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쉐보레 신형 말리부 1.5 터보를 시승했다. 원랜 2.0
터보 모델의 시승 경험을 토대로 비교하려 했으나, 진행 시기가 늦어 연비 위주 내용으로
진행 방향을 바꿨다.
광복절 연휴의 영향인지 금요일 저녁엔 퇴근길 러시아워로 강변북로와
강남역 일대가 꽉 막혔고, 곧장 집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마저 교통 흐름이 순탄치
않았다. 토요일 저녁엔 꼭 필요한 화장품 하나 사 주려고 수많은 도심 인파를 헤치며
중심가를 지나는 모험을 했다. 이런 극한 상황의 연비도 가감 없이 다뤘다.
폭염과 열대야를 버티며 운행한 말리부 1.5 터보의 실 연비는
얼마나될까?
■ 8/12. 서울→성남 러시아워, 두 시간 걸린 연비는?

PM 6:30. 서울 마포에서 성남 모란역까지 운전하는 건 어느 때보다 힘겨웠다.
평소 막히지 않을 때 40분 정도면 도착하고도 남는데, 여길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렸다.
29.9 km를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 49분. 평균 속도로 환산하면 약 16.5 km/h로
나타낼 수 있다.
붉은 주차장으로 변했던 강변북로를 뒤로 하고, T맵의 길
안내를 따라 이동했다. 용산역을 거쳐 한강대교를 건너서 반포IC 부근과
신논현역 강남대로의 정체를 힘겹게 버텼다. 양재서 분당-내곡 도시 고속화도로를
경유해서야 겨우 모란역에 이를 수 있었다.

29.9 km를 이동한 평균 연비는 8.1 km/l로 표시됐다. 강남대로에서 최악
수준으로 막혀 오도가도 못할 때는 6.3 km/l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분당-내곡 도시
고속화도로를 타서 보완된 연비가 이 정도다. 양재 부근에서 교통 흐름이 점차 매끄러워진
게 다행이었다.
꽉 막힌 강남대로에선 오토 스탑 & 스타트가 개입해 공회전
연료 소모를 줄였다. 섭씨 23도로 오토 에어컨을 가동한데다 외부 기온이 섭씨 35도
부근을 가리켜 오토 스탑으로 시동 대기된 시간이 40~50초 정도로 짧았다. 2.0 터보엔
오토 스탑이 없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최악 연비로 아마 5 km/l 내외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 성남→이천IC→서대구IC, 장거리 하행 연비는?

PM 8:30. 모란역을 관통하는 성남대로를 빠져나왔다.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를 거쳐 경부선으로 바로 합류할수도 있었지만, 이보다 교통 흐름이
괜찮은 3번 국도를 경유해 영동 고속도로 이천IC 진입로를 향했다.
이 때부터 말리부 1.5 터보의 연비는 꾸준히 올랐다. 모란역을
경유한 지 30분이 지나지 않아 중부 고속도로 곤지암IC 부근(50 km 지점)에 신호
대기로 정차했던 평균 연비는 10 km/l가 표시됐다. 이천IC 진입을 앞둔 지점(70 km)엔
11 km/l, 중부 내륙 고속도로에 올라 확인한 100 km 지점에선 12.2 km/l를 띄웠다.
이후엔 그래프에 표시한대로 연비가 점층적으로 올랐다. 교통량이
많아 규정된 제한속도만큼 고속 주행이 어려웠으나 정체되지는 않았다. 한 가지 변수라면 문경새재IC(160 km 지점)로 진출했다가 점촌함창IC로 다시 진입하라는
경로 안내였다. 잘 가다 왜 이리 안내된 것인지는 몰랐지만, T맵의 교통 정보를
믿고서 3번 국도를 약 20 km 경유했다. 이 때 평균 연비는 14 km/l 중반을 향했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로 다시 진입한 지 얼마되지 않아 선산휴게소
전방 10 km를 앞두고 꼬리를 무는 정체가 벌어졌다. 청원-상주 고속도로가 만나는
합류 지점에서 교통량이 집중된 탓이었다. 20~30 km/h 이하로 저속 주행하다 멈추길
몇 차례. 멈출 때마다 오토 스탑이 작동해 연료 소모를 억제했다. 다행히 휴게소
부근에 다다르자 정체가 풀려 경부 고속도로로 합류할 수 있었다. 칠곡 휴게소 전방
22 km(240 km 지점)를 앞둔 연비는 15 km/l로 표시됐다.
AM 12:16. 칠곡 휴게소를 지나 20 여km를 더 달려 서대구IC로
진출(283 km 지점)했다. 점촌함창IC로 진입할 때 고속도로 통행권이 발권되지
않아 서대구IC 톨게이트 부근 갓길에 임시 정차를 했다. 요금 수납 후 경산에 최종
도착한 시각은 토요일 AM 1:00를 가리켰다. 무려 6시간 하고도 25분이 더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날 310.7 km를 주행한 최종 평균 연비는 15 km/l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중 말리부 2.0 터보를 시승했을 적엔 성남에서
경산까지 275.2 km를 주행해 트립상 15.7 km/l, 풀투풀 주유하여 15.2 km/l 수준의
효율을 보인다고 분석한바 있는데, 당시엔 외부 기온이 섭씨 23~25도 수준으로 서늘했다.
이번 말리부 1.5 터보 주행엔 외부 기온이 섭씨 30~35도를 웃돈데다
서울에서의 심각한 교통 정체, 집으로 내려가 도착하기까지 주행 시간이 두 배 가깝게
걸리는 등 변수가 많았다. 주행 직후 체크된 흡기부 온도는 섭씨 52도를 띄웠다.
외부 온도가 다소 높아 좋은 연비를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극한 주행 상황이
일부 반영된 연비라는 점을 인지하길 바란다.
■ 8/13. 경산↔대구 동성로, 시내 주행 연비는?

PM 4:40. 섭씨 38도를 기록했던 토요일. 대형마트를
가야 할 일이 생겼다. 혼자만 다녀오려 했는데 나도 살 게 있다며 옆 자리에 동생이
탔다. 집에서 2.5 km 떨어진 마트 안 주차장에 차를 대니 연비는 6.1 km/l. 그땐
알지 못했다. 그냥 인터넷 주문을 해도 될 텐데 기어코 대구 한복판 동성로까지 가서
사 와야 했는지를.
PM 6:00. 둘 다 빈 손으로 터덜터덜 돌어와 차를 타고
대구 시내 중심가 동성로로 향했다. T맵이 제 속도를 못 내는 달구벌대로를 회피하는
경로로 안내한 덕에 한 시간 걸려서 갈 거리를 15분 단축했다. 나중에 차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안내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차를 후진시키느라 진땀 뺐던 건 함정이다.
겨우 대구백화점 주차장으로 차를 옮길 수 있었다. 15.8 km를 달린 연비는 8.1
km/l로 나왔다.

PM 7:30. 구하기 힘든 화장품을 건지고 나왔더니 벌써
이 시각. 집으로 가는 길에 다 팔려서 사지 못했던 다른 화장품을 사려고 되돌아가기로
했다. 교통 흐름은 동성로로 향했을 때보다 널널했다. 18.9 km를 주행한 시간은 불과
35분. 연비는 11.9 km/l가 표시됐다.
하나는 구했는데 나머지 하날 구하지 못해 또다른 가게를 찾았더니
품절. 한 군데 더 다녀오려다 포기했다. 구하지 못한 품절 상품은 인터넷으로 지르기로
하고, 경산시장의 한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임시 주정차 상태로 차를 세워 두고
커피를 받아 집으로 되돌아왔더니 어느덧 오후 9시. 4.9 km 주행했다고 표시된 평균
연비는 5.6 km/l였다.
말리부 1.5 터보를 시내서 최악 조건으로 운행했다고 치면 5~6
km/l, 가감속 많은 시내 주행은 7~8 km/l, 교통 흐름이 비교적 원활한 대로 변 주행은
11~12 km/l가 나온다. 배기량이 적다고 하여 항상 연비가 좋을 순 없는 일이다.
대프리카의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오토 에어컨(섭씨 23도), 운전석과
동승석 통풍 시트까지 가동한 상황으로 측정된 것이니 이를 인지하길 바란다.
■ 8/15, 경산→서울 마포, 312 km 주행 연비는?


AM 3:50. 말리부 1.5 터보를 반납하는 마지막 날 새벽.
T맵에 바로 출근할 곳을 찍어 놓으니 3시간 4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고
표시됐다. 실제 312.4 km를 주행한 연비는 얼만큼 나왔을까?
전체 평균 연비는 16.6 km/l로 표시됐다. 올림픽대교를 건너기
전 올림픽대로의 지체, 강변북로의 정체 현상이 겹쳐 원래 예고한 도착 시각보다
20분 늦어진 점만 뺴면 비교적 괜찮은 연비다. 하행 연비(15 km/l)보다 잘 나왔던
건 막히는 구간이 적고, 당시 외부 온도가 27~29도 분포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상행 연비 측정 때는 주행한 시간이 4시간에 불과(?)했으나,
하행 연비를 확인했을 때의 주행 시간은 6시간 25분이었다. 장거리 주행 시 교통
흐름이 좋아 연비가 잘 나올 때는 16~17 km/l, 지체 및 정체를 동반한 상황이 고려된다면
15 km/l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상행 연비 측정을 위해 이동한 경로상 거점은 다음과 같다.
유니버시아드로와 달구벌대로, 신천대로를 거쳐 경부 고속도로
서대구IC, 중부 내륙 고속도로 김천JC, 영동 고속도로 여주JC, 제2중부 고속도로
이천JC, 올림픽대로 강일IC 분기점, 강변북로 올림픽대교 분기점, 마포대교 진출
순이다.
중간 휴식 지점 없이 4시간을 꼬박 달린 평균 연비다. 장거리
출타 비중이 많은 운전자라면 위 연비를 알아두면 되겠다.
■ 1.5 터보로 에코 드라이브 하는 법? 여유가 중요해

말리부 2.0 터보 대신 1.5 터보를 구매 결정한 운전자는 기본
주행 성능 말고도 연비를 간과할 수 없어 택했을 것이다.
1.5 터보는 2.0 터보에 없는 '오토 스탑' 기능이 포함돼 신호
대기 구간이 많은 시내 주행에서 유리할 수는 있다. 실제로 도로 상황이 괜찮을 때는
신호 대기 시간만큼 연료 소모를 억제해 차량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여유를
즐기는 운전이 몸에 벤 운전자라면 분명 좋은 기능이긴 하다.
단, 오토 스탑은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 유지 강도, 운행
시간, 흡기 온도와 외부 기온, 오토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포함한 차량 내 전자 장치를
얼마나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지속 시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퇴근길 러시아워 중엔 23도로 오토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대략
40~50 여초, 주간에 폭염으로 내리쬘 때는 같은 온도라도 40초 이내에 재시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토 스탑이 내장된 다른 차량과 비교한다면 완전 정차 시에만 시동
대기 상태가 되고, 오토 스탑으로 재 시동됐을 때 유입되는 순간 진동과 소음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
오토 스탑이 적용된 일부 차종은 6 km/h 이하로 주행 속도가
떨어지면 미리 시동을 꺼버리고, 다른 일부 차종은 오토 스탑으로 시동이 켜지면서
유입되는 순간 진동 소음이 커 거부감이 생긴다. 말리부 1.5 터보는 오토 스탑으로
인한 감성적 이질감이 덜하다. 여유로운 운전을 즐길 줄 아는 운전자라면 2.0 터보
보다는 1.5 터보가 확실히 운용하기 편하다.
지난 4박 5일 간 시승한 차량은 1.5 터보 LTZ 프리미엄 세이프티(3,240만
원)에 스노우플레이크 화이트펄(10만 원), 옵션으로 19 인치형 휠타이어(56만 원),
파노라마 썬루프(90만 원), 내비게이션 팩(80만 원), HID 헤드램프(40만 원)가 모두
포함된 풀옵션 모델이다.
해당 기능이 모두 필요한 운전자라면 이대로 구매해도 좋지만,
글쓴이는 합리적인 구매를 제안한다. 1.5 터보 LT(2,655만 원) 내지 1.5 터보 LT
디럭스(2,823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풀옵션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론 693~861만
원 저렴하다. 이 금액으로 전동 시트 및 통풍 기능 시공을 의뢰하든 필요하다 싶은
부분을 보완해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2.0L 시승기 컨텐츠가 워낙 많은 상황에서 1.5L 시승기에서 파워트레인이 다른만큼 다양한 정보를 제공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