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젠 7000 시리즈의 핵심인 ZEN4 아키텍처가 기대 만큼 혁신적이지 않아 실망했을 수도 있다. ZEN4 아키텍처의 변신이 효율 개선에
집중된 탓에 실질적인 성능은 크지 않을 수 밖에 없어 실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효율 개선에 영향이 큰 작업, 예를 들어 게임 같은 작업에선 그 효과가 분명하기에 너무 실망 할 필요는 없다. 성능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 클럭 셋팅도 이전 보다 훨씬 빠르니 제품별 성능 비교로 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AMD가 그 정도 준비도 없이 라이젠 7000를 출시하진 않았을 테니 지금부터 그 결과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 소켓도 바꾸고 디자인도 바꾼 라이젠 7000 시리즈
라이젠 7000 시리즈는 이전 세대와 다른 소켓 방식을 사용한다. 이전 세대까지 사용하던 소켓은 CPU에 핀이 부착된 Papen grid
array)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AM5로 명명된 이번 세대 소켓 방식부터는 인텔과 동일한 LGA(land grid array) 방식을 채택했다.
CPU에는 핀 대신 접점만 있고 메인보드 소켓에 핀이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전 세대 처럼 쿨러 제거시 CPU가 뽑혀버리는 일명
무뽑기 현상을 방지할 수도 있고 CPU 핀이 휘어지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메인보드 소켓 내부 핀이 휘어지거나 구부러지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장점과 단점이 모두 공존하는 방식이다.
간단히 이해하려면 그냥 인텔 CPU와 같은 방식이고 장단점도 똑같다고 보면 된다.
AMD가 소켓 방식을 바꾼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핀 구조의 장단점도 그 중 하나겠지만 AM4까지 사용했던 소켓 구조로는 기능 확장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CPU 내부에 더 많은 I/O 포트를 만들려면 결국 접점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1331개 뿐인 AM4로는 그 이상 확장이 불가능해 AM5를
만든 것이다. 실제, AM5 소켓의 접점은 AM4 보다 훨씬 많은 1718개로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 덕분에 라이젠 7000 시리즈의 PCIE Lane은 20+4개에서 24+4개로 확장 됐으며 4개의 10Gbps USB 포트 외에
1개의 USB2 포트가 추가로 탑재됐고 I/O 다이 내부로 통합된 RDNA2 GPU의 디스플레이 출력(DP2.0, HDMI 2.1)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력 공급 부분에서도 접점 증가로 인한 혜택은 분명하기에 170W TDP 기준 230W의 소켓 파워도 실현하게 됐다. 어차피 실사용
환경에서 TDP나 소켓 파워는 무시되겠지만 그 만큼 고출력이 검증된 소켓도 데스크탑 PC에선 AM5가 처음이다.
소켓 방식이 변경되면서 외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 중에서도 히트스프레더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인데 이전까지 사용했던 사각의 히트스프레더와 전혀 다른 모양이다. 기판 내부 CPU나 I/O
다이만 히트스프레더로 커버하려고 저런 모양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들어간 부분 마다 캐퍼시터 같은 패시브 부품을 배치할 자리를
만들어 둔 걸 보면 그런 부품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모양의 히트스프레더를 설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라이젠 7000 시리즈의 기판과 다이 사진을 보면 정 사각형 히트스프레더를 배치하기 힘들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외형 변화는 히트스프레더 뿐만 아니다. 기판 자체도 더 두껍고 히트스프레더 높이도 이전 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AMD가
AM4에 사용했던 쿨링 솔루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소켓 방식이 변했다고 쿨러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덕분에 AM4 시스템에 사용했던 쿨러들을 별도의 브라켓 없이 AM5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AIO 수냉 쿨러 또한 추가 브라켓 없이
사용이 가능해졌다.
■ 전작과 동일한 코어 수 구성
AMD가 발표한 라이젠 7000 시리즈는 4가지 모델로 구성됐다.
2개의 CCD를 조합해 16코어 32스레드로 동작하는 라이젠 9 7950X와 6코어만 사용하는 CCD 2개를 조합한 12코어 24스레드
라이젠 9 7900X, 8코어 CCD 1개를 사용한 8코어 16스레드 라이젠 7 7700X 그리고 6코어 CCD 1개로 만든 6코어 12스레드
라이젠 5 7600X이 현재까지 발표된 라이젠 7000 시리즈의 전부다.
이 모델들은 코어 수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며 성능이나 소비전력도 그에 맞게 설정됐다.
소비전력 TDP는 라이젠 9 7950X와 7900X가 170W, 라이젠 7 7700X와 라이젠 5 7600X가 105W인데 최대 소켓
파워는 230W와 142W로 TDP 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화할 수 있다.
평균 온도는 70~90도이며 모든 모델이 DDR5-5200을 지원한다.
AMD가 권장하는 DDR5 메모리는 DDR5 6000이다. 정규 사양은 아니지만 이전 세대 처럼 오버클럭 튜닝 메모리를 조합하면 가장
이상적인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DDR5를 사용하는 ZEN4에서는 인피니티 페브릭과 메모리 컨트롤러, DRAM 속도가 1:1로 동기화 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피니티 페브릭 속도 2000MHz와 비율이 좋은 DDR6 6000 메모리가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며 벤치마크 테스트 또한 이 조합을 권장했다.
4가지 라이젠 7000 시리즈 중 가성비가 제일 좋은 것은 6 코어 모델이다. 순수 컴퓨팅 성능 자체는 4가지 모델 중 가장 낮은
제품이지만 게임용으로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AMD가 제공한 내부 테스트 결과에서도 7700X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프레임을 기록하기도 했으니 진정 가성비를 원한다면 라이젠 5
7600X가 최선이다. 필자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라이젠 7000 시리지의 첫 번째 리뷰로 라이젠 5 7600X을 선택했다.
■ 라이젠 5 7600X vs 라이젠 5 5600X vs 코어 i5-12600KF | 성능 비교
라이젠 5 7600X의 경쟁 제품은 인텔 코어 i5-12600K다. 이 경쟁을 이겨야만 라이젠 5 7600X의 가치가 입증되기에 AMD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준비한 것이 바로 클럭이다. 앞서 스펙 비교 시트에도 적혀 있지만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의 실효 클럭, 맥스 부스트는 5
GHz가 넘고 이번에 소개하는 라이젠 5 7600X만 해도 5.3GHz나 된다.
4GHz로 테스트 된 아키텍처 평가 보다 무려 1.3GHz나 높으니 실제 성능은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할 것이다. 코어 i5-12600K와의
경쟁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데 지금부터 그 결과를 소개해 보겠다.
가장 먼저 알아볼 결과가 Sandra다. 이 결과는 계산 능력을 평가한 것이기에 깡 성능과 AVX-512 지원에 따른 성능 차이를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보면 알겠지만 깡 성능을 평가하는 Arithmetic에서도 코어 i5-12600KF와 거의 같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마찬가지 조건을 사용하는
Financial Analysis도 거의 근접한 결과가 확인됐다.
AVX-512를 사용하는 나머지 테스트는 워낙 압도적인 결과라서 굳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Sandra와 비슷하지만 좀더 대중적인 벤치마크 툴인 긱벤치 결과다. 이번 결과에는 암호화 부분에만 AVX-512가 사용되어 Sandra
만큼 결과가 좋지 않다.
싱글 스레드 조건은 깡 성능도 괜찮은 편이지만 12600KF가 4개의 E 코어까지 사용하다 보니 순수 6코어인 라이젠 5 7600X도 어쩔
수 없는 결과인 듯 싶다.
PCMARK10는 현실 세계를 반영하기 위한 벤치마크다.
PC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랜더링이나 편집, 트랜스코딩만 하는 것은 아니기에 캐주얼 작업과 현실에서 주로 사용되는 작업들로 테스트를
구성해 놨다.
이런 조건들은 ZEN4 처럼 효율 개선 효과가 극대화 된 제품에 유리한 경우들이 있는데 실제 결과들도 상당 수 라이젠 5 7600X에
유리하게 나타났다.
계산 중심의 작업들, 그 중에서도 CPU 자원을 100% 끌어다 쓰는 랜더링과 비디오 트랜스 코딩, 파일 압축 작업 결과다.
보면 알겠지만 역시 코어 i5-12600KF의 한계는 넘지 못했다. 이전 세대 보다 많이 발전했고 턱 밑까지 쫓아간 것은 사실이나
넘어섰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임 결과는 예상대로다. CPU의 처리 속도에 따라 프레임 증가폭에 차이가 큰 1920x1080, Full HD 해상도에서 라이젠 5
7600X이 코어 i5-12600KF를 압도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일부 게임은 약간 뒤쳐지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라이젠 5
7600X가 압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MD가 자체 테스트 한 20가지 이상의 게임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라이젠 5 7600X에 매우 유리했으며 그 차이가 이번 테스트 만큼
상당했다.
■ 라이젠 5 7600X vs 라이젠 5 5600X vs 코어 i5-12600KF | 소비 전력과 발열은?
ZEN4 아키텍처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AMD가 선택한 고클럭 정책은 소비전력과 발열 증가를 동반하게 된다.
라이젠 7000 시리즈 라인업에서 65W 모델이 사라진 것도 5GHz를 넘어선 맥스 부스트 클럭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클럭이 가장 낮은
라이젠 5 7600X 조차 87도를 넘나들 만큼 발열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140mm 팬 2개가 조합된 280mm 라디에이터 AIO 수냉 쿨러를 사용하고도 말이다.
같은 조건에서 인텔 코어 i5-12600KF가 61도라는 매우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라이젠 5 7600X의 발열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AMD는 TDP가 105W라는 이유 때문인지 라이젠 5 7600X에 타워형 공냉 쿨러를 추천하고 있지만 좀더 안정적인 온도와 낮은 소음을
원한다면 AIO 수냉 쿨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오버클럭 마진은 남아있나?
AMD는 오버클럭 마진이 매우 적다. 이전 세대도 마찬가지고 이번 세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세대는 기본 온도가 워낙 높아 온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버클럭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최대 전압도 1.305v는 넘지 않아야 90도를 넘지 않고 오버클럭에 성공할 수 있는데 그렇게 찾아낸 클럭이 라이젠 5 7600X의 공식
사양 5.3GHz에서 0.2GHz 높인 5.5GHz다.
실제 메인보드에서 인가되는 5.45GHz와 비교하면 겨우 0.05GHz 높인 것이 라이젠 5 7600X의 오버클럭 한계다.
물론, 필자가 입수한 샘플 보다 수율이 더 좋다면 라이젠 9 7950X 처럼 5.7GHz 이상도 가능하겠지만 필자가 가진 샘플로는
5.5GHz가 한계였다.
■ 라이젠 5 7600X, 게이머를 위한 가성비 선택
라이젠 5 7600X의 성능은 이전 세대 보단 확실히 좋아졌다. 맥스 부스트 클럭에서 차이가 워낙 컸고 효율 개선도 이뤄 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래픽 랜더링이나 비디오 트랜스코딩 같이 계산 중심의 풀부하 작업들은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있어 경쟁 제품을 넘어섰다고 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도 부하가 적은 실사용 환경에선 경쟁 제품을 넘어서기도 했고 게임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해 게임이나 캐주얼 PC용으로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성능을 높이기 위한 고클럭 정책이 발열 증가로 이어져 좀 실망스러웠다. AMD만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경쟁 전략을 수정했으면 좋겠다. 6코어 vs 6코어가 아니라 8코어 vs 6코어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