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식 키보드는 더 이상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다. 게임이라는 목적성 뿐만 아니라 누구나 사용하는 매우 흔한 아이템이 됐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앱코의 게이밍 기어 브랜드, 콕스에서 흥미로운 제품이 출시됐다.
COX CX108G PBT 가스켓 마운트 기계식 키보드와 COX CX87G PBT 가스켓 마운트 텐키리스 기계식 키보드가 바로 그
제품들이다.
오늘은 이 제품들의 변화와 특징 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 기계식 키보드의 고급화, 가스켓 마운트

기계식 키보드의 고급화는 타이핑 소음이나 키감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커스텀 키보드가 발전해간 방향과 일치하며 그런 변화의
일부를 흡수해 가고 있는 것이 최근 나오는 양산형 기계식 키보드다.
COX CX108G과 CX87G도 그런 방향에 맞춰 기획된 제품이다. 커스텀 키보드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가스켓 마운트를 적용한 것인데
이 구조를 통해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에선 경험하지 못한 키감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물론, 댐핑 구조 자체가 엄청난 신기술도 아니고 구현이 어려운 것도 아니라서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이 구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의외로 큰 편이다.
COX CX108G과 CX87G 처럼 보강판 연결 구조에만 실리콘 댐퍼를 적용해도 키감이 확 달라진다.
■ 게이트론 황축과 갈축, 체리 스테빌라이저

COX CX108G과 CX87G은 체리가 아닌 게이트론 스위치를 적용했다. 비롯 핫스왑이 불가능한 구조지만 게이트론의 황축과 갈축을 선택할 수 있어 리니어한 키감이나 클릭음 없는 청축 같은 타건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스위치의 압력은 스펙에 표기된 대로 황축이 살짝 더 높은 편이라 좀더 가벼운 타건감을 원한다면 갈축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쉬프트나 스페이스 처럼 스위치 하나로 안정감을 제공하기 어려운 키는 체리식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됐다. 마제식 보다 키캡 분리나 장착이 편해
양산형 기계식 키보드들은 주로 이 방식을 이용하는 편이고 안정감 또한 뛰어나다.
키캡은 PBT 이색 사출 방식이 적용됐다. 이 방식은 각인에 대한 내구성이 월등하고 ABS 대비 변형이나 손상에 강한 소재라서 고급형
키보드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COX CX108G과 CX87G의 키캡 색 조합은 블랙&그레이 바탕에 하늘색이 조합됐다.
■ 스텝스컬쳐2와 화이트 LED

키보드 프로파일은 대다수 양산형이 그렇듯이 체리 프로파일을 사용했다. 키캡 모양 자체는 메이커에 따라 살짝 다를 수는 있지만 COX
CX108G과 CX87G는 전형적인 체리 프로파일에 가깝고 스텝스컬쳐2에 맞는 각도와 배열을 사용했다.
스텝스컬쳐2는 열마다 키캡 각도와 높이를 조절해 다른 구조 보다 손가락과 손목 피로가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산형 기계식 키보드에 빠지지 않은 LED 조명은 RGB가 아닌 화이트 LED가 선택됐다. 아무래도 게이밍 키보드 같은 화려한 조명 보다
단색의 은은한 조명이 어울리지는 디자인이다 보니 단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컬러는 고정 됐지만 효과는 여러 가지가 제공된다. 자주 쓰는 키만 사전 프로파일로 만들어 3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키만 지정해 LED를 켜서 사용할 수도 있다.
■ COX CX108G, CX87G의 타건음과 타건감

COX CX108G과 CX87G의 타건음 조용한 편이다. 게이트론의 황축과 갈축 자체가 클림음을 유발하지 않는데다 가스켓 대핑 구조 덕분에 덜그럭 거리는 소음도 없다.
가스켓 댐핑에 흡음, 제진 구조까지 활용한 커스텀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일반 기계식 키보드 보다는 확실히 가볍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타건음은
아니다. 보강판 덕분에 무게감도 있고 바닥과의 마찰이나 진동을 줄이는 패드도 넓게 붙어 있어 커스텀 키보드의 방향성을 느끼기엔 괜찮은 타건음이다.
타건감은 다른 게이트론 스위치 제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스위치가 같으면 타건감이 다를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절한 무게와 댐핑 구조, 스테빌라이저가 만들어낸 타건감은 일반 기계식 키보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줬다.
스위치 고유의 느낌만 있다고 할까.. 청축의 클릭감을 필요로 하지 않다면 일반 기계식 키보드 이상의 타건감을 느끼기에 상당히 괜찮은
제품이다.
■ 기계식 키보드의 고급화, 맛배기로 괜찮다

COX CX108G과 CX87G은 앞서 말한 그대로다. 기계식 키보드의 고급화가 어떤 것을 말하는지, 그 차이가 어떤지를 경험하기에 딱
좋은 제품이다. 일종의 맛배기 같은 제품이라고 할까? 이 보다 더 나은 제품으로 넘어가기 전 거쳐가야 할 관문일 수도 있겠다.
물론, 처음부터 끝으로 직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누군가는 COX CX108G과 CX87G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니 한번쯤 경험해 보고 판단해도 후회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음이나 타건감에 실망했다면 꼭 한번 경험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