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들이 내 아들 같지가 않다. 내 남편이 달라져 있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다.
나를 기억하고 나를 알고 지내온 듯 행동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내가 아는 이들의
모습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에 마치 다른 사람이 내 주변인들의 행세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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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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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Spe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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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올리버 히르비겔, 제임스 맥티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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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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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
전체 이용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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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타임 |
99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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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사 |
워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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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1.7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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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타입 |
돌비 디지털 5.1,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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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
영어, 태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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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
한국어, 영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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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코드 |
3번 |
영화 <인베이젼>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잭 피니의 소설 <바디
스내처(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의 네 번째 영화화이자, 1950년대 돈 시겔의
<신체강탈자의 침입>이라는 제목의 영화화 이후 1970년대 필립 카우프만, 1990년대
아벨 페라라에 이어 세 번째 리메이크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돈 시겔의 <신체강탈자의 침입>(1956), 필립 카우프먼의 <우주의 침입자>(1978),
아벨 페라라의 <바디 에일리언>(1993)까지 외계로부터 온 이상한 물체들은
각기 다른 형식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외계로부터 날아온 생명체는 이데올로기로,
종말론적 세계관으로, 에이즈로, 걸프전 증후군으로 동시대성을 담아낸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앞으로 리메이크되어도 동시대성을 담을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셈이다.
이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이 번거로운 설명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만큼 각각의
작품들이 동시대성을 담아내고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했다는 점과 2000년대 후반,
이라크 전쟁과 9.11을 접하고 지나친 애국심 발동이 이제는 지쳐 떨어져나가 “적이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시점의 미국, 새롭게 리메이크된 <인베이젼>은
그 미국을 어떻게, 잘, 완성도 있게 담아내었는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때문이다.
단적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그렇지만, 이번의 <인베이젼>은 그리 썩 나쁘지도
않으나 썩 좋은 평가 또한 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정신과 의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과
그녀의 동료로 출연한 다니엘 크레이크의 모습에서 영화는 이전 작품들이 주었던,
친숙한 이웃이 안겨주는 낯선 공포와 집단무의식에 대한 두려움을 충실히 담아내질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침입자들은 너무나도 많은 설명을 해주려고 하며, 너무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대신 그 자리에는 카레이싱 장면이 주는 스릴과 늘씬하고 멋진 두 남녀의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엑스페리먼트>의 각본, <몰락>의
연출을 담당해 주목받았던 올리버 히르비겔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중간에 제임스 맥티그로
교체되며 탈도 많았던지라, 이 작품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가 제작사의 압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작은 안타까움과 더불어 은근슬쩍 감독판으로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지
않을까, 라는 작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우주선의 불시착과 그 우주선에 딸려온 이상한 생명체, 이번 리메이크 작에서
그 괴생명체의 확산은 마치 21세기 들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사스나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이번에 출시된 DVD의 스페셜 피처 중 ‘We've
Been Snatched Before : Invasion In Media History’(18분 50초)는 이러한 내용들을
주로 담아내면서 이 영화가 21세기에 접어들며 전세계인들에게 공포를 안겨준 각종
전염병에 대한 동시대성을 담아낸 것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전염병처럼 신체를 강탈당한 이들은 전쟁, 빈곤, 고통 등이 없는 완벽한 세상을
꿈꾼다. 집단적으로 하나가 된 자들은 감정이 없다. 슬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않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웃을 일조차도 없다. 감정을 노출시켜도 안 되고, 그들에게
신체를 강탈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잠들어서도 안 된다. 면역력이 있는 아들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모성애로 가득한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발하는 곳은 피곤함에 지쳐 휴식이
필요함에도 잠들지 않으려 애쓰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모성애에 대한 강렬한 연기는 힘을 잃고 만다. 영화에서 언급됐듯이 인간이 가장
절실할 때 쓰지 못하는 기술 문명의 단점처럼, 전송이 되지 않는 핸드폰 문자마냥
갈수록 뒷심이 부족해진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것은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도 더 나아가질 못하고, 힘을 잃은 모성애만
덩그러니 남아 행복한 결말로 남을 뿐이다. 그간 외계로부터 온 강탈자들이 내뱉은
설교 따위를 고민할 여유도 없이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화목한 가정으로 귀결되는
것은 적잖이 안타깝다.

이번에 출시된 DVD는 배우들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디스크 한 장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감독 코멘터리도 없으며 총 30분 정도의 분량인 4개의 부가 영상이 전부다.
제작자와 출연배우들의 인터뷰 및 제작 장면들을 담은 3분짜리 영상물 3개보다는
잭 피니의 원작부터 각각 영화화된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아즈텍 문명처럼
질병과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사회구조가 파괴된 과정들을 담은 ‘We've Been Snatched
Before : Invasion In Media History’가 그나마 추천할 만하다.
1.78: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최신영화답게 화질에 대해서 크게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푸른 톤을 기반으로 양호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약간 거친 입자와 기복이 있는 윤곽선 표현이 감점 요인이다. 돌비 디지털 5.1채널의
음향은 대사와 배경음악, 효과음 등을 풍성하게 전달한다.
글 / 전준모(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