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서린 제타 존스가 출연하고, <샤인>, <삼나무 숲에 내리는 눈>
등을 만든 스콧 힉스 감독의 연출작이며, 요리 장면을 위해 최고급 요리사를 초빙했다는
등의 정보들은 <사랑의 레시피>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놓기에 충분하다.
화려한 외모의 스타와 드라마에 강한 감독의 궁합은 당연히 이런 오해(!)를 살 수
밖에 없지만, 살짝 눈높이를 낮춘다면 <사랑의 레시피>는 소품이지만 담백한
디저트처럼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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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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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Spe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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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콧 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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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캐서린 제타 존스, 아론 엑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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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
전체 이용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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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타임 |
10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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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사 |
워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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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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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타입 |
돌비 디지털 5.1,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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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
영어, 태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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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
한국어, 영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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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코드 |
3번 |
시끌벅적한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는 깐깐한 노처녀 전문직 여성의 성장영화에
가까운 <사랑의 레시피>의 주인공은 요리에 목숨 건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과는 연애하지 않고 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등 자신만의
철저한 원칙에 따라 사는 그녀에게 어느 날 예고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뜻밖의
사고로 언니가 죽자 조카 조이(애비게일 브레슬린)를 얼떨결에 떠맡게 되고, 이로
인해 직장을 비운 사이 자신의 대타로 예측불허의 이탈리아 요리 전문 주방장 닉(아론
엑커트)이 나타난 것!
조이와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자신만의 성역인 주방에 닉이 들어서게 되면서 케이트는
혼란에 빠진다. 정해진 시간과 정확한 온도에 따라 완벽하게 요리하듯 매사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녀에게 엄마를 잃은 슬픔에 통제가 힘든 어린 조카와 타고난
천성 자체가 자유분방한 닉은 그야말로 예고되지 않은 일들이다. 원칙으로부터 벗어난
예외 앞에서 케이트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관심과 애정을 어린아이처럼
밀쳐낸다. 영화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닉과 조이와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변해가는
케이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마치 적정 온도와 조리 방법이 적혀 있는 ‘레시피’
같은 줄 알았던 케이트는 사랑(조이에 대한 혹은 닉에 대한)을 통해 씁쓸하고 달콤한
순간을 모두 맛본다.
케이트는 중요한 순간, 원칙과 소신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가장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고, 이렇게 영화의 결말은 원 제목(<No Reservations)이 의미하는 바와는
정반대로 매우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렇듯 <사랑의 레시피>는
정해진 메뉴들이 충실하게 서빙되는 코스 요리처럼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지만 다양한
재료를 혼합한 퓨전요리처럼 그 재미는 결코 모자라지 않다. 즉, 덜 자란 어른의
자아 찾기, 남녀의 사랑, 엄마 잃은 소녀의 슬픔, 그리고 모든 인물들이 엮이게 되는
레스토랑 - <사랑의 레시피>에는 하나의 플롯으로만 발전시켜도 될 만큼 흥미
있는 서브 플롯들이 들어 있으며, 감독은 전략적으로 이 소재들의 장점들만을 맛깔스럽게
조리해냈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 이후 6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스콧 힉스 감독은 그동안의
칩거가 부담스러운 듯 이렇듯 가벼운 소품을 신작으로 택했다. 특히 <사랑의 레시피>는
2001년에 만들어진 독일 영화 <벨라 마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쉴 새 없이
재잘대고 티격태격하는 가벼운 로맨스는 그의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영역에 있다.
그런 까닭에 음식과 사랑을 도식적으로 대입하지 않거나 로맨스 플롯에 커다란 위기가
없는 점, 세밀한 서브 플롯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점은 오히려 이 영화만의 장점으로
보인다. 가령, 요리사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일류급 요리사로부터 전문 트레이닝을
받고, 영화만을 위한 메뉴를 따로 고안했을 정도로 요리와 관련한 모든 요소들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되었지만 정작 영화 속에서는 이런 점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은 양념의 쓰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은은한 향기와
맛을 주는 것처럼 감독은 오락적 요소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한 감정의 교류와
서브 플롯의 활용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잔잔하고 고르게 이끌어 간다.
화질과 음질은 약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아름다운 제타 존스의 얼굴이 칙칙하게
보이는 것은 둘째 치고, 전체적인 화면 톤이 상당히 어둡고 경미한 노이즈도 자주
눈에 띈다. 별 기대 않고 본다면 관람에 지장이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두 남녀 배우의 외모가 빛을 발하지 않고, 맛깔스러운 음식의 빛깔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화질은 매우 아쉽다. 음질의 경우 플롯이 비교적 평탄하게 흘러가는 영화라
강렬한 효과음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앰비언스를 비롯한 전체적인 사운드 효과가
세심하게 표현되었더라면 영화의 느낌이 훨씬 풍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귀에 익숙한
사운드 트랙과 배우들이 쏟아내는 많은 대사들은 비교적 깨끗하고 명료하게 전달된다.

부가 영상으로는 배우들의 요리 수업 과정, 캐릭터에 대한 코멘트, 요리 자문과
메뉴 자문을 맡은 두 요리사 인터뷰 등을 담은 TV 방송 프로그램인 <Unwrapped>가
수록되어 있다. 달랑 한편의 메뉴라 역시나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지만 영화의 컨셉트에
맞게 적당히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방송용 프로그램답게 편집이나
진행이 매끄러우며, 구성 또한 흥미롭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