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냉간 상태서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트렁크 하단에 수납된 타이어 리페어킷 중 공기 주입기만 가져와 에어
노즐을 차량 바퀴의 공기 주입구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 연결할 때는 타이어
내 공기가 일부 빠질 수 있으나, 재빨리 고정시키면 공기압 표시계에 현재 주입된
공기의 양이 어느정도인지 나타난다.
타이어 공기압이 과하다고 판단되면 노란색 PUSH 버튼을 누르면
되고, 부족하다면 차량 동작 상태를 ON으로 두고 12V 시거 잭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 스위치를 올리면 진동음을 동반하며 공기가 주입된다. 주입이 끝나면 공기
주입기 스위치를 내리고 열어뒀던 타이어 고무 마개를 돌려 닫으면 된다.

SM3 dCi의 네 타이어엔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에
대응한 센서가 개별로 장착돼 있고, 계기판 우측의 운전자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타이어 공기압 확인이 가능하다. 처음 차량에 시동을 걸 때는 수치가 표시되지 않으나,
일정 거리를 주행하고 나면 네 바퀴의 타이어 공기압 수치를 볼 수 있다.
일부 차량은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할 때만 경고등이 계기판에
표시돼 수시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QM3도 타이어 공기압이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상에
표시되지 않아 모니터링 가능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한데, SM3 dCi는 그렇지 않다.
■ 하이브리드 차량이 무조건
옳지는 않다

르노삼성의 SM3 dCi는 QM3를 생각하던 운전자의 현실적 대안이라
말할 수도 있다.
SM3 dCi는 QM3처럼 전방 시야가 넓어 여성 운전자도 주행하기
좋고, 타이어 공기압 확인을 비롯한 일부 안전 사양도 상대적으로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QM3보다 더 많은 양의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렁크 적재 공간(러기지 룸)은 덤이다(SM3
dCi : 530 리터 > QM3 : 371 리터). 연료 탱크 용량이 커서 한 번 주유하면 언제
주유했나 싶을 정도로 잊게 된다.
좋은 연비를 희망한다면 하이브리드 차량도 차선책이 될 수는
있다. 짧은 구간을 오가는 도심 운행 빈도가 높다면 주변 소비자 의견대로
디젤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100 km 이상 장거리 주행 할 일이 많다면 하이브리드
차량보다는 디젤 차량을 사는 것이 현실적이다. 1회 주유 시 연료비는 가솔린보다
디젤이 여전히 저렴하고, 유로5 차량 출시 후 없어진 환경 개선 부담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만약 디젤 연료비를 갑작스레 올린다면 화물 트럭을 포함한 상용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연료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연료비 상승 대안으로 정부 보조금 지급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 자체가 올라버려 이 방안이 정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LPG 차량 구매 제한 완화도 현재로선 요구되는 동력 성능이 부족해 실현키 어렵다.
이런 상황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무조건 권할 수는 없다. 장거리
운행 대용으로 꼭 필요한 세단을 찾고 있다면 SM3 dCi 같은 준중형 디젤 세단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이상으로 르노삼성 SM3 dCi 시승기를 마친다.
글쓴이가 시승한 SM3 dCi는 LE 트림(개별소비세 인하 반영가
: 2,057만 원, 개별소비세 인하 마감 후 반영가 : 2,095만 원)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및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후방 안개등 패키지(35만 원), 17 인치형 블랙 투톤
휠타이어(20만 원), 가죽시트 패키지(74만 원), 하이패스 요금 징수 시스템 및 ECM
룸미러 패키지(25만 원)가 포함된 모델이다.
현실적으로 SM3 dCi 구매를 희망한다면 LE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포함된 패키지만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정말 실주행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기전에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연비만으로 디젤차를 구매하는 소비행태는 최대한 배재하는게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