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이즈가 곧 음질’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실제의 소리와 시스템을 통해 재생되는 소리와의 차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시스템, 혹은 좋은 사운드라 할 수 있을까? 원음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지, 착색된
사운드를 좋다고 말할 수 있을지 단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메마른 소리를 보다 윤택하게
가공해주는 시스템이 있고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고
할지언정 잘못 되었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그건 영상이나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 눈길을 끄는 건 보다 실제에 가까운 그것이 아니라 매력적으로
다듬어진 그것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상이나 소리는 그런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각기 나름의 취향 차이가
있을 것이고, 생산자 입장에선 각기 나름의 철학과 경향이 존재할 것이다. 만약 그
둘이 잘 맞아 떨어질 경우 그 사운드는 해당 소비자에겐 최상의 그것이 되는 것이다.
좋은 소리에 대한 보편타당한 기준이야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가 들어도 아니다 싶은 경우를 제외하면 일정 수준 이상 제품들간의 사운드 차이는
앞서 말한 듣는 자의 취향과 만드는 자의 철학이 만나는 교차점의 미세한 간극일
뿐 어느 것이 더 극명히 낫다거나 나쁘다라고 말하기 힘들다. 또한 그것은 각 제품들과
브랜드, 심지어 각 지역간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사운드의 특성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브리티시 사운드라 일컫는 영국산 오디오의 소리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풍부함을 지녔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 일본산
오디오는 다소 가볍고 날카로우면서도 민첩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리고 아메리칸
사운드는 약간은 거칠다 싶을 만큼 시원스럽고 호방한 특성을 지녔다. 치열하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추구하기보다 시원스럽게 막힘없이 뻗어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철학이자 경향이다. 제품마다 미묘하게 다른 사운드 특성을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삼등분할 수 있겠냐라고 비판한다면 보스의 V30을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바로 이
제품이 대표적인 아메리칸 사운드를 대변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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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30은 콤팩트한 사이즈와 달리 공간을 압도하는
호방한 사운드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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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30의 소리를 간드러지거나 나긋한 그것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부드럽고 풍부한 소리냐면 사실 그것과도 거리가 있다.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시원스럽게
공간을 울려주는 씩씩한 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을 하나하나 집어내며
그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를 즐기는 사운드가 아니라 공간을 가득 채워주는(이 조그만
스피커로 말이다!) 충만함으로, 영화 시청 내내 각각의 사운드가 온 몸을 휘감는
듯한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는 사운드인 것이다. 나른한 재즈 선율이나 미묘한 음색의
보컬, 애절한 드라마의 사운드 스코어보다는 SF와 액션의 현란한 사운드에 좀 더
어울리는 시스템이다. 그 분명한 차이를 알고 선택한다면 이 제품의 음질에 대해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시스템을 들여 놓고 엉뚱하게도 음악 소스 위주로 감상할
게 아니라면 음질에 관한 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란 얘기다. 획기적인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지 않는 한 적어도 필자의 현재 기준으론 이 정도 크기의 시스템에서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는 V30이 정점이다.

어쿠스티매스 베이스 모듈이 들려주는 저음이 음악 장르에서 발현되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간파할 정도의 분해능을 갖추진 못했지만, 극영화의 베이스를 담당하기엔
충분할 만큼 풍성하고 파괴적이다. 새틀라이트와 베이스 모듈 사이에서 절묘하게
그 역할을 넘나들며 컨트롤되는 중역대 역시 쉽사리 묻히지 않고 그 역할을 다 해낸다.
고역대의 능력은 말한 것도 없다. 자사의 기술력이 집약된 새틀라이트는 시원스럽게
고음을 뽑아내며 마치 질량의 법칙을 무시하듯 크기 이상의 울림을 선사한다. 스피커
세계에서 암묵적으로 이어져 온 ‘사이즈가 곧 음질’이라는 생각은 사실 구태의연한
선입견이라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V30의 스피커 시스템은 사이즈로
평가하기 힘든 수준의 소리를 들려준다. 바로 그것이 보스의 오늘날이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