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격 기준의 3D 성능이 관건
그래픽카드 시장은 3D 성능에 따라 움직인다. 기술적으로 클럭당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뛰어나도 똑같은 가격에서 그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경쟁사보다 낮으면 유저들은 더 높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선택한다. 화질 하나로 기술력이 검증되고 좀 더 나은 화질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던 과거와 달리 3D 렌더링 성능이 그래픽카드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지금 시대에는 3D 성능과 가격만이 승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AMD는 ATI 인수 이후 지금까지 공격적인 가격으로 승부해왔다. 하이엔드 시장을 독차지한 엔비디아와 대결하기보다 매출 비율이 높은 중급과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이 AMD다. AMD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게 된 것은 RADEON HD 2000 시리즈부터 적용해온 그래픽 프로세서 아키텍처의 한계 때문이다. 경쟁사의 하이엔드 제품과 비교해 그 이상의 3D 렌더링 성능을 보여줄 수 없었기에 최상위 제품이지만 성능이 비슷한 경쟁 제품과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AMD의 이러한 정책은 시장을 움직였다. 철저한 가격대비 경쟁 제품보다 높은 성능이란 정책이 시장을 움직였고 일방적으로 엔비디아가 우세했던 그래픽카드 시장을 많이 바꿔 놓았다. RADEON HD 2600 시리즈를 이어 RADEON HD 3850까지 중급 시장에서 AMD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엔비디아는 AMD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지포스 7 시리즈부터 8 시리즈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더 우수한 그래픽 프로세서 아키텍처로 인정받았다. 그 덕분에 한때는 중고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을 휩쓸 정도였지만 경쟁사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RADEON HD 2600 시리즈의 가격 인하에 맞춰 8600 시리즈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춘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RADEON HD 2900 시리즈의 가격 인하와 3800 시리즈 투입에 따른 대응은 그다지 빠르지 못했다. 공정을 개선해 생산 단가를 낮춘 8800 GT를 투입해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보였지만 원활하지 못했던 물량 공급이 상황을 악화시켰고 RADEON HD 3850의 빠른 가격 하락을 막아낼 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최근 지포스 8800 GS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 RADEON HD 3850과 경쟁할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상태다. 8800 GT와 똑같은 GPU를 장착해 내부 스트림 프로세서 구성만 변경한 8800 GS를 10만원 중반의 가격으로 출시하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높고 낮은 가격에 공급하려면 새로운 GPU가 필요했다.
오늘 소개할 지포스 9600 GT는 이 모든 근심을 해결할 새로운
GPU인 G94를 장착한 그래픽카드이며 8800 GS가 아니라 올 한해 10만원대 그래픽카드 시장을 이어받을 제품이다.
지포스 9600 GT가 어떤 그래픽카드인지는 다음 페이지로 이어가서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