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어제로(LayerZero)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블록체인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한 차세대
아키텍처 ‘제로(Zero)’를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뉴욕에서 열린 신기술 발표 직후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서울에서 별도로 진행됐다.
기존 블록체인의 ‘복제’ 문제 지적... 이질적 아키텍처 제안

이날 키노트를 맡은 임종규 레이어제로 아시아 태평양 총괄은 현행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동질적
구조(Homogenous Architecture)’의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기존 방식은 모든 노드가 모든 거래를 다운로드하고 동일한 계산을
반복하는 ‘복제’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상승과 속도 저하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레이어제로가 제시한 ‘제로’는 실행과 검증을 분리한 ‘이질적 아키텍처(Heterogeneous Architecture)’를 채택했다.
소수의 블록 생성자가 연산을 수행하고 영지식 증명(ZKP)을 생성하면, 대다수의 검증자는 이 증명만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검증 노드는
고사양 서버 대신 스마트워치나 브라우저 탭과 같은 저사양 기기에서도 무결성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
4대 핵심 기술로 기존 대비 100배 이상 성능 향상 이뤄

제로는 연산, 저장, 네트워크, 영지식 증명(ZKP)이라는 블록체인의 4대 구성 요소를 전면 재설계해 성능을 확보했다.

먼저 연산 분야의 'FAFO(Fast Ahead-of-Formation Optimization)'는 트랜잭션을 병렬로 처리하는 스케줄링
기술로, 단일 노드에서 초당 110만 건 이상의 이더리움 전송 처리를 지원하며 실행 효율을 극대화한다.

데이터 저장소의 병목 현상은 'QMDB'를 통해 해소했다. 초당 300만 건의 상태 업데이트가 가능한 이 고속 데이터베이스는 로그 기반의
추가 전용 구조를 채택해 기존 방식보다 높은 처리 능력을 보여준다.


네트워크 전송 단계에는 초당 10GB 수준의 데이터를 검증하고 분산하는 'SVID' 기술이 적용되어 대규모 트랜잭션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다. 여기에 GPU 기반으로 증명 속도를 기존 대비 6배 높인 '졸트 프로(Jolt Pro)'가 더해져, 50KB 수준의 소형 증명만으로
저사양 기기에서 실시간 네트워크 검증이 가능한 구조를 완성했다.

임 총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수준의 초당 200만 건 거래량을 온체인으로 구현할 경우, 기존 블록체인으로는 연간 약 5조 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제로를 통하면 1,000억 원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사와 파트너십... 넥슨 자회사와 MOU 체결

간담회에서는 제로의 도입을 검토하거나 협력하는 글로벌 기관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를
비롯해 미국예탁결제원(DTCC), 헤지펀드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 구글 클라우드 등이 파트너 및 투자자로 참여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넥슨의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Nexpace)가 제로와의 파트너십을 구체화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넥스페이스는 자사의 게임 생태계를 제로에 연결해 대규모 트랜잭션 처리를 필요로 하는 웹3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다.
비용 효율성 강조... 2026년 가을 메인넷 예정

경제적 측면에서의 비교 수치도 제시됐다. 임 총괄은 "전통 금융 망을 통해 1조 원을 해외 송금할 경우 2~5일의 시간과 약 10억 원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과 제로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3분 이내에 약 3,000원의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블록체인이 외환(FX) 및 결제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배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레이어제로는 2026년 가을 메인넷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초기에는 범용 EVM 환경, 프라이버시 결제, 금융 기관용 트레이딩 등 세
가지 전용 존(Zone)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제로 블록체인은 단순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토큰화된 주식, 채권, 실물자산(RWA) 기반 결제
등 제도권 금융 인프라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