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지포스3가 출시
25주년을 맞았다. 2001년 공개된 지포스3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GPU 구조 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낸 제품으로 평가된다.
지포스3는 코드명 NV20 아키텍처 기반 GPU로 당시 최신 그래픽 API였던 DirectX
8을 지원한 첫 그래픽카드였다. 특히 기존 그래픽카드가 고정 기능 파이프라인 기반으로
동작하던 것과 달리, 지포스3부터는 픽셀 셰이더와 버텍스 셰이더를 지원하는 프로그래머블
구조가 도입됐다. 개발자가 GPU 내부에서 실행되는 연산을 직접 정의할 수 있게 되면서
그래픽 처리 방식이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게임 그래픽 표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픽셀 단위 조명,
범프 매핑, 실시간 반사 표현 등 이전 세대에서는 구현이 제한적이었던 그래픽 효과가
가능해졌으며 이후 등장한 게임 엔진들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포스3 기반 기술은 여러 PC 게임에서 활용됐으며 같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GPU가 마이크로소프트 1세대 Xbox 콘솔에도 사용되면서 콘솔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출시 당시 평가가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대부분의 게임이
DirectX 8 기능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감 성능 향상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지만 이를 활용할 소프트웨어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평가는 이후 세대에서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가 레이트레이싱과
패스 트레이싱 같은 기술을 도입했을 때 역시 초기에는 지원 게임이 제한적이고 성능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새로운 그래픽 기술이 먼저
등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게임과 엔진이 뒤따르는 구조가 반복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엔비디아는 여러 차례 시대를 앞선 기술을 먼저 도입해 왔고,
그 과정에서 초기 평가는 엇갈렸지만 이러한 시도가 축적되면서 GPU 기술은 지금의
수준까지 발전하게 됐다. 지포스3 역시 그 출발점 중 하나로, 프로그래머블 GPU 시대를
연 제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그래픽카드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