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린씨앤아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대만의
스토리지 및 메모리 전문 기업 AGI(Agile Gear International) 테크놀러지 (이하
AGI)의 2026년 신제품 미디어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기존에 출시되어
국내 시장에 선보인 제품과 더불어 추후 출시될 Gen5 SSD 등 AGI가 고성능 하이엔드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입을 알리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AGI는 국내 고성능 PC 하드웨어
유통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서린씨앤아이와 협력하여, 기술적 성숙도가
높은 한국 시장을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의 핵심 벤치마크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1차 벤더(Tier 1)의 위치와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AGI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AGI는 2018년 1월 대만에서 설립되어
상대적으로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B2B 및 산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 온 기업이다. 간담회 현장에서 언급된 트렌드포스(TrendForce) 자료에 따르면,
AGI는 2024년 기준 글로벌 스토리지 시장에서 약 8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규모를
확장한 상태다.

이러한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과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공급망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AGI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이저
원제조사로부터 직접 공급받는 1차 벤더(Tier 1 Buyer)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양질의 낸드 플래시와 D램 모듈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고성능 제품군 생산에 필수적인 상위 1%의 특선
수율 칩(Binned IC)을 우선적으로 할당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대만 현지에 별도의 사옥과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춰 사무직 70여 명을 포함해 총
200명 이상의 인력이 제품 설계부터 테스트, 생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으며,
내부 실험실에서는 고온 에이징 테스트와 고부하 스트레스 테스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품질 관리(QA)까지 이어지는 일원화된 시스템은
AGI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탄탄한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Gen5 시대를 준비하는 AGI의 투트랙 해법: AI858과 AI848

스토리지 부문에서는 차세대 PCIe Gen5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SSD 모델들이
주력으로 소개되었다. 새로운 규격에 맞춰 속도와 발열 제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가 핵심 관건으로 다뤄졌으며, AGI는 사용 환경에 따라 제품의
성격을 세분화하는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플래그십 모델인 'AI858'은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필요로 하는 환경을
타깃으로 한다. TSMC 6nm EUV 공정 기반의 실리콘모션의 SM2508 컨트롤러로 DRAM
캐시를 탑재해 최대 읽기 14,000MB/s, 쓰기 13,000MB/s라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해
냈다. 대규모 AI 연산 워크로드나 고해상도 영상 편집 전문가들을 위해 1TB부터 4TB까지
대용량 라인업을 갖추었으며, 전력 소모를 능동 모드 기준 약 3.5W 수준으로 억제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쿨링 팬 없이 7.5mm 두께의 알루미늄 히트싱크만으로도 온도를
제어하여 플레이스테이션 5(PS5)와의 호환성까지 고려했다.

반면, 퍼포먼스(Performance) 라인업을 담당하는 'AI848'은 효율성과 성능의 최적화된
균형을 보여준다. 이 모델은 플래그십과 차별화된 실리콘모션의 최신 DRAM-less 컨트롤러인
'SM2504XT'를 탑재했다. SM2504XT 역시 TSMC의 6nm EUV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전력 효율이 극대화되었으며, 별도의 D램 캐시 없이도 최대 읽기 11,000MB/s, 쓰기
10,000MB/s의 속도를 발휘한다. 태생부터 전성비에 특화된 칩셋을 채택함으로써,
억지로 성능을 제한하지 않아 액티브 쿨링 팬을 배제하고 패시브 방열판만으로 발열을
완벽히 통제하는 무소음 하이엔드 환경을 구현했다고 한다.
고성능 메모리 라인업 : 프리미엄 UD858부터 차세대 CUDIMM까지


고성능 PC 시스템의 핵심인 메모리 모듈 분야에서 AGI가 당장 국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핵심 무기는 DDR5 규격의 '터보젯(Turbojet) UD858' RGB 시리즈다. 최고 8,800MT/s의
높은 클럭을 지원하는 이 제품군은 오버클럭 환경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제조사(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상위 1% 특선 수율 칩(Binned IC)을 엄선해
탑재했다. 여기에 신호 간섭을 최소화하는 10층 이상의 고밀도 PCB 설계와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전류를 공급하는 PMIC 전원 관리 최적화 기술을 결합하여, 하드코어
게이머와 크리에이터들이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도록 구성했다.

아울러 여전히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DDR4 플랫폼 사용자를 위해, 최신 고성능
규격을 적용한 '터보젯 UD848' RGB 시리즈(최대 3,600MT/s)를 함께 선보이며 하이엔드
메모리의 선택지를 넓혔다. 두 제품군은 설계와 제조 기술을 끌어올린 방열판 디자인을
공유한다. 방열판 표면에 흑백 대비의 사선 패턴과 중앙 다이아몬드(마름모) 시각
포인트를 적용해 내구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으며, 상단의 RGB 조명은 단순히 빛을
발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열판의 각진 구조를 통해 빛의 굴절과 반사를 유도해
메인보드 위에서 입체적이고 고급스러운 질감을 연출하도록 고안되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할 주력 하이엔드 라인업 소개에 이어, 향후 국내 출시가 예정된
차세대 규격 'Project K10'에 대한 비전도 언급되었다. CES 2026에서 10,000MT/s의
대역폭을 달성하며 이목을 끈 Project K10은 온보드 CKD(Clock Driver) 칩을 탑재해
신호 왜곡을 제어하는 CUDIMM(Clocked Unbuffered DIMM) 규격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모델이다. 서린에서는 국내 시장의 수요가 높아지는대로 도입시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스토리지의 한계 극복: 특허 방열 설계 입은 EDM38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특히 아이폰 15 Pro 및 16 Pro 시리즈부터
도입된 ProRes 4K 60fps 직녹화 기능은 영상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막대한 데이터 처리량과 이에 수반되는 스토리지 발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AGI는 애플 맥세이프(MagSafe) 시스템과 호환되는 마그네틱 외장
SSD 'EDM38'을 통해 이러한 실사용 환경의 애로사항에 대한 물리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EDM38의 핵심 기술은 대만 실용신안 특허(No. M671395)가 적용된 방열 구조에
있다. 일반적인 자석 부착식 SSD는 작동 중 발열이 스마트폰 본체로 전이되어 기기
스로틀링이나 배터리 수명 단축을 유발하기 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EDM38은 외부
방열 효율을 높이는 금속 하우징을 채택하고, 스마트폰과 맞닿는 접촉면에는 열 전이를
차단하는 특수 자재를 배치했다. 이 설계를 통해 장시간 고해상도 촬영으로 내부
캐시 메모리가 소진되는 가혹 조건에서도 온도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이러한 물리적 방열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녹화 환경을 지원한다. EDM38은
USB 3.2 Gen 2x2 규격을 지원해 이론상 최대 2,050MB/s의 고속 전송 스펙을 갖추고
있다. 주요 타깃인 최신 스마트폰의 포트 대역폭(최대 10Gbps) 한계로 인해 모바일
연결 시 실제 구동 속도는 1,000MB/s 내외로 작동하지만 , 앞서 언급된 특허 설계
덕분에 발열로 인한 프레임 드롭 현상 없이 쾌적한 장시간 촬영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모바일 라인업은 EDM38 외에도 사용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최신
USB4 40Gbps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최대 4,000MB/s의 초고속 전송이 가능한 'ED368',
IP55 등급의 방진방수 규격을 충족하여 야외 활동 환경에 대응하는 아웃도어 특화
모델 'ED268', 그리고 500MB/s급의 속도와 초슬림 폼팩터로 휴대성을 극대화한 'ED138
Pro' 등이 라인업을 채우고 있다.
엄격한 품질 보증 시스템과 서린씨앤아이와의 협업을 통한 한국 시장 공략
제품 브리핑 이후 이어진 미디어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AGI가 고성능 브랜드로서
어떻게 품질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국내 시장에 안착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하이엔드 게이머나 크리에이터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품 혼용(BOM 변경)'
이슈에 대한 질의가 제기되었다. 여러 제조사의 컨트롤러와 낸드를 교차 탑재할 경우
동일 모델 내에서도 성능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선에 대해, AGI 측은 플래그십
라인업인 AI858 등 최상위 제품군에서는 단일 BOM 정책을 고수하여 하드웨어 파편화를
최소화한다고 답변했다. 부품 다변화가 필요한 다른 라인업의 경우에도, 각 조합에
맞춘 개별적인 최적화 펌웨어를 적용해 체감되는 스로틀링 특성이나 지속 쓰기 속도의
편차를 균일하게 맞추는 엄격한 QA 통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맞춘 고객 서비스(AS) 정책 역시 외산 브랜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로 소개되었다. D램 모듈의 경우 라이프타임 워런티(Lifetime
Warranty)를 지원하며, SSD 제품군은 스펙에 따라 3년에서 최대 5년의 보증 기간을
적용한다. 특히 서린씨앤아이의 고객지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불량이 발생했을 때
해당 모델의 재고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면 동일 스펙의 타사 유통 브랜드 제품으로라도
선교체를 진행하는 유연한 보상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는
초기 단계에서 유통사의 적극적인 사후 처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하이엔드 메모리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파트너사 서린씨앤아이 라인업 내에서
기존 타 브랜드와의 자기 잠식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 서린씨앤아이
관계자는 AGI가 단순히 무차별적인 고사양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특수 방열 특허가
적용된 모바일 스토리지 폼팩터나 특정 AI PC 크리에이터를 위한 맞춤형 튜닝 등
고유의 기술적 포지셔닝을 지니고 있어 기존 브랜드들과는 층위가 다른 타깃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나치게 화려한 외관보다는 정제된 디자인을 선호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요구하는 유저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보여진다.

이번 서린씨앤아이 본사에서 진행된 2026 신제품 미디어 간담회는 AGI가 가성비
위주의 포지션에서 고성능 하드웨어 제조사로 범위를 넓히기 위해 준비해 온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글로벌 1차 벤더라는 공급망을 기반으로, PCIe Gen5
SSD의 전력 및 발열 제어 기술, 10,000MT/s 대역폭을 감당하는 CUDIMM 규격의 선제적
도입, 그리고 아이폰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한 특허 마그네틱 포터블 스토리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연구 개발 능력을 입증하고자 했다. 새롭게 열리는 AI PC 시장과
고해상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단편적인 수치 경쟁을 넘어 시스템의 안정성과 사용
환경까지 고려한 AGI의 접근 방식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낼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