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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벡실 - 충격적인 내용 담은 3D 라이브 애니메이션

2008/03/11 04:30:21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에 대한 핑크빛 희망을 담은 애니메이션과 공상과학 영화가 셀 수 없이 많지만, 간간히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과학의 부작용 탓인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담은 영화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 세포 복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됐을 때는 인간 복제에 따른 생명의 존엄성을 재조명한 영화 <아일랜드>가 등장했고, 현실과 가상현실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시대를 반영한 <매트릭스>를 보노라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감독

 소리 후미히코

 목소리 출연

 쿠로키 메이사, 타니하라 쇼스케

 등급

 12세 이용가

 러닝 타임

 110분

 출시사

 프리미어

 비디오 포맷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

 오디오 타입

 DTS, 돌비 디지털 5.1, 2.0

 언어

 일본어

 자막

 한국어, 일본어, 영어

 지역 코드

 3번

그런 와중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벡실>은 ‘일본쇄국’이라는 부제만큼 독창적인, 아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21세기 중반 첨단 과학력을 보유한 일본의 로봇 기술은 가정용과 군수용 모두를 독점하게 된다. 그 기술이 점점 발달해 인간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안드로이드 실현 단계에 이르자 국제 정세는 돌변, 핵무기 개발이나 생명공학과 마찬가지로 UN은 엄격한 국제 규정을 만들고 일본의 독주를 견제했다. 이에 일본은 UN을 탈퇴함과 동시에 첨단 기술 쇄국 정책을 펴 전세계와 단절되고 만다. 그러던 와중에 2077년 일본이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자 ‘스워드’라 불리는 특수 조직이 일본을 침입, 10년간 감춰져 있던 일본의 충격적인 현실을 알리게 된다.

<벡실>은 특이하게도 일본인이 만들었으나 아메리카인이 주인공이다. 일본인이 만들었지만 일본인이 악역을 담당했으며 일본은 전세계를 상대로 테크놀로지 전쟁을 준비 중이다. 2002년 실사 영화 <핑퐁>으로 데뷔하고 2004년 풀 3D 애니메이션 <애플시드>를 제작한 소리 후미히코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담은 오리지널리티 애니메이션 제작을 구상하게 되고 이메일, 채팅, 팩스 등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을 SF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려 하였다. 결국 인간과 인간의 의사소통이라는 명제는 국가와 국가 간 소통으로 확대되었고, 그 결과 소통의 단절을 결행한 일본과 그러한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을 애니메이션으로 담게 되었다.

국가의 정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다란 권력을 갖게 된 다이와 공업이 일본 전역에 ‘레이스’라 불리는 안테나를 270개 세워 위성 촬영 및 통신을 방해하자 스워드는 일본 잠입이라는 비밀 작전을 감행한다. 그리고 간신히 잠입한 일본에서 스워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일본과 완전히 다른 숨겨진 세계를 보게 된다.

<매드맥스>, <매트릭스> 같이 절망적인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벡실>은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명칭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3D 애니메이션처럼 연기자가 온 몸에 센서를 부착, 모션 캡처한 데이터를 통해 렌더링하고 툰 쉐이더 프로그램을 입혀 2D 애니메이션 같은 부드러움을 실현했다. 첨단 기술로 완성된 이 CG는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벡실>의 세계관과 어울리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많은 생각꺼리를 남겨주는 오시이 마모루 작품과 달리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작품은 이해가 쉽고 전개가 빠르다.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캐치해낼 줄 아는 소리 후미히코 감독은 세밀한 메카닉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초반부터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워드와 일본의 대립. 이 간단명료한 사실은 세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7명의 용사가 거대 국가 일본에 침입하는 첩보 작전으로 바뀌고, 일본의 무력 앞에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아 일본 내 레지스탕스와 합류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본은 악의 온상이며 스워드는 정의의 상징이 된다. 무모한 싸움이지만 그렇기에 긴장감을 갖고 바라볼 수 있다.

효과음 하나하나까지 고민하고 프레임 한 컷 한 컷을 심사숙고해 완성한 <벡실>은 일반 할리우드의 1/10의 인원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주얼과 사운드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재패니메이션으로도 유례없는 129개국 개봉이 결정되는가 하면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받기도 하였다(로카르노 영화제의 이전 개막작은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였다. 그리고 <매트릭스>, <엑스맨> 등 액션 대작들이 전통적으로 로카르노 영화제의 개막작이 되어 왔다). <벡실>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과 인간 간 소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SF 액션 대작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잊지 않고 있다.

다만 감독이 너무나도 친절하기에 극 중 주요한 키워드가 되는 부분을 너무도 쉽게 발견하게 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벡실>은 숨바꼭질의 묘미가 다소 떨어진다. 다이오 공업의 최고 간부인 키사라기가 철로 된 괴물 ‘잭’을 만지거나 다이오 공업에서 인간으로 보이는 생명체가 두 명 포착된다는 장면에서 관객은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꼬마 타카시가 항시 간직하고 있는 책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연인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된 일본인의 서글픈 단상을 보여주며, 전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정비사 타로의 모습 역시 조금이나마 인간다운 면모를 잃지 않고자 기계 부품을 장착하지 않고 불편한 다리를 고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건들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감독은 성우의 역할에 무척 큰 비중을 두었다. 대사 한 마디마다의 톤과 억양이 실재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 생명력을 갖고 활기를 띄는 요소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소리 감독은 아무리 작은 역할을 맡은 성우더라도 더빙 작업에 직접 참여, 경청하며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되었는가를 체크했다. 여배우 쿠로키 메이사나 재일동포 박로미가 더빙에 참여해 그러한 감독의 의도를 잘 살려주고 있다. 배경음악은 <애플시드>에서 한 곡을 담당했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폴 오쿤폴드가 담당해 <벡실>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 30여 곡을 작곡했으며 한국의 그룹 밍크가 주제가를 담당했다.

<벡실>은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경계, 생명연장의 꿈, 서로의 소통이 단절되어 가는 도시 등 오늘날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을 꼬집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매트릭스>나 기타 여러 영화의 분위기가 언뜻 비치기도 하지만, 독창적이며 충격적인 기획, 세련된 CG 등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2 디스크 사양으로 발매된 DVD는 448kbps의 돌비 디지털 5.1채널과 384kbps로 수록된 돌비 디지털 스테레오, 그리고 DTS 트랙을 지원하며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지원한다. 5.1채널이지만 레퍼런스급 액션영화 DVD에 비하면 서라운드의 사용이나 음장감이 다소 부족한 편이나 DTS 사운드는 사운드가 청취자 중심에 위치하며 실재감과 저음의 양감, 타격음이 향상된다. <벡실>의 화질은 풀 3D 애니메이션이지만 칼 같은 선예도를 찾기 어렵다. 아마도 툰 쉐이더 기법을 적용한 탓인지 전체적으로 소프트하게 보이는 듯하며, 앰버와 마젠타 컬러가 강조되어 황폐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스페셜 피처는 두 번째 디스크에 집중되었다. 메이킹 필름, 소리 감독 인터뷰, 소리 감독 내한 인터뷰 및 시사회 현장, CG 데모 영상, 그리고 예고편 모음의 구성이다. 메이킹 필름은 한 시간 가량의 분량으로 소리 감독이 말하는 <벡실>의 특징과 편집 노하우, 풀 3D 애니메이션이지만 2D 같은 자연스러움이 배어있는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의 특징, 메카닉의 정밀한 묘사 등에 대해 얘기한다. 감독이 오래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은 의외의 사실. 3D 그래픽에 자신 있는 소리 감독은 자신만의 개성이 물씬 담겨 있는 작품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고, 그렇기에 완성한 작품이 바로 <벡실>이라 말한다.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려 할 때, 실사와 2D 셀 애니메이션이 주를 이뤘지만 SF 장르에서만큼은 일본은 아직 실사 영화를 촬영할 여건이 안 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에 3D CG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표현의 방식, 가능성의 확대를 꾀한 부분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소리 감독 인터뷰는 <벡실>이 내포한 여러 가지 설정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소리 감독 내한 인터뷰 및 시사회 현장은 위의 두 스페셜 피처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자막이 작아 감상에 다소 불편함이 따른다.

CG 데모영상은 다양한 VFX 영상 테스트를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실제 같은 영상도 있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바와 달라 현재의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으로 변모시키며 테스트한 영상이므로 꼭 한 번 감상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예고편 모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예고편 두 편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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