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워낙 선풍적인
인기여서 수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속 이용자가 늘고 있는데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제법 높아서 오래 된 PC를 보유한 이들은 업그레이드가 필수이다.
특히 그래픽카드가 중요하여 새로운 제품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은데 오랜만에
시세를 보았다면 흠칫 놀라고 말았을 것이다. 몇 달 새 그래픽카드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이 애용하는 상위 라인업 제품들 위주로 최소 50%, 일부는 100%
넘게 올라서 섣불리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채굴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수개월 전부터 가상화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채굴 수익성도 높아져서 그래픽카드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일어난 현상이다.
울며 겨자먹기처럼 감수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나 큰데 그렇다면 가상화폐
채굴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그래픽카드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테면 지포스 GTX 1050 말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X 1050이 지금 같은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에서 게이머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겠다.
■ 지포스 GTX 1050이 채굴에서 무사한 이유는?
채굴로 가장 유명한 가상화폐는 이더리움(Ethereum)이다. 채굴하기 위해서 고가
전문 장비인 ASIC(주문형 반도체)가 필요한 비트코인과 달리 지포스나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있으면 바로 채굴을 시작할 수 있고 1코인당 가격도 100만 원이 넘어가서 인기가
많다.
다만 ASIC 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생성하는 DAG 파일이 그래픽카드의 메모리 용량을
2GB 넘게 사용하므로 적어도 3GB 이상은 되어야 채굴할 수 있다. 지포스 GTX 1050은
메모리 용량이 2GB여서 조건에 미달하므로 이더리움 채굴이 불가능해 채굴용으로는
인기가 부족하다.
지포스 GTX 1050는 메모리 용량 부족 때문에 이더리움 채굴 시
DAG 오류 발생
지포스 GTX 1050을 장착한 시스템에서 이더리움 채굴 프로그램인 클레이모어를
실행해보면 DAG 버퍼 용량이 부족하여 채굴이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온다.
제트캐시(ZEC)나 모네로(Monero, XMR)처럼 그래픽카드 메모리 용량이 2GB 이하여도
문제 없는 가상화폐라면 지포스 GTX 1050도 문제 없지만 차지하는 공간과 성능, 소비전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상위 제품이 효율적이어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원활하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 중에서는 RX 560 2GB 모델이 지포스 GTX 1050과 비슷한
위치에 있으며 RX 560 4GB 모델을 비롯한 상위 제품은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인기가
높다.
■ 지포스 GTX 1050 게임 성능 충분할까?
아무리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그래픽카드 성능이 게임을 실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상위 제품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레퍼런스 클럭(기본 1354MHz
/ 부스트 1455MHz)으로 작동하는 INNO3D 지포스 GTX 1050으로 게임 몇 가지를 실행해보았다.
시스템 CPU는 AMD 라이젠 5 1400, RAM은 DDR4-2400MHz 16GB(8GB 듀얼 채널)이다.
첫 번째로 실행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이며 초당 프레임(이하 FPS)을 프랩스(Fraps)
유틸리티로 실시간 확인하였다.
1920x1080 해상도(풀 HD)에서 그래픽 옵션 전체 품질 '중간'으로 설정해 게임
리플레이를 실행하였다. 대체로 40 FPS 이상을 유지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50 FPS를
넘어서기도 하였다. 가장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도 30 FPS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여
게임이 끊기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배틀그라운드 다음(Daum) 게임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정보에 의하면 지포스
GTX 1050은 권장 그래픽카드 중 최하로 분류되고 설정도 상당히 낮춰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높은 설정에서도 무난한 성능을 낼 수 있다.
전체 품질을 '낮음'이나 '매우 낮음'으로 변경하면 FPS가 더 향상되지만 그래픽
효과가 감소해서 게임 몰입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중간'이 적절하다.
다음 게임은 '오버워치'이다. 배틀그라운드와 동일한 해상도에서 그래픽 품질을
'최상'으로 설정해 인공지능과 4:4 대전을 하면서 FPS를 확인했다.
대체로 60 FPS 이상을 유지하였고 캐릭터 여럿이 전투를 벌이는 구간에서만 50
FPS대로 떨어져서 무난한 수준이다. 그래픽 품질을 '중간'으로 설정하면 60 FPS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므로 더 쾌적해진다.
마지막 게임은 '드래곤볼 파이터즈(Dragon FighterZ)'이다. 권장 요구사양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전 격투 게임이어서 항상 60 FPS 이상을 유지해야만 정확하게
기술을 입력하고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
1920x1080 해상도에서 이미지 품질 '최고'로 설정해 CPU와 대전해보았는데 게임
로딩 구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60 FPS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참고로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최고 프레임이 60 FPS로 제한되므로 그 성능을 충족한다면 굳이
성능이 더 높은 그래픽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 혼란스러운 시기, 지포스 GTX 1050으로 버티자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에 의하면 지포스 GTX 1050은 최신 게임을 즐기기에 특별히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틀그라운드도 그래픽 옵션을
조금 조절하면 큰 문제 없이 실행 가능하므로 상위 라인업 그래픽카드를 구하지 못해
애가 탔던 게이머의 무거운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앞서 실시한 테스트에서는
4K 해상도나 화면재생률 144Hz(헤르츠)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만약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적용한다면 그래픽 성능은 급감하여 버벅거리는 게임 화면을 마주하고 만다. 두 가지
요소는 이미 눈에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포기하기 곤란한 것이어서 제법 치명적이다.
물론 게이머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현재 시장이 여지껏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특이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일반 게이머는 한 개도 쉽사리 구매하기
힘든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를 대량 구매하는 가상화폐 채굴자들을 원망하며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지포스 GTX 1050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가상화폐 거래자들 사이에 유명한 말로 '존버'가 있다. '존나 버티기'의 줄임말인데
가상화폐 구매 후 가격이 급락해서 힘들게 견뎌야만 할 때 쓴다. PC 게이머 역시
지금은 존버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상화폐와 반대로 가격이 내리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그 간절함은 서로 비견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