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랜스포머 LE - 막강한 퀄리티와 보너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봐왔던 집체만한 거대한 로봇의 모습을 현실 세계에 투입시킨 실사영화가 탄생했다. 변신로봇 장난감을 들고 유년 시절을 보낸 ‘다 큰 소년’들에게 시각적으로 그들만의 이상을 실현시켜준 영화 <트랜스포머>는, 적어도 기술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이는 결점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상의 단순함마저 너끈히 커버해준다.

태초에 큐브가 있었다. 외계 생명체이면서 기계인 정의로운 집단 ‘오토봇’과 악한 집단인 ‘디셉티콘’이 유일 에너지원인 큐브를 찾아 지구로 날아온다. 그리고 이 평화로운 지구에서 두 집단은 거대한 몸집과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지구에 살아온 생물체라면 이제껏 보지 못했던 대전투를 벌인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가지 전투와 도로에서 벌어지는 레이싱 전투는 감상자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정도. 그 외에도 댐과 하얀 모래의 사막에서 벌어지는 로봇의 향연은 화면을 더 크게 볼수록 색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이 영화가 IMAX 버전으로도 개봉한 것 역시 그러한 자신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가 단순하고 결말이 훤히 보이는 영화이므로 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DVD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에 2디스크로 출시된 <트랜스포머> 한정판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오랜 지지자라면 꼭 소장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케이스에 대한 아쉬움은 기대치를 5할 정도 깎아먹을 정도로 진하게 남는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모델로 케이스를 제작한 노력과 발상은 가상하지만, 열악한 만듦새는 “이걸 어디에다가…” 또는 “굳이 이렇게까지…”라는 씁쓸한 한 마디를 툭 던지게 만든다.

하지만 DVD 자체는 영화의 화제성을 온전히 충족시키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디스크에는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영화 본편과 <아마겟돈>, <진주만>, <아일랜드>를 거쳐 이번 영화로 다시 한 번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의 대가임을 확인시킨 마이클 베이 감독의 코멘터리가 수록돼 있다. 자신이 스티븐 스필버그에게서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 받았던 당시 시큰둥했고, 연출을 맡기로 했을 때 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지지하는 마니아들로부터 우려와 항의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 등 입담 좋기로 유명한 감독답게 그는 자신이 이 영화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뿌듯함(또는 자랑)과 더불어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재미나게 풀어낸다. DVD의 AV 퀄리티는 물론 압권이다.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발군의 해상력과 발색, 암부 디테일 표현을 보여주며, 돌비 디지털 5.1채널 사운드는 막강한 이동감과 공간감을 자랑한다.

또 다른 디스크에는 영화 본편보다도 더 흥미로운 부가 영상들이 담겨 있는데, 사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꼭 봐야할 내용은 두 번째 디스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의 큰 메뉴를 통해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실사영화로 제작하려는 발상이 시작되었고 현실화시켰는지 소개하고 있으며, 트랜스포머의 탄생 과정을 다루는 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얼마나 이 영화가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향수를 자극했는지 알 수가 있다.

많은 트랜스포머 중에서 골라내고 골라내어 캐릭터를 구축하고,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에 걸맞는 캐릭터를 완성하고자 얼마나 많은 자동차 부품들을 세분화시키고 연결하여 CG화했는지, 또 로봇 CG와 실제 화면이 전혀 떠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한 작업을 했는지, 각종 폭파 장면들은 어떻게 촬영이 되었던 것인지 등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해줄 여러 부가 영상들이 하나하나 떼어내면 분리되어 몸집을 키워나갈 듯이 정말 알차게 모아져 있다.

그 외에 각각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캐릭터가 <트랜스포머> TV 애니메이션 시절과 어떻게 다른지와 오토봇은 어떤 자동차들을 선택하여 어떻게 구성을 하고, 심지어는 빛이 차에 반사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여 그대로 로봇 CG에 적용했다는 사실과 그 과정이 상세히 담겨져 있으며, 디셉티콘 쪽은 공권력 등을 상징하는 군사 무기나 경찰차 등으로 구성했다는 사실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마이클 베이가 그동안 연출했던 <진주만>이나 <아마겟돈> 등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군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자랑하면서 악의 이미지인 디셉티콘 쪽의 캐릭터로 활용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제트기나 헬기 등을 변신 이전의 상태로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을 비롯해 군 병사들과 함께 촬영된 배우들의 훈련 장면 및 여러 전투장면들이 메이킹으로 담겨져 있다. 더불어 이제는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 떠오른 샤이어 라보프와 메간 폭스 등의 캐스팅에 대한 뒷이야기,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해스브로사의 파란만장했던 지난 과정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곳곳에 이스터 에그가 있는데, 모조의 캐스팅 장면을 담은 영상도 숨겨져 있으니 꼭 찾아볼 것을 권한다. <트랜스포머> 한정판은 올해 출시된 최상의 레퍼런스급 타이틀 중 하나답게 출중한 AV 퀄리티와 풍성한 스페셜 피처들을 수록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이미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트랜스포머>의 HD DVD도 머잖아 국내에 출시되기를 희망한다.

글 / 전준모(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