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차원 높은 음질을 위한 도전, Britz BR-1900T3

1. 정량적 가치만이 우선시되는 하드웨어 시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가져보고 싶을 만큼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던 하드웨어들이 존재했다. 독특한 자신들만의 PCB를 채용한 VGA - 최근엔 이런 제품이 오히려 저가형이 되어버렸지만-, 작은 인식률의 차이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했던 ODD 등 작지만 무시하지 못할 우위를 내세우며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던 하드웨어들이 나름대로의 시장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품간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어떤 제품을 선택해도 별다른 불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현재엔 기본적인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저렴한 가격, 또는 오버클럭 등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용을 제공하는 제품이 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다소 부족한 전원부에 오버클럭까지 가미된,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한 제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얌체같이 장사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제품들이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의 수명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데에도 오히려 시장의 메인스트림 제품 중 상당수가 이러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보고 있노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도 제대로 만든 품질 본위의 제품이 별로 없다는 것도, 그런 제품이 출시돼도 외면하는 소비자들의 조금은 그릇된 소비 행태도 아쉽기는 매한가지이다.

 PC 기반의 음향기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음질'은 정량적으로 규정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사용자마다 선호하는 음색도 제각각 인데다, 아무리 좋은 재질을 채용했다 하더라도, 또 섬세한 튜닝을 거쳤다 해도 사용자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만한 가치를 하지 못하는 지독히도 감성적인 제품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스피커들은 지독히도 저렴한 가격, 여기에 하나라도 더 지원하는 '기능'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감성적인 부분을 제하고 보면 '가격'과 '기능'이 제품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C를 통한 다채널 환경이 마련되며 가속화된 스피커의 다채널화, 저가격화는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을 고사시켰고, 고급 브랜드를 가진 전통적인 몇몇 해외 업체를 제외하면 중국 기반의 제조업체를 통한 저렴한 제품들을 국내에 유통하는 공급사들의 난립을 부추겼다. 결국 이 시장엔 수없이 많은 공급사가 난립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던 경쟁은 정작 중요시 해야 할 음질이나 음색보다 가격과 스펙이 우선시되는 기형적 결과를 낳고 말았다.

 브리츠는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이름을 알려온 스피커 브랜드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스펙을 위주로 했던 그들의 초기 제품들은 그만한 대안이 없던 시절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효용을 제공함으로써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물론 당시의 제품을 지금 리뷰 하게 된다면 아마도 필자가 퍼부을 수 있는 최악의 형용사를 모두 동원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브리츠 제품들은 그때와 분명 다르다. 다채널 뿐 아닌 다양한 환경에 좋은 제품을 내놓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은 BR-1000A와 같이 수년을 이어가는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로제타와 같은 아름다운 디자인 우위의 스피커, 그리고 오늘 둘러볼 1900T3와 같은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2채널 스피커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난 리뷰에 이미 당돌하게 밝혀 버렸지만, 필자는 2채널을 신봉하는 고지식한 고집쟁이다. 그리고 그동안 가격에 비해 괜찮은 음질을 제공한다는 평을 해왔던 스피커도 몇 종 존재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제품이 저렴한 가격을 위주로 최대한의 효용을 주도록 고안된 제품이었고, 언제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정 수준 이상의 형용사를 이런 제품들의 리뷰에 사용했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야 어찌 됐건 더 나은 평을 받을만한 제품은 의당 그만한 수준을 갖추어야 하고, 상당한 종류의 스피커 리뷰를 진행해 왔지만 필자의 기준에 '만족'이란 평을 할만한 제품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한 번쯤 꼼꼼하게 파고들어가 볼만한 2채널 스피커를 발견했다.