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파이가 추구하는 목표는 현장 그대로는 느끼게 하는 것에 있다. 원음 그대로의 음질과 음색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소리가 녹음된 장소나
위치, 거리 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 현재의 오디오 메이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하이파이 헤드폰 시장에도 젠하이저 HD800S나 하이파이맨 서스바라, 스탁스 SR-009S 같은 제품들이 이러한 목표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
되고 있지만 워낙 비싼 몸 값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보니 그 차이를 경험하거나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플래그쉽이 아닌 미들 급에서도 공간을 느낄 수 있는 특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어 왔는데 오늘 그런 제품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20년이 넘도록 레퍼런스 헤드폰으로 인정 받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사용자가 애용하는 젠하이저 HD600 시리즈의 최신 모델, HD
660S2가 바로 그 제품이다.
■ 같지만 다른 젠하이저 HD 660S2

젠하이저의 HD600 시리즈는 1997년 출시된 HD600부터 시작된다. 이 모델은 그 전까지 판매 됐던 HD580의 개량 버전으로,
자연스러운 사운드에 초점이 맞춰진 레퍼런스 헤드폰으로 인정 받아 지금까지도 계속 판매가 지속되고 있다.
HD600 이후 HD650과 HD660S도 등장 했지만 각각의 모델이 추구하는 음악성이 다르다 보니 후속 제품이라는 개념 없이 서로 다른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그러한 특성에 맞춰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음색 차이가 내부 구조, 특히 드라이버의 구조나 배플 차이로 실현되다 보니 디자인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소재를 좀더 고급화 하거나 형상을 크게 바꾸지도 않았다. 한때 돌솥이라 불리는 특이한 이미지 패턴이 있기는 했지만 고급화를 위한 선택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젠하이저 HD 660S2도 그런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외형만 보면 이전 세대인 HD 660S로 착각할 정도다. 물론,
헤드밴드의 젠하이저 글자와 이어컵 외부 그릴에 부착된 젠하이저 로고 그리고 HD 660S2 문구가 색이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은색에서 로즈
골드로 바뀐 것 만으로 고급화를 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신, 젠하이저 HD 660S2의 핵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젠하이저 HD 660S2의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이 임피던스다. HD660S에서 150옴으로 낮췄던 임피던스를 다시 300옴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변화는 더 높은 구동력이 요구되지만 그 만큼 출력이 받쳐 주는 환경에서는 더 밀도 있고 임팩트 있는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젠하이저는 임피던스 증가에 따른 특성 변화를 상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스 코일에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HD660S에도
적용된 소재로 소개한 바 있어 HD660S2에서 시도된 새로운 기술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300옴으로 변경한 임피던스에 맞춰 드라이버의 세부 구조나 소재가 튜닝 된 것은 사실일 것이고 이런 노력 덕분인지 젠하이저 HD
660S2의 톤 밸런스는 HD660S 보다 서브 베이스가 증가하고 더욱 선명해진 중고역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는게 젠하이저 측 설명이다.
실제, HD660S와 HD660S2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측정한 그래프에서도 그런 차이가 확인 됐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한 상태다.
■ 젠하이저 HD 660S2의 착용감

젠하이저 HD 660S2의 착용감을 딱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디자인이나 구조나 소재 모두 이전 HD600 시리즈에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HD600 시리즈를 경험해 봤다면 기억 속에 남은 그 착용감 그대로라고 이해하면 된다.
HD600 시리즈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가볍고 압박감은 있는 편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헤드 밴드 장력이 좀 있는 편이라 처음 쓰면 압박감이 좀 크게 느껴진다. 어차피 헤드 밴드를 벌려 쓰면 장력이 낮아지니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지만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놀랄 수 있다.
헤드 밴드 길이는 그 어떤 두상이나 머리 크기에 맞을 만큼 길다. 그렇다고 여유가 넘칠 만큼 길다는 뜻은 아니다. 적당히 길고 누가 써도
충분한 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수리 압박은 착용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무게 자체가 가벼운 편인데다 장력이 높아 길이만 적당히 조절하면 정수리를 압박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헤드 밴드 안쪽 쿠션이 정수리에서 살짝 뜨게 만들면 된다.
■ HD600 시리즈의 최종 진화형이 될 것인가

젠하이저 HD 660S2가 추구하는 소리는 앞서 말한 하이파이적 특성에 있다.
HD600 시리즈에서 부족했던 저음역을 보강하면서 중고음의 투명성과 선명도는 높이고 소리의 위치와 방향성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것이
HD660S2가 추구한 방향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편안하면서 오래 들을 수 있는 레퍼런스 특성은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젠하이저 HD 660S2는 분명 서브 베이스가 확장 되고 중고음의 더 선명해졌다. 이 선명함 덕분에 소리의 위치와 방향성은 더 뚜렸해졌고
넓진 않지만 공간의 범위와 형상까지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특성이 좋아졌다.
오래 들으면 피곤한 날 것 같은 사운드가 아니면서도 이런 톤 밸런스를 실현했다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보컬의 선명도나 질감도 매우
좋았다. 다른 헤드폰 보다 더 잘 들린다는 느낌도 있고 약간 음역대가 전부 일정 부분 부스팅 된 느낌도 있지만 그게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젠하이저가 말한 서브 베이스의 확장은 넘쳐나는 것이 아닌 절제된 것이기에 일반 소비자의 기대와는 좀 다른 소리였다. 절제되고 딱 필요한
서브 베이스에 강력한 슬램이 더해진 사운드이지 깊고 풍부한 서브 베이스와는 거리가 있어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투명성이다. 이 부분은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한계 같지만 평판형 같은 조용하고 얇은 음선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장시간 편하게 듣기 위한 튜닝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특성은 4.4 밸런스드 연결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다. 만약, 앰프가 싱글 엔드 출력만 지원한다면 음상이 가운데로 몰리고
음의 분리도가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4mm 밸런스드 커넥터를 지원하는 앰프가 많지 않아 변환 단자나 케이블이 필요하겠지만 가급적이면 6.3mm 싱글 엔드 말고 밸런스드
연결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참고로, 필자는 4,4mm 밸런스드 케이블에 4.4mm to 4pin XLR 변환 케이블을 자작해
사용했다. 사용한 DAC/AMP는 사무실에서 사용 중인 BMC Pure DAC MK2와 집에서 사용
중인 Pegasus R2R DAC & Singxer SA-1 조합이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TIDAL과
QOBUZ를 사용했다.
■ 고출력은 아니어도 앰프는 있어야..

젠하이저 HD 660S2에도 6.3mm to 3.5mm 변환 어댑터가 제공된다. 이 어댑터가 제공된다는 것은 모바일 기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HD660S에서도 이 어댑터가 제공 됐었으니 같은 목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젠하이저 HD 660S2의 임피던스가 300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HD660S는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젠하이저 HD
660S2를 모바일 기기에 물리면 제 소리를 경험할 수 없다.
HiFi 쿼드 DAC이 장착된 LG전자의 스마트폰 처럼 어느 정도 출력이 받쳐주는 모바일 기기로도 젠하이저 HD 660S2는 음량 확보가
전부인데 일렉 기타나 피크치가 높은 음에서 찌그러지는 소리가 나니 이 이상 출력을 받쳐주는 AMP나 DAP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가 사용하는 거치형 DAC과 AMP 기준으로도 4.4 밸런스드 연결 시 볼륨 노브가 10시 정도를 가리켜야 할 만큼 적지 않은
출력이 필요했다. 평소 사용하는 AMT 헤드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 인상된 가격, 소리는 인정하지만..

젠하이저 HD 660S2의 소리는 최근 트렌드가 잘 반영됐다.
절제 됐지만 필요한 만큼의 서브 베이스에 강한 슬램이 더해졌고 선명한 중고역을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게 잘 튜닝 됐다. 음상의 위치나
거리를 구분하는 것도 쉽고 자연스러워져 더 나은 성능과 음색을 실현했다는 젠하이저의 자랑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심하다고 생각되던 레퍼런스 사운드의 이미지를 탈피하기에 충분히 더 발전된 소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HD600 시리즈가 포진했던
가격대를 넘어서다 보니 선 듯 다가서기가 어려운 제품이 됐다.
이제 막 출고 되어 가격이 안정화 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프로모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은 알겠지만 그래도
60만원을 넘어 80에 가까운 출고가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높아진 가격 만큼 소리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그대로라서 시장에 안착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