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4월, 새로운 윈도우10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보안 문제를 강화하고 UI 개선이 전부였던 1주년 업데이트와 달리 3D 페인터 같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XBOX나 다양한 연계 기능을
크리에이터 업데이트란 명칭으로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사이더 빌드를 계속 배포해 왔는데 남은 시간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최근 빌드 배포가
잦아진 상태다.
구정 전 배포 됐던 15019 조차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15025에게 자리를 내줄 정도라서 인사이더에게도 제한 했던 여러 기능들을 드디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완성된 기능은 아니라서 정상 작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도 크리에이터 업데이트가 궁금하긴 마찬가지라서 인사이더 빌드 15025를 설치해 봤는데 지금부터 PC 게이머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윈도우10 게임 모드'에 대해 솔직한 체험기를 정리해 볼까 한다.
■ 윈도우10 게임 모드, 왜 필요한가?

PC는 기기 특성 상 다수의 작업이 동시에 처리 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거나 유투브 영상이나 채팅을 하면서 게임을
동시에 띄워 놓는 경우도 있다.
꼭 동시가 아니더라도 게임 이외의 프로그램들이 CPU나 시스템 메모리, GPU 자원을 백그라운드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PC라는 범용
기기의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PC는 콘솔 게임기 수준의 자원 할당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하나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콘솔 게임기 처럼
자원을 할당해 버리면 의도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러한 특성을 생각하지 않는 고객들의 항의도 빗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PC 시장을 실질적으로 이끌게 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됐고 그렇게 찾아낸 것이 윈도우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 부터 도입 될 '게임 모드'다.
게임 모드의 목적은 단순하다. 게임이 모든 자원(CPU, GPU, 메모리 등)을 최우선적으로 할당 받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보다
나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강제 적용이 아니라서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 필요한 사람만 쓰라는 것인데 크리에이터 업데이트가 정식으로 배포되기 전까진
윈도우 인사이더만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게임 모드는 인사이더 빌드 15019 이후 버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기사 작성 당시 최신 빌드는 필자가 사용한 15025 였다.
■ 인사이더 빌드 15025로 확인한 게임 모드의 현 수준

윈도우10 게임 모드에서 게이머가 프레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3가지다.
이미 게임을 위해 최적의 셋팅을 준비해 놨지만 개인이 직접 건들 수 없는 리소스까지 게임에서 모두 할당 받아 더 높은 프레임을 실현하는 것이 첫
번째고 CPU 자원이나 메모리 자원을 다른 프로그램이 점유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해당 자원을 게임에 할당해 주는 것이 두 번째와 세 번째다.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면 역대 그 어떤 윈도우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프레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조건을 확인해 보기 위해 3가지 조건에 맞는 상황을 설정, 게임 모드에 따른 프레임 차이를 확인해 봤다.
참고로, 테스트에 사용한 게임은 윈도우 스토어에서 구매한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다. 스팀 버전도 있었지만 UWP 버전이 게임 모드에 더 적합한
환경일 것 같아서 윈도우 스토어 버전을 선택했다.

첫 번째 테스트 결과다.
이 결과는 이미 최적의 게이밍 환경을 구축한 상태에서도 게임 모드를 사용하면 OS 차원의 최적화를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테스트는 윈도우10 인사이더 빌드 15025를 새로 설치 한 후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만 윈도우 스토어에서 내려 받고 게임 모드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 했는데 아쉽게도 게임 모드는 어떠한 프레임 상승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약 1FPS 내외의 프레임 하락만 있었을 뿐 기대했던 프레임 상승은 그 어떤 테스트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 테스트 결과다. 이 테스트는 메모리 자원을 타 프로그램이 점유한 상태에서 게임 모드를 사용하면 해당 메모리까지 게임에 할당 되어 프레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테스트는 엣지 브라우저에 창 11개를 띄워 놓고 4GB 시스템 메모리 중 1.1GB만 남은 상태에서 게임 프레임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
했는데 이번에도 프레임 상승은 없었다.
앞선 테스트와 달리 시스템 메모리를 4GB로 낮춰서 그런지 전반적인 프레임 하락만 있었을 뿐이다. 게임 모드가 활성화 되면 1FPS 내외로
프레임이 떨어 졌을 뿐 기대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테스트 결과다. 이 테스트는 CPU 자원을 타 프로그램이 일정 부분 점유한 상태에서 게임 모드를 사용하면 해당 CPU 자원까지 게임이
사용하게 되면서 프레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테스트는 7-zip의 벤치마크 기능 중 스레드를 4개로 잡았을 때와 1개로 잡았을 때, 그 상태에서 게임 모드에 따른 프레임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 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프레임 상승은 없었는데 4개 스레드로 잡았을 때 보다 1개로 스레드를 설정했을 때가 프레임 하락이 적었지만 그 어떤 조건에서도
프레임 상승은 발견되지 않았다.
■ 윈도우10 게임 모드, 설레발로 끝날 것인가...

약속한 성능 향상은 없었다. 게임 모드를 써서 1 FPS이라도 오른 경우는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프레임 하락이나 간헐적인 멈춤 현상만 나타났을
뿐이다.
물론, 필자의 테스트가 완벽했다는 건 아니다. 게임 모드가 제대로 동작하는 조건을 필자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모드를 소개한
외신들도 필자의 경험과 다르지 않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이 베타 테스트고 가다듬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첫 인상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정도의 완성도 만으로 시험에 내보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 두 달여 가량 남은 기간 동안 완성도를 높여 그들의 약속이 지켜지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